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98)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98화(198/388)
198화. 일일 소방대원 (7)
진혁의 전담 VJ인 김석대.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방서 안에 들어가야 했거늘.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계속 밖을 맴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벌써 네 바퀴째였으니.
말 다 했다.
왜?
어째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뺑끼를 부리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었다.
중대 ER만 해도 그랬다.
굳이 남아서 도왔고.
눈치 보며 뛰어다녔다.
그런 이진혁을 보고 있자면.
‘바보나 다름없지.’
한숨이 나올 때도 있었다.
각박한 세상.
먹고 살기 힘든 세상살이였다.
평생직장을 믿고 한평생 헌신했던 이들이 헌신짝처럼 폐기 처분되고 있었다.
아무리 의사라지만.
결국, 봉직의(월급쟁이 의사).
저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한참 진혁의 행태를 곱씹던 김석대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어쩌면 자신이 문제일지도 몰랐다.
세파에 물들어서.
찌들대로 찌들어서.
이상해 보이는 게 분명했다.
“그래, 내가 문제지. 석대야, 정신 차리자.”
혼잣말을 중얼거린 김석대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상하단 생각은 집어치우고, 그냥 존경하면 된다고 여겼다.
성인군자로 생각하면 되는 거다.
그래. 그러면 됐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뭐, 어떠랴.
정의롭고, 의로우며.
동료를 도울 줄 알고.
환자에 대한 측은지심마저 품고 있는 의사였다.
무뎌질 수 있는데.
항상 해바라기처럼 환자만 바라본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을 때.
“하아⋯⋯.”
깊은 한숨이 들려온다.
이진혁답지 않은 모습.
순간 하나의 가정이 뇌리를 스쳤다.
공자님도 성욕은 있었다.
“이 선생님!?”
“네.”
“우리 남자답게 털어놓읍시다. 사고야 맨날 치시니까 뭐 병원 문제는 아닌 거 같고.”
“⋯⋯.”
“대체 누굽니까? 누가 그렇게 속 썩이는 겁니까? 간호사? 의사? 말만 하세요. 제가 연애 상담만큼은 아주 기똥찹니다!”
산적같이 생겼지만, 이론만큼은 빠삭하기에 하는 말.
마누라보다 이진혁을 더 자주 보고 있었지만, 끝내주는 여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그런 거 아닙니다.”
“에이,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
“왜요? 집에서 반대하는 겁니까? 열쇠 갖고 오래요? 몇 개나 달라는 겁니까? 그게 아니면, 여자 쪽에서 싫다고 하는 겁니까?”
“진짜 그런 거 아닙니다!”
이진혁이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부끄러운 모양.
그래.
의사 양반도 사람이었다.
한창 불탈 나이지 않던가.
김석대가 진혁의 어깨를 쳤다.
“힘내세요. 원래 뜻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살이입니다.”
“⋯⋯.”
“그리고 사랑도 쟁취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부딪쳐 보세요.”
“⋯⋯.”
“크음, 큼.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한창 그럴 때 아닙니까.”
성인군자처럼 구는 진혁을 향한 조언.
황당한 표정을 짓던 진혁이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김석대가 입을 떡 하니 벌렸다.
예상과 달리 여자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 성형외과가 가고 싶어요』라고요? 흉부외과가 아니라 성형외과요?”
“네.”
“⋯⋯.”
“⋯⋯.”
“⋯⋯.”
“⋯⋯.”
할 말을 잃은 김석대가 한참 침묵했다.
이진혁도 사람.
사람이었다.
자본주의 물이 잔뜩 묻어 있지 않던가.
그를 성인 공자나 다름없다고 여긴 김석대가 희게 웃었다.
왠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 ✻ ✻
진혁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남사스럽고, 부끄럽고, 창피했다.
김석대도 이런 반응인데.
다른 이들의 반응이야, 뻔했다.
당장.
– 진혁아, 네가 어떻게.
– 허허. 말세야, 말세.
– 야이. 이진혁이! 너 임마!
이런저런 반응을 보일 게 뻔했다.
게다가.
‘암 환자한테 충격을 줄 순 없다.’
최지봉이 마음에 걸렸다.
