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16)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16화(216/388)
216화. 참의료지원단 (13)
「아신 병원 레지던트인 이진혁(28)이 기자 회견에 나섰다. 파업 반대 의사를 밝힌 그는⋯⋯.」
「여론 조사 결과 파업 반대 여론은 7% 이상 상승했으며, 이는 이진혁 선생의 기자 회견에 따른 것으로⋯⋯.」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진혁 선생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증했으며⋯⋯.」
「의협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입니다. 여론 악화에 따라 파업을 중단하기로 결의했으며⋯⋯.」
「긴급 속보입니다. 파업 중단을 선언한 의협이 중앙윤리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으며, 이진혁 선생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기로⋯⋯.」
신문이면 신문.
방송이면 방송.
기사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진혁의 입장 발표.
그에 따른 여론 악화.
파업 중단까지.
사태는 급변했고.
기삿거리는 넘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자 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진혁은 계속 방송에 출연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어차피 외과 의사를 제외한 이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마당.
수술 수가의 인상이 비가역적으로 확정됐기에 거리낄 게 없었다.
✻ ✻ ✻
카이사르는 루비콘강을 건너기 전까지 끝없이 고민했고.
이성계 또한 위화도 회군을 앞두고 밤잠을 설쳤다.
허나 위화도에서 회군을 시작하고.
루비콘강을 건넌 뒤에는 둘 다 고민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진격했다.
돌이킬 수 없기에 가능한 일.
후세의 누군가가 카이사르가 말하지도 않은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말로 카이사르의 진격을 평가한 것처럼.
진혁의 행보 또한 누군가 본다면 속전속결이라 할 수 있었고.
이는 미래를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시 중단된 파업이 다시 시작될 거라는 걸 아는 거다.
진혁은 연이어 기자를 만났고.
방송에도 출연했다.
『저녁마당』.
『그곳이 알고 싶다』.
『출발 VJ특공대』.
『특별 편성! 의약분업을 논하다!』.
등등.
그간 『외과의사 24시』 외에는 출연을 삼갔던 진혁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채널을 고정하며 응답했고.
방송계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은 환호했다.
시청률도 잘 나왔고.
한번 방송에 나오면 신문 기자들이 소위 말하는 받아쓰기로 이슈를 재생산하고 있어, 재방 또한 잘 팔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120분 토론』에 진혁이 초청받은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 ✻
검은 정장을 입은 진혁은 목청을 드높였다.
“교수님, 방금 사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하셨는데요. 이미 환자가 죽었습니다!”
“허허. 파업과 무관하게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네?”
“아니, 막말로 꼭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딨습니까! 의사는 신이 아닙니다. 환자를 꼭 살린다는 보장이 없단 말입니다!”
“그러면 파업은 왜 중단하신 겁니까?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중단한 게 아닙니까.”
“지금은 여론에 밀려 잠깐 중단했지만,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파업은 계속될 겁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볼 텐데요.”
“허허! 이번 일은 유감입니다만, 의약분업을 강행한 정부한테 책임이 있는 게 아닙니까!”
진혁도 연신 목청을 높였지만, 파업 찬성 쪽 패널도 만만치 않았다.
이진혁 때문에 일시 중단된 파업.
다시 파업하기 전에 여론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차트를 공개할 수 없지만,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에 죽은 겁니다! 제가 주치의였습니다!”
“위험한 발언입니다! 이진혁 선생은 고작 레지던트가 아닙니까!”
“아신 병원에 설치된 분쟁 조정 위원회도 조사를 끝냈습니다!”
“증거 있습니까! 증거! 그렇게 자신 있으면 차트를 공개하십쇼!”
“현행법 위반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혹시 몰라 제삼자 검증까지 마쳤고. 응급실 뺑뺑이가 없으면 죽지 않았을 거라는 게 확인됐습니다.”
“자꾸 확인됐다고만 하지 마시고. 차트를 공개하면 될 일 아닙니까!”
개인 정보가 담긴 차트.
함부로 오픈할 수 없었고.
이를 알면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머머리였다.
말실수를 한다면 징계 사유로 삼을 계획.
함정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진혁은 요리조리 잘 피해 갔고.
약협에서 나온 패널과 정부 측 패널의 공세마저 더해지자, 머머리가 스탠스를 바꿨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습니다.”
“⋯⋯?”
“얼마를 벌었습니까? 항간에는 『엄마! 흉부외과에 가고 싶어요!』로 20억을 벌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교수님, 그건⋯⋯.”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돈을 벌려는 수작이 아니냐 이 말입니다! 암요! 그래서 반대하는 게지요!”
“⋯⋯.”
“왜 대답이 없습니까! 얼마를 벌었습니까!”
“많이 벌지도 못했을뿐더러, 모든 돈은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제가 쓴 책은 인턴들을 위한 책으로, 국민적 인기랑은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얼마를 벌었다는 겁니까?”
“아니, 교수님!”
“그래서 얼마냐고요!”
계속된 인신공격.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토론이 계속됐다.
