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00)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00화(200/388)
200화. 새로운 시작 (1)
건조한 목소리로.
담백하게.
제 생각을 밝혔다.
그리고 그때마다.
“옳지!”
뭐, 이런 추임새를 들어야 했다.
겉은 26살.
안은 50대.
그와 동년배인 교수들.
뭐, 당연한 일이었다.
똑같이 보수적인 것이다.
곧, 진혁의 고개가 최두일을 향했다.
환자의 상황에 빗대 설명한 게 아닌 상황.
그의 오해를 풀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오해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
“지난주에도 논의되었지만, 단순히 완치 목적으로 진행하는 수술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건.”
결정적인 순간에 숨을 고르는 진혁.
특유의 잔재주였다.
하지만.
“아아. 잠깐.”
한동수가 개입했다.
의아함도 잠시.
그가 말했다.
“최 선생이 백그라운드를 모르니까. 처음부터 하자고, 처음부터.”
“예, 교수님.”
“이 선생은 이번 케이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문답을 통해 최두일에게 일러 주자는 함의.
진혁이 빠르게 대답했다.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지?”
“메타(Metastasis, 전이) 때문에 완치는 어렵겠지만, QOL(Quality of Life)이 좋아질 거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수술하다 죽을 수도 있는데? 단순한 페인(통증) 관리가 목적이라면, 최 선생 말이 옳을 수도 있어.”
한동수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자, 그의 눈을 진혁이 직시했다.
기대감이 서린 눈.
맑고 투명한 눈이다.
물론, 붉게 충혈됐지만.
‘뭐, 우리가 무식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려 주라는 건가.’
“잠시 브리핑해도 되겠습니까?”
“뭘, 물어봐! 진석아!”
“예, 교수님.”
“여기도 하나 붙여!”
“네?”
정진석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동수가 척하면 척이 아니냐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의국에 붙인 문구! 대회의실에도 붙이라고! 선배는 땅! 후배는 하늘! 이게 우리 CS야! 선배는 발톱의 때라고, 때!”
갑자기 장난스럽게 변한 한동수.
최두일이 영어를 섞어 쓰지 않은 것처럼, 웃음기를 쫙 뺀 채로 말하더니.
순식간에 돌변했다.
물론 짐작 가는 건 있었다.
곧 있으면 끝날 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게 분명했고, 원래 첫인상보다 끝인상이 중요한 법이었다.
잠시 후.
진혁이 컴퓨터 앞에 서자, 시선이 쏠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우스만 놀리니.
그럴 수밖에.
시선이 따가울 법도 했지만, 진혁은 한참 차트를 확인했다.
사실 그 자신이 맡은 환자는 아니었다.
주치의도 아니었고.
심지어 폐식도 파트.
그러니까 암 센터와 협업해서 관리하는 환자였다.
그러니 봐야 했다.
다시 보고, 또 읽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프리라운딩을 돌았다는 거지.’
지난주에 디스커션했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환자를 만났다는 거다.
✻ ✻ ✻
사실 인턴이 나서는 건 흔치 않았다.
컨퍼런스는 환자의 상태를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
위에서 발표를 시키지 않는 한 나설 공간이 없다고 해야 맞았다.
하지만 판이 깔린 상황.
그저.
‘내 생각을 말한다.’
담백하게 말하면 된다고 여겼다.
어차피 다름의 문제.
가치관의 차이다.
잠시 후, 환자의 차트가 화면을 메웠다.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통증은 10점 이상입니다.”
“왜지?”
“옥시코틴(마약성 진통제) 40mg과 펜타닐 50mcg을 슈팅 중이지만,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이 아닐 텐데.”
“예, 보시다시피 뉴로틴 600mg과 아미트립틸린 10mg도 슈팅 중입니다.”
항우울제로 쓰이는 약물.
신경병증성 통증을 완화할 목적으로도 쓰인다.
잠시 숨을 고른 진혁이 말을 이어 갔다.
“모르핀도 추가로 투약하기로 했지만, 프리라운딩 때 확인한 환자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
“요통 외에 신체 모든 부위에서 비특이적 증상. 그러니까 10점 이상의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왜 그런 거로 보이지?”
