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06)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06화(206/388)
206화. 참의료지원단 (3)
아신 병원 운영과.
우용만이 들어서자, 시선이 집중됐다.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기 때문.
허나 말이 없는 우용만.
결국, 참지 못한 누군가 물었다.
“과장님, 병원장님이 어떻게 말씀하셨습니까.”
“사표 투쟁을 하기로 했다.”
“네?”
“사표를 쓰고 정상 진료를 하기로 했다고. 외과 계열 전부. 그리고 임상 계열만.”
“아⋯⋯.”
짧은 탄식도 잠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체리피커라고 욕할 겁니다. 우리만 쏙 빠져나간다고요.”
“맞습니다. 과장님. 눈 가리고 아웅 아닙니까. 내부 반발도 심할 겁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호들갑을 떠는 이들.
틀린 말이 하나 없었고.
자신이 했던 우려와 같았다.
하지만 계속 반대만 할 순 없는 상황.
우용만이 이를 악물었다.
“불평은 그만!”
“⋯⋯!”
“지금부터 비상 체계로 전환한다. 먼저 김만출이!”
“넷!”
“동대문에 가서 투쟁할 때 입을 조끼부터 구해 와!”
“네?”
“옷이라도 입고 진료할 수 있도록. 어서!”
“아, 알겠습니다!”
김만출이 옷을 챙겨 입고 나가자, 우용만의 고개가 다른 직원에게 향했다.
“허태경이. 넌 시멘트 공장에 다녀와!”
“네?”
“길 건너에 있는 공장에 다녀오라고! 돈을 달라면 주고, 무릎을 꿇으라면 꿇고. 어떻게든 조끼부터 빌려!”
“아, 알겠습니다.”
강경투쟁의 상징인 빨간 조끼를 빌려오라는 말.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한 예비책이었다.
“김만석이는 홍보팀장 일정 확인하고! 미팅 어레인지해!”
“알겠습니다!”
“미리 사정 말씀드리고!”
“옛!”
“나머진 의협이랑 현장에 나간 애들 통해서 안테나 세우고! 바로바로 보고해!”
정신없이 움직이는 이들.
그들을 보며 우용만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든 수습해야 했다.
✻ ✻ ✻
참의료지원단.
사표를 쓰고 일한다는 건데.
너무 이상적이었다.
다들 삭발하고 머리띠를 두른 채 데모에 나섰거늘.
선비질을 하겠다는 셈.
내외부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뭐, 병원장이야 찍어 누르면 된다고 여기는 거 같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렇던가.
결국, 우용만은 성형외과를 찾았다.
오지호의 지시에 가장 떨떠름해 했던 인물이 과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물론 갑작스러운 우용만의 등장에 당장 난리가 났다.
“뭐, 뭐야.”
“또 삭감당했나?”
“야야. 누가 사고 쳤어.”
“시발, 너야? 누구야!”
“저는 지난번에 끌려갔다 왔는데요.”
삭감을 당하면 운영과장실로 소환당하거늘.
이번엔 직접 찾아왔으니.
보통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들.
수선스럽게 떠드는 이들을 뒤로하고.
우용만은 과장실의 문을 두들겼다.
잠시 후.
성형외과장이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차라도 얻어 마시려고 왔습니다.”
“허허, 앉으시지요.”
곧바로 녹차를 내오는 성형외과장.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찻잔을 흘깃 본 우용만이 본론을 꺼냈다.
“내키지 않으시지요?”
“뭐, 그야. 흐음.”
“저도 내키지 않습니다.”
“⋯⋯.”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병원장님이 서전 출신인 건 과장님도 아실 테고. 환자만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뭐, 그건 압니다만⋯⋯.”
성형외과장이 말꼬리를 흐렸다.
오지호의 측근인 우용만.
쉽게 속내를 털어놓을 순 없었다.
하지만.
“뭐,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따르겠지만, 반란표가 생길 겁니다.”
“선거 말입니까?”
“잘 아시지 않습니까.”
“허허.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성형외과장이 눈을 피하며 녹차를 들이켜자, 우용만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
“뭐, 선거도 선거지만. 외부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
“설득하려 들 테고. 그게 안 되면 탄핵하라고 부추기겠죠. 가만있지 않을 거라 이 말입니다.”
“⋯⋯.”
“그간 미뤄 왔던 투자안 통과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
“그러니까⋯⋯.”
한참 계속된 대화.
얼마 뒤, 성형외과장실을 나온 우용만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찻값으로 10억을 쓰고 온 길이었다.
✻ ✻ ✻
암으로 인한 결손.
선천적인 결손.
당뇨발로 인한 상처.
교통 사고로 인한 외상까지.
