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22)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22화(222/388)
222화. 참의료지원단 (19)
김무성이 머리를 감싸며 뛰어가자, 진혁이 쓰게 웃은 뒤 곧바로 움직였다.
환자가 몰려드는 상황.
사소한 움직임에 반응할 시간이 없었다.
곧, 여자 환자 앞에 선 진혁이 입을 열었다.
“발열, 두통, 몸살 기운까지. 감기약을 드셨는데도 차도가 없으시다고요.”
“네, 선생님.”
“열이 38.8도로 높은 편인데요. 다른 증상은요?”
“설사까진 아니고 변이 조금 묽어요.”
“배는요? 배도 아프세요?”
“아뇨, 복통은 없어요. 그냥 변이 조금……. 아, 몇 번 토하기도 했어요.”
20대 여자 환자.
부끄러운 듯 고개까지 숙이자, 진혁이 더욱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환자가 민망해하는 상황.
괜한 반응을 보이면 안 됐다.
“잠시 촉진 좀 하겠습니다.”
“네…….”
“잠시만요.”
여환이기에 양해를 구한 다음.
복부 이곳저곳을 누르며 반응을 살폈다.
복통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하지만.
‘흐음. 정상인데…….’
특이 사항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다음에 시작한 건 청진.
심잡음도 들리지 않았고.
폐음 또한 괜찮았다.
특히 장음이 정상이었다.
변이 묽다고 한 것과 배치되는 상황.
진혁이 나직이 침음성을 토했다.
“흐음.”
“저, 심각한 병인가요?”
“아뇨.”
“그럼…….”
“조금 더 확인해 봐야 합니다.”
“네.”
환자의 대답을 들으며 진혁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열이 나는 건 몸에 문제가 있다는 말.
한데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사실 김무성한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끝없이 의심하라고 말했지만.
그건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손만 대면 환자 병명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는 것이다.
* * *
때로는 중증 환자보다 경증 환자가 어렵다는 말.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외상도 없고.
특정 병증으로 진단할 수 있는 강한 시그널도 없었다.
그러니 헤맬 수밖에 없었고.
별거 아닌 일에도 응급실을 찾는 경향성이 있다는 걸 고려한다면.
오히려 경구 항생제만 처방해 주고, 다시 몸이 안 좋아지면 오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느새 달려온 김무성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
그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는 게 분명했기에 진혁이 말했다.
“구토도 하셨다고 했죠.”
“네.”
“구역감이 심하신가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잠깐 입안 좀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환자가 입을 벌리자, 진혁이 얼른 펜 라이트를 꺼내 들었다.
인두 발적(빨갛게 변한 상태)도 아니었고.
편도가 부어오른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경부 림프절 종대.
그러니까 임파선이 부은 것도 아니었다.
문진, 그리고 촉진.
시진까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자 진혁이 미간을 구겼다.
“혹시 임신 가능성은…….”
“없, 없어요!”
“소변 검사를 좀 해 봐야겠습니다.”
“네? 소변 검사요?”
“네. 임신 반응도 확인하고 다른 수치도…….”
“사실 화장실 갈 때마다 조금 불편해요.”
“아…….”
진혁이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런 환자가 있었다.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이유로 제 증상을 전부 말하지 않는 환자 말이다.
환자가 베드 끝만 보면서 말을 이어 가자 진혁이 나직이 혀를 찼다.
“최근 들어 소변도 너무 자주 보는 거 같고. 잔뇨감도 있다는 말씀이시죠?”
“네.”
“잠깐 방광 쪽을 눌러 봐도 될까요…….”
“아……. 안 돼요!”
“…….”
“그냥 소변볼 때 살짝 아픈 정도예요.”
방광 자극 증상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했건만, 환자가 거부하는 상황.
진혁이 곧바로 소변 검사 오더를 낸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자리를 뜨기 무섭게.
김무성이 만족스러운 듯 웃자, 진혁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아닙니당.”
“뭐가 아닌데.”
