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58)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58화(158/388)
158화. 이상한 며느리 (9)
⊥ 모양으로 절개선이 그려진 상황.
메스를 쥔 이남춘의 손이 움직였다.
늑골과 평행이 되게 복벽을 절개한 다음 세로로 짧게 그었다.
사실 역 L자 모양으로 개복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며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량 출혈이 예상됐기에, 시야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계속 손을 놀리는 이남춘.
때로는 날카로운 블레이드 날이.
때로는 전기소작기가 오갔다.
피부, 피하지방, 근막, 근육, 복막으로 이뤄진 복벽을 하나씩 걷어 내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수술 도구를 건네기도 하고 지혈을 하기도 했다.
그뿐이랴.
복벽이 열리자 리트렉터를 걸고 당기기까지 했다.
그렇게 시야 확보를 위한 고정 작업마저 끝나자, 이남춘이 고개를 들었다.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 해. 일단 배액관부터 달아.”
“네.”
짧은 대답과 함께 진혁이 움직였다.
세컨 어시가 할 일이었지만, 직접 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수류탄처럼 생긴 배액병을 달고.
라인을 빼내 윤영철의 복부에 거치한다.
음압으로 핏물을 빼내기 위함이다.
그렇게 J-P 배액관의 거치가 끝나자 이남춘의 시선이 환부를 향했다.
간 경화로 딱딱하게 굳은 간.
검붉게 변색했을 뿐만 아니라, 형질까지 변한 게 한눈에 보였다.
제대로 기능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죽은 장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왼쪽부터 갈 거야.”
“네.”
짧은 대답과 함께 진혁이 손을 놀렸다.
좌간을 아래로 견인해 시야 확보를 돕는 것이다.
그러자 이남춘이 움직였다.
스으윽.
사아악.
물 흐르듯 부드럽게 손을 놀리는 이남춘.
좌관상간막과 삼각간막이 순식간에 박리되며 출혈이 발생했지만, 세컨 어시의 손놀림도 재빨랐다.
따로 배액관을 설치했지만, 석션으로 핏물을 빼내 시야 확보를 도왔다.
그렇게 박리가 끝나자 이남춘의 시선이 마취과 의사를 향했다.
“바이탈은?”
“아직 안정적입니다. 혹시 모르니까 칼슘 클로라이드(Calcium chloride) 슈팅하겠습니다.”
“그러지.”
살짝 고개를 끄덕인 이남춘이 다시 움직였다.
빠르게 소망을 절개하며 좌간의 유동화 작업이 마무리되자, 진혁의 손이 우간을 향했다.
우관상상간막.
삼각간막.
간식막간을 박리해야 하는 상황.
곧, 엎치락 뒤치락거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진혁이 먼저 움직이면 이남춘이 따라와 환부를 갈랐다.
사실 누가 먼저라고 할 게 없었다.
때로는 한발 먼저.
때로는 동시에 움직였다.
외부에서 볼 때는 순서를 전부 기억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사실 진혁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간 쌓아 왔던 내공.
그리고 급하게 욱여넣은 지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놀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무장막 구역까지 박리가 끝나자, 하대정맥의 우측 벽이 노출됐다.
숨돌릴 틈도 없이 진혁이 물었다.
“담낭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출혈이 심할 수도 있어. 2차 수술로 진행할 거야.”
“알겠습니다.”
담낭관과 담낭 동맥은 후일 건드리겠다는 말.
합병증이 예상됐지만 안전한 수술을 선호하는 이남춘다웠다.
사실 이 또한 정답이 없는 문제였다.
위험을 감수하고 한 번에 끝내느냐.
안전하지만 여러 번 수술을 하느냐.
의사마다 성향도 달랐고.
개별적인 판단도 엇갈렸기 때문에, 장기 이식의 우선순위처럼 정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어느새 클램프로 담관과 연결된 혈관을 결찰한 진혁이 잠시 손을 멈췄다.
이젠 우간의 유동화 작업마저 끝났기 때문이다.
‘이제 간동맥을 박리할 차례인가.’
아니나 다를까.
이남춘이 간동맥을 부여잡았다.
혈류의 주행 흐름을 파악한 이남춘이 특정 부위를 연달아 짚기 시작했다.
좌간동맥의 분지가 시작되는 지점과 끝.
우간동맥은 손가락 마디를 남기고.
중간동맥은 끝과 끝을 짚는다.
