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21)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21화(221/388)
221화. 참의료지원단 (18)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진혁이 늘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결국, 김무성은 의심하고 또 의심하게 됐다.
환자가 아니라.
그 자신을.
“나 설마 바보인가……?”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냥 벽과 마주하다 보니.
알게 됐다.
그 자신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얼마나 바보 같은지.
같은 진단을 내려도 깊이가 달랐고.
판단하는 방향이 달랐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인턴과 레지던트.
하늘과 땅 차이만큼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으으으. 난 바보라고요. 바보.”
김무성이 겪는 좌절은 깊이가 달랐다.
그도 그럴 게.
그냥 레지던트도 아니고.
인생 2회차인 이진혁이 마크맨이었다.
그가 계속 징징거리자.
굿캅 역할을 맡았던 장혁준이 혀를 찼다.
“무성아. 아니 3호 동지!”
“넹!”
“네가 그러면 나는 어땠겠냐.”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좌절했다고.”
“진짜요!? 어떻게 극복했는데요?”
“극복하긴 뭘 극복해! 편하고 좋았지.”
“넹?”
김무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짓자 장혁준이 목소리를 죽였다.
“좌절할 필요 없다고. 김현수처럼……. 아니다. 걔는 뭐, 요즘 잘 먹고 잘사니까. 암튼. 그냥 편하게 생각하라고.”
“어떻게요? 동기라서 더 힘들지 않으셨어요?”
“그냥 버스 탄다고 생각해. 모르면 물어보고. 바로 답도 나오고 좋잖아?”
“아…….”
“사실 2호 동지도 많이 변했지. 예전에는 거래해야 알려 줬으니까. 그게…….”
한참 계속된 썰.
술기를 가르쳐 주는 대신 콜을 대신해 줘야 했다는 등.
꼰대 같은 면이 있어서 깨지면서 배워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라는 등.
장혁준이 험담 아닌 험담을 계속 늘어놓았다.
이에.
“아하…….”
김무성이 눈을 반짝였다.
생각해 보니 귀찮다고 화내지도.
잘 모른다고 혼내지도 않았다.
그저 환자한테 진심이 아닐 때만.
그러니까 대충 환자를 볼 때만 화내는 게 이진혁이란 인간의 정체였다.
그러니.
“헤헤.”
방법이 있었다.
* * *
귀찮게 질문도 해 봤고.
일부러 바쁘게도 만들어봤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고.
되레 거머리처럼 마킹당할 뿐이다.
본인조차 말리그라고 불렸거늘.
말리그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 같았다.
그리고 항상 결과는 같았다.
잔소리.
또 잔소리였다.
그러니 과잉 진료를 하면 된다고 여겼다.
항상 빼먹어서 문제지.
더 한다고 혼난 적은 없었으니까.
환자 앞에 선 김무성이 말했다.
“일단 CT를 찍어 봐야 할 거 같은데요.”
“CT요? 꼭 찍어야 하는 건가요?”
“그럼요.”
“그게 돈이 조금…….”
“아…….”
환자와 보호자가 난색을 표하자, 김무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과잉 진료를 한다고 해도 동의가 필요한 상황.
이 또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 뭐라도 해야 해.’
“그게……. 지금 며칠 전에 오셨다가 가셨잖아요.”
“그랬죠.”
“4일 전부터 발열이 있었고. 두통도 있고. 가슴도 불편하다고 하셨고요.”
“네.”
보호자의 대답은 짧았다.
이틀 전에 ER을 다녀간 상황.
그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니 젊은 의사가 못마땅하기만 할 뿐이다.
“그때 심장 초음파도 봤고. 심전도도 이상 없다고 하셨어요.”
“그러니까요.”
“…….”
“그러니까 CT를 찍어 봐야죠. 지금 정확히 어디가 아프다고 하셨죠?”
“여기부터 여기요.”
환자가 목부터 가슴 부위.
그러니까 명치 끝까지 손으로 그어 보이자, 김무성이 짐짓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흉통이 발현된 건데.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 대동맥 박리, 긴장성 기흉, 폐색전증, 식도 파열까지……. 의심할 만한 소견이 많습니다. 크음, 큼.”
