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63)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63화(163/388)
163화. 할 수 없는 일 (2)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요. 잠시 와 주실 수 있으실까요. 101동 303호입니다.]내려와 달라는 말.
표정이 절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우성아파트의 왕진 의사처럼 이곳저곳에 불려 다닌 지 오래였지만, GS에서 근무한 뒤로는 퇴근을 제대로 못 한 상황.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지금은 조금 그렇습니다. 제가 술을 마셔서요.”
[죄송하지만 아이가 많이 아파서요. 한 달째 기침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한 달이나요?”
[네, 꽤 오래됐는데요. 아, 수아야! 가만 좀 있어 봐!]“……?”
[지금 통화 중이잖아! 진짜 왜 그러는 건데!]말을 하다 말고 투덕거리는 사내.
왜 의사를 부르냐는 목소리까지 들렸고.
갑자기 연결이 끊어졌다.
이에 진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가늠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음…….”
“왜? 누군데?”
“101동 303호인데요. 애가 아픈 거 같아요.”
“그래? 응급실에 가면 될 걸 뭐 하러 전화한대. 차 타고 가면 5분이면 되는데…….”
“갑자기 끊어져서 잘 모르겠어요. 부부싸움을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음…….”
진혁이 쓰게 웃으며 말꼬리를 흐리자, 어머니의 표정이 구겨졌다.
안 그래도 고생하고 있는 아들.
오프가 길었던 응급실 근무는 상관없었지만, 이건 아니라고 여겼다.
“여보, 땅이고 뭐고 차라리 이사 갈까 봐요.”
“이사?”
“이러다가 애 잡겠어요. 그놈의 외과에 간 뒤로는 퇴근도 못 하는데, 다른 사람들까지 난리잖아요.”
“크음. 큼.”
아버지는 말없이 헛기침을 터트렸다.
깜짝 놀랄 선물이 있다며 현수막을 걸자고 했던 건 그 자신.
의사들이 괜히 신분을 감추고 지내는 게 아니라는 걸 몰랐던 그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이다.
그때 진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땅이요? 갑자기 땅 얘기는 왜 나와요?”
“아, 아니다. 아니야.”
급하게 손사래를 치는 아버지와 어머니.
의아함도 잠시.
또다시 인터폰이 울리자 진혁이 움직였다.
곧.
[선생님, 꼭 좀 부탁드립니다. 와이프가 병원에 가는 걸 반대해서요.]“아…….”
[정말 죄송한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응급실에 가시는 건 어떨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술을 마신 상태입니다.”
[와이프랑 얘기해 봤는데요. 계속 반대해서요.]“음.”
침음성을 토해 낸 진혁이 나직이 혀를 찼다.
왕진을 요구하는 남편.
이를 거부하는 와이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 *
그 시각.
오수아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렇게 반대했건만.
남편인 안정호가 의사한테 전화했기 때문이다.
“우리 수현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했잖아. 근데 왜 의사를 부르는 건데!!”
“지금 열이 39도야, 39도. 이건 아니라고.”
“뭐가 아닌데!”
“옷부터 벗기고 병원에 가야 한다니까! 열이 이렇게 펄펄 끓는데, 하…….”
안정호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자, 오수아가 소리쳤다.
“오빠가 뭘 안다고 그래?!”
“…….”
“맨날 늦게 들어오고 회사에만 있으면서 뭘 안다고 그러냐고! 우리 수현이 아플 때마다 나 혼자 케어했어!”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한 달 동안 기침을 하는데 왜 병원에 안 간다는 거야!”
“내가 말했지! 항생제 먹으면 오히려 안 좋다고! 감기엔 약도 없다고 했어. 바이러스가 200종이 넘어서 약도 없다고!”
오수아는 그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을 읊기 시작했다.
감기를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너무 많다는 것.
해서 특정 바이러스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약물은 없다는 말도 했다.
거기에 더해.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자생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대체 그런 건 어디서 듣고 이러는 건데. 네가 의사도 아니잖아.”
“다 공부하고 말하는 거야. 항생제를 자주 먹는 건 오히려 면역 세포를 약하게 만드는 거라고 했어. 논문도 있다고.”
