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7)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7화(17/388)
17화. 프리인턴 교육 (8)
다음 날 아침, 조식당.
태연한 얼굴의 진혁을 확인한 인턴들의 얼굴이 굳었다.
‘뭐야. 왜 저렇게 당당한 건데?’
‘레지던트들이 화났던데.’
‘저 새끼 때문에 진짜.’
‘이래서 타교생은 받으면 안 된다니까.’
인턴 또한 병원이라는 작은 사회의 일원.
한 명이 사고 치면 연대해서 책임지는 경우가 흔했고, 진혁 때문에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다들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진혁은 태연했다.
변명할 생각도.
굳이 나서서 오해를 풀 생각도 없었다.
‘이 집 맛집이네, 맛집.’
그렇게 말없이 밥을 먹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젯밤부터 진혁을 기다렸던 장길만이다.
“이 선생, 잠깐 얘기 좀 해요.”
“예, 식사 끝나면 찾아뵙겠습니다.”
“아니, 지금 잠깐 봐요.”
“지금요?”
“네, 지금 당장이요!!”
다른 손님들을 의식한 반응.
장길만은 애써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삐삐를 봤을 텐데도 연락하지도 않고, 태연히 밥을 먹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진혁이 마지못해 일어서자, 그가 쌩하니 돌아섰다.
그 모습에 다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와. 대박 깨지겠네.’
‘그냥 포기해라, 포기해. 다른 병원이나 가.’
‘잘됐다. 아주. 지 맘대로 하더니.’
다들 꼴 좋다는 반응.
하지만, 단 한 명.
이태희만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 * *
그렇게 장길만을 따라나선 길.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곤했다.
그러다 로비 바로 앞에 있는 신문 꽂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스마트폰이 없는 시대.
호텔 투숙객을 위한 배려다.
‘원주니까…… 혹시 강원일보도 들어오나?’
장길만을 따라가던 진혁이 순간 멈칫거렸다.
그러다 곧, 고개를 내저었다.
‘에이, 설마. 골프장 출입 기록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벌써 내보냈겠어?’
기사를 치기로 약속했으니 내보내긴 할 테지만, 오늘 당장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저녁에 퀵으로 필름을 보냈고.
이를 인화해 기사까지 실으려면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하물며, 크로스체크는 기본이지 않던가.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신문 꽂이로 다가갔다.
그렇게 꽂혀 있는 신문을 확인한 순간.
“어……!”
침음성이 절로 나왔다.
강기재가 벌써 기사를 쳤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 가는 데도 외면한 국회 의원!] [권력에 맞선 의사 이진혁! 그는 누구인가!] [사람부터 살려야 합니다! 간절한 외침!] [회기 중 골프 치다 사망 사고 낼 뻔!]크로스체크도 하지 않은 기사.
예나 지금이나 기자들의 행태는 진혁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 * *
짧은 시간 동안 네 건이나 기사를 쏟아 내다니, 강기재의 저력을 알 수 있었다.
게이트키핑을 뚫어 낸 것이다.
‘메이저 출신은 메이저 출신이란 건데.’
그렇게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진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이렇게 부풀린 건데.’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었다.
타이틀만 자극적으로 달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내용도 대중의 입맛에 맞게 자극적으로 각색한 것이다.
[권력에 맞선 의사 이진혁! 그는 누구인가!]과도한 찬양 기사는 대체 왜 끼워 넣는단 말인가.
다른 일간지도 받아 쓰기를 한다면 똑같이 쓸 게 분명했다.
‘전화해서 지금이라도 따져? 진짜. 이 양반이.’
진혁이 혀를 끌끌 찰 동안.
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아. 진짜 지금 뭐 하는 겁니까!!”
할 말이 있다며 진혁을 끌고 가던 레지던트 장길만.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그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오고 있을 줄 알았던 진혁이 딴짓을 하자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선배 알기를 개떡같이 알아. 어! 어?!”
순간, 장길만이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진혁이 내민 신문을 낚아채고는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러고는 눈을 부릅떴다.
“이, 이게 대체…….”
장길만이 기막힌 듯 말을 더듬자.
