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78)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78화(178/388)
178화. 내가 바로 말리그다 (4)
조미혜.
5년 차 간호사.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선생님?”
“⋯⋯.”
“저, 선생님?”
“⋯⋯.”
조미혜가 말을 걸어왔지만, 진혁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자신이 왜 말리그인지 보여 주겠다며, 각오를 단단히 했던 것과 영 딴판인 모습이다.
그 이유야 간단했다.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아주 티끌만 한 감정이었다.
자그마한 편린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그 크기가 더해진다.
가슴속 깊은 곳에 있던 거북함이 부유한다.
어째서?
왜?
그 자신도 이유를 몰랐다.
그나마 짐작되는 건, 조미혜가 간호사라는 점이다.
하지만 곧.
‘아니, 그게 아니야.’
진혁이 고개를 저었다.
간호사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자신이 앞으로 하려는 행위가 환자와 연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
조미혜를 조지는 건 환자와 관련이 없기에, 꺼림칙함과 거북함이 드는 게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게, 그간 환자를 위해 싸워 왔다.
오태상과 충돌한 것도.
박태준과 싸운 것도.
전부 환자 때문이었다.
그뿐이랴.
응급실 콜을 무시하던 레지던트를 조졌던 것도 환자 때문이었다.
윤중선 또한 마찬가지다.
일부러 뺑뺑이를 돌린 탓에 로딩이 걸렸고.
그 피해는 환자가 봤다.
그래서 ‘윤중선’이라는 이름을 말했고.
외과의 조력을 받았다.
하지만 조미혜는 아니었다.
뺑뺑이를 돌리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오더가 드문드문 내려온 탓이 컸다.
나직이 한숨을 내쉰 진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 자신이 너무 착한 게 문제였다.
✻ ✻ ✻
“저, 선생님?”
벌써 세 번째 하는 질문.
조미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시 말하려던 찰나.
진혁이 대답했다.
“잠깐 딴생각 좀 했습니다.”
“괜찮으신 거죠?”
“그럼요.”
“로딩이 엄청 걸렸어요. 빨리 움직이셔야 해요.”
“⋯⋯?”
진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미혜를 응시했다.
그러자.
“어머, 왜 그렇게 보세요?”
“권문영 선생님하고 윤중선 선생님 때문에 자리를 비웠던 거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건 그거고, 일은 일이죠.”
“다른 인턴들은요.”
“그분들도 바쁘시잖아요.”
“하⋯⋯.”
진혁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을 빙자한 체벌 투어.
전화가 숱하게 왔고.
그때마다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을 기다렸단다.
올 때까지 버텼단다.
얼굴을 굳힌 진혁이 EMR을 확인했다.
혹시 중요한 환자를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발로였다.
딸깍.
딸깍.
다행히 몇몇 환자는 액팅이 끝나 있었다.
그래.
그 자신을 엿 먹이고 싶어도 상태가 위중한 환자나, 보호자가 극성인 환자까진 남겨 둘 순 없었으리라.
하지만 생각보다 엄청 밀려 있었다.
진혁이 그녀의 얼굴을 직시했다.
“드레싱도 많이 밀려 있는데요.”
“드레싱뿐인가요, 다른 일도 많아요. 서두르셔야죠.”
“83병동 담당 인턴 선생님이 하창선 선생님이시죠? 데디케이트하게 일하고 계시잖아요.”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하 선생님도 바쁘셨어요.”
태연한 대답.
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그만하시죠. 이러다 환자분들까지 피해 봅니다.”
“네?”
“그만하시라고요.”
“어머, 제가 뭘요? 저한테 왜 그러세요?”
조미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억울하다는 항변이다.
탄식이 절로 나왔지만, 따지는 걸 포기한 진혁이 곧바로 움직였다.
✻ ✻ ✻
드레싱.
기본적인 처치이자, 제일 많이 하는 일이다.
욕창 환자. 그리고 수술 후 전원 온 환자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늦었다.
제때 교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환자가 봤다.
찝찝함, 가려움, 상처 악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건 조미혜 때문이다.
레지던트가 오더를 드문드문 내린 것과 관련 없는 일이니까.
병실에 들어선 진혁이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드레싱을 해 드려야 하는데요,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많이 불편하시죠?”
“괜찮아요, 괜찮아.”
“아닙니다. 다음부턴 일찍 다니겠습니다.”
빠르게 사과한 뒤, 멸균 장갑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선 노멀살라인(생리식염수)을 기존 드레싱 위에 부었다.