“그냥 선생님도 만능은 아닌 거 같아서요. 킥킥. 손만 대도 병명을 알아! 뭐, 이런 수준은 아니잖아요.”
“……무성아.”
“넹.”
“나도 사람이다, 사람. 나도 잘 몰라.”
“…….”
“그러니까 끝없이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하는 거야. 저 사람. 그냥 조금만 아파도 응급실로 오는 환자로 여기고 돌려보냈어 봐. 고생했을 거라고.”
진혁의 설명은 한참 계속됐다.
그건 환자 한 명 한 명한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로 귀결됐고.
김무성은 잠자코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기서 괜한 반응을 보이면 잔소리가 더 길어지기 때문.
곧, 김무성이 말을 돌렸다.
“저, 환자. 요로 감염인 거죠?”
“아직 UTI(요로 감염)로 확진할 순 없지.”
“왜요?”
“옆구리 통증, 등 뒤쪽의 통증, CVA(늑골 척추각) 통증. 다 없었다.”
“그럼 상부 요로 감염이 아니라는 건데. 하부 요로 감염일 수도 있잖아요.”
“몰라. 신우신염일 수도 있고.”
“…….”
“하부 요로 감염 증상만 확인됐으니까. 방광염일 수도 있고.”
진짜 모르기에 하는 말.
여성 환자의 요로 감염증 진단은 급성 방광염을 제외하면 간단치 않았기에.
진혁도 정확한 건 몰랐다.
부인과가 괜히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
* * *
소변 검사 결과 나타난 염증 반응과 높아진 백혈구 수치.
그리고 그람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까지.
단순한 신우신염이었다.
요로 감염의 일종으로 신장이 세균에 감염된 것이다.
다시 환자에게 돌아와 상담을 마친 진혁이 움직이자, 김무성이 냉큼 따라붙었다.
“그냥 선생님도 척이면 척인 줄 알았는데 뭔가 좀 인간적인 거 같아서 좋네요.”
“…….”
“그냥 사람 같다고요, 사람.”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해. 더 정진해야지.”
“으으. 이런 말만 빼면 괜찮을 거 같아요.”
김무성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진혁이 움직였다.
이번에 확인한 환자는 길거리에서 실신 후 남편과 함께 내원한 30대 여자였다.
보호자인 남편을 향해 진혁이 물었다.
“아내분이 자주 실신하신다고요.”
“네. 이런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음.”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보통 곧바로 정신을 차리는데요. 건강 검진도 받았는데, 멀쩡하거든요. 선생님, 큰 병일까요?”
보호자인 남편이 안절부절못하고 진혁의 손을 붙잡았다.
유명인인 그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 믿음.
사실 말도 안 되는 믿음이었다.
방대한 의학 영역을 전부 아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일단 확인 좀 하겠습니다.”
으레 그렇듯 보호자를 진정시킨 뒤 환자를 살폈다.
환자는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는 듯 멀쩡한 기색으로 말했다.
“쓰러지기 전에 조금 어지럽고. 식은땀도 나고요. 메스껍기도 하고. 침이 조금 고여요. 아, 저혈압 때문인가 싶어서 다른 병원도 가 봤는데요. 아니라고 하셨어요.”
“음.”
“기립성 저혈압도 아니고. 심장 문제도 아니라고 했어요. 삼선 병원에서요.”
환자의 대답에 먼저 나선 건 김무성이었다.
“삼선 병원에 연락해서 의무기록 사본 복사해 달라고 할까요?”
“어, 바로 보내 달라고 해. 환자분도 동의하시는 거죠?”
“아, 네. 괜찮습니다.”
“저쪽에서 통화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네.”
환자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곧바로 스테이션으로 달려가는 김무성.
진혁이 그를 흘끔 본 뒤 곧바로 환자를 살폈다.
사실 김무성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 또한 발전한 모습이었다.
예전 같으면 환자가 했던 말을 그대로 믿고.
심장성 실신 및 기립성 저혈압을 무조건 제외했을 테니까.