✻ ✻ ✻
그 시각.
『영닥터』는 『120분 토론』을 보는 이들이 게시판을 점령하고 있었다.
[저 아저씨 누가 패널로 삼았냐? 이러다 망하겠다.]└저 사람의 목표는 딱 하나야. 대중들이 텔레비전을 끄게 만드는 거지.
└ㅇㅇ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건 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고전적인 전술임.
└ㅋㅋ 이게 바로 토론이지! 개꿀잼!!
└이진혁이 봐 봐. 기가 막혀서 대답도 제대로 못 한다. ㅋㅋㅋ
└야야. 지금 좋아할 때냐. 저 새끼가 배신해서 여론 완전 안 좋아졌다고.
└배신? 뭐가 배신인데? 수술 수가 정상화되면서 졸라 좋아졌거든? 우리 과도 3D 탈출이라고!
└뭐? 외과 의사들은 대체 뭐 하는 놈들이냐. 지들 개업 못 한다고 또 이진혁 편드네.
└너는 또 뭔데?
└책값도 오지게 비싸게 받았잖아. 떼돈 번 거 아니냐?
└ㄴㄴㄴ 솔직히 술기 영상도 CD로 담아주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바로 검색할 수 있게 해 주고. 잘 만든 건 사실 아님?
└그러니까 얼마 벌었냐고?
└왜? 너도 배 아프냐?
└어, 존나 배 아픈데? 불법 제본 간다. ㅅㅂ.
└칼라로 만들어서 불법 제본 해 봤자 가독성만 떨어진다. 커어억! 저 사람 뭐야. 대체 왜 저래?
└미, 미쳤다.
└망했네, 망했어.
└이제 보니 스파이는 저놈이네.
└와. 진짜. 이건 좀 심한데?
└그냥 티비 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ㄷㄷ.
갑자기 빠르게 올라오는 글.
토론이 끝난 줄 알았던 머머리가 실언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 ✻ ✻
손석힘이 사회자로 나선 『120분 토론』엔 전통 같은 게 있었다.
그건 아무리 개싸움을 벌여도 끝날 때는 서로 수고했다며 악수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사회자의 클로징 멘트 뒤에 내보낸다는 거였다.
허나 이진혁이라는 간나새끼 때문에 여론에 밀려 파업을 철회한 머머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 또한 의사인 만큼 그런 전통이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 이런 자리에 나서는 게 어디 흔하겠는가.
그저 감히 악수를 청하는 이진혁이 고까울 뿐이었다.
“이봐, 이진혁 선생!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애!”
“⋯⋯.”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걸 두고 볼 거 같냐 이 말이야!”
“죄송합니다.”
“뭐? 죄송? 너만 의사인 줄 알아!? 우리도 의사야! 의사!”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요구를 관철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게 있으면 얘기하고. 협의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이 새끼가 진짜! 너 이 새끼 내가 어떻게든 죽여 버릴 거야! 메스도 못 들 게 만들 거라고! 너 임마! 징계야, 징계! 어!”
열이 뻗쳐 손가락질하는 그.
온건파는 내쫓긴 지 오래였건만, 이제 와 딴소리하는 이진혁이 미워 죽을 판이었다.
진혁이 아무 소리도 하지 않자, 그가 소리쳤다.
“지금 잠깐은 멈췄지만 계속할 거야! 계속할 거라고! 4차, 5차, 6차!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라고!”
“⋯⋯.”
“그리고 넌 인마! 징계받고 면허 박탈이야! 메스! 내가 다신 못 잡게 만든다! 어!”
“⋯⋯저, 교수님.”
“왜!!”
“아직 빨간불입니다만⋯⋯.”
“뭐!?”
순간 당황한 머머리가 좌우를 둘러봤다.
카메라 위에 점멸하는 붉은 점.
그리고 당황한 표정의 손석힘.
연신 손을 휘젓는 조연출까지.
머머리의 표정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 ✻ ✻
방송 사고.
진즉 끊어야 했고.
광고를 내보내야 했다.
허나 그대로 내보내고 있었다.
그건 다른 방송국에 일하면서도, 인맥을 이용해 부조정실에 잠입한 이현아 때문이었다.
“야, 이현아! 너 인마! 이러면 시말서 감이야!”
“아, 좀!! 선배! 잠깐이면 된다니까요!”
“이러다 내 목이 먼저 날아간다니까!”
“와! 지금까지 뭘 들은 거예요. 제가 공문도 위조해 봤다니까요. 저 지금 어때요? 잘살고 있잖아요!”
“어후, 진짜. 야! 여긴 MBS라니까! KBC가 아니라고!”
부지불식 간에 일어난 싸움.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를 지켜봤다.
사실.
다들 번민하고 있었다.
이대로 내보낸다면 대박.
대박이었다.
하지만 사고는 사고.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는 시청률 욕심에 끊지 못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이건 그간 학교에서 배웠던 도덕적 윤리관과 시청률 욕심이 싸우고 있다고 해야 맞았다.
