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15)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15화(215/388)
215화. 참의료지원단 (12)
풍납동 커피숍 앞.
강기재가 침을 뱉자 이현정이 질색했다.
“아, 진짜!”
“뭐! 왜!”
“와! 이러니까 장가를 못 가는 거예요!”
“니가 내 마누라냐? 왜 이렇게 챙겨?”
“챙길 만하니까 챙기죠! 이러는데 어떻게 안 챙겨요!?”
이현정이 눈을 부라렸지만, 강기재는 끄떡하지 않았다.
그 자신은 이현정의 사수.
하늘 같은 선배였다.
뭐, 사실.
오랜만에 왔더니.
눈도 따끔거리고.
폐도 아프고.
가래가 껴, 눈치를 살필 계제가 아니었다.
그 옛날 진주 훈련소에서 4개월 정도 갇혀 있다가, 서울에 올라왔을 때 느꼈던 기분이랄까.
아무튼.
죽을 맛이었다.
“이러다 폐병 걸려 죽겠다.”
“그러니까 전화로 하자고 했잖아요. 굳이 올라올 필요 없다는데. 뭐 하러 올라오냐고요.”
“뭐, 취재도 하고. 출장비도 타고. 좋잖아?”
“실비 수준인데 뭘 또 그래요. 참내.”
연신 툴툴대는 이현정.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오랜만에 올라온 서울.
이현아도 만날 생각이었다.
이를 눈치챘을까.
강기재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거 이거 맨날 싸우더니, 언니 만날 생각에 들뜬 것 좀 보게.”
“아니거든요?”
“맞거든요. 그나저나 아직 고백 못 했다며?”
“돌려서 몇 번 말했나 봐요.”
“근데 왜 안 사귀어? PD랑 출연자랑 정분 나면 욕할까 봐? 이진혁 선생, 혹시 고자 아니야?”
“와⋯⋯. 빨리 들어가기나 해요.”
이현정이 손을 휘적거리자, 강기재가 문을 열어젖혔다.
✻ ✻ ✻
진혁과 마주 보고 앉은 강기재가 코를 벌름거렸다.
“크음. 큼. 공기가 여간 나빠야 말이지⋯⋯.”
“서울 공기 안 좋은 거야, 뭐. 여전하죠.”
“그나저나 결심이 선 이유가 뭡니까.”
“처음엔 조용히 있으려고 했습니다. 뭐, 굳이 안 나서도 된다고 생각했죠.”
“어이쿠, 그런 양반이 참의료지원단을⋯⋯. 이거 이거. 앞뒤가 달라요, 달라.”
“그건 병원 차원에서⋯⋯.”
“뭐, 뻔한 일 아닙니까.”
강기재가 눈을 찡긋거리자, 진혁이 침묵했다.
사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것만으로도 발전한 거였다.
항상 제멋대로 소설을 쓰던 강기재가 아니던가.
그와 친분이 두텁다던 김 순경의 어머니가 아플 때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이리 변하진 않았을 거다.
“오늘 환자가 죽었습니다. 말 그대로 뺑뺑이를 돌았죠.”
“전화로 말했던 그 환자 때문이다?”
“네.”
“야, 이현정이. 잘 적고 있지?”
“그럼요. 노트북값은 해야죠.”
이현정이 눈을 찡긋거리며 노트북을 들어 보였다.
2년 전까진 수첩을 들고 있던 그녀.
새삼 세월이 흘렀다는 게 느껴질 뿐이다.
“처음엔 교산 쪽에 있는 병원에 갔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었을 겁니다. 문제는 문이 닫혀 있었다는 겁니다.”
“그 후로 바로 온 겁니까?”
“아뇨, 강동 쪽으로 갔는데 거기도 문이 닫혀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길동을 갔고. 뒤늦게 아신 병원으로 왔죠.”
흔히 말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있었다는 말.
미래에는 의료진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이 경우는 파업 때문에 발생한 인재였다.
강기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늦게 와서 죽었다?”
“네, EICU로 옮겨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사망했습니다. 아니, 다 했다는 건 틀렸죠. 뭘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이미 골든타임이⋯⋯.”
“잠깐, 잠깐!”
“⋯⋯?”
“조금 이상한데요. 외과 의사들이 전부 복귀했다고 들었는데, 아닙니까? 응급실 의사들도 복귀했잖아요?”
“⋯⋯.”
“정부도 약속했고. 사표 투쟁으로 전환했는데, 왜 문을 닫은 겁니까?”
“이게 좀 복잡합니다⋯⋯.”
“음?”
“중소 병원은 병원장이 좌지우지하는 곳입니다. 그게 그러니까⋯⋯.”
한참 계속된 설명.
강기재가 반문했다.
“병원 사정에 따라 다르다?”
“네.”
“이거, 참. 더럽게 복잡하네. 하!”