진혁이 그가 짚는 부위를 빠르게 겸자했다.
혈류를 차단하는 클램프로 인해 손을 놀릴 공간이 부족했지만, 이남춘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놀렸다.
간동맥이 차례대로 어블되자, 세컨 어시로 들어온 펠로우가 헤파린을 주입했다.
혈액이 응고되면서 혈전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하는 예방적 행동이었다.
그렇게 간동맥에 대한 처치를 끝낸 이남춘의 시선이 간문부로 향했다.
위장관에서 흡수한 영양 성분을 간으로 운반하는 주요 통로인 간문맥.
장과 연결된 혈관을 나무 기둥이라고 한다면, 그 가지가 좌간과 우간을 향해 나뉘어 있었다.
이남춘이 고개를 들어 진혁을 바라봤다.
“어디를 결찰해야 할 거 같나?”
“일단 좌간문맥은 제외해야 할 거 같습니다.”
“왜지? 장 울혈이 걱정돼서?”
“그것도 그렇지만 측부혈관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답이야. 일단 박리까지 진행해 봐.”
“……!”
“어서!”
“예.”
수술을 지켜보는 이들을 의식한 지시.
놀란 표정을 지운 진혁이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우간문맥을 결찰했다.
그러고선 간문맥을 박리했다.
진짜 하유미의 간과 나중에 연결해야 했기에,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끝냈다.
Vessel loop을 걸어 고정 작업까지 마친 것이다.
* * *
그 시각.
컨퍼런스룸은 사람들로 그득했다.
간 이식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은 많지 않았지만, 꽤 많은 교수가 아신 병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실 학계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이런 일로 모이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이럴 시간에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피고 수술하는 게 본연의 일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했고,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생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궁금해했다.
그 능력이 진짜인지.
진짜 한번 보면 다 따라 할 수 있는지 너무도 알고 싶어 했다.
해서 아신 병원을 찾았고.
다들 스크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고 있을 때 노인혜 교수가 입을 열었다.
“허허, 손놀림은 진짜배기군요. 타고난 거 같습니다.”
“노 교수님마저 그런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후천적인 노력을 강조하시지 않았습니까.”
천재는 존재할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을 알기에 하는 말.
노인혜가 쓰게 웃었다.
“그야 그렇지요. 그래도 억지로 깎아내려서야 되겠습니까.”
“허허.”
“뭐,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노인혜가 고개를 흔들며 턱을 쓰다듬었다.
손놀림에 망설임이 없었고.
너무도 숙련돼 보였으며.
완벽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게 시작이었을까.
저마다 느낀 바를 얘기하기 시작하자, 삼선 병원에서 온 김덕출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겠습니까. 하는 꼴을 보아하니 준비를 꽤 한 거 같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없지 않았습니까.”
“미리 연습한 게 분명합니다. 고작 3일 만에 저렇게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
김덕출의 지적에 대꾸하는 이는 없었다.
언론 보도가 터진 뒤 곧바로 잡힌 라이브 수술.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으니,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진짜 천재거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자 머리카락이 희끗거리는 교수가 말했다.
“자자, 지켜들 봅시다.”
“허허, 저희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었나 봅니다. 기자들한테 뭐라도 말해 주려면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원로교수의 말에 동조하며, 컨퍼런스룸이 묘한 침묵에 빠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간정맥을 처치하려는 모습이 보이자 김덕출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좌간정맥을 결찰하는지를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순서만 달달 외웠다면 티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요.”
짧은 대답.
호응이 없다시피 했지만, 김덕출은 기대를 품고 스크린을 바라봤다.
좌간문맥을 결찰하지 않았는데, 좌간정맥을 클램프로 잡는다면 바로 지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크린 속 이진혁이 우간정맥만 결찰하는 게 보였다.
이남춘의 지시가 없었는데도 절로 움직인 손.
순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와 동시에 이남춘이 우간정맥을 절제하자, 김덕출이 얼굴을 구겼다.
* * *
스크린 속 의료진의 움직임은 계속됐다.
간동맥에서 시작해 간문맥.
그리고 간정맥까지 작업을 끝냈지만, 갈 길이 먼 것이다.
곧, 이진혁이 간을 좌측으로 움직이자 이남춘이 하대정맥을 분리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메라에 핏물이 튀겼다.
피범벅이 된 스크린.
강한 분출력에 의해 핏물이 튄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다들 웅성거렸다.