“그래요? 근데 평소엔 멀쩡한데. 누워 있거나 일어날 때만 아픈데요?”
“아, 그게…….”
김무성의 눈알이 팽그르르 돌아갔다.
가장 심각한 질환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그 자신도 정확한 건 몰랐다.
“일단 심전도를 찍어 보시죠.”
그렇게 확인한 심전도.
V3~V6.
그리고 aVF에 T파가 역전된 게 보였다.
이틀 전과 달라진 상황.
심전도 결과지를 뽑은 김무성의 고민은 짧았다.
모르면 판독을 의뢰하면 그만.
넘기면 그만이었다.
아직 인턴이었기에 이진혁의 오더를 받고 움직여야 했지만.
스스럼없이 움직인 김무성이 이번엔 혈액 검사 수치를 확인했다.
이틀 전에 확인한 검사 수치와 당연히 다를 게 없어야 했건만…….
“으음?”
뭔가 다른 게 있었다.
* * *
트로포닌(심장 질환 표지자 중 하나) 수치가 이틀 전보다 올라가 있었다.
흉통.
그리고 트로포닌 수치의 증가.
바보가 아닌 이상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김무성이 곧바로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했다.
별생각 없이 넘겼던 흉부 방사선 사진.
며칠 전보다 CTR(심흉부 비율)도 증가돼 있었다.
며칠 사이에 심장이 커졌을 리 없건만.
말도 안 되는 결과.
김무성이 계속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우스를 놀리자, 진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왜, 뭔데?”
“아, 아닙니다.”
“뭐냐니까.”
“아, 사실 그게…….”
한참 계속된 설명.
진혁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김무성이 얼른 변명 아닌 변명을 해 왔다.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거 같아서요. CT를 찍어 보자고 했는데 보호자가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설득하는 중입니다.”
“그래?”
“넹.”
짧은 대답.
진혁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몰라, 김무성이 침을 꼴깍 삼키는 사이.
갑자기 이진혁이 씨익 거리며 웃었다.
“잘했어! 어! 아주 잘했어!”
뜬금없는 칭찬.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진혁이 움직였다.
심전도 결과지를 확인하고.
곧바로 심음을 청진하던 진혁이 보호자와 환자한테 말했다.
“급성심막염입니다.”
“아…….”
“좌심실 기능 장애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일단 입원하시죠. CT는, 여기 김 선생 말대로 찍어 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갑자기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게…….”
“바이러스성일 수도 있어서요.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일단 입원 후에 심전도 변화부터 살펴보시죠.”
잠시 후.
CV(심장내과)를 콜해 환자를 옮기는 사이.
진혁이 김무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싹이 보인다. 무성아!”
“네?”
“이렇게만 해! 싹이 보인다고.”
“아, 사실 그게…….”
“다들 너는 아니라고 했는데. 아니야. 내가 봤을 땐 아직 할 수 있어.”
“아, 저…….”
“부끄러워할 거 없어! 할 수 있다고!”
진혁이 가능성이 보인다며 어깨를 두드리자, 김무성이 질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거머리를 떨쳐 낼 방법이 없을 거 같았다.
* * *
뜻하지 않게 칭찬받았지만, 고작 한 번.
딱 한 번이었다.
다시 잔소리 세례가 시작됐고.
김무성은 귀를 막아야 했다.
“으으으!! 나 죽네! 나 죽어!”
절로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입에선 단내가 풀풀 풍겼다.
그나마 다행인 건 4차 파업으로 환자가 다시 아신 병원에 몰렸다는 거.
그게 아니라면 잔소리의 파도에 빠져 진즉 죽었을 게 분명했다.
잠시 숨을 고른 김무성이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또다시 잔소리를 들은 이유.
그건 급성 신우신염 환자를 위장염으로 오진했기에 벌어진 일이었고.
이번엔 제대로 과잉 진료하리라 마음먹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검사해야.
저놈의 잔소리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만이 둔재인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여긴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곧, 환자 앞에 선 김무성이 히스토리 테이킹을 시작했다.