“⋯⋯.”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켰다는 거 아닙니까. 협회도 방금 말한 거 말고도 더 많을 거고. 맞습니까?”
“그렇죠.”
“이러면 못 내보냅니다.”
“⋯⋯.”
“대중들은 떠먹여 주는 걸 좋아한다 이 말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거 싫어하고. 안 봐요, 안 봐. 다들 먹고살기 힘들지 않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럴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뭐, 여러 이유가 있다지만.
뉴스를 깊게 소비하지 않는 게 대중이란 존재였다.
제 가족 하나 건사하기 힘든 상황.
뉴스를 톺아볼 시간이 어딨단 말인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진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쉽지 않네요.”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
“신파로 가야죠, 신파! 제가 이래 봬도 메이저 출신 아닙니까! 하핫.”
✻ ✻ ✻
20년이 넘는 기레기 생활.
지극히 강기재다운 선택일지 몰랐다.
“일면에 유가족 사진 올리고. 인터뷰 따고! 어! 그러면 끝이라 이겁니다!”
“남의 아픔을 이용하는 게 조금⋯⋯.”
“허허, 이 양반이. 진짜! 큰일 낼 사람이네!”
“⋯⋯.”
“아까 통화로 뭐라고 했습니까. 직접 나설 수 없다고 했죠. 이번에 수술 수가 못 올리면 외과 의사들이 멸종당할 거고. 환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그거나 이거나 똑같다 이 말입니다.”
“⋯⋯.”
“이렇게라도 안 하면 이거 못 뒤집습니다. 타이밍이 늦었다 이 말이에요.”
한발 늦었다는 말.
그 자신한테 하는 말 같았기에, 진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물론 방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참의료지원단도 만들고.
외과 의사들의 복귀도 이끌어 냈다.
하지만 파업에 대한 비난은 삼갔다.
그리고 그건.
‘논문 때문이었지. 파업이 끝난 다음에 나왔던 논문을 봤으니까.’
인생 2회차인 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실수였다.
파업이 끝난 후 쏟아진 논문.
의약분업에 따른 부작용.
그리고 업계의 변화를 다룬 논문도 많았지만, 파업 전후의 사망률 비교.
그러니까 파급 효과를 다루는 논문 또한 많았다.
그 결론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사망률 차이가 없었어.’
파업을 시작했던 달.
그리고 전년 동월.
혹은 앞 달과 뒤 달을 후행적으로 분석했고.
직접적인 사망.
혹은 간접적인 죽음까지 살핀 결과, 파업에 따른 사망률 증가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다시 말해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확정된 것이다.
한데, 환자의 죽음을 직접 목도하니.
알 수 있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만 없을 뿐이지 피해 입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고.
애초에 전면 파업으로 병원 문을 닫았는데, 피해 본 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라고.
그러니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베갯머리송사로 해 달라고 말했던 것도.
아직 스탠스를 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혹은 감정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치즈를 하며 바리깡을 든 것도.
전부 후회하고 있었다.
✻ ✻ ✻
헤어지기 전.
강기재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근데 왜 이렇게 나서는 겁니까?”
“네? 환자가 죽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아뇨. 이러다가 배신자. 아니 쓰레기 취급을 받을 수 있는데, 왜 나서냐는 겁니다. 동료들의 비난이 겁나지 않냐 이 말입니다.”
뜬금없는 말.
그 자신보고 너무 늦게 나서서 타이밍을 잃었다고 했던 강기재가 엉뚱한 말을 하자, 진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나, 딴지 걸지 않고 묻는 말에 답했다.
“뭐, 저도 사람인지라 겁이 납니다. 배신자라고 손가락질할 동료들의 시선도 무섭고. 여러 생각이 들죠.”
“그런데요.”
“의사니까요. 의사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겁니다.”
“⋯⋯의사니까 나서야 한다?”
“네. 지금 파업 중이신 다른 선생님들도 마음이 무거운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환자 생각에 잠을 못 주무시는 분도 많을 거고요. 그게⋯⋯.”
한참 의사로서의 가치관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늘어놓는 진혁.
그 모습에.
“커엇~~!!”
강기재가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핀을 뺐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진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핀을 가리켰다.
“이거 뭡니까? 카, 카메라가 달린 거 같은데. 설마 촬영하고 있었던 겁니까?”
“왜요? 그럼 안 됩니까?”
“아⋯⋯.”
진혁이 입을 쩍 벌렸다.
사전 동의 없는 촬영.
몰카나 다름없었고.
지극히 기레기다운 행태였다.
강기재는 여전히⋯⋯.
아니, 진짜 여전했다.
아, 메이저 출신이라 그런 건가?
✻ ✻ ✻
먼저 기사를 치고.
인터뷰 영상도 편집해서 내보낸다고 했다.
이현정을 통해 이현아 PD한테 넘길 생각.