CS에 가기로 해 놓고, 약속을 어긴 상황.
통수도 이런 통수가 없었다.
결국, 진혁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김석대의 말처럼 일단 부딪쳐 봐야 했다.
딸깍.
“저, 이진혁입니다.”
[아아, 잘 지내시죠? 안 그래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고 준비는 잘 되시죠? 하하.]“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든 말씀만 하십쇼.]뭐든 들어주겠다는 말투.
가습기 살균제 건으로 한창 공격받을 때도 참아 줬던 사장님.
아니, 돈 많은 건물주였다.
“책 제목을 바꾸고 싶습니다.”
[네? 특약으로 넣은 사항인데요.]“그래도 바꾸고 싶습니다.”
[그렇긴 한데⋯⋯. 이거보다 좋은 제목은 없습니다. 확 눈에 띈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
[뭐,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요즘 성형외과가 대세 아닙니까!]“사실은, 그게⋯⋯.”
진혁의 설명이 계속됐다.
사정을 털어놓고.
양해를 구했다.
물론, 당근도 제시했다.
그건 바로.
Access Code의 부여.
불법 제본을 막기 위해 동영상을 담은 CD를 제공하고.
컬러 사진을 듬뿍 넣어 퀄리티를 높이기로 했다지만, 또 다른 방지책을 제안한 것이다.
[으음, 그러니까 복권을 긁듯이 긁으면 코드가 나오고, 그걸로 웹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거죠?]“예. 비용 문제가 있으면 고유번호를 스티커로 붙여도 됩니다. 사이트는 네X버 카페. 아니, 천리안 폐쇄 동호회처럼 운영할 겁니다.”
아직 네X버 카페가 없던 시절.
말실수를 수습한 진혁의 설명은 계속됐다.
인증 절차를 도입하고.
웹 사이트에 술기 동영상을 올리며.
Q&A 게시판도 만들겠다는 말과 함께 독자 의견 또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뭐, 사실 모방이었다.
20년 넘게 공전의 히트를 친 『처방 가이드』.
개원의라면 누구나 한 권쯤은 가지고 있는 책이자, 원장님 전용 필독서라 할 수 있는 책을 따라 하자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좀 그런데요. 불법 제본으로 생각보다 매출이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크음, 큼. 제가 괜히 거액의 선인세를 드린 게 아닙니다.]반대는 완강했다.
또 다른 제안을 하며 설득해 봤지만, 무용지물.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이만한 제목이 없지 않던가.
결국, 진혁이 방법을 바꿨다.
“일반외과랑 흉부외과 더블 보드에 도전할 겁니다. 이것도 도움 되지 않을까요? 일반외과랑 흉부외과를 같이 도전하는 건 국내 최초입니다.”
[국내 최초요?]“사실 잘 모릅니다. 정확한 통계도 없고. 아무튼, 그래도 이슈는 될 겁니다.”
그 자신의 이름값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말.
판매에 도움 될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허나.
[최초가 아니면 의미 없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너무 솔직했던 걸까.
출판사 사장이 완강히 반대했다.
결국.
“트리플 보드에 도전할 겁니다. 응급의학과도 가겠습니다. 언론 플레이도 하고요.”
더 큰 포부를 밝혀야 했다.
GS, CS, ER.
트리플 보드의 도전.
주머니 속 사탕이 스스로 입 안에 들어가길 자청하고 있었다.
아, 달콤해라.
응급의학과장인 박영진만 노났다.
✻ ✻ ✻
40대만 돼도 친구가 없어진다.
마음 터놓고 지낼 사람도.
속내를 드러낼 이도 줄어든다.
나이를 먹어서.
때가 묻어서.
정치적인 성향이 달라서.
아니면 상처받아서.
무슨 이유가 됐든 줄어들게 돼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누군간 말하리라.
손해 보는 짓이라고.
또 뭐 하는 거냐고.
호구 짓을 왜 하냐고.
어차피 남 아니냐고.
나중에 안 볼 사람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믿어 주고, 이끌어 주며, 항상 편이 돼 주는 이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엄청 고민된 것도 사실이었다.
특약도 특약이었지만, 부모님.
그리고 어려운 집안 형편까지.