“영상으로 확인하셨다시피, 식도와 폐, 기관지까지 전부 메타(전이) 됐습니다.”
“그 정도면 최 선생 말대로 터미널 피리어드(Terminal Period, 말기)라고 할 수 있는데.”
“예. 그래서 더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페인 컨트롤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진통제를 쏟아붓고 있었지만, 듣지 않기에 하는 말.
그렇게 다들 아는 사실을 상기시킨 후.
“물론 투약 용량을 늘려 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힐 겁니다.”
환자의 미래를 단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성이 생길 테고.
투약 용량을 점점 증가시키는 무한 루프에 빠질 거라는 함의였다.
물론 수술도 통증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하는 것뿐이었다.
한동수의 고개가 최두일을 향했다.
“이번엔 최 선생이 말해 보지.”
“네?”
“미국에서 유행한다는 그 완화적 치료 말이야. 이런 케이스는 어떻게 하지?”
“저희 병원도 호스피스 병실을 오퍼레이팅 하는 거로 압니다만.”
“저희가 아니라 우리.”
“아, 네. 뭐, 마취과에 노티해서 PCA(자가 조절 통증 장치)를 달겠죠. 펜타닐이랑 조프란을 믹스해서 슈팅하고요.”
“용량은?”
“정량으로 써 봐야 소용없을 거고. 정확한 건 디스커션 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정 안 되면 미다졸람을 써야죠.”
“재운다는 말인데?”
“뭐, 페인 컨트롤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최두일.
그런 방식으로 많이 떠나보낸 모양이었다.
살짝 눈살을 찌푸린 한동수가 응수하려던 찰나.
따르릉거리는 소리가 장내를 메웠다.
핸드폰.
아니, 콜폰이 울리고 있었다.
✻ ✻ ✻
액정을 확인한 한동수의 표정이 굳었다.
응급실 내선 번호가 찍혀 있었기 때문.
이 시간에, 그것도 자신한테 다이렉트로 전화할 정도라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끊은 한동수가 소리쳤다.
“정진석이!”
“네, 교수님!”
“당장 수술실 수배해! 에이오틱 다이섹션(Aortic Dissection, 대동맥 박리)이야!”
“넷!”
정진석이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곧 있으면 시작될 일렉티브 서저리(정규 수술).
수술방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그사이 한동수의 고개는 치프를 향했다.
“내 스케줄 조정해!”
“네, 다시 어레인지하겠습니다!”
“대타 없으면 보호자한테 양해 구하고 딜레이시켜!”
“넷!”
“최 선생이랑 이진혁이는 따라와!”
수술실에 들어오라는 함의.
순간 최두일이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한동수가 금세 밖으로 나가 버렸다.
✻ ✻ ✻
대회의실을 나왔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한참 발을 동동거리던 한동수가 뒤늦게 밖으로 나온 정진석을 채근했다.
“어디로 가면 돼?!”
“아직 확보 못 했습니다.”
“뭐?!”
“D 로젯이 꽉 찼다고 합니다!”
“하필, 이 시간에⋯⋯. 하!”
“바로 연락 준다고 했습니다.”
“기다리지 말고 다시 전화해! 뭐 해!”
“넷!”
정진석이 다시 전화하는 사이.
한동수의 고개가 최두일을 향했다.
“이봐 최두일이.”
“예.”
“대동맥 박리 수술 해 봤지?”
“저는 심장 전문입니다.”
“그래서.”
“대동맥 박리는 너무 스페시픽한 영역이라 조금 그렇습니다.”
최두일이 난색을 표했다.
그 모습에 한동수가 으르렁거렸다.
“뉴욕에 있었다더니. 양키스 팬이야?”
“네? 뭐, 팬이라면 팬이긴 합니다만.”
“난 삭스(Sox)다, 삭스. 어! 양키 고 홈이라고 인마!”
라이벌인 레드삭스 팬들이 늘상 하는 야유.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던 최두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겠습니다.”
“좋아.”
“이진혁이! 넌 마취과 수배해야지!”
“벌써 했습니다!”
“오케이!”
정진석이 수술방만 확보하면 끝.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자, 최두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 영역이 확실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확실히 주먹구구식이었다.
