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25)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25화(225/388)
225화. 참의료지원단 (22)
내분비외과 교수가 병실에 들어오자, 다들 고개를 돌렸다.
좌측 부신에서 확인된 종괴.
악성인지, 양성인지 확인하는 순간이었기에, 다들 침을 꼴깍 삼키며 그를 바라봤다.
“제수씨. 좌측 부신을 절제해야 할 거 같습니다.”
“네? 왼쪽을 전부요?”
“예, 부신이라는 놈이 콩팥 위에 납작한 삼각형 모양으로 생겼는데, 호르몬을 분비하는 놈입니다.”
“저, 복잡한 건 모르겠고. 그래서 암이라는 거예요!?”
“아, 아뇨. 그건 아닌데요.”
“그럼요? 그럼 왜 절제해야…….”
“그게…….”
내분비외과에서 온 교수가 말꼬리를 흐렸다.
자신을 노려보는 한동수의 와이프.
동료 교수의 부인이었기에.
보통은 하하호호거려야 했건만.
그 자신이 죄인같이 느껴질 뿐이다.
“크음, 큼.”
“교수님, 아니 은정 아빠. 속 시원하게, 말 좀 해 봐요. 우리 그이 동기잖아요.”
“아, 그게……. 크음, 큼.”
다시 한번 헛기침을 터트린 교수가 한동수를 곁눈질했다.
“호르몬 분비 상태도 체크했고. 부신 조영증강 CT도 찍었는데……. 악성은 아니고 양성입니다.”
“양성이면 특별한 치료도 필요 없고 그냥 추적 관리만 하면 된다고 했잖아요.”
“그게……. 쿠싱증후군이 의심됩니다.”
“네? 뭐라고요?”
“그게…….”
한참 계속된 설명.
당류코르티코이드를 너무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는 어려운 말이 계속되자, 한동수의 부인이 고개를 휙 하니 돌렸다.
바보 같은 남편을 노려보는 것이다.
물론 암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 *
흉부외과 의사라고 개업을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오래 서 있는 이들이 주로 걸리는 병인 하지정맥류는, 수술하는 경우가 많았고.
보통 개원한 흉부외과 의사들이 담당했다.
그뿐이랴.
요양병원에서 쉬엄쉬엄 일해도 됐고.
2차 병원에서 진료를 봐도 됐다.
그러니 당당할 수 있었다.
“당장 사표 써요.”
“으음…….”
“아니, 뭘 또 망설여요! 나 죽는 꼴 보고 싶어요!”
“아니, 그게…….”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예요? 수술해야 한다잖아요! 수술! 수술만 지금 몇 군데를 해야 한다는데! 뭔 놈의 미련이 그렇게 많은 거예요!”
“…….”
“그놈의 환자 타령. 육모방망이 타령. 아주 지겨워 죽겠어요. 그러니까…….”
또다시 시작된 잔소리.
좌측 부신을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던 교수도 은근슬쩍 자리를 피했고.
진혁도 그 뒤를 따랐다.
묻고 싶은 게 많았기 때문.
곧, 병실 밖으로 나온 진혁이 물었다.
“교수님. 좌측 부신만 절제하면 괜찮을까요.”
“글쎄…….”
“…….”
“몸을 너무 막 놀렸어. 증상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너무 무시했고.”
“병을 키운 거군요.”
“그런 셈이지. 쯧쯧.”
교수가 혀를 찼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쿠싱증후군.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생기는 내분비 질환이었고.
호르몬 불균형에 따른 증상이 있었을 게 분명했다.
한데 이를 무시하다, 일을 키웠다.
“이 선생도 알겠지만, 부신에 종양이 있다고 해서 다 절제할 필요는 없어.”
“…….”
“호르몬 분비가 정상인 종양이 대부분이고. 기능성 종양이라서 문제야, 문제.”
“비기능성 종양이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뭐, 원발성 부신암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그건 그렇고, 왜? 한 교수가 그만둘까 봐?”
“아뇨, 그거 때문에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교수의 반문.
곧바로 대답해야 했지만, 진혁이 병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TV 소리가 흘러나와야 했고.
6인실 병실답게 시끌벅적해야 했다.
한데, 한동수 부인의 잔소리만 울릴 뿐이다.
다른 환자와 보호자가 딱한 사정을 전해 들었기 때문.
다시 고개를 돌린 진혁이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수술 후에도 예전처럼 움직이는 게 가능할지 걱정돼서 그렇습니다.”
“……!”
“아무래도 몸이 예전 같지 않을 테니까요.”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말.
수술 후에 몸 상태가 온전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염려였기에.