거즈를 뗄 때 상처가 덧날 수도 있기에 하는 행위였다.
빠르게 움직이던 진혁의 손길이 신중하게 바뀐 건, 그 순간부터였다.
주변 피부를 누르며.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테이프를 제거한다.
물론 입은 쉬지 않았다.
“참한 색싯감이요? 아직 없습니다. 만날 시간도 없는걸요.”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어?”
“음. 그건 좀.”
“있구먼, 껄껄. 여자 마음은 갈대야, 갈대. 그러니까 잘해야 한다고.”
“예, 어르신. 잠시만요.”
짧은 대답 후.
기존 드레싱을 걷어 냈다.
그러자 누런 삼출액이 보인다.
평소보다 더 많이 묻어, 덕지덕지 번져 있었다.
드레싱을 늦게 한 탓이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진혁이, 멸균 장갑부터 바꿔 꼈다.
그 모습에.
“아까운 장갑은 왜 버려.”
“컨타(감염) 위험이 있어서요. 아, 감염이요, 감염.”
“그래?”
“네, 어르신. 이번엔 아플 수도 있습니다.”
“살살 혀.”
“넵.”
어르신의 걱정이 이어졌다.
그사이 진혁의 손놀림이 변했다.
생리식염수를 묻힌 거즈로, 원형 모양의 욕창 주변을 닦아 낸다.
안에서 밖으로.
다시 안에서 밖으로.
원을 그리며 닦는다.
그렇게 소독을 끝낸 뒤.
이번엔 마른 거즈를 들었다.
그렇게 수분을 걷어 내고.
새 드레싱을 붙였지만, 다른 환자에게 갈 순 없었다.
수술 부위도 체크해야 했기 때문이다.
곧, 같은 일이 반복됐다.
물론 손놀림은 달라졌다.
세로로 길게 난 상처.
중심부를 먼저 소독한다.
그리고 중심부에 가상의 선을 긋고 바로 왼쪽.
다시 오른쪽을 소독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장자리 맨 끝을 두 번 더 반복했다.
잠시 후, 드레싱을 끝낸 진혁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 아까 여자 마음은 갈대라고 하셨죠? 사실, 남자 마음도 갈대예요.”
“뭐?”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여자만 그러겠어요. 남자도 똑같죠.”
“뭔 소리여, 바람둥이라는 거여?”
“아, 아닙니다.”
조미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지만, 다르게 들렸다는 걸 깨달은 진혁이 희게 웃었다.
곧, 인사를 마친 그가 다른 환자에게 다가갔다.
다른 병동에서도 전화가 올지 모르는 상황.
서둘러야 했다.
✻ ✻ ✻
항상 쾌적한 병원과 어울리지 않게, 땀이 흐른다.
그뿐이랴.
가운도 축축했고.
머리는 부스스했다.
너무 정신없이 움직인 탓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로딩을 다 쳐 냈으니까.
일을 전부 끝마쳤으니까.
잠깐 쉴 법도 했지만, 곧장 111병동으로 향했다.
스테이션에 있던 간호사가 물었다.
“일은 끝나신 거예요?”
“네?”
“왜, 아까 권문영 선생님 지시라고⋯⋯.”
“아, 끝났습니다.”
“어머, 저흰 그것도 모르고 전화 안 드렸는데. 그럼 이제 전화해도 되는 거예요?”
“네네.”
짧은 대답 후 진혁이 말꼬리를 흐렸다.
“혹시 환자는⋯⋯.”
“장혁준 선생님이 다녀가셨어요. 급해서 연락드렸거든요.”
“그렇군요.”
고개를 주억거린 진혁이, 51병동으로 향했다.
그러자 같은 일이 반복됐다.
“어? 끝나셨어요?”
“네, 소화기내과랑 심장내과만 다녀왔습니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권문영 선생님이랑 윤중선 선생님이 교육도 시킬 겸, 테스트한다고 하셔서요.”
“아⋯⋯.”
짧은 탄식을 내뱉는 간호사.
그녀가 궁금한 눈초리로 물었다.
“많이 혼나셨어요?”
“아뇨, 안 혼났습니다. 그보다 환자는요?”
“뭐, 저흰 계속 같이 계신 줄 알고요. 이태희 선생님이 커버 치셨어요. 원래 저희 구역 담당이시거든요.”
“알겠습니다.”
짧은 대답 후 62병동으로 향했다.
