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73)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73화(173/388)
173화. 할 수 없는 일 (12)
단상에 선 진혁이 소리쳤다.
“안정호 씨의 통장내역서입니다. 보이십니까!”
“안 보입니다! 갑자기 통장내역서를 꺼내 든 이유가 뭡니까!”
“치료비 명목으로 1억이 입금됐습니다. 왜 1억을 입금했을까요! 가족 같은 직원을 돕기 위해 입금한 걸까요!”
“⋯⋯!”
“목숨값으로 건넨 겁니다. 한 가정이 쑥대밭이 됐는데, 고작 1억을 건네며 피해자를 회유하고 있습니다!”
진혁이 그 의도를 단정 지으며 통장내역서를 흔들어 보였다.
이에 기자들의 표정이 변했다.
마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만큼 기삿거리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좋아해야 할지, 개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누군가 소리쳤다.
“복지 차원에서 지급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법인 명의로 입금하지 않았습니다!”
“⋯⋯!”
“입금자 이름은 박명호! 박명호라는 사람이 1억을 보냈습니다!”
“박명호가 누굽니까!?”
“⋯⋯.”
“대체 박명호가 누군데 그러시는 겁니까!”
“⋯⋯.”
진혁이 한참 말을 아꼈다.
컨퍼런스 때 자주 써먹었던 잔재주였다.
그렇게 기자들과 중계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주의를 환기한 진혁이, 쐐기를 박았다.
“박명호 씨는 안정호 씨의 직장 상사입니다!”
“⋯⋯!”
“직원 명의로 돈을 입금했습니다! 법인 명의로 입금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편법을 쓴 게 분명합니다!”
진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통장내역서가 스크린을 메웠다.
입금자 성명엔 빨간색 밑줄이.
1억이란 숫자엔 형광펜이 칠해져 있었다.
장마철 쿰쿰한 옷장에서 날 법한 구린내가 진동하자, 기자들이 소리쳤다.
“안정호 씨는 지금 어딨습니까!”
“합의서를 작성한 겁니까!?”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질문.
진혁이 말없이 장내를 아울렀다.
그때, 누군가 대답할 가치가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간 괴담이다, 선동이다. 말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수자천(一手遮天)! 손으로 태양을 가릴 순 없습니다! 정말 문제가 없었다면, 이런 회유나 협박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진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지호가 오퍼레이터를 바라봤다.
그러자 녹음 파일이 재생된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반복된다.
기자 회견을 생중계 중인 방송사가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었지만, 재탕이나 다름없는 행위는 계속됐다.
그래야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일종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진혁이 소리쳤다.
“안전하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세계 최초다! 이런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제품도 유해성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PHMG-P, PGH, CMIT, MIT, BKC!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온갖 화학 물질이 들어간 제품입니다! 그리고 지금! 한 가정이 시름겨워하고 있습니다!”
열변을 토한 진혁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방송국에서 나온 기자가 손을 들었다.
“KC 인증을 받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세정제로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
“언제부터 살균제가 세정제가 됐습니까! 언제부터 공산품이 된 겁니까!”
날카로운 일갈!
그 후로도 질문은 계속됐지만, 진혁의 대답은 거침없었다.
반성과 사과를 할 줄 모르는 놈들.
제대로 때려잡아야 했다.
✻ ✻ ✻
안정호는 외벌이였다.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해서 거액의 돈을 입금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쓴 적이 없다며 기자 회견을 하기도 했고.
실업률이 30%가 넘는 마당에 경거망동하지 못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일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기자 회견을 지켜본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움직였다.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커뮤니케이션팀과 홍보팀 소속 직원들이 움직였다.
뭐, 방법은 간단했다.
보도자료를 배포해 동의 없는 녹취의 불법성을 강조했고.
기자실에 들러 ‘수고하십니다!’라며 법카를 건넸다.
출입 기자를 회유하려는 행위였다.
하지만.
“거, 참, 부장님. 그러는 거 아닙니다. 어린애가 아파요, 아파!”
“제가 선약이 있어서요.”
“크음, 큼. 나중에 얻어먹겠습니다.”
기자들은 계면쩍은 얼굴로 회피하거나, 오히려 기분 나빠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침몰하는 배에 올라탈 선원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다음 날이 되자, 융단폭격이 시작됐다.
[가습기 살균제, 안정성에 문제 있나!] [피해자에 대한 회유와 협박!] [땅에 떨어진 기업 윤리!] [폐 질환을 유발하는 제품을 버젓이 판매해!]사회면은 온통 가습기 살균제 얘기로 그득했고.
먹고살기 바빠 기자 회견을 보지 못했던 시민들은, 가판대 앞에서 웅성거렸다.
“허, X발. 양심도 없는 놈들.”
“나쁜 놈들이야. 에잇, 쯧쯧.”
“아이고, 이게 뭔 일이래. 6살밖에 안 됐는데⋯⋯.”
안수현을 가엾게 여기며 분노하는 이들.
기사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고.
내 일처럼 안타까워하는 사내도 있었다.