수술을 맡은 교수로선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내분비외과에서 온 교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슐린종도 결국 절제하기로 했다며?”
“네. 오전에 통보받았습니다.”
“약물로는 어렵나 보군.”
“크기도 크기지만, 비장에 유착됐습니다.”
“음……. 결국 비장도 들어내야 하는 건가.”
“예, 췌장이야 꼬리 부분만 절제하면 될 거 같은데, 비장은 3분지 1은 잘라 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
“네, 위치가 조금…….”
“허허. 고약하게 됐어.”
교수가 당장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같은 내분비외과에서 진행하는 일이었기에, 그 또한 알고 있어야 했지만, 대형 병원답게 전문 분야가 나뉘어 있었고.
급하게 오느라 확인하지 못했다.
“비장이 면역 기능을 담당해서 아무래도…….”
“뭐, 면역력 저하에 시달릴 수 있겠지.”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안 그래도 장시간 수술이 많은 CS인데요.”
“……그보다 갑상선은 어떻게 됐나?”
“갑상선도 수술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갑상샘종이라며?”
당장 교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크기가 커서 주변 장기를 압박하는 경우.
혹은 암이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수술하지 않기 때문.
하지만.
“병변 위치도 그렇고. 다발성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약하게 됐군.”
“예. 좌엽 부분 절제술로 들어내기로 했으니까요.”
“평생 약을 먹어야 할 텐데…….”
“…….”
진혁도 교수도 할 말이 없다는 듯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도 그럴 게.
갑상선 절제술 또한 후유증이 있었다.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었고.
호르몬 분비 감소에 따른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유발될 수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십이지장 구부에 발견된 궤양은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거.
뇌하수체 종양은 약물치료를 하기로 했다는 거다.
“일단 부신절제술은 2주 뒤에 할 거야. 알파블러커로 투약부터 시작할 거고.”
* * *
내분비외과에서 온 교수가 떠나고.
진혁은 곧장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무거운 표정으로 한동수의 차트를 확인했다.
총 세 번의 수술이 예정돼 있었다.
갑상선은 좌엽부분절제술로.
췌장에 생긴 종괴는 미부췌절제술과 비장절제술을 동시에.
부신은 좌측부신 절제술로 드러내야 했다.
그리고 이는 타격을 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떠나셨던 건가.”
한동수가 미래에 없었던 이유.
그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진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영수회담이 취소된 것처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게 미래라는 놈이었다.
물론 한동수 본인이 원할 수도 있었다.
제 몸이 망가졌다는 생각에 현타가 올 수 있었고.
더 이상 장시간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좌절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정해진 미래일지도 몰랐지만, 이를 바꾸고 싶었다.
왜?
그가 얼마나 수술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 환자를 살리는 맛에 사는 그였으니까.
그렇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 * *
ER과 장례식장 사이에 있는 흡연 공간.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심란한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는 이들 사이에서 기다리는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태희와 장혁준.
그리고 최재성.
김현수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바쁠 텐데, 시간 괜찮아?”
“뭐, 잠깐이면 된다며……. 그보다 한 교수님은 괜찮으셔?”
“그게, 조금…….”
이태희의 질문에 진혁이 설명을 이어 갔다.
그러자 다들 토끼 눈을 뜨며 진혁을 바라봤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냐는 표정.
물론, 소문이 빠른 병원답게 한동수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온 병원에 퍼진 뒤였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태희가 어이없어하며 되물었다.
“혹시 MEN(다발성 내분비 선종) 아니야?”
“글쎄…….”
“내분비 관련된 종양이 이렇게 한 번에 생기는 경우가 흔치 않잖아.”
“부모님도 그렇고 다들 일찍 돌아가셔서……. 유전일 수도 있긴 한데. 잘 모르겠네.”
“그래?”
“어, 그보다 영상을 좀 찍었으면 하는데.”
“영상?”
“응. 그게 사모님이 지금…….”
진혁의 설명이 다시 시작됐다.
사표를 종용당하는 상황.
한동수 스스로도 메스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염려를 전하자, 다들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어려운 환자도 마다하지 않고 싸웠던 한동수.
그가 무너지는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장 머머리가 된 장혁준이 나섰다.
“인턴 필독서를 쓸 때 샀던 캠코더가 있으니까. 그걸로 인터뷰를 따면 되겠네요.”
“뭐, 응원 메시지도 좋고. 쾌유를 바라는 전언도 좋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담겼으면 해요.”
“그럼 과를 나눠야 하는데. 그리고 업무도 조금…….”
일이 몰리고 있어 시간이 없다는 함의.
