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59)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59화(159/388)
159화. 이상한 며느리 (10)
전화를 끊은 간호사는 곤혹스러워했다.
“BP 83/58! 세츄레이션도 87%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뭐! 10분이면 된다며!”
“그게…….”
“하!”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간호사가 말을 잇지 못하자, 이남춘이 혀를 찼다.
시간을 맞춰야 했거늘.
한쪽에 문제가 생겼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다시 연결해!”
“넷!”
곧, 간호사가 이남춘의 귀에 수화기를 가져다 댔다.
마음이 급한 이남춘이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야! Hanging maneuver(현수기법, 고무줄을 이용해 간을 견인하는 방식)로 어블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잘되고 있다며!”
[마무리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이탈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게…….]“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빨리 말해!”
하유미를 집도하던 허인택이 말꼬리를 흐리자, 이남춘이 답답해했다.
노티는 간결하게 하는 게 원칙.
조교수나 돼놓고 이를 모르진 않을 테니, 라이브 수술을 의식하는 게 분명했다.
“이봐, 허인택이! 똑바로 말 안 해!”
[죄송합니다. 라이트 다이어프램(Diaphragm, 횡경막)이 부어올라 뉴모쏘락스(기흉)로 판단하고 흉관을 삽관했습니다. 삽관 즉시 500mL의 삼출액이 배액 됐습니다.]“뭐? 근데 왜 노티 안 했어!”
[Pleural effusion(흉수, 늑막삼출액)이랑 블리딩이 섞여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수술을 강행했다는 말.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쉬운 일이었다.
어찌 됐든 결과가 안 좋으니까.
[삼출액은 지금까지 2L 배출됐습니다.]“혈액은?”
[FFP(신선 냉동 혈장) 10팩, pack RBC(농축 적혈구) 6팩, 혈장제제 5팩 들어갔습니다. 1분 전에 CS에 컨설트 했습니다.]“일단 끊어!”
간호사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이남춘이 굳은 얼굴로 윤영철을 바라봤다.
마무리 단계인 건 분명했다.
하지만 잘 유지되던 바이탈이 흔들리는 상황.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됐다.
사실, 이식할 간이 오지 않는 이상,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다면 선택지 또한 제한적이었다.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하유미를 수술하는 옆방에 들러 돕거나.
결국, 이남춘이 스텝들을 아울렀다.
“바이탈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예, 교수님.”
“허태건이 따라와.”
“네!”
이남춘이 펠로우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 * *
띠띠. 띠띠.
띠띠. 띠띠.
페이션트 모니터의 신호음만 그득한 수술실.
대화를 나누는 이는 없었다.
개복한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윤영철 앞에서 웃고 떠들 수도 없으니, 이남춘 교수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침묵이 맴도는 가운데.
진혁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뉴모쏘락스(Pneumothorax, 기흉)로 판단해서 흉관을 삽관했다고? 폐는 깨끗했는데…….’
하유미가 검사하는 걸 지켜본 상황.
그녀의 상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기흉 증상이 있었다면 그 자신이 놓쳤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수술 전 찍었던 Chest PA 또한 깨끗하지 않았던가.
한데, 갑자기 횡경막이 부풀어 오르고 삼출액이 배액됐다니.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일이었다.
‘우간 절제술에 따른 합병증도 아닌데, 흐음.’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는 진혁의 뇌리에 여러 질환이 스쳐 지나간다.
과다출혈.
감염에 따른 위 괴사와 폐혈증.
심근경색.
십이지장 궤양.
담도 관련 합병증까지.
우간 절제술을 받은 하유미가 겪을만한 합병증은 많았지만, 작금의 사태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다면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
삼출액이 2L나 나왔다는 건 내부 출혈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기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오른다.
“가이드 와이어 때문에 천공이 생겼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하유미의 상태를 직접 보지 않은 진혁이 임프레션(추정 진단)을 했으니, 이상하게 느껴진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써드로 들어온 펠로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아닙니다.”
