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53)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53화(153/388)
153화. 이상한 며느리 (4)
“1억만 더 주세요.”
“이미 줄 만큼 줬어.”
“부족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과욕이야.”
“과욕이 아니죠. 간이야 다시 자란다곤 하지만 리스크가 있더라고요. 부작용이 많은 건 아시잖아요?”
“…….”
윤영철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실 돈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벌 만큼 벌었으니까.
하지만 또다시 돈을 요구할지 몰랐다.
“고얀 년.”
“욕하셔도 소용없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챙길 생각이니까요.”
“…….”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어요. 그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죠. 근데 사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밀린 월급도 못 받았어요.”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예요. 저도 할 만큼 했다고요.”
“…….”
“인력 시장도 가 보고 별짓 다 했어요. 근데 몸 파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말.
무슨 상황인진 윤영철도 알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나라가 망했다.
아시아의 용을 넘어 세계의 용으로 거듭날 거라고 외쳤지만,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해서 다들 소리쳤다.
살려 달라고.
제발 살려 달라고.
일자리 좀 달라고.
윤영철의 침묵에 하유미가 조소했다.
“참, 웃기는 거 있죠. 몸 파는 건 또 싫은 거예요. 그러다 우연히 광고를 봤죠.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어요.”
“…….”
“다행히 사기는 아니더라고요. 근데 생각보다 남는 게 없네요. 소개비도 줬고 서류 위조 비용도 줬어요.”
“계속 이런 식이면 김 사장한테 연락할 거야.”
“뭐, 상관없어요.”
퇴원하면 그만이라는 함의.
어깨를 으쓱거리며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는 하유미는 괴물처럼 보였다.
아니 어쩌면 괴물이 아닐지도 몰랐다.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허용치 않는 사회가 문제일지도 몰랐다.
* * *
최재성은 뒷걸음질 쳤다.
뒤로.
또 뒤로.
계속 물러섰다.
그러다 벽에 기대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니, 정신을 차렸다는 말은 틀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했다고 해야 맞았다.
온갖 감정이 휘몰아친다.
분노, 두려움, 놀라움.
그리고 경악.
구부 관계도 아니고 가짜 며느리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일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당장 지하철 화장실만 가도 볼 수 있지 않던가.
[장기매매!] [간 삽니다!] [장기매매 상담]누구도 연락하지 않을 거 같은 명함.
하지만 소변기와 대변기 틈에 숱하게 꽂혀 있다는 건, 찾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었다.
‘어떻게 하지…….’
최재성은 우두커니 계속 서 있었다.
콜폰이 울리는 것도.
삐삐가 울리는 것도 전부 무시했다.
당장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그럴 수밖에.
허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최재성은 진혁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휴게실에서 한참 촬영 중인 진혁을 볼 수 있었다.
“도너(기증자)가 부족한 이유는 뭘까요?”
“일반인들의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죠.”
“장기 기증 서약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말씀이시군요.”
“홍보가 부족한 점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유교 문화도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담은 딱딱했고.
형식적이었다.
그때, 이남춘 교수의 말에 잠깐 숨을 고른 진혁이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게 들렸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
“아, 아닙니다.”
진혁이 손사래를 치자 최재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책이 있다는 건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헛기침과 함께 이남춘의 목소리가 울렸다.
“크음. 큼. 기증자와 그 가족에 대한 배려도 부족합니다. 마땅히 해야 할 예우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죠.”
“장기 적출이 끝난 뒤에 시신 처리를 가족한테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경우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뭐, 그뿐이 아니지요.”
대담은 한참 계속됐다.
국가 기관과 법률의 부재.
장기 이식을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나는 이들까지.
마음이 급했지만 한참 기다려야 했다.
* * *
또다시 사고를 칠 뻔했다.
이현아가 써 준 큐시트만 읽는다는 생각에 나선 일.
허나 한국 사회에 경종을 일으켰던 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서둘러 말을 수습해야 했다.
대담이 끝났다는 생각에 큐시트를 내려놓은 진혁에게 이남춘이 물었다.
“의술을 왜 인술(仁術)이라고 할까요?”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인술을 펼쳐야 하는 의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직업윤리를 생각하며 행동해야 합니다.”
“정답입니다만 윤리의식을 발휘한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끝나야 했지만, 계속되는 딱딱한 대담.
인턴다운 대답을 계속했지만 진혁은 의아해했다.
그런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남춘의 시선이 카메라를 향했다.
“55세 남환, 22세 남환이 있습니다.”
“…….”
“둘 다 폐 이식을 받지 않으면 일주일 내로 사망합니다. 그런데 한 명만 이식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누구한테 폐를 줘야 할까요?”
여명(餘命, 앞으로 남은 목숨)을 생각한다면 아직 22살 남환에게 줘야 할 일.
애초에 진혁의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는 듯이 이남춘이 말을 이어 갔다.
“누군가는 말할 겁니다. 한창나이인 청년한테 폐를 이식해야 한다고요.”
“…….”
“하지만 그는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범죄자입니다.”
“……!”
“반면 55세 남자 환자는 천만 불 수출 탑을 수상한 CEO죠. 자, 다시 묻겠습니다. 누구한테 폐를 이식해야 할까요.”
정답이 없는 문제를 논하는 이남춘.
우선순위를 따지면 끝도 한도 없다는 걸 알기에 진혁은 맞장구만 쳤다.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문제 같습니다.”