진혁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과장님께 말씀드려 볼게요.”
“허락해 주실까요? 안 그래도 이 선생이 빠져서 지금 로딩 걸리는 거 같던데. 무성이도 계속 사고 치고 있고요.”
“뭐, 로딩이야……. 일단 파견 나온 입장이니까요.”
“흐음.”
“찾아가서 말씀드리면 좋아할지도 몰라요.”
“왜요?”
“CS에 빚을 지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뭐, 후배들 생각이 기특하다고 좋아하실 수도 있고. 여러 측면에서요.”
진혁이 단언하듯 말하자.
장혁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렵기만 한 박영진.
왜 저렇게 확신하는지 모를 일이다.
“뭐, 허락 안 해 주면 밤에 돌아다녀도 되니까요. 그건 그렇고, 카메라는요? 한 대밖에 없잖아요.”
“VJ 선생님들한테 부탁해 봐야죠.”
“오오, 그럼 차라리 편집도 부탁하는 게 어떨까요.”
“편집도요?”
“뭐, 촬영도 좋지만, 음악도 넣어 주고. 이팩트도 넣고 효과음도 넣으면 좋을 거 같아서요.”
“그럼 이현아 PD한테 말해 볼게요.”
“오케이, 콜.”
장혁준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진혁의 고개가 김현수를 향했다.
오태상과의 그 일이 있고 난 뒤.
말이 없어진 김현수.
성형외과를 위해 인턴 재수를 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예상과 다르게 흉부외과를 지원한 그였다.
“김 선생은 외래 환자 위주로 인터뷰 좀 따줘요.”
“외래 환자요?”
“네. 한 교수님이 수술했던 환자나 보호자들한테 부탁하면 될 거 같아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럼 부탁 좀 할게요.”
“걱정할 거 없어요. 촬영이야, 뭐. 외래 병동에서 금방 딸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김현수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진혁이 그의 어깨를 쳤다.
시간이 흐르며 감정도 희미해진 상황.
장혁준처럼 편해진 건 아니었지만, 동기는 동기였다.
뭐,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하는 거 같았지만.
아니, 어쩌면 CS를 지원한 게 오태상 때문일지도 몰랐다.
최소한 제 잘못을 후배한테 떠넘기는 일은 하지 않았으니까.
되레 후배의 잘못도 감싸 주고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하는 게 CS의 문화였다.
곧, 진혁의 고개가 최재성을 향했다.
“최 선생은, 외과 계열 좀 돌아 줘요.”
“알,,았,어요.”
“교수님들 인터뷰도 좋고. 간호사들 인터뷰도 좋고요.”
“간,호,사,도,요?”
“네, 수간호사 쌤한테 부탁하면 쉽게 어레인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부탁 좀 할게요.”
그 말을 끝으로 진혁이 고개를 숙였다.
사실 쉽게 얘기했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아직 R2인 그들.
R4처럼 당직이 적은 것도 아니었고.
한창 바쁘게 일할 2년 차였다.
물론 그 모습에.
“와, 우리끼리 진짜 이러기야.”
이태희가 징그럽다는 듯 손을 휘적거렸고.
장혁준은 고개를 까닥거렸다.
“2호 동지! 좀 더 고개를 숙여 봐요! 에헴. 이거 참. 힘들게 도와주는 거라고요!”
* * *
ER의 왕이나 다름없는 박영진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사실 치프인 장길만한테 말하면 그만.
허나 일부러 찾아갔다.
“그건 그렇고, 업무는 언제부터 복귀할 거지?”
“내일부터 복귀하겠습니다.”
“그래?”
“넵.”
“……그럼 진행하도록 해. 필요하면 다른 과에도 연락해 줄 테니까. 협조 안 해 주는 과가 있으면 말하고.”
“감사합니다, 과장님.”
“감사는 무슨. 다 같은 식구인데. 뭘.”
박영진은 흡족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동수가 쓰러진 뒤 근무에서 이탈한 이진혁.
그가 자진 납세를 하는 것도 기특했고.
뭐, 한동수와 친분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나쁠 건 없었다.
CS에 빚을 지울 기회지 않던가.
게다가, 트리플 보드에 도전하는 이진혁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박영진의 허락을 득한 진혁은 곧장 이현아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게 그러니까…….”
한참 계속된 통화.
이현아 또한 흔쾌히 알겠다는 말을 했고.
벌써 얼굴을 본 지 3년째가 되는 VJ들의 협조를 얻는 것 또한 쉬웠다.
그렇게 진혁이 움직이는 사이.
다른 동기들도 바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