그렇게 사태가 커지자, 정치인들이 나섰다.
유권자 놈들의 관심이 쏠린 상황.
조용히 있다면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소속을 가릴 것 없이 국정조사를 부르짖었고.
기술표준원부터 조졌다.
공산품으로 간주해 KC 인증을 내 준 이유를 추궁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뒤탈이 없을 것이라 여긴 외국계 회사를 무리 지어 찾아가, 항의 방문이라는 희대의 퍼포먼스마저 선보였다.
일종의 쇼였지만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
무시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와 동시에 불매운동마저 시작됐다.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중년 사내는 매대에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쓸어 버리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고.
화형식을 선보이는 시민단체도 있었다.
그 누구보다 빨리 끓어오르고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갑게 식어 버리는 게 한국인이라지만, 제조사들을 향한 조리돌림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됐다.
『외과의사 24시』에 안수현의 사연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 ✻ ✻
세상엔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처음엔 둘 다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하나는 해냈고.
또 다른 하나는 여전히 할 수 없다고 여겼다.
그건 바로 안수현의 폐를 되돌리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안수현과 오수아가 입원한 병실을 찾은 진혁의 표정은 어두웠다.
자그마한 체구의 아이.
밖에서 한참 뛰놀아야 했고 하하호호거려야 했다.
하지만 호흡기를 끼고 있었다.
물론 호흡기를 뗄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폐가 딱딱하게 굳어, 산소 공급이 부족한 상황.
호흡기를 떼는 순간 가쁜 숨을 몰아쉴 게 분명했다.
가여운 눈빛으로 안수현을 바라보던 진혁이, 고개를 돌려 오수아를 쳐다봤다.
그녀 또한 폐가 망가져 있었다.
안수현과 다른 건 성인이라 폐의 크기가 크다는 것.
그런 연유로 언어 구사 능력엔 문제가 없었지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조차 힘든 상태였다.
원체 운동을 하지 않아 모르고 지냈지만 말이다.
위로의 말을 건네려던 진혁의 고개가 바닥을 향했다.
말보단 행동이 필요한 시기.
오수아에게 다가간 뒤,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무언의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잠시 후, 병실 밖을 나선 진혁의 뒤를 안정호가 따랐다.
졸지에 실직자가 된 그가 말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진실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많이 힘드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제정신이 아닙니다. 그래도 도와주신 덕분에⋯⋯.”
안정호가 말꼬리를 흐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자 진혁이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괜찮다고.
말 안 해도 다 안다고.
지금은 가족만 신경 쓰라고.
무언의 위로를 건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음을 다잡은 안정호가 고개를 숙이자 진혁도 허리를 굽혔다.
아주 깊게.
천천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 ✻
열흘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물론 포상 휴가는 아니었다.
사퇴를 각오했던 오지호가 권한을 남용한 덕분이었다.
구설에 휘말린 진혁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사태가 일단락된 후에도 취소하지 않았고.
덕분에 쉴 수 있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진혁은 청소를 했다.
화장실부터 베란다.
안방부터 작은방까지.
그간 소홀했던 부모님에 대한 죄송스러움의 발로였다.
에어컨은 사치인 시대.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했다.
곧, 집안일을 마친 진혁이 마트로 향했다.
길 건너편에 있는 싱싱마트.
샵인샵 형태의 반찬가게가 유명했다.
“사장님~! 요즘 뭐가 맛있어요?”
“고추장아찌, 호박 조림, 햇우엉 무침, 멸치 무조림, 더덕구이, 뭐 다 맛있지~!”
“그럼 하나씩 다 주세요.”
“어머! 그럼 나야 좋지! 서비스 팍팍 줄게! 호호, 젊은 양반이 손이 커!”
반색하며 반찬을 담는 아줌마.
진혁도 거들었다.
그 자신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자.
밥을 차리기 귀찮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대충 먹고 치운다는 걸 알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 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반찬을 싹쓸이하던 사이.
사장님의 눈이 커졌다.
“혹, 혹시 연예인 아녀!? 낯이 익은데⋯⋯.”
“요 앞에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머! 어머! 그 젊은 의사 양반!!”
반찬가게 사장님의 호들갑에 시선이 집중된다.
IMF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100원이라도 아껴 보려, 신중하게 장을 보던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어진 건 난감한 상황의 연속!
“호호, 총각! 어디 살아? 이 근처 살아?”
“우리 딸이 이쁘기로 소문났는데, 지금 연대 다녀요, 연대. 만나는 사람 있어요?”
“우리 집도 가습기 살균제를 썼지 뭐야. 당장 내다 버렸어요, 고마워요.”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쏟아지는 언어의 향연!
한참 진땀을 흘린 진혁이 탈출한 건 10분이 지나서였다.
제대로 계산했는지 모를 정도!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 보도로 내려가던 진혁이 밝게 웃었다.
잘 살고 있다고.
제대로 살고 있다고 말해 주는 거 같아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그날 밤.
사달이 났다.