“맞습니다. 누군간 선착순으로 해야 한다고 말할 겁니다. 공평하게 하자는 거죠.”
“…….”
“85세 여자 환자한테 이식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지요. 그다음 순번은 당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22세 여환입니다. 누구한테 장기를 이식해야 할까요?”
“선착순 또한 정답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간 이식의 대가라는 이남춘은 말하고 있었다.
다들 힘들고 어렵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이를 위해 법률도 제정하고.
컨트롤 타워도 만들어야 하며.
장기 이식 원정을 떠나는 이들이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마저 포기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 * *
수술이 있다며 떠난 이남춘.
진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가 바란 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2년 후인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장기 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KONOS(장기이식관리센터) 또한 설립된다.
국가 기관에서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장기기증자는 급감한다.
뇌사자의 장기 이식도 줄었지만, 생체 장기 이식 횟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야 뻔했다.
암암리에 있었던 ‘대가’를 기반으로 한 장기 이식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결국,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진혁 그 자신도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였고.
씁쓸하기만 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하자 이현아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고 있어요?”
“잠깐 생각 좀 하느라고요.”
“정 PD가 준비하는 프로그램 있잖아요. 2주 뒤에 나갈 거예요.”
“반향이 있으면 좋겠네요.”
“뭐, 그래도 공영방송인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봐야죠.”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진혁은 고개만 주억거렸다.
곧, 촬영 현장을 점검한다며 이현아가 자리를 비우자 최재성이 그를 찾았다.
* * *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됐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 자신의 신분은 인턴.
바로 수술방에 들어가야 했고.
아직 어버버거리는 최재성을 단속해 그 또한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그날 밤.
인턴 휴게실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당직실에서 잠을 자겠다던 장혁준마저 표정을 구겼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요.”
“고민 중이에요.”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잖아요. 일단 위에 보고는 해야 할 거 같은데요.”
“그럼 윤영철 환자는 죽겠죠.”
“하…….”
장혁준이 제 가슴을 쳤다.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당장 수술받지 않으면 윤영철이 죽는다는 걸.
한참 정신없이 서성거리던 장혁준이 말했다.
“근데 성욱 선배도 대충은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모를 거예요.”
“살짝 말은 해 봤다면서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눈치였어요.”
그 말을 끝으로 진혁이 다시 말을 삼켰다.
사실 그 자신의 행동이 모순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어 정성욱을 찾아 고했다.
한데 지금은 망설이고 있었다.
어째서?
왜?
그 이유는 정확히 몰랐다.
뭐, 어쩌면 이남춘과 대담을 나눈 뒤라서 그런걸지도 몰랐다.
쓰게 웃은 진혁이 말했다.
“생명의 무게는 재단할 수 없다.”
“또 무슨 노땅 같은 소리예요.”
“그 자격이 되는 사람은 누굴까요?”
“으으. 2호 동지! 2호 동지라도 정신을 차려요!”
“뭐, 그냥 그렇다고요. 일단 정리 좀 해 보죠.”
자리에서 일어난 진혁이 공책을 가져와 펼쳤다.
그러고선 펜으로 그간 알게 된 전말을 적기 시작했다.
1. 윤영철과 하유미는 구부 관계가 아니다.
2. 지금 그들은 ‘대가’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
3. 그럼 모든 서류는 위조된 것인가?
4. 윤영철을 살릴 방법은 없을까?
3번과 4번.
진혁이 계속 동그라미를 쳤다.
그 함의를 깨달은 장혁준이 말했다.
“신분증만 위조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하지 않았으면 가족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고요!”
“전부 위조했을 수도 있죠. 가족이 있으면 검사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진혁의 말에 장혁준이 머리가 복잡한 듯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때 최재성이 말했다.
“근,데.”
“……?”
“사,이,가 나쁠, 수,도 있,으,니,까. 혹, 혹시 모,르,지,, 않,을까,요.”
“……!”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족 관계가 안 좋은 이들이 많았기에 하는 말.
이대로 고민만 해서는 답이 없다는 걸 깨달은 진혁이 말했다.
“내일 코디테이터 선생님을 만나 볼게요.”
“만나서 어떻게 하게요?”
“서류부터 확인해 봐야죠.”
그 말을 끝으로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한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 했다.
* * *
다음 날 저녁.
점심에 짬을 내 코디네이터를 찾아가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스크럽을 서느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10시간 넘게 서 있던 진혁이 지친 표정을 하자 정성욱이 다가와 말했다.
“웃긴 게 말이야. 집도의는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지루할 틈이 없어.”
“…….”
“근데 스크럽을 서는 사람은 그게 아니라고. 진짜 졸려 죽겠다니까.”
“뭐, 어쩔 수 없죠.”
“그런 의미에서 30분만 쉬다 와.”
“아닙니다.”
“내가 커버 칠 테니까 잠깐 다녀와.”
대신 수술실에 들어가 줄 것도 아니건만 웃으며 권유하는 정성욱.
못 이기는 척 진혁이 움직였다.
“윤영철 씨 서류를 보고 싶으시다고요.”
“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번에 이남춘 교수님과 장기 이식에 대한 대담을 찍었는데요,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코디네이터를 만난 진혁이 한참 말을 둘러댔다.
그렇지 않으면 서류를 보여 줄 거 같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곧.
진실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