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60)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60화(160/388)
160화. 이상한 며느리 (11)
스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남춘의 뒤를 따라 들어온 간호사와 트레이만 봐도 긴박한 상황이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집도의의 자리에선 이남춘이 말했다.
“가이드 와이어 때문에 상대정맥이 천공됐어.”
“네?”
“왜 그렇게 놀라?”
“아, 아닙니다.”
남아 있던 스텝들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이남춘이 의아해했다.
하지만 다들 말을 아꼈다.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그렇지 않은가.
인턴이 가 보지도 않고 발생 기전을 맞혔다고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말을 아낀 건 진혁도 마찬가지.
이남춘의 시선이 마취과 의사를 향했다.
“바이탈은?”
“폐동맥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래?”
“네, 28mmHg로 높아졌습니다. 프로스타글라딘(Prostaglandin E1, 혈관확장제 중 하나) 슈팅한 상태입니다.”
“계속 팔로업해.”
“네.”
마취과 의사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이남춘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어. 우간정맥부터 가지.”
“플러싱(Flushing)부터 하겠습니다.”
“서둘러.”
“넵.”
진혁의 대답에 간호사가 노멀살라인(생리식염수)이 담긴 시린지(주사기)를 건넸다.
그와 동시에 플러싱이 시작했다.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혈전.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찌꺼기 등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행위였다.
진혁이 움직일 동안 써드로 들어온 펠로우도 가만있지 않았다.
얼음이 묻은 거즈를 복부에 거치했다.
신진대사를 늦추고.
온허혈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곧, 플러싱을 끝낸 진혁이 손을 내밀었다.
“스틴스키(Satinsky vascular clamp) 주세요.”
갈고리 모양으로 끝이 굽은 클램프를 건네는 간호사.
이를 이용해 우간정맥을 결찰했다.
기존에 거치돼 있던 클램프는 제거하고.
문합을 위해 좀 더 하방에 결찰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곧 세컨 어시로 들어온 펠로우도 움직였다.
그가 얼음이 묻은 거즈 위에 이식할 간을 올리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윤영철의 간이 검붉었다면, 하유미의 우간은 핏빛이었고 그 크기는 절반도 채 안 됐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크기가 같을 수 없었다.
* * *
우간정맥의 문합은 진혁이 맡았다.
수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안 이남춘의 배려였다.
“어떨 거 같나?”
“혈관 성형 없이 진행해도 될 거 같습니다.”
“그럼 진행해.”
“5-0 Prolene 주세요.”
“여깄습니다.”
곧, 스크럽을 서는 이들이 개구부의 위치를 맞췄다.
⊃⊂ 모양으로 우간정맥의 개구부가 서로 맞닿자 진혁의 손이 움직였다.
한 땀, 한 땀.
빠르고 정확하게 수처한다.
포셉과 니들홀더가 허공에서 교차한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봉합사를 다루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진혁은 끄떡없어 보였다.
얼추 문합이 반 정도 끝나자, 진혁이 말했다.
“알부민 슈팅 부탁드립니다.”
“왜 이 시점에 슈팅하지?”
“문맥압을 조절하기 위해섭니다.”
“합병증을 예방하는 일이기도 하지.”
“예.”
진혁을 배려한 문답.
그러니까 연출이었다.
<이진요>라는 못된 놈들이 발목을 붙잡지 못하게 지켜보는 이들한테 이론적인 성취도 보여 주는 것이다.
곧, 차가운 알부민이 주입되고.
진혁도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클램프 제거해.”
“네, 재관류 시작합니다.”
정맥 환류(Venous return)가 회복됐다.
하지만.
“BP 떨어집니다. 100/80!”
“……!”
“98/75! 에피(에피네프린) 1mg 슈팅합니다!”
“바이탈 흔들리지 않게 꽉 잡아.”
“넷!”
환류가 시작되며 바이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재관류 시점에 늘상 일어나는 혈역학적 변화였지만, 다들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 *
한번 흔들린 바이탈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안 그래도 높이 치솟던 폐동맥압도 말썽을 일으켰다.
“폐동맥압 30mmHg! 폐동맥 쐐기압 16mmHg! 폐혈관저항 3WU(Wood Unit)! 폐동맥고혈압입니다!”
“과역동 상태야! 빨리 조치해!”
“서 간호사님! 볼리브리스(암브리센탄 성분이 포함된 약제,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주세요!”
“여깄습니다!”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도 슈팅합니다!”
“BP 89/63! 중심정맥압도 떨어집니다!!”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
“슈팅했습니다!”
“에피 3mg 추가하세요!”
“넷!”
빠르게 손을 놀리는 이들.
과역동 상태인 심장의 부하를 줄이려 애썼다.