“원래 평소에도 숨이 차셨어요?”
“아, 아뇨. 흐읍. 흐읍.”
“그럼 갑자기 시작된 건데……. 언제부터 그러셨죠?”
“3시간 전부터요.”
“아…….”
숨을 껄떡이는 환자.
김무성이 짧은 침음성을 내뱉은 다음 미간을 찌푸렸다.
호흡이 불안정해 히스토리 테이킹도 하기 어려웠지만, 뭐, 물어본다 한들 알 수 있는 게 있나 싶을 정도였다.
허나 꾸욱 참고 보호자한테 고개를 돌렸다.
“다른 증상은요?”
“얘가 손발도 저리다고 했고. 계속 토했어요.”
“구토를……. 음.”
“선생님, 근데 왜 이러죠? 공황장애가 심해진 걸까요?”
“네? 공황장애요?”
“네, 얘가 약을 먹고 있긴 한데……. 호흡을 이렇게 힘들어 한 건 처음이라서요.”
“저, 잠깐만요.”
김무성의 고개가 페이션트 모니터를 향했다.
산소포화도는 99%.
정상에 가까웠다.
그뿐이랴.
공황장애라면 일시적인 멘탈 문제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대로 환자를 보내선 안 된다.
잔소리 대마왕이 귀신같이 알고 따라올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해서.
“일단 채혈 좀 하겠습니다. CT를 찍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네? CT요?”
“네. 폐색전, 심부전, 심근경색, 대사산증, 급성 호흡부전까지. 어떤 질환인지 모릅니다.”
과호흡을 유발하는 심각한 병증을 일단 나열하고 봤다.
일전의 환자처럼 CT 찍는 걸 거부할 수도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보호자인 어머니가 난색을 표했다.
“저, 이게 멘탈 문제일 수도…….”
“그래도 확인해 봐야 합니다. 혹시나 싶어서 응급실에 오신 거 아니세요?”
“그, 그렇긴 하죠.”
“그러니까요.”
일단 강하게 일갈한 뒤 곧바로 ABGA를 했다.
이를 곧바로 검사실에 맡긴 다음 루틴 검사마저 진행하고.
CT를 찍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잉!?”
피검사 결과 뜬금없는 수치가 보이자 침음성을 내뱉는 김무성이었다.
* * *
멘탈 문제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당장 혈당이 480mg/dL로 높았다.
환자의 나이는 20대.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저, 당뇨 진단도 받으셨어요?”
“아, 네. 유전이에요.”
“약은요. 약은 먹고 있는 거죠?”
“아, 아뇨. 그 정도는 아닌데…….”
“하…….”
김무성이 당장 미간을 찌푸렸다.
경계선에 있다가도 까닥하면 수치가 한없이 올라가는 게 당뇨.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는 무서운 병 중 하나였다.
한데 약도 안 먹고 있다니.
당장 입원할 만한 수치였다.
“일단 위에 보고하고 오겠습니다.”
“아…….”
“입원하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잠시만요!”
“네!”
곧, 진혁을 찾은 김무성이 모든 걸 보고했다.
그러자.
“당뇨병증 케토산증. 그에 따른 쿠스마울 호흡(Kussmaul breathing).”
차트만 확인했건만, 동일하게 진단하는 이진혁이었다.
당장 소화기내과로 환자를 올려보낸 다음 진혁이 김무성을 향해 말했다.
“무성아.”
“넹.”
“단순 과호흡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그, 그러게요.”
“잘했어! 응! 잘했다고!”
어깨를 투덕거리며 이진혁이 칭찬하자, 김무성이 먼저 선수 쳤다.
“으으! 싹이 보인다느니. 가능성이 있다느니. 그런 말 하지 말아 주세요! 으으! 싫다고요! 싫어요!”
“음?”
“저 환자 보러 갈게요!”
김무성이 사춘기 어린아이처럼 뛰어가자, 진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했거늘.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를 판이었다.
물론 김무성은.
“으아아아악!!”
과잉 진료를 할수록 진혁의 관심과 칭찬이 쏠리자, 미칠 지경이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