이곳 또한 똑같았다.
그렇게 순례를 마친 진혁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조미혜가 문제라고.
참으면 안 된다고.
착하게 사는 건 사치였다.
✻ ✻ ✻
어느덧 새벽 1시.
당직실에서 자고 있던 진혁이 눈을 떴다.
호출이었다.
딸깍.
“네, 인턴 이진혁입니다.”
[이 선생님, 저 조미혜인데요. 유한재 환자 피버가 39.3도예요. 30분 정도 됐고요. 오한도 있으세요.]“금방 내려갈게요.”
[예, 죄송해요.]뚜욱.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움직였다.
2층 침대에서 자고 있던 상황.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간다.
그러고는 조용히 옷장을 열고 가운을 걸친다.
다른 사람이 깰까 싶어 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당장 안 튀어 가!”
선잠을 자던 누군가 소리쳤다.
그 대상이 자신이라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
그냥 짜증이 난 게 분명했다.
R4 중 누군가가 그런 거 같다는 생각도 잠시.
진혁이 바람처럼 달려갔다.
조미혜의 장난질일지도 몰랐지만, 아닐지도 몰랐다.
그렇게 도착한 83병동.
환자를 살폈지만, 특이 사항은 없었다.
스테이션에 돌아온 진혁이 EMR을 확인했다.
그러자.
‘PRN(Pro Re Nata, 필요시 사용하라고 걸어 두는 처방)이 나와 있는 환자잖아.’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진혁의 목소리가 나직하니 울렸다.
“조 선생님.”
“네.”
“유한재 환자 PRN 처방 나와 있는데요.”
“아, 그건 저도 알죠.”
“그런데요?”
“주치의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다 달라서요.”
“⋯⋯.”
“PRN 걸어 놨다고 해도 환자 상태가 다를 수도 있고. 다른 약을 처방하라고 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김한울 선생님이 주치의신데, 보통 PRN대로 나가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네?”
“인계장에서 봤습니다.”
“아, 몰랐어요.”
거짓말이 뒤섞여 있었다.
짜증이 솟구쳤지만, 진혁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PRN 걸려 있는 대로 슈팅하세요.”
“네, 선생님.”
“저는 다시 가겠습니다.”
“네.”
짧은 인사 뒤 곧바로 당직실로 향했다.
그렇게 침대에 눕기 무섭게.
다시 전화가 왔다.
딸깍.
[선생님, 저 조미혜예요.]“네.”
[하익선 환자 보호자분이 찾으세요.]“알겠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이유.
진혁이 다시 83병동으로 향했다.
하지만.
“어머, 선생님. 내일 물어보면 될걸. 죄송해요.”
별일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조미혜는 30분마다 전화를 했고.
계속 이유를 들어 불러냈다.
그때마다.
“어머, 선생님. 오인혁 선생님이 까다로우신 거 아시잖아요. 인계장 보셨다면서요.”
“⋯⋯.”
“PRN대로 슈팅해도, 나중에 왜 이렇게 했냐고 화내신다니까요.”
별의별 변명을 다 들어야 했다.
✻ ✻ ✻
노곤했다.
피곤함이 몰려들어 죽을 맛이었다.
몸은 한없이 늘어졌고.
눈은 붉어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래.
이건 인턴 길들이기다.
갓 부임해 뭣도 모르고 사고만 치는 신임 소대장을 짬이 찬 하사가 갈구듯, 자신을 갈구는 거다.
흔히 있는 일이다.
아니, 빈번한 일이었다.
활활 태워진 간호사는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조미혜는 선을 넘었고.
환자도 피해를 봤다.
이젠 행동해야 했다.
종이컵을 구겨 버린 후.
곧장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그러자 조미혜와 같이 나이트 번을 서는 김수진이 보인다.
둘 사이가 나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상황.
진혁이 조미혜한테 말을 걸었다.
“그보다 조 간호사님.”
“네?”
“덕분에 잘 해결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왜 아까 권문영 선생님 건이요. 나중에 밥이나 한번 드시죠.”
“네?”
조미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쳐다봤지만, 진혁은 빙긋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다 곁눈질하고는 화들짝 놀라 했다.
얼굴마저 굳히고.
큼큼거리며 헛기침을 한다.
그 나름의 연기였다.
“아, 아닙니다. 그렇죠. 하하.”
“네?”
“그럼 수고하세요.”