이러다 우심실 부전까지 진행되면 일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흔들리는 바이탈을 잡기 위해 분투할 때.
진혁이 스리슬쩍 움직였다.
수액 조절기를 돌려 아예 닫아 버린 것이다.
빠르게 정주시키는 수액 또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행한 일.
그 손길이 너무 자연스러웠기에, 뭐라고 지적하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취과 의사가 소리쳤다.
“바이탈 다시 잡힙니다!”
“아직 아슬아슬해!”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짧은 기다림.
급전직하하던 BP도 다시 올라오고.
폐동맥압도 다시 내려가고 있었지만 다들 긴장된 얼굴로 페이션트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렇게 3분 정도 지나자, 마취과 의사가 고개를 돌렸다.
“다시 시작하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다시 가지!”
“넷!”
곧바로 재개된 수술.
믹스터 포셉으로 재관류했던 우간정맥을 결찰한 다음 부간정맥을 확인했다.
그러자 이남춘이 눈살을 찌푸렸다.
“Stump(절단면의 끝부분)가 너무 짧아. 안지오플라스티(Angioplasty, 혈관 성형술) 들어갈 거야.”
“간문맥도 직경이 너무 작습니다.”
“뭐, 하는 김에 다해야겠지.”
대답과 동시에 이남춘의 손이 움직였다.
부간정맥의 뒤쪽 벽에 세로로 한 번.
다시 가로로 한 번 긋는다.
이른바 횡 절개와 종 절개.
부간정맥의 Stump를 좀 더 타원형으로 만들기 위한 밑 작업이었다.
진혁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자리를 이탈해 윤영철의 하체로 다가갔다.
혈관 성형을 위해선 복재정맥(Saphenous vein)을 채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남춘이 이를 제지했다.
* * *
이대로 복재정맥의 채취까지 맡겨도 되는 걸까.
아니면 세컨 어시로 들어온 펠로우를 시켜야 하는 걸까.
일단 진혁을 제지했지만, 판단이 서질 않았다.
사실 이진혁이 아직 인턴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고민조차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그의 행태를 똑똑히 지켜봤다.
이진혁은 그야말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해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 한번 보면 다 따라 할 수 있다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지?
–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무게를 재단할 수 없기에 환자 한 명 한 명한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던 이진혁.
그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물론 말로만 그쳤다면 믿지 않았으리라.
허나 행동으로 증명했고.
그 마음이 기특해 이진혁을 도왔다.
그런 연유로 지금도 배려 아닌 배려를 하고 있었고.
하지만 복재정맥 채취까지 맡기는 건 선을 넘은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러다 이진혁이 문합했던 우간정맥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믿고 맡겼거늘.
뭘 망설인단 말인가.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펠로우까지 두 명이나 배치해 놓고.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타구니 쪽에서 채취해.”
“예, 김 간호사님 소노(Sonography, 초음파) 찍게 세팅 좀 부탁드려요.”
“네, 선생님.”
간호사가 초음파 기계의 전원을 켜는 동안, 이남춘이 다른 혈관들을 살피며 물었다.
“왜 초음파를 먼저 찍지?”
“하지정맥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역류 현상이 없는지도 확인해야겠지.”
“예.”
곧 초음파의 프로브를 손에 쥔 진혁이, 신중하게 손을 놀렸다.
그렇게 시작된 채취 작업은 금세 끝났다.
복재정맥을 채취한 다음 헤파린이 섞인 식염수로 내강을 씻어 내는 작업까지 마친 것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성형 작업이 시작됐다.
채취한 복재정맥과 부간정맥을 문합하고.
그 길이를 늘이며, 직경 또한 키우는 일이었다.
빠르게 끝난 부간정맥의 문합.
간문맥의 문합 또한 금세 끝났다.
“혈관 클램프 풀어.”
“재관류합니다.”
“바이탈 체크해.”
“넷!”
다시 모든 이들의 시선이 페이션트 모니터로 향했다.
또다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찮은 거 같은데?”
“아슬아슬합니다.”
“계속해도 되겠나?”
“네.”
마취과 의사의 대답에 이남춘의 고개가 진혁을 향했다.
“블리딩부터 잡아.”
간동맥에서 발생한 출혈을 잡으라는 지시.
빠르게 손을 놀리는 진혁을 두고 이남춘이 물었다.
“재관류를 왜 중간중간마다 하는지 아나?”
“혈전 형성 여부와 혈류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조금 전에 간동맥에서 블리딩이 발생한 건?”
“아직 문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잘 아는군. 뭐 해. 이리게이션도 해.”
“넷.”
동시에 많은 이들이 움직였다.
누군가는 생리식염수를 부었고.
누군가는 석션한 뒤 초음파를 찍었다.
간문맥과 간정맥의 혈류 흐름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 * *
간동맥을 문합하고.