진혁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이 내용은 사실이야?”
“사실입니다. 근데 누가 제보했는진 모르겠습니다.”
“몰라? 정말 모른다고?”
충격이 컸는지 장길만이 계속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식사를 끝낸 레지던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어이! 장 선생. 살살하라고. 살살해.”
“그러다 우리 이 선생 도망가겠어.”
“아주 인턴이 말이야. 빠져 가지고.”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말이야!”
진혁에 대한 적개심이 그득한 이들.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인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 이. 이거 뭐야.”
“뭐? 국회 의원이랑 싸워?”
“사람부터 살려야 합니다?”
“참의사 이진혁?”
아예 신문을 하나 더 들고 와서 탐독하기까지 하자, 진혁이 쓰게 웃었다.
‘조용히 살기는 글렀다, 글렀어.’
누군가 그랬던가.
사람은 전부 타고난 운명이 있다고.
이것도 다 제 팔자였다.
* * *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말.
그 속담을 증명하듯 무용담이 쫙 퍼졌다.
그 파장은 엄청났다. 오전 수업은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인턴들은 쉬는 시간마다 모여 떠들어 댔다.
“말이 되냐? 벌써 두 번째 아냐.”
“무슨 이런 우연이 다 있어.”
“일부러 그런 일만 찾아다니는 거 아니야?”
“그냥 관심 끄자. 나대는 거 꼴불견이야.”
“왜? 나는 보기만 좋던데?”
놀라움, 호의, 적의, 호기심, 의아함.
그들은 각양각색으로 제 감정을 표출했다.
물론, 진혁은 말없이 천장만 바라봤지만.
* * *
그렇게 한참이 지나, 오후 수업 시간.
장기자랑을 위한 조별 모임 시간이다.
원형으로 둘러앉은 14조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조장인 장혁준이 어색한 공기를 깼다.
“아. 진짜 어색하네.”
“그러게.”
“숨 막혀 죽겠다.”
“나도. 이게 대체 뭐야.”
다들 한마디씩 거든다.
사실, 14조의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저녁 술자리에 두 명이나 불참한 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불참자는 전부 타교생이니까.
하지만, 이진혁이 온갖 주목을 다 받았고.
이진혁 때문에 다른 조들이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 모습에 진혁이 나섰다.
“전 괜찮으니까 다들 신경 쓰지 말고 할 거 하세요.”
“우리 같은 조 아니에요?”
“?”
“왜 남 말하듯 말하냐고요!”
김현수의 반박에 진혁이 쓰게 웃었다.
“괜히 저 때문에 신경 쓰는 거 같아서요.”
“그럴 거면 어제 빠지지 말았어야죠.”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단체 생활인데 마음대로 빠지면 어떻게 해요. 우리 장기자랑도 준비 못 했잖아요.”
김현수도 진혁의 사정을 뻔히 아는 상황.
괜한 트집이자 억지였다.
그와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진혁이 말을 돌렸다.
“장기자랑은 어떤 걸 하기로 했나요?”
순간 장혁준이 훅하니 들어왔다.
“여장하고 공연하는 거요.”
“여장이요?”
“네. 여장이요. 싫어요? 재밌잖아요.”
재밌기는 뭐가 재밌단 말인가.
끔찍했다.
진혁이 고개를 돌려 이태희를 바라보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른 사람이 아이디어를 냈다는 말.
‘아, 하필 골라도 여장을 골라. 애도 아니고.’
진혁이 얕은 한숨을 내쉬자 장혁준이 나섰다.
“자자. 일단 노래부터 정해요. S.Y.S 신곡 중에 your girl 어때요?”
“어? 난 핑쿨이 좋은데.”
“차라리 남자 노래가 좋지 않을까?”
“오. 노노노! 여장하고 남자 노래 부르면 팬들한테 몰매 맞을걸?”
“뭐, 요새 극성이라고 하니까. 그럼 여자 노래로 가야겠는데.”
다들 어색한 분위기가 싫은 모양.
타교생이 섞여 있어 반존대를 하고 있었지만, 의견을 쏟아 냈다.