오수아는 또다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아토피가 심해 태어날 때부터 병원에 다녔고.
만으로 3년이 넘어간 순간 병원에 다니는 걸 포기했다.
처방받은 어떠한 약도 듣지 않았고 비싼 돈을 주고 산 로션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두고 다툼이 계속될 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 * *
이말자를 진찰하기 위해 샀던 왕진 가방을 들쳐멘 진혁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연 치유를 원하신다는 말씀이시죠?”
“네, 선생님, 늦은 시간에 죄송하게 됐습니다.”
“한 달 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고 하셨는데요. 그 정도면 자연 치유고 뭐고 당장 병원에 가야 합니다.”
“아뇨, 감기약이 없는 건 저도 알아요.”
“자연 치유를 원하신 거면 해열제도 안 먹이신 거 아닙니까?”
“네, 땀 좀 빼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정중하지만 단호한 거절.
오수아는 병원에 갈 마음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그 자신을 불렀던 남편 또한 민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와이프의 고집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는 얼굴이었다.
잠시 잠깐 고민하던 진혁의 고개가 안정호를 향했다.
“진찰만 하고 가겠습니다. 불안하셔서 부르신 거 아닙니까.”
“아……. 그럼 잠시…….”
“오빠!!”
“아니, 수아야. 이건 진짜 아니라고.”
“뭐가 아닌데!”
또다시 투덕거리는 젊은 부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혁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안아키.
이른바 약을 안 쓰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설파하던 그 카페와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아키가 활동한 건 2010년도 후반인데, 벌써?’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시기와 시점.
다 맞지 않았다.
잠시 의아해하던 진혁이 생각을 고쳐먹었다.
화상 입은 곳에 된장이나 간장을 바르고.
오소리 기름이나 소주를 들이붓는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
아직 안아키라는 단체는 없었지만, 생각과 행태가 유사한 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안방에 있던 아이가 울면서 걸어 나왔다.
“엄마…….”
“수현아!”
“엄마, 으아아아앙.”
울음을 토해 냈지만, 맥아리 없는 목소리.
창백한 얼굴.
갑자기 시작된 기침까지.
이건 문제가 아니었다.
6월 말임에도 두꺼운 점퍼를 입혀 놓은 걸 본 진혁이, 입을 떡 하니 벌렸다.
* * *
환자의 자기 결정권은 중요하다.
치료받고 싶다는 의사 표시.
그러니까 동의서에 사인해야만 수술할 수 있었고 필요한 처치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고작 6살 정도로 보이는 저 아이의 의사결정권은 누가 행사할까.
친권자인 부모에게 결정권이 있었다.
하지만.
“39도라고 하셨는데요. 당장 옷부터 벗기셔야 합니다!”
“선생님!”
“애 잡을 일 있습니까! 이건 아동 학대입니다!”
“아동 학대라뇨!!”
“아동 학대입니다!”
진혁이 무섭게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안정호가 움직이려고 했다.
허나, 현대 의학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오수아가 다시 남편을 말리며 실랑이가 시작됐다.
도무지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는 상황.
입술을 깨문 진혁이 그대로 문 안쪽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주거 침입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러다 초상을 치를 판.
자기 결정권이고 나발이고 당장 애부터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속된 고열은 뇌사로 이어질 수 있었으니까.
다짜고짜 밀고 들어온 진혁을 보며 오수아가 소리쳤지만, 남편인 안정호가 그녀를 붙잡았다.
어느새 왕진 가방을 열어젖힌 진혁이 체온기부터 꺼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진찰.
아이의 체온은 39.3도.
정상 체온인 37도를 아득히 벗어난 수치였다.
해열제도 먹이지 않았고.
땀복이나 다름없는 잠바를 입혀 놨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진혁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빠르게 손을 놀렸다.
먼저 잠바를 벗긴 뒤 티셔츠까지 벗겼다.
하지만 곰돌이 모양이 그려진 내복마저 보이자 입술이 파르르 떨려 왔다.
이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수현이라고 했지? 잠깐만.”
“으아아앙.”