걸리는 게 많았다.
돈이 없으면 행복이 창문으로 빠져나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하지만 사람을 택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승낙을 받았다는 것.
매출이 줄어들지도 몰랐지만,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한 진혁이 용산 소방서로 들어가자, 유나혜가 반겼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일이 좀 있어서요.”
“⋯⋯?”
“손 좀 보태고 왔습니다.”
“그게 돼요?”
“어쩌다 보니⋯⋯.”
진혁이 어색하게 웃자, 유나혜가 진혁의 팔을 잡아당겼다.
“일단 여기 좀 앉으세요. 쉬셔야죠.”
“네.”
“커피 뭐 좋아하세요? 밀크? 블랙?”
“밀크요.”
“어머! 저도 밀크인데. 좀만 기다려요.”
한쪽 눈을 찡그린 유나혜가 탕비실 안쪽으로 들어갔다.곧.
“맛있네요.”
“프림 듬뿍에 설탕 두 스푼. 진리의 맛이죠.”
“오, 저랑 비율도 똑같으신데요? 그나저나⋯⋯.”
“⋯⋯?”
“선배님이신데, 제가 타 드려야 하는데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고생하고 왔는데, 커피라도 타 줘야죠. 다른 선생님들은 출동 중이시니까, 편하게 쉬세요.”
털털한 성격인 모양.
진혁의 자세가 절로 무너졌다.
축 늘어진 것이다.
그렇게 편한 자세로 커피만 홀짝일 때.
유나혜가 뜬금없는 말을 해 왔다.
“저, 오프 날 찾아가도 되죠?”
“네?”
“아신 병원에 한번 갈게요. 따로 시간 좀 내 주세요.”
“아⋯⋯.”
“왜요? 안 돼요? 학술대회 때도 말씀드렸잖아요.”
유나혜가 눈을 빛냈다.
거부하면 안 된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본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 모습에.
‘이게 말로만 듣던 플러팅인가?’
제대로 된 연애 경험이 없던 진혁은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었다.
플러팅을 하는 거 같다고.
호감의 발로인 거 같다고.
“크음, 큼.”
진혁이 헛기침을 하며 대답을 회피하자, 침묵이 한참 계속됐다.
“⋯⋯.”
“⋯⋯.”
“⋯⋯.”
“⋯⋯.”
사실, 아닐지도 몰랐다.
그냥 향상심에 저러는 걸지도 몰랐다.
허나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게 다 남중 남고를 나와서 그런 거다.
의대를 다닐 때도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니.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외모보다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이현아가 떠오른다.
성격이 드세지만, 침묵이 편한 여자.
거기에 더해, 이쁘기도 했다.
✻ ✻ ✻
사실, 누군갈 만나는 건 사치나 다름없을지 몰랐다.
곧 시작될 레지던트 생활.
잠 잘 시간도 부족할 테고.
바쁠 게 뻔했다.
그러니 만나 봤자.
‘헤어지겠지.’
끝이 좋지 않을 게 뻔했다.
곰신이 군대 간 남친을 기다리듯.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기다려 주는 여자 친구도 많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불변의 법칙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나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친한 척을 했는데.
그 반응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어색한 침묵을 깬 건 유나혜였다.
“선생님, 근데 여친은 있으세요?”
“네?”
“여자 친구요, 여자 친구 있으시냐고요.”
“푸웁.”
커피를 뿜어 버린 이진혁.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나혜는 황당해했고.
김석대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님도 성욕이 있다는 말은 틀렸다.
저 인간은 성욕도 없어 보였다.
쑥맥.
연애고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이 장내를 뒤덮는 순간.
진혁이 벌떡 일어났다.
✻ ✻ ✻
빠르게 바닥을 청소하고.
가운에 묻은 커피를 털어 냈다.
그러고선.
“인터뷰 좀 하시죠.”
김석대를 끌어들였다.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술책.
허나,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토막 인터뷰.
진혁은 시중 일관 진지했다.
“안전벨트를 안 하는 건 미친 짓입니다.”
“네? 뒷좌석도 해야 하냐고요? 당연하죠.”