PD가 학교 후배랍시고 뭐 이런 걸 들였나 싶다고 말할 때.
누군가 물었다.
“어, 어떻게 할까요?”
“끊어!”
“안 돼요! 이대로라면 대박이라고요!”
“저, PD님!? 진짜 끊을까요!”
“그게⋯⋯.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현아한테 핏대를 세우던 PD 또한 망설였다.
그도 다른 이들과 똑같은 기저 심리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진혁이 카메라를 가리켰고.
머머리가 황급히 자리를 피하며 광고가 시작되자, PD가 한숨을 내쉬었다.
“망했네, 망했어.”
“축하합니다! 선배!”
“어이고! 축하는 무슨! 너 때문에 시말서 쓰게 생겼다.”
“에이~! 아니라니까요! 저만 믿어요! 네?”
“지랄. 뭘 믿어! 야, 너 나가!”
“왜요, 그래도 결과는 봐야죠. 시청률 몇 프로 나왔는지만 보고 갈게요.”
“가집계는 내일 나온다고! 빨리 나가!”
“아효, 참. 당직한테 확인해보면 되죠.”
이현아가 싱글벙글거리며 연신 축하한다는 말을 해 왔지만, 신명섭 PD는 마음이 불편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부조정실에 있는 누군가에게 물었다.
“국장님 전화 없지?”
“사실 문자가 왔습니다.”
“뭐? 뭐라고?”
“당장 오신다는데요?”
“그래? 야, 나 퇴근한다!”
“어? 그러면 안 되죠! 저희는 어떻게 하라고요!”
“아, 몰라! 모른다고!”
서둘러 옷을 챙겨 입는 신명섭 PD.
그가 나서려는 순간.
국장이 부조정실을 찾았다.
“⋯⋯.”
“⋯⋯.”
“⋯⋯.”
“⋯⋯.”
잔뜩 일그러진 표정.
그리고 어색한 침묵.
신명섭 PD가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국장님!”
“이 자식이! 야!”
“아, 저, 그게⋯⋯.”
“야 안마! 신명섭이!”
“죄, 죄송합니다. 시말서 쓰겠습니다.”
“시말서는 무슨! 잘했다! 임마!”
“네?”
“대박이라고! 대박! 지금 오는 길에 확인했는데 마지막 시청률 25% 나왔다.”
“아⋯⋯.”
신명섭 PD가 탄식을 내뱉자, 옆에 있던 이현아가 거들었다.
“끝났네, 끝났어. 선배 어때요? 제 말 들어서 손해 볼 거 없죠? 하핫.”
✻ ✻ ✻
기자 회견을 하고.
방송에 출연했다.
그뿐이랴.
숱한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래서 오른 게 고작 7%였다.
그간 쌓아 둔 이름값 때문.
아니, 먹고살기 바쁜 대중들이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업 반대 여론이 치솟고 있었다.
다시는 메스를 잡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겁박이 그대로 방송됐기 때문.
사실 그뿐이면 괜찮았겠지만 다시 시작될 파업이라는 걸 알기에 진혁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이현아가 물었다.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아요?”
“어차피 다시 시작할 거라서요.”
“흠.”
“이게 강대강 대치라서⋯⋯. 결국 의-약-정 간에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서 쉽지 않아요.”
“그래요?”
“네.”
진혁이 짧은 대답 후 계속 고심하자, 이현아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직설을 흘리죠.”
“이직설이요? 전 생각 없는데요.”
“에이. 우리 막내 선생님은 진짜 왜 이러실까.”
“⋯⋯?”
“왜, 그 있잖아요. 존스홉킨스. 랭곤. 메이요. 클리블랜드. 볼티모어, 미시간. 뭐, 대충 찍어서 오퍼 왔다고 흘리면 되죠.”
“흐음.”
“메스도 들지 못하게 만든다고 했고. 징계 위원회도 소집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이럴 때 콱 눌러 줘야 한다고요.”
싱긋거리며 웃는 이현아.
진혁이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강기재가 고개를 저었다.
“허허, 이 사람들이 아직 멀었네, 멀었어.”
“네? 왜요?”
“아니, 그런 오퍼 하나 왔다고 눈 하나 깜짝하겠습니까?”
“그럼요?”
이현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하자, 강기재가 쐐기를 박았다.
“미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합시다.”
“⋯⋯!”
“천재 의사 이진혁! 일본에서 오퍼 받다! 도쿄대! 가메다! 루크! 쿠슈대! 자, 어떻습니까.”
순간 다들 입을 떡 하니 벌렸다.
국민감정을 정면으로 건들자는 말.
정말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어, 그거 좋은데요? 어차피 미국은 면허 문제 때문에 이직할 수 없거든요.”
이현아 PD의 동생인 이현정까지 고개를 주억거리자, 이현아가 기막힌 듯 말했다.
“와, 내가 졌다. 졌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 ✻ ✻
다음 날.
이진혁의 일본 이적설이 보도되자, 전 국민이 들고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