일회용 플라스틱에 담긴 반찬!
그 수는 16통!
서비스로 받은 반찬이 세 통이나 됐지만, 어머니는 도끼눈을 떴다.
“돈 아까운 줄도 모르고! 이게 다 얼마야! 어!”
“영수증을 못 받았어요.”
“뭐! 가격도 안 보고 샀어! 애가 진짜! 해 먹으면 되지 뭐 하러 반찬을 사! 아빠도 맨날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데!”
“그래도요.”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야! 얼마나 먹는다고!”
호들갑을 떨며 타박하는 어머니.
김명숙 여사다운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머니를 잃었을 때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아련함이 떠오른다.
진혁이 저도 모르게 그녀를 껴안았다.
그러자.
“어머 애가 왜 이래!”
겸연쩍은 표정의 어머니는 스매싱으로 응대했다.
✻ ✻ ✻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잠을 잤고.
인턴 필독서를 집필했으며.
헬스장에서 운동했다.
그래야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 후.
진혁이 버스에 올라탔다.
이현아와 강변 GCV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국내 최초라 일컬어지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장혁준한테 배운 대로 여의도와 풍납동의 중간인 압구정에서 보자고 했지만, 이현아가 아득바득 우긴 탓에 이곳에서 보기로 했다.
갑자기 웬 데이트냐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간 도와줬던 걸 갚아야 했다.
곧, 이현아를 만난 진혁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 미모가 눈부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작정하고 꾸미니 말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풀메이크업이라면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리라.
꾸민 듯 안 꾸민 듯.
화장한 듯 화장하지 않은 듯.
지금 모습이 더 예뻐 보였다.
거기에 더해.
쫙 달라붙는 청바지.
흰색 탱크톱.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화사했다.
그 반응이 만족스러웠을까.
이현아가 배시시 웃었다.
“뭘 그렇게 봐요? 왜요? 반했어요?”
“⋯⋯영화는 뭘 볼까요.”
“아니 그보다 왜 그렇게 봤냐고요.”
“좀 낯설어서요.”
“뭐가요?”
대답할 수 없는 질문.
진혁이 냉큼 말을 돌렸다.
“굿 월 헌팅이나 볼까요?”
“와, 말 돌리는 것 좀 봐. 이번 한 번만 봐줄게요. 멧 데이먼 나오는 영화죠? 수학 교수가 낸 문제를 청소부가 푸는 영화잖아요.”
“봤어요?”
“아뇨, 얼마나 핫한데요. 표는 내가 살게요.”
곧바로 지갑을 꺼내 드는 이현아.
그 자신이 저녁을 거하게 살 생각이었기에,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
팝콘이나 콜라에는 손대지 않았다.
한번 손이 스친 뒤로 먹는 걸 포기했기 때문이다.
정신은 50대.
육체는 20대.
본능에 이끌려 제멋대로 움직일까 두려웠다.
영화는 재밌었다.
여운이 진득하게 남는 영화였다.
곧바로 자리를 옮겨, 스테이크를 썰던 진혁이 말했다.
“It’s not your fault.”
“⋯⋯?”
“이게 이 영화에서 나온 얘기네요.”
“몰랐어요?”
“네, 자주 쓰던 문구라서요.”
자살을 시도했던 최예린에게 수없이 말했던 말.
곧 최예린에 대한 생각으로 귀결된다.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퇴원했다고 들었는데, 잘 지내고 있을까.
진혁의 침묵에 이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또 환자 생각하죠?”
“아, 최예린 환자요.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요.”
“갑자기 그건 왜요?”
“네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계속 다독였던 환자라서요.”
본격적으로 환자 얘기를 시작하는 이진혁.
미간을 찌푸렸던 이현아도 맞장구치기 시작했다.
✻ ✻ ✻
이진혁.
그는 재미없는 남자였다.
농담도 할 줄 모르고.
웃길 줄도 몰랐다.
그렇다고 옷을 잘 입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뭐, 어깨가 넓어 정장핏은 죽여줬지만.
패션 감각이 원체 없었다.
바지 안에 셔츠를 집어넣다니.
벨트도 매지 않아 정말 꽝이었다.
그뿐이랴.
또다시 환자 얘기였다.
환자가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좋았다.
열정적이고 때로는 마초적이었지만, 무심한 게 좋았다.
그래.
그가 자신에게 매달렸으면 이런 느낌조차 갖지 않았으리라.
한참 이진혁과 얘기하던 그녀가 물었다.
“그래서 어디로 갈 거예요? GS 가기로 한 거예요?”
“아, 그건.”
뭐라 대답하려던 순간.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자 진혁이 냉큼 받아 들었다.
빠르게 끝난 통화.
얼굴에 기쁨이 그득해 보였기에, 이현아가 재촉했다.
“뭔데요? 왜 그렇게 웃어요?”
“기적이 일어나서요.”
“네?”
“할 수 없는 일이 해 볼 만한 일이 됐습니다.”
맥락 없는 대답.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이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기적이 일어날 만한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