각종 재건 수술을 하는 곳이 종합 병원의 성형외과라는 곳이었고.
그런 만큼 그들이 원하는 장비 또한 많았다.
물론 지금껏 해 왔던 말이 있기에, 설득은 쉽지 않았다.
– 예산이 없습니다!
– 비상경영을 해야 할 때입니다!
– 컨티전시 플랜을 짜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입니다.
뭐, 이런 말로 막아 왔다.
한데, 10억을 쓰고 왔다.
“후우⋯⋯.”
나직이 한숨을 내쉰 우용만이 다시 안경을 치켜올리고선 다른 과로 향했다.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구강악면외과.
재활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혈관외과까지.
등등.
과장실을 방문할 때마다 돈이 훅훅 나갔다.
물론 돈은 없었다.
하지만 의료기기 리스라는 우회로가 있었고.
비싼 이자율 때문에 리스를 극혐했던 우용만은 피눈물을 흘리며 공언했다.
어떻게든 해 주겠다고.
그렇게 반발이 예상되는 외과 계열과 임상 계열을 전부 돌고 난 우용만의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재단발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한 푼이라도 아껴 왔건만.
다 거덜 나게 생겼다.
그리고 그건.
“감히 어떤 놈이⋯⋯!!!”
이진혁한테 전화한 놈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놈이 집회에 나오라고만 안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
✻ ✻ ✻
누군간 말한다.
의사만큼 이익 앞에 잘 뭉치는 집단도 없다고.
허나 틀린 말이었다.
의사만큼 파편화된 개인도 없었다.
개원의, 페이 닥터, 봉직의.
크게 세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었고.
각기 다른 전공마저 더하면, N명의 사람이 나온다.
그뿐이랴.
소형, 중소형, 대형 병원으로 일하는 곳마저 전부 달랐으니.
이해관계도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의사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기에, 집행부는 일제히 머리를 밀었다.
동조 의식을 끌어 올리고.
정부와 국민에게 소리친 것이다.
– 시발! 이건 말도 안 돼!
물론 소리만 친 건 아니었다.
달래고.
어루고.
조인트도 까며.
찢어진 개인을 기워 붙이고, 종합 병원의 파업마저 이끌어 냈다.
한데 이탈자가 생겼다.
“이진혁 선생을 가만두면 안 되겠습니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발, 너무 유명해서 어떻게 할 순 없고. 네가 좀 해 봐!)
“그렇습니다.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잡아 조져야 하는데, 너무 유명해!)
“허허. 뭐라도 해야겠지요. 한데, 아신 병원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뒷배부터 손봐야 하는데, 네가 할래?)
“끄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방법은 네가 좀 찾아봐!)
“일단 전화를 하긴 했는데⋯⋯.”
(원장한테 따지고 들었는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
“이대로 가만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허허.”
(다들 말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 보라고!)
회의는 공전했다.
직접 건드리자니, 이진혁이 너무 유명했고.
그가 속한 아신 병원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국민 여론의 향배까지 감안해야 했다.
당장 이런 기사가 실리지 않았던가.
『이진혁, 집회에 불참하다!』
『이진혁이 파업에 불참한 이유!』
『의약분업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진혁』
『철옹성에 균열이 생기다.』
『파업에 반대하나? 이진혁의 행보!』
사실, 뭣 같은 기사였다.
아파서 안 왔을 수도 있고.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도 있었다.
한데, 그간 보여 왔던 이진혁의 행실만 따지고 이따위 기사를 내보냈다.
그렇게 대책 회의가 계속되고 있을 때.
누군가 급하게 들어와 소리쳤다.
“아신에서 참의료지원단을 만든다고 합니다!”
✻ ✻ ✻
계획도 없었고.
방침도 없었다.
하지만 다들 움직였다.
일단 가서 깽판이라도 쳐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서운대가 선례를 남겼다지만.
그건 협의된 일.
이번 일은 아신 병원의 독단이었고.
용납할 수 없었다.
자그마한 균열이 둑을 무너트리듯.
다른 병원도 동조한다면 파업 동력이 약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데.
“뭐, 뭐야!!”
“삼표 시멘트?”
“하. 참.”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빨간 조끼를 입은 이들이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건설노조 조끼를 입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랴.
아직 오바로크조차 안 된 새빨간 조끼를 입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거기서 그쳤다면 바로 움직였으리라.
한데 고개를 들어 올리자, 현수막이 보였다.
『의약분업 철회 기원!』
『의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서민 건강 무너진다!』
『국민건강 지켜 내자!』
『의약분업 폐지하라!』
『임의조제 근절하여 의사권리 쟁취하자!』
너무도 많은 현수막.
머머리들은 말문이 막혀 했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어야 했거늘.