뭐, 리얼감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에 진혁은 순순히 강기재를 보내 줬고.
곧바로 시계를 확인했다.
늦은 시간이라 결례일지 몰랐지만, 김무성한테 전화를 걸었다.
딸깍.
“어, 무성아.”
[얍얍!]“어떻게 됐어?”
“그래? 이유도 잘 설명했지? 여차하면 바리깡으로 머리 밀고 나설 거라고.”
[넹!]“치즈 하면서 웃은 건 아직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유화적인 제스처인 것도 말씀드렸지?”
[아, 안 그래도 치즈 때문에 계속 여쭤보시더라고요.]“그래?”
[넹! 저랑 비슷하다고. 겉보기랑 다르다고 했죠. 킥킥.]“야!!”
[앗! 잠깐만요!]갑자기 사라진 김무성.
한참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진혁이 얼굴을 굳혔다.
진지할 때는 진지해야 했거늘.
이 상황에서 장난질이라니.
한참 멀었다.
이놈을 어떻게 사람답게 만드나 싶을 때.
[여보세요? 나, 무성이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진혁이 혀를 찼다.
“무성아⋯⋯. 지금 심각하다, 심각해. 어!? 장난칠 때가 아니라고!”
[크음, 큼.]“으음?”
[허허, 나 무성이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만.]또다시 김무성의 하이톤과 180도 다른 묵직한 목소리가 들리자, 진혁이 빠르게 대답했다.
“⋯⋯혹시, 아. 차관님, 안녕하십니까. 아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진혁이라고 합니다. 그게⋯⋯.”
장난이 아니라 진짜였다.
✻ ✻ ✻
강기재가 포문을 여는 데는 고작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유가족을 취재하고.
데스크를 설득한 다음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 냈다.
[응급실 뺑뺑이! 애먼 환자만 죽다!] [유가족의 절규! “아빠가 보고 싶어요!”] [정부의 직무 태만! 영수회담은 왜 취소됐나!]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쓰지 않는 정부!] [의약분업에 따른 파업! 모든 피해는 환자가 입는다!]정부와 의료계를 모두 까는 기사.
사실 이런 기사가 처음은 아니었다.
허나,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환자.
어린 아들이 영정 사진을 들고 우는 모습.
그리고 이진혁이 마침 사망 선고를 했다는 자극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이 술렁였다.
물론, 이현아와 정아름도 가만있지 않았다.
정아름은 다큐를 기획했고.
이현아는 『외과의사 24시』에 응급실 뺑뺑이 끝에 사망한.
그러니까 뒤늦은 조치로 사망한 환자의 모습을 그대로 방영했다.
안 그래도 분노한 대중에게 기름을 쏟아부은 격.
불길은 가라앉지 않고 점점 커졌다.
넥타이 핀셋만 한 카메라를 통해 인터뷰를 하는 진혁의 모습이 공중파를 탔기 때문이다.
물론 보건복지부에서 소위 말하는 입금.
그러니까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렵고 겁나지만 해야 할 말은 있다. ‘나는 의사다!‘] [레지던트 이진혁! 파업 중인 이들도 환자를 걱정할 것!] [복지부, 필수 의료 지원을 위해 ‘공공정책수가’ 도입한다.] [수술 수가 대폭 상향!] [외과 계열의 숙원이 풀리다!] [필수 의료과의 미달 사태 해결되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공공정책 수가 추진 방안이 확정되다!]쏟아지는 기사.
여론이 의료계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업무 개시 명령까지 내린 것이다.
불응하면 면허 박탈.
형사처분을 비롯해 고소 고발을 하겠다는 선언이 계속됐다.
그 타겟은 집행부.
그리고 간부들이었지만, 파업은 멈출지 모르고 계속됐다.
약사도, 의사도.
의약분업을 철회하라고 난리.
결국, 진혁이 나서야 했다.
✻ ✻ ✻
그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했던 이진혁.
그의 기자 회견 소식에 기자들이 몰린 건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당장.
“이진혁 선생님! 인세는 혹시 어떻게 쓰셨습니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왜 그간 대답을 회피하신 겁니까!”
“입장 발표 전에 먼저 확인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은 가십거리를 먼저 물었다.
기레기다운 태도.
이에.
“소아암 환자를 위해 천만 원을 기부할 예정입니다.”
진혁은 건조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고는.
“선인세로 받은 금액은 전부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IMF 때 실직하셨습니다.”
가정사를 오픈하며 기자들을 침묵시켰다.
없는 형편에 천만 원을 기부한다니.
따지고들 여력이 없었다.
그저 이 또한 대중에게 소구력 있을 거라 여기고, 급하게 속보를 전할 뿐이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
한 차례 숨을 고른 진혁이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의사를 적으로 돌리는.
광역 어그로나 다름없는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