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34)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34화(234/388)
234화. 미움받을 용기 (3)
수술 방향을 묻는 말.
진종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심장은 기본적인 것만 아는 상황.
뭐라 말할 게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환자.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김석대가 있었기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이대로 물러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거다.
“일단 수술 방향보다……. 음, 심음은 좀 어땠나?”
“깨끗했습니다. 잡음 하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 흐음. 큐 웨이브 소견이면, 혈액이 부족하단 말인데…….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예, 교수님. 안 그래도 그 부분도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
“심장 기능이 떨어진 거에 비해, 심음이 너무 깨끗해서 조금 헷갈립니다. 공부한다고 계속 붙잡고는 있는데……. 정말 끝도 없는 거 같습니다.”
진혁이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일견 아양 떠는 모습.
가르침을 청하며.
학구열에 불탄 태도다.
마치 학부생 같지 않던가.
물론 그 모습에, 진종욱의 표정이 한층 굳어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렸기 때문.
그도 그럴 게.
천재로 소문난 이진혁과 한참 괴리가 있었고.
교육기관답게 가르침을 청하는 게 어색한 일은 아니었지만, 타이밍이 공교로웠다.
떨떠름함과 의심이 솟구친 진종욱이 진혁을 응시했다.
밝게 빛나는 눈.
눈은 마음을 투영한다더니, 다 거짓이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으니.
뭐, 당연했다.
‘모든 걸 다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 기준이 대중없었어. 진짜 몰라서 묻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린 진종욱이, 목에 매고 있던 청진기를 꺼내 들었다.
곧바로 진행된 청진.
거짓은 아니었는지.
정말 깨끗했다.
“심음이 깨끗하긴 한데……. 흠, 아직 30분이나 남았다고 했지? 다시 ECG 연결해.”
“옛.”
빠르게 움직이는 진혁.
전극을 붙이고.
세팅을 끝냈다.
그러자 진종욱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한다.
살짝 솟은 P파.
그다음에 나오는 Q파.
움푹 들어가야 했건만, 골짜기가 깊었다.
허나 전형적인 Q wave 패턴이라고 하기엔, 골짜기의 깊이가 얕다고 할 수 있었다.
‘조금 애매한데…….’
뒤이어 나오는 ST 분절.
다시 T파.
그리고 P파와 Q파까지.
진종욱이 반복되는 그래프의 파형을 보며, 한참 모니터를 훑었다.
Q파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면, 급성 심근경색 징후기 때문.
하지만 골짜기의 깊이는 더 깊어지지 않았고.
처음 형태를 유지했다.
“애매해. 애매하다고. 경계선에 딱 걸쳤어.”
“예, 교수님.”
“그런데 말이야. 왜 보고하지 않았지?”
“예?”
“여기서 조금만 더 깊었으면, 당장 CS를 호출해야 했어.”
트집 잡을 게 생긴 진종욱의 반격.
진혁이 송구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아까 CS를 콜하려고 했던 겁니다.”
“……!”
“마음이 급해, 미처 보고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끄응.”
다 이유가 있었다는 말.
체면을 구긴 진종욱이 침음성을 토해 냈다.
핑계 대지 말라고 화내기엔, 그 태도가 너무 정중한 이진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침묵하자, 진혁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다시 보니까 진짜 이상합니다.”
“음?”
“Q파가 딥 웨이브(Deep Wave)는 아니지만, 그래도 깊이가 있는데요. 심음이 깨끗한 게, 조금…….”
“심음이라는 건, 결국 판막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소리야.”
“…….”
“판막이 열고 닫히면서 생기는 소리라 이거야. 뭐, 몰라서 묻는 건 아닐 거고. 기능에 문제가 없으면, 심음 또한 문제없다 이 말이야.”
진종욱의 설명에, 잠시 숨을 고른 진혁이 받아쳤다.