그때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BP(혈압) 떨어집니다!”
“혈액 풀드립해!”
“네!”
“뭐 해! 석션하지 않고!”
“넷!”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와 석션기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릴 때.
또다시 마취과 의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에피 3mg 슈팅합니다!! 서 간호사님!”
“넷! 앗! BP 87/57. 점점 떨어집니다!”
“곧 잡을 수 있어! 뭐 해! 살라인 들이부어! 안 보이잖아!”
계속해 목소리만 들리는 상황.
다들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궁금해 죽겠는데 화면이 보이지 않으니 복장이 터져 죽을 판이었다.
“하대정맥을 어블할 때 결찰을 제대로 했는데 말입니다. 응고 장애로 문제가 생긴 걸까요.”
“허허, 응고 장애로 출혈 경향성이 높아졌다고 하기엔 시간이 이릅니다.”
“간문맥 절단 후에 혈전을 제거할 때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문맥 벽이 뒤늦게 찢어질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그럼 실수가 있다는 말인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토론하는 것도 잠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블리딩부터 잡아야 합니다! 69/51로 떨어집니다!”
“혈액 팩은!?”
“충분합니다!”
“계속 밀어 넣어!”
“넷!!”
또다시 다급히 움직이는 소리와 띠띠거리는 페이션트 모니터의 소음만 울리자, 다들 침을 꼴깍 삼키며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수술실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간문맥과 좌간문맥.
우간동맥과 좌간동맥까지.
이미 어블하고 결찰한 부위를 다시 살폈다.
하지만 출혈점은 찾을 수 없었다.
시야 확보를 위해 석션을 하고 무식하게 생리식염수를 들이부었지만.
대량 출혈이 발생한 상황.
윤영철의 복부 안쪽은 핏물로 그득해졌다가 투명하게 변하길 반복했다.
하지만 다들 한 가닥 하는 수술진들.
그 나름대로 수술실에서 구른 짬밥이 있던지라 펠로우들도 눈을 부릅떴고.
응급 수술을 밥 먹듯이 했던 진혁 또한 빠르게 손을 놀렸다.
채 3분이 지나기 전에 찾은 출혈점.
우측 무장막 구역 아래.
횡경막 동맥이 노출돼 있었고.
노쇠화된 동맥이 혈류 차단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나간 게 그 원인이었다.
“4-0 프롤렌(Prolen, 나일론과 다른 재질의 봉합사).”
“여깄습니다.”
곧, 이남춘이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면서 입은 쉬지 않았다.
“이럴 때 보비로 잡으려고 하면 안 돼. 왜 그렇지?”
“뒤늦게 블리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답이야.”
분위기를 풀기 위한 대화.
이남춘은 그 후에도 여러 문제를 냈고.
간 이식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기에 빠르게 대답하는 진혁이었다.
곧, 출혈점을 잡자 마취과 의사가 말했다.
“BP 다시 올라옵니다.”
“혹시 모르니까 바이탈 올라오는 거 보고 진행하지.”
“네.”
이남춘이 손을 내려놓자, 간호사가 거즈로 그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진혁과 다른 펠로우들 또한 손을 내리며 딱딱하게 굳은 몸을 풀기 시작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곧, 시간을 확인한 이남춘이 입을 열었다.
“14번 방은 어떻게 됐나.”
“10분 안쪽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그래? 생각보다 차이가 없군. 지금까지 잘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이남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하는 말.
진혁이 사의를 표하자 그의 눈매가 보름달처럼 휘었다.
환자를 대하는 에티튜드며 실력까지.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고 여겼다.
곧, 바이탈이 올라오자 이남춘이 포셉을 집어 들었다.
하유미의 수술이 끝나길 기다려야 했지만, 미리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정맥과 간문맥은 이 선생이 맡지.”
“예, 교수님.”
이남춘의 지시에 진혁의 손이 움직였다.
우간정맥과 좌간정맥의 개구부 주변을 정리한다.
그뿐이랴.
간문맥도 주변 조직을 정리하고.
췌장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작은 분지 혈관들도 마무리 지었다.
그사이 이남춘은 간동맥의 개구부를 정리하고.
펠로우들은 클램프를 열어 혈전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체크했다.
그렇게 하유미의 간을 이식할 준비를 전부 끝냈을 때.
갑자기 벨 소리가 울리자 다들 안색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