“왜 뭔데.”
“…….”
“뭐냐니까.”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
대답할 때까지 추궁할 것 같자 진혁이 입을 열었다.
틀릴 수도 있었지만 상관없다고 여겼다.
“발생기전이라고 할 만한 게 가이드 와이어밖에 없어서 그냥 짐작해 봤습니다.
“가이드 와이어는 말 그대로 유도선인데, 이거 때문에 천공될 확률은 거의 없잖아.”
“뭐, 중간에 꼬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때려 맞히는 거 아니야?”
근거가 미비했기에 하는 말.
CS와 관련된 질환은 그만의 감이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진혁이 말을 돌렸다.
“그냥 짐작했습니다.”
“흠.”
“아마 천공이 됐다면 상대정맥에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뭐, 일단 기다려 보자. 긴장했을 텐데 좀 쉬자고.”
“예.”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펠로우.
궁금해 죽겠다던 표정 또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에, 진혁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제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 * *
폐동맥 카테터.
폐모세혈관 쐐기압, 폐동맥압, 혼합정맥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어 모니터링을 위해 많이 쓴다.
심박출량까지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으니, 수술방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처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데, 고작 인턴 주제에 말하고 있었다.
폐동맥 카테터에 가이드 와이어를 삽입했을 때 상대정맥에 천공이 발생했을 거라고.
김덕출이 당장 혀를 찼다.
“말도 안 되는 소리!”
“…….”
“글러 먹었습니다. 글러 먹었어!”
“…….”
“인턴 주제에 저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별로예요, 별로. 직접 확인한 것도 아니고. 뭘 안다고 저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쯧쯧.”
김덕출이 연신 이진혁을 씹어 댔지만,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조용히 지켜보자고 했던 원로교수마저 입을 꾹 닫았다.
그만큼 황당했기 때문이다.
아직 CS를 겪어 보지도 못한 인턴이 저런 소리를 하다니.
대체 뭘 안다고 떠든단 말인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다른 교수들의 기색을 읽은 걸까.
삼선 병원 간담췌에서 온 김덕출은 작정하고 씹어 댔다.
“어린애 장난질에 놀아난 게 아니겠습니까.”
“으음…….”
“어떻습니까. 전 환상이 깨지는 느낌입니다. 괜한 장난질에 속아서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지 않으십니까.”
“허허.”
“웃으실 게 아닙니다. 아신 병원에서 스타 의사를 메이킹한다고 오버하는 걸 왜 도와줘야 하는 겁니까.”
김덕출은 연신 떠들어 댔다.
사감도 있었지만.
삼선 병원장한테 한마디를 듣고 왔기 때문이었다.
– 인턴한테 밀렸다고 말이 많습니다. 따끔하게 혼내 주시지요.
외과 춘계 학술대회 때 활약했다는 이유로 삼선 병원의 적이 된 이진혁.
김덕출의 선동질은 계속됐다.
상대정맥이 천공됐다고 특정 부위까지 얘기한 게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다.
그때 하유미의 수술방을 비추던 TV에 낯선 얼굴이 등장했다.
CS의 폐식도 파트에서 일하는 김준상이었다.
“교수님, Chest PA 상에 음영이 잡히는데 흉강경으로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금 바로 하자는 겐가?”
“바로 해야지요. 수혜자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어이, 거기. 빨리 세팅 좀 해.”
“넷!”
밖으로 달려가는 스텝.
그가 로젯에서 흉강경에 필요한 장비를 가져오자 김준상이 말하는 게 들렸다.
“카메라 좀 잡아 주십쇼.”
“이제 와서 측와위로 바꿀 순 없어.”
“이대로 할 겁니다.”
“잘 안 보일 텐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죠.”
쿨한 대답.
누군간 ‘무식한 놈’이라고 혀를 찰 테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 했다.