그냥 파트만 세 개로 나눈 뒤, 아무나 수술하는 거 같지 않던가.
그도 그럴 게.
‘타입 A라면 모탈리티(치명률)가 50%가 넘는다고!’
대동맥 박리 수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다.
그렇게 최두일의 오해가 커질 때.
정진석이 소리쳤다.
“C 로젯 18번 방 잡았습니다!”
“뭐 해! 뛰어!”
“넷!”
곧바로 달리는 이들.
최두일 또한 맹렬히 그 뒤를 쫓았고.
뜀박질 소리가 복도를 메웠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피해 다른 이들이 능숙하게 움직였다.
매일 반복되는 일.
다들 이골이 나 있었다.
✻ ✻ ✻
로젯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진 수술방을 확인하기도 전에.
다들 탈의실부터 들렀다.
먼저 수술복으로 갈아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옷을 갈아입으며, 최두일이 구시렁댔다.
“오우, 쉣. 아무래도 제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거 같습니다.”
“뭐?”
“그게 제가 혈관 쪽은 약해서요.”
“야, 최두일이. 너 컨퍼런스 때는 멀쩡하더니. 영어를 섞어 쓰고. 너 인마! 양키 고 홈 할래?!”
“아, 아닙니다.”
최두일이 당장 손을 들었다.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상황.
다시 돌아갈 처지가 아니었다.
곧.
“닥치고 준비해!”
“넷!”
한동수가 엄포를 놓자 침묵이 이어진다.
그렇게 끝난 환복.
로젯에 들어가자마자 한동수가 소리쳤다.
“환자는?”
“이쪽으로 올려보내라고 했습니다.”
“환자 오면 바로 프리옵 들어가!”
“넷! 퍼미션(동의서)은 어떻게 할까요!”
“생략해! 나중에 받아!”
“알겠습니다!”
상황을 정리한 한동수가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무리 급해도 바로 수술할 순 없는 일.
환자 상태부터 확인해야 했다.
화면에 띄워진 건 X-ray 영상.
나비 날개처럼 보여야 할 폐 한쪽이 뭉개져 있었다.
검은색 음영은 온데간데없었고.
석회화된 것처럼 뿌옜다.
상부 종격동이 확장됐기에 생긴 일.
대동맥이 한쪽으로 튀어나오거나, 벽이 두꺼워질 때 생기는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게다가.
“Pleural effussion(늑막삼출액) 같은데요.”
왼쪽 폐야를 가리는 음영이 있었다.
8번부터 11번.
그러니까 아래쪽 갈비뼈가 전부 흰색 음영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흐음.”
짧은 침음성을 터트린 한동수가 마우스를 놀렸다.
그러자 초음파 영상이 화면을 메운다.
하지만.
“뭐야, 왜 이렇게 안 보여!”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상행대동맥의 원위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불필요한 잡음이 잔뜩 껴 있었다.
이른바 허상.
식도와 대동맥 사이에 있는 기도가 방해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이는 다른 영상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소노를 찍은 의사가 스킬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뒤에서 같이 모니터를 지켜보던 진혁이 입을 열었다.
“CT를 확인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뭐야, 아직 안 갔어!?”
“아직 환자가 안 올라왔습니다.”
“전화해서 확인해 봐!”
“예!”
진혁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한동수가 홀로 영상을 확인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대동맥벽의 팽윤.
특정 부위만 툭 튀어나와 있었다.
게다가 하얗게 들뜬 부분도 있었다.
혈전이 생긴 곳이다.
그뿐이랴.
요근의 전면.
그리고 외축 경계면이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소실된 것이다.
“하⋯⋯.”
짧은 침음성도 잠시.
다시 딸깍거리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빠르고 정확하게.
모든 걸 머릿속에 넣는다.
석회화된 죽상종의 국소적 단절.
타원형의 단면상.
대동맥 중위 벽의 돌출.
저강도 병변.
모든 걸 집어넣은 한동수가 벌떡 일어났다.
저 양키 놈한테 우리 CS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 줘야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수술 대기실에 있던 이들이 달려와 고했다.
“교수님, 준비 끝났습니다.”
“가자!”
“예!”
CS의 저력을 증명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