“초음파 기기만 설치돼 있어도 이렇게 어렵진 않았을 겁니다. 당장 구급차에 설치해야 합니다!”
“5대 병원을 조사해 응급실에서 자주 쓰는 상비약도 추가로 구비해야 합니다!”
회귀했음에도, 임프레션을 하지 못했기에 하는 말.
장비가 없는 이상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할 때.
또다시 사이렌이 울렸다.
✻ ✻ ✻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출동, 또 출동의 연속이었다.
돌아가면서 출동하자고 하더니, 사건 사고가 잦아 쉴 틈이 없었다.
지붕에 올라간 고양이를 찾으려다 낙상 골절을 입은 중년인.
거동이 불편해 119를 부른 어르신.
낮술을 먹다 넘어진 50대 후반의 가장까지.
별의별 일로 출동해야 했고.
그 과정은 꽤나 힘들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장난 전화 또한 있었다.
지친 기색을 내색할 틈도 없이, 다시 구급차에 올라탄 진혁이 물었다.
“원래 이렇게 출동이 많은 편인가요?”
“10초에 한 건꼴로 출동합니다.”
“네?”
“저희가 아니라 서울 소방본부 기준으로요.”
“아⋯⋯.”
“누군간 지금도 계속 출동 중일 겁니다. 뭐, 저희도 쉴 틈 없이 일하고 있고요.”
“힘드시겠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죠.”
구급대원이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혹은 환자를 살렸다는 기쁨에 일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5분 후.
보호자이자 신고자인 중년인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 저희 애 좀 살려 주세요.”
“일단 그 카메라 좀 치워 주세요! 엄마! 나 병원 가기 싫다니까!”
“그래도⋯⋯.”
“가기 싫어, 가기 싫다고!”
구급차에 탑승하는 것도 거부하는 환자.
병색이 완연했기에 진혁이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저 말기예요. 병원 치료는 필요 없다고요.”
환자의 말에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아직 20대로 보이건만, 암이라니.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전 웰-다잉(Well-Dying)이 목표예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말도 늘어놓는다.
품위 있게 죽는 걸 뜻하는 웰-다잉.
아직 서구권에나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그녀가 다시 말했다.
“전 그냥 품위 있게 죽고 싶어요. 괜히 이것저것 독한 약물 쓰고 하는 거 딱 질색이라고요.”
“⋯⋯.”
“뭐, 그러다가 어레스트 오면 쇼피알 하겠죠. 아닌가요?”
“쇼피알이요?”
“네, DNR 안 쓰면 계속하잖아요. 보호자 없으면 올 때까지 하고. 보여 주기 식으로 심폐소생술 하는 거, 정말 최악이에요.”
“⋯⋯.”
“왜요? 제가 틀린 말 했나요?”
완강히 거부하는 환자.
뒤늦게 설득을 시도했지만, 말짱 꽝이었다.
그렇게 진혁이 한참 난감한 일을 겪고 있을 때.
CS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초집도의 상시화로 부족한 인력을 채운 CS.
첫 출근한 펠로우가 지시했다.
“코드블루인데. 음. 한 사이클만 하는 척해요.”
“네?”
“살살 하라고요.”
“!!”
순간 방송을 듣고 달려온 이들이 움찔거렸다.
살살하라는 말.
포기하자는 뜻이었다.
아니, 쇼피알을 하자는 말이었다.
하지만.
“보호자한테 구두로 허락받았어요. 뭐, 아직 서류는 안 썼지만.”
맥 빠지는 얘기가 쐐기를 박아 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쇼피알.
숨소리도 내지 않고.
힘도 주지 않으며.
얕게 압박한다.
말 그대로 하는 척만 하는 거다.
그렇게 2분이 지나고.
갓 출근한 펠로우가 사망 선고를 했다.
그 자신이 지정의로 되어 있는 환자.
뭐, 주치의는 아니었지만, 상관없다고 여겼다.
법적 근거는 마련했으니까.
곧, 그가 말했다.
“법이 문제란 말이지. 가족 전부한테 동의받으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이진혁이나 한동수가 들었다면 기함할 소리.
아니, 그가 들었다면 이렇게 말했으리라.
누구냐 너.
CS에 미꾸라지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