진혁이 어색하게 웃은 뒤,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의아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 ✻ ✻
이진혁이 그 자신을 의식한 뒤, 어색하게 웃었다는 걸 깨달은 김수진이 물었다.
그 행동이 수상했으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껏 투덕거리기만 하던 조미혜와 이진혁이 아니던가.
“어떻게 된 거예요?”
사이가 좋지 않은 만큼 존댓말을 쓰는 그녀.
조미혜의 목소리는 쌀쌀맞았다.
“뭐가요?”
“아니, 왜 고맙다고 하냐고요. 덕분에 잘 해결됐다는 말은 또 뭐고요.”
“저도 모르죠.”
“모른다고요? 음⋯⋯. 권문영 선생님 건이면 그 건인가?”
김수진이 침음성을 토해 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미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슨 말을 할지 뻔히 보였다.
“아무 일도 아니니까 괜한 소리 말아요.”
“누가 뭐라 했어요?”
“아니, 표정이 그렇잖아요.”
“내 표정이 어떤데요?”
“뭐, 건수 하나 잡았다는 표정인데요?”
조미혜의 말투가 절로 딱딱해지자, 김수진도 받아쳤다.
“지금 이진혁 선생님하고 붙어먹었다고 자백하는 거예요? 혹시 미리 노티했어요? 호흡기랑 심장내과 돈다고?”
“아니, 진짜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와, 발끈하는 것 좀 봐. 진짜 그거구나, 그거. 스파이네, 스파이.”
“⋯⋯!”
“그쵸? 누구예요? 누구한테 부탁받았어요? ER? CS? GS? 어디예요?”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김수진.
의미심장한 미소까지 짓는다.
그 모습에 조미혜가 기막혀했다.
물론 전화를 받긴 받았다.
잘 좀 부탁한다고.
우리 이 쌤 좀 챙겨 달라고.
하지만 알겠다는 대답만 하고 끊었을 뿐이다.
한데, 의심받고 있었다.
이진혁의 사소한 행동 때문에.
조미혜가 냉기를 쌀쌀 풍겼다.
“그만하시죠.”
“어머, 내가 뭘 했다고 그래요? 의심을 피하려고 일부러 괴롭힌 거죠? 그런 거 아니에요?”
김수진의 말에 조미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 ✻
다음 날 아침.
소문은 빠르게 났다.
김수진이 만나는 사람마다 말하고 다녔으니.
비밀이래야, 비밀일 수 없었다.
사실 김수진도 알고 있었다.
조미혜가 이진혁과 붙어먹을 리 없다고.
하지만 이건 복수였다.
수간호사를 뒷배로 두고 동기인 그 자신을 괴롭혔으니까.
그리고 소문은.
“뭐? 조미혜 선생이 귀띔해 줬다고?”
권민영과 윤중선의 귀에도 들어갔다.
물론 그들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게.
“중선아, 이진혁이 불러낼 때 누구한테 말한 적 있냐?”
“아뇨, 그럴 시간도 없었습니다.”
“음.”
“잘 아시잖아요.”
“하긴, 바로 움직이긴 했지.”
권문영은 곧 지금 벌어지는 일을 정의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해프닝이었다.
“누가 이런 헛소문을 퍼트리는 거야. 나 참.”
“⋯⋯.”
“아, 짜증 난다, 짜증 나. 이진혁 그 새끼 엿 먹일 방법 좀 생각해 보자. 명분을 찾으려니까 쉽지 않네.”
권문영이 또다시 짜증을 부렸다.
생각할수록 기막혔고.
분이 풀리지 않았다.
아니, 분이 풀리는 게 뭔가.
환자들 앞에서 칭찬만 하고 왔으니.
분통이 터질 뿐이다.
하지만.
“저, 그게⋯⋯. 그래도 좋은 거 아닙니까.”
“뭐가?”
“저희 소문이 덮어질 거 같은데요. 안 그래도 이진혁 때문에 같이 물먹었다고 하고 있는데⋯⋯.”
“아⋯⋯.”
권문영이 짧은 침음성을 토해 냈다.
그러고 보니 좋은 일이었다.
치프인 권문영이 직접 움직였지만, 이진혁한테 되레 물먹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는 상황.
이건 그러니까.
“유레카다, 유레카.”
발상의 전환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 ✻ ✻
졸지에 스파이가 된 조미혜.
퇴근도 하지 못하고 해명을 하고 다니는 걸 본 진혁이 웃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아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대가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아, 코털이 아니었나?
환자는 건드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