흉강경(흉강 내시경)을 위해 필요한 보조의도 없으면서 되레 소리치기까지 했다.
“뭐 해! 빨리 드랩(소독)하지 않고.”
“넷!”
곧, 소독이 끝나자 세 개의 구멍이 뚫리는 게 보였고.
컨퍼런스룸은 다시 조용해졌다.
* * *
흉곽 안쪽을 또다시 개복할 순 없는 상황.
내부 출혈이 분명했기에 내시경을 이용해야 했고.
김준상의 손놀림은 재빨랐다.
“카메라 더 앞으로 가 주세요.”
“이번엔 옆으로 가 주십쇼.”
“아, 안 보입니다.”
카메라 손잡이를 쥔 사람이 조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지시하는 김준상.
환자부터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그득해 보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블리딩 포커스(출혈점)가 확인되자, 김준상이 허탈한 듯 물었다.
“가이드 와이어를 너무 무리하게 집어넣으신 거 아닙니까? 상대정맥이 천공됐습니다.”
“잘 안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쇄골하 정맥에 거치해둔 중심 정맥 카테터랑 내경정맥에 거치한 카테터가 걸렸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흠.”
“그래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데…….”
대답하는 의사의 목소리엔 떨떠름함이 가득 차 있었다.
드물지만 발생할 수도 있는 일.
하필 그 대상이 자신이 됐다.
하지만 환자가 죽은 것도 아니고 처치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그득한 김준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재수가 없었네요. 일단 블리딩 포커스(출혈점)부터 잡겠습니다.”
빠르게 장비를 놀리는 김준상.
출혈은 금세 잡혔다.
곧, 흉강경 장비를 다시 빼내는 작업이 시작됐다.
그사이 BP가 올라오고.
세츄레이션 또한 정상 수치를 찾아가자, 이남춘이 말했다.
“빨리 마무리하지.”
“넷!”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
하유미의 우간은 바로 적출됐다.
혈색부터 건강해 보이는 오른쪽 간.
당장 HTK 보존 용액으로 관류해 보존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바로 옆방에서 윤영철이 대기 중이었지만, 보관 원칙만은 철저히 지키는 이들이었다.
곧, 여러 목소리가 엉켰다.
“프로타민(Protamine sulfate, 헤파린 중화제) 0.7mg 투약합니다.”
“문합 시작하겠습니다.”
* * *
그 시각, 컨퍼런스룸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진혁의 임프레션이 정확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가이드 와이어의 철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며 꺾였고.
철심 부위가 상대정맥에 구멍을 낸 게 맞았다.
한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맞혔다는 건 알겠는데 그 이유를 몰랐다.
흉부외과 전공도 아닌데 어떻게 알았을까.
보지도 않고 맞히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번 보면 다 따라 할 수 있다는 능력과 무관하게 관록과 경험이 없다면 할 수 없던 임프레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허허, 천재가 맞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괜한 의심을 했어요. 허허.”
“오 원장님이 그럴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스타 의사 메이킹을 하기엔 아쉬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빅5입니다. 빅5.”
교수들의 태세 전환은 재빨랐다.
이미 제 눈으로 직접 본 상황.
더 이상 따지고 들고 싶지 않았다.
다시 담소를 나누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턱을 쓰다듬거나 의견을 교환하는 이들.
그들 사이에서 침묵하는 이가 있었다.
그건 바로 김덕출이었다.
“대체 어떻게…….”
김덕출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제대로 안 나왔다.
무슨 이런 괴이한 일이 다 있단 말인가.
기자들이 물어볼 때 당당하게 ‘이진혁은 거짓말쟁이’라고 말할 생각이었던 그는 머리까지 아파 왔다.
사실과 반대되는 인터뷰를 하자니, 같이 있던 교수들의 시선이 걸렸고.
솔직히 말하자니 삼선 병원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그가 짙은 침음성을 토해 냈다.
“끄으으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