의견이 분분하자 장혁준이 나섰다.
“그럼 거수로 합시다.”
“좋아요.”
“자, 그럼 먼저 S.Y.S 손!”
손을 든 건 네 명이었다.
“다음은 핑쿨로 할게요. 손!”
계속 투표가 이어졌다.
그렇게 정해진 노래는 S.Y.S의 your girl.
진혁의 표정이 구겨지자 장혁준이 물었다.
“왜 손 안 드세요?”
“여장은 너무 식상하지 않나요. 다른 장기자랑을 하는 건…….”
“그럴 거면 어제 왔어야죠.”
“이미 정해진 건데 이제 와서 왜 그래요.”
“아, 그냥 해요. 좀.”
쏟아지는 격렬한 반대.
다수결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다수결의 오류라더니.
다수결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 * *
논의는 한참 동안 계속됐다.
각자의 자리를 정하는 것부터.
의상은 어떻게 할 건지.
노래는 어떤 부분을 맡을 건지.
빠르게 정리해 갔다.
그렇게 정해진 자리.
진혁의 안색이 하얗게 떴다.
‘왜 내가 센터인 건데. 이 자식들이 진짜!!’
졸지에 센터에서 춤을 춰야 할 판이다.
잠시 후, 시작된 내키지 않는 춤 연습.
의욕도, 욕심도, 생각도 없다.
그냥 기계적으로 흐물거릴 뿐이다.
그러자 원성이 터져 나왔다.
“아. 쫌. 성의 좀 보여요.”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춤을 원래 못 춰요?”
“반 박자 느리잖아요!!”
계속된 인신공격에 진혁이 쓰게 웃었다.
‘원래 몸치라고! 몸치! 나도 춤추기 싫다고!’
뭐, 잘 안되는 걸 어쩌란 말인가.
연습한다 해도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옆에서 이태희가 웃고 있는 것만 봐도 자신의 춤 실력이 어떤지 알 수 있었고, 그냥 방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그야말로 반포기 상태.
하지만, 구세주가 나타났다.
자신에게 역정을 냈던 장길만이었다.
“이진혁 선생님, 저 좀 보시죠.”
장길만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 * *
1층 로비 커피숍.
진혁이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네? 제가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건 저도 알아요. 그래서 징계도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레지던트는 힘들 거 같다니요. 그게 징계가 아니고 뭡니까.”
“음.”
“보통 레지던트까지 염두에 두고 인턴을 지원한다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진혁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러다 1년 후에 쫓겨날 판.
뭐라고 항변이라도 해야 했지만, 장길만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부원장님이 이 선생님을 안 좋게 보고 계세요. 이건 항의 전화를 받은 거 때문이 아니라…….”
“?”
“이번 일이 언론에 알려진 거 때문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제보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같은 기자잖아요? 동해호텔 건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요.”
“결국, 저를 의심하고 계신다는 말이군요.”
“네.”
장길만의 대답에 진혁이 기막혀했다.
동해호텔 건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배인에게 따로 부탁까지 하지 않았던가.
강기재가 어디서 듣고 먼저 찾아왔지만, 이제 와 오해를 풀 방법이 없었고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풍납동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놔두고 다른 병원에 간다면, 어머니께 뭐라고 설명한단 말인가.
안 그래도 걱정된다며 연락이 왔던 어머니였다.
“설사, 제가 언론에 흘렸다고 해도 잘못한 건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의사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
“그게 부원장님의 신념이라십니다.”
“제가 유명해지려는 마음에 제보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제가 아니라 부원장님이요. 저도 부원장님하고 통화한 건 어제가 처음이었어요.”
“…….”
“저한테 괜히 감정 상해하지 마세요. 저도 지금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 괜히 둘 사이에 껴서 스트레스라고요.”
장길만이 자신도 억울하다며 발을 뺐다.
그러고 보니 그의 말투도 이전과 달라졌다.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 이건가.’
막막함이 앞서던 그때.
구세주처럼 기자들이 들이닥쳤다.
로비에서 자신을 찾는 기자들을 보며 진혁이 희게 웃었다.
좋은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