마치 파업 현장에 온 거 같지 않던가.
한참 멍하니 있던 그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허허, 우리가 오해한 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분명히 들었습니다.”
“그래요?”
“일단 원장실로 올라가 봅시다.”
“그러시지요.”
그렇게 다시 움직인 이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마에 빨간 띠를 두른 의사가 내렸기 때문이다.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잠깐. 나, 성심 병원 구태준이야. 그거 뭔가?”
“네?”
“띠 말이야, 띠.”
“아, 오늘부터 띠를 두르고 일하라고 지시받았습니다.”
“뭐?”
“운영과에서 배포해서⋯⋯.”
말꼬리를 흐리는 젊은 의사.
그 모습에 다들 기막혀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 ✻ ✻
결국, 머머리들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좁디좁은 의료계.
아는 사람이 하나씩 있었다.
그렇게 확인된 전말.
내과 계열은 자율 파업.
외과 계열과 임상 계열은 정상 진료가 맞았다.
이에 머머리들이 다시 움직였다.
눈속임에 속을 순 없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병원장실.
머머리들은 문을 두들겼다.
쾅쾅!
쾅쾅!
“이봐! 오 원장! 어! 자네 이러기야!”
“나와! 나오라고! 그렇게 참 의사 흉내를 내고 싶었나! 어!”
“나오라니까!!”
행패를 부리는 이들.
비서가 기겁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진혁이 혼자 이탈한 것과 아신 병원이 움직인 건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허나 문이 열리지 않자.
다들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끌어내리면 그만.
선동부터 해야 했다.
허나.
“뭐? 탄핵이 어렵다고? 왜? 뭐가 어려운데?! 내과 계열이 더 많잖아!”
“아니, 궐위 상태가 돼야 선거를 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냐 이 말이야!”
“이봐! 김철진이! 어! 너도 의약분업에 찬성한다 이거야!”
엄포를 놨지만, 흔들리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우용만이 약을 쳐 놨기에 가능한 일.
결국, 머머리들이 다시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쾅쾅!
쾅쾅!
“이봐! 오 원장! 나와! 나오라고!”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정 이러면 할 수 없어! 어!”
다시 시작된 소란.
결국, 병원장실의 문이 열렸다.
✻ ✻ ✻
문이 열렸지만, 머머리들은 흠칫거렸다.
혼자 있을 줄 알았건만, 기자들이 쫘악 깔려 있었다.
게다가 오지호는 인터뷰 중이었다.
“파업에 찬성하는 의미로 사표를 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복장도 갖춰 입었지요. 덕분에 병원답지 않은 분위기가 됐습니다만⋯⋯.”
(봤지? 파업에 찬성한다는 의사는 밝혔으니까, 이제 그만 가!)
“한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약한가 봅니다.”
(환자를 죽여야 속 시원하겠냐! 어!)
“참의료지원단은 일단 두 개로 나눌 겁니다. 의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 인력 파견도 보낼 생각입니다!”
(여차하면 더 보낸다! 어!)
“허허, 뭐 다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야 똑같지 않겠습니까.”
(나도 의약분업은 반대한다니까!)
오지호는 병원장다운 가면을 쓰고 여유롭게 인터뷰를 했고.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피해 가는 신기까지 보였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이진혁은 톤이 묘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네?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요?”
(어떻게 할까요? 계속할까요?)
“아⋯⋯.”
(계속 행패를 부리면 찬성한다고 합니다?)
“그게 좀⋯⋯.”
(어떻게 계속 가시겠습니까?)
“제가 아직⋯⋯.”
(진짜 방해하면 죽는다!?)
“허허⋯⋯.”
(어차피 파업은 성공한다니까?!)
“원래 조용히 사는 걸 좋아해서⋯⋯.”
(나 원래 조용히 살고 싶었어! 어!)
계속 이런 식의 대응만 했고.
그때마다 머머리들은 움찔거렸다.
어린 나이에 논문에 이름도 올리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밝혀내고.
국민적 명망도 얻고 있는 이진혁.
천재라고 소문난 저놈이 뭐라고 말하는 순간.
정부가 옳다구나! 를 외칠 게 뻔한 것이다.
결국.
“끄으으으윽!”
머머리들은 후퇴를 결정했다.
✻ ✻ ✻
어느덧 파업 당일.
그 어느 나라보다 잘되어 있다고 자부했던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일제히 멈췄다.
항시 바쁘게 돌아갔던 수술방의 불은 꺼졌고.
경증 환자마저 받아 줬던 응급실의 문은 굳게 닫혔다.
심지어 응급실 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병원도 있었다.
이에 환자들이 일제히 한 곳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아신 병원.
그곳은 훤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