그렇게 촉진과 시진.
문진하는 사이.
팩스를 들고 김무성이 달려왔다.
4차 파업에 동참한 건 삼선 병원도 마찬가지였지만, 병원 간 연락 체계는 살아 있기에 가능한 일.
기록지를 확인한 진혁이 물었다.
“미주신경성 실신이 의심돼서 검사까지 해 보신 거 같은데요.”
“네.”
“기립경사 검사도 하셨네요.”
“네?”
“그 테이블을 70도로 세운 다음에 실신 검사하는 거요.”
“아……. 네네.”
“일단 증상이 재현되지 않았는데…….”
진혁이 말꼬리를 흐렸다.
삼선 병원에서 검사한 상황.
경사를 준 테이블 위에서 혈압, 맥박, 증상 등을 한 시간 넘게 측정했다.
한데 정확히 재현되지 않았다.
심리적인 이유든, 육체적인 이유든.
뇌로 가는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는 것이다.
진혁이 짧게 고민하는 사이.
뒤에서 조용히 서 있던 김무성이 나섰다.
“저……. 혹시.”
“……?”
“임신하셨나요?”
“네? 임신이요?”
“넹. 생리는 언제 마지막으로 하셨어요?”
“아…….”
순간 진혁이 입을 벌린 채 김무성을 돌아봤다.
* * *
너무 많이 안다는 거.
때로는 안 좋은 경우도 있었다.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생각나.
머리가 복잡하기만 할 때가 많은 거다.
그래서 놓쳤다.
여자 환자라는 걸.
당연히 임신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고.
물어봤어야 했다.
한데, 김무성이 대신 물었다.
진혁이 눈을 빛내는 가운데.
베드에 누워 있던 30대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
“생리한 지는 두 달이 조금 넘은 거 같아요.”
“……!”
“아, 근데 제가 원래 불규칙해서요. 어떨 때는 세 달 만에 하기도 해요. 호호. 남자들은 매달 하는 줄 알겠지만. 아니에요.”
임신 가능성이 없다는 말.
진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혹시 모릅니다.”
“네?”
“제가 너무 히스토리 테이킹에만 매몰돼서. 실신이 왜 자주 반복되는지만 확인했는데요.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임신 중일 때 실신하는 경우도 많아서요.”
진혁이 빠른 사과 후 곧바로 움직였다.
실신을 자주 하는 이유를 미주신경성이든, 심장성이든, 기립성이든.
찾으려고만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실신한 이유.
그건 어쩌면 임신에 따른 호르몬 분비 이상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 자신이 놓친 걸 김무성이 찾은 거다.
그렇게 시작된 임신 확인 검사.
소변 검사를 통해 임신이 확인된 건 15분 뒤였고.
다시 베드를 찾은 진혁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임신하신 게 맞습니다.”
“아……. 정, 정말요?”
“네.”
“몇 주나 된 거예요?”
“임신 초기보다 중기에 보통 미주신경성 실신이 잦아지는데……. 그건 초음파를 찍어 봐야 합니다.”
“그, 그럼.”
“부인과 진료를 잡으셔야 합니다.”
“아…….”
진혁의 대답에 환자와 보호자가 짧은 침음성을 토해 냈다.
산부인과조차 파업에 동참한 상황.
따로 예약해야 한다니 난감한 모양이었다.
이를 알아챈 진혁이 웃으며 말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초음파를 찍어 볼까요?”
“그, 그래 주시면…….”
“정확한 주차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해 보겠습니다. 나름 산부인과에서도 인턴을 해 봐서요.”
“네.”
사실 다른 환자를 살피러 바로 움직여야 했건만, 오지랖에 가까운 일이었고.
파업 때문에 동네 산부인과가 마비되지 않았다면 하지 않을 일이기도 했다.
김무성이 곧바로 초음파 기계를 가져오자, 진혁이 프로브를 손에 들었다.
하지만.
“으음.”
초음파를 찍은 진혁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임신은 맞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