복부를 닫는 것으로 수술은 끝났다.
총 11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간 이식 수술 경험이 없었던 이진혁이 퍼스트 어시로 들어왔다는 걸 고려한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나자 컨퍼런스룸에 있던 교수들은 지하 강당으로 향했다.
곧, 그들이 임시 기자 회견장에 들어서자 난리가 났다.
“어떻게 됐습니까!”
“수술은 잘 끝났다고 들었는데요! 직접 보시기에 어떠셨습니까!”
“<이진요>에선 환자가 위험하다며 반대했습니다! 안전하게 잘 끝난 겁니까?”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기자들.
사회자가 만류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하지만 교수들 또한 노련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기자들을 응시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시장통 같던 장내가 조용해지자, 사회자가 짧게 브리핑을 했다.
수술 경과에 대한 브리핑이 끝나자, 교수들이 하나씩 답변하기 시작했다.
“글쎄요. 그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실이라고 여겨집니다만.”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성장 인자(Growth factor)를 주는 걸 꼽으라고 할 수 있겠군요.”
“성장 인자가 뭐냐고요? 재관류하는 걸 고려해 혈관을 문합할 때 매듭과 매듭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주는 걸 말합니다.”
“그 과정을 몰랐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여러 얘기를 하는 이들.
폐동맥압이 치솟았을 때 정주시키던 수액을 차단했던 걸 칭찬하는 이도 있었다.
곧, 기자가 물었다.
“김 교수님만 말씀이 없으신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삼선 병원을 대표해서 오신 게 아닙니까.”
“음, 그게…….”
김덕출은 말을 절었다.
그 모습에 하이에나처럼 변한 기자들이 달려들었다.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질문.
결국, 김덕출은 애매한 대답을 했다.
병원장의 질타와 다른 교수들의 의아한 시선 속에 그 나름대로 타협을 한 것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진요>의 뜻에 동조하시는 겁니까!?”
“잘 모르겠다고요!”
그 말을 끝으로 김덕출은 얼굴이 뻘게져 자리를 피했다.
비겁한 행동이었다.
* * *
다음 날 언론은 기사를 쏟아 냈다.
그 결과를 다들 궁금해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성공적으로 끝난 라이브 수술] [<이진요> 허황된 주장으로 밝혀져!] [한국 의료계의 미래는 밝다!] [이진혁! 인턴의 수준을 넘었다!]<이진요>를 타박하고 이진혁을 띄우는 기사.
덩달아 의혹을 제기했던 언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가 돌변해 이진혁을 찬양했다.
IMF 극복용 영웅 만들기.
초심을 되찾은 것이다.
물론 그 모습에 성질을 낸 이들은 여럿 있었다.
부원장인 부재일은 신문을 집어던졌고.
<이진요>의 주축 멤버였던 NS(신경외과) 소속 이상민은 분노했다.
그뿐이랴.
분원으로 쫓겨난 박태준과 오태상 또한 이를 갈았다.
알게 모르게 은원을 쌓았으니.
진혁을 좋아하는 이도 많았지만 적이라 할 만한 이들도 숱하게 많았다.
* * *
라이브 수술이 끝난 지도 만 하루가 지났지만, 쉴 틈이 없었다.
회복실로 옮긴 윤영철과 하유미를 계속 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수술이 끝난 이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스테이터스를 기록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좀 더 정성을 담았다.
CS 폐식도 파트에서 일하는 김준상은 ‘재수 없는 일’로 치부했지만, 자칫 큰일 날 뻔했다는 걸 아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도 이뤄졌다.
집도의는 보호자인 윤건우에게 사과했고.
윤건우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아신 병원도 위험을 무릅쓰고 윤영철을 수술해 줬다는 걸 알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며칠 후.
윤영철과 하유미는 무균실이라고 할 수 있는 102S 병동에 입원해 있었다.
사실 무균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맞은편에 위치한 102병동과 격리시켜 감염 위험을 차단했을 뿐이니까.
진혁이 차트를 확인하며 말했다.
“면역억제제는 계속 맞으셔야 하고. 흐음. 생각보다 예후는 좋습니다.”
“얼마나 더 입원해야 하는 겁니까?”
“아직 퇴원 오더가 나가려면 한참 남았습니다.”
“…….”
윤영철은 침묵했다.
퇴원 후 소환이 예정돼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쓰게 웃은 진혁이 물었다.
“고맙다는 말씀은 하셨죠?”
“…….”
“친자식도 간 이식을 망설이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며느님이 큰 결심을 하신 겁니다.”
“아이, 선생님도. 참. 너무 그러지 마세요.”
하유미가 부끄러운지 손사래를 쳤지만, 진혁은 계속해 그녀를 칭찬했다.
아직 윤영철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