“잠깐이면 돼.”
우는 아이를 달랠 틈도 없이 곧장 내복마저 벗겨 냈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온몸이 습진으로 가득했지만 이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잠깐 숨 소리 좀 들어 보려고 하는데, 괜찮지?”
“엄마!! 으아아앙!”
“잠깐이면 돼. 잠깐만.”
진혁이 청진판을 가져다 댔다.
앞에서 뒤로.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조금씩 내려오며 청진을 계속했다.
아직 어린아이.
피하조직과 근육도 별로 없었고 흉벽 또한 얇았기 때문에 소리는 명확하게 들렸다.
문제는.
‘Tachypnea(빈호흡)?’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왜?
어째서?
진혁의 머릿속이 휙휙 돌아갔다.
거친 숨소리.
아마도 염증이 그득해서 그런 것이리라.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에 따른 보상 작용으로 가쁘게 숨을 쉬는 게 분명했다.
진혁이 다시 청진기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이번엔 다른 소리가 들렸다.
1초, 3초, 5초, 7초.
간격을 두고 데굴데굴 거리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다.
낮은 수포음이었다.
거기에 더해 거친 가래음(Rhonchi)까지.
한 달째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아이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마치 COPD(만성폐쇄성 폐 질환) 환자 같지 않던가.
* * *
청진기를 집어넣은 진혁이 왕진 가방을 조용히 닫았다.
그러고는 남편인 안정호를 향해 물었다.
“아이가 원래 폐가 안 좋았습니까?”
“네?”
“70대 노인처럼 폐가 망가져 있습니다.”
“선생님, 아니에요. 우리 수현이 멀쩡해요. 제가 잘 알아요.”
오수아가 다시 끼어들었지만 진혁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는 상황.
설득할 시간이 없었다.
“당장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어 보고 CT도 찍어 봐야 합니다.”
“CT라니요! 방사선 노출은 몸에 안 좋아요!”
“큰 영향은 없습니다.”
“아뇨, 제가 잘 알아요.”
오수아가 고집을 부리자, 진혁의 뇌리에 어머니가 떠올랐다.
방사선 노출 위험성을 운운하며 끝내 CT 촬영을 거부했던 어머니.
결국,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수만 명의 회원을 자랑했던 안아키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진혁이 말을 돌렸다.
“가족력이 있으신 겁니까? 혹시 가족분 중에 폐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나요?”
“양가 어르신들 전부 건강하십니다.”
“그래요? 혹시 담배는 태우십니까?”
“아뇨, 와이프 때문에 진작 끊었습니다.”
가족력도 없고.
간접 흡연도 아니라는 말.
아무리 약을 안 썼다고는 하지만 감기가 너무 오래간 게 마음에 걸렸던 진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TV 아래 놓인 가습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진혁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벌떡 일어난 그가 가습기 앞에 선 채 물었다.
“가습기 살균제를 쓰시는 겁니까?”
“네, 그런데요.”
“한여름인데 왜 쓰시는 겁니까.”
“아, 사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입니다. 아토피 환자한텐 가습기가 필수거든요.”
“……!”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쓰는 건 아이를 죽이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얼굴을 굳힌 진혁이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네, 119죠. 여기 우성아파트 101동 303호인데요. 당장 와 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한참 아이의 상태를 읊는 진혁.
오수아가 기겁했지만, 멈출 순 없었다.
* * *
빠르게 도착한 구급차.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구급대원마저 기겁하자, 남편인 안정호가 움직였다.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이진혁의 강경한 태도.
거기에 더해 구급대원의 권유까지 있자, 오수아의 만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물론 병원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색이 돼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수아는 여전했다.
그렇게 도착한 ER.
접수를 끝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장길만이 의아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환자 상태를 빠르게 노티한 진혁이 소아 전문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사는 곧바로 시작됐다.
소아 전문 구역은 제 차례가 되길 기다리는 이들로 그득했지만, 진혁이 직접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X-ray부터 CT 촬영까지 빠르게 끝났다.
곧, PACS에 띄워진 영상을 확인한 진혁이 깊은 침음성을 토해 냈다.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