“그래도 LVEF 수치가 떨어졌는데,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아니, 아니야. LVEF 수치가 낮다고 해서, 판막에 이상이 있다곤 할 수 없어.”
“예? 혈류 이상에 따른 문제인데……. 왜 그런 건지 궁금합니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심장 질환을 전공하지 않았던 진종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1+1=2.
초등학생도 아는 문제다.
하지만 왜 답이 2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만큼, 어려운 문제였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펌핑 능력 저하.
혈관 내 피로 과부하.
혈전에 따른 속도 저하.
여러 이유로 LVEF 수치가 낮게 나왔을 테고.
향후 수술 방향.
심음과 Q파와의 관계.
낮은 LVEF 수치까지.
이 모든 걸 종합적으로 설명한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아직 끝을 발견하지 못한 의학.
귀납적 추론을 배척하는 과학과 달리, 유독 귀납적 추론을 따르기에 더 그런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머쓱한 표정으로.
그러니까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신공을 쓰던 진혁이 환자한테 양해를 구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환자분.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아, 아닙니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한참 배워야 합니다. 카메라에 비치는 모습이랑 많이 다르죠? 하핫.”
민망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는 이진혁.
환자가 손사래 쳤다.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그래도 교수님께서 바로 와 주셨고. 많이 알고 계셔서요.”
“아…….”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편하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저보다 교수님한테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환자를 한참 달래자, 침대에 누워 있던 중년 사내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이진혁이 까이는 것만 보다가, 분위기가 달라졌으니 당연한 일.
불안감이 해소된 거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아니면 진혁의 말 때문일까.
말문이 트인 환자가 진종욱에게 물었다.
“저, 교수님.”
“예, 환자분.”
“저……. 아까 이진혁 선생님이 말한 수술 방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제가 재수술인데요.”
“……!”
“그, 승모. 아니, 아까 승모판륜? 그걸 성형하고, 혈전을 긁어 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되는 건지…….”
계속된 질문.
진종욱이 한쪽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 * *
내원한 환자를 분류하고.
증상에 따라 해당 과를 호출한다.
그뿐이랴.
1차 처치까지 하는 게 응급실이었다.
그러니 ER의 부교수.
그러니까 경력이 오래돼.
이인자가 될 정도면, 꽤 많은 지식.
즉, 수많은 임상 경험이 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심장 수술.
그것도 재수술에 관한 일이었다.
그러니 평소 같으면 간단하게 말했으리라.
CS에 전원시켜 드릴 테니.
가서 물어보시라고.
허나 이진혁을 들들 볶은 상황.
대답하지 않으면 민망한 상황이 돼 버렸다.
그도 그럴 게.
『외과의사 24시』에서 촬영도 하고 있지 않던가.
결국, 진종욱의 선택은 하나밖에 없었다.
“일단 CT를 찍어 보시죠.”
* * *
금세 끝난 CT 촬영.
평소처럼 방사선사가 손을 비키자, 진혁이 대신 마우스를 잡고는 한참 영상을 살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신을 괴롭히는 진종욱을 응징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항상 그렇듯 환자가 먼저였다.
‘흐음. 생각보단 괜찮은데……. 당장 위급하거나 그런 건 아니야. 그래도 재수술은 해야겠는데…….’
마우스를 힘차게 놀리던 진혁의 손에 힘이 쭈욱 빠졌다.
응급은 아니라는 판단.
그도 그럴 게.
좌심실이 비대하고.
기능마저 상실했다지만, 벽이 너무 얇지 않았고.
심벽 운동 장애 또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악성일 수 있는 종괴가 없다는 건, 마음을 한층 놓이게 했다.
허나 너무 이른 판단일 수도 있는 법.
진혁이 다른 각도로 찍은 영상을 확인했다.
흉골연 단축 단면도.
대동맥판 단면.
역시나 깔끔했다.
다만, 왼쪽 심장막 주위.
그러니까 지방 조직층에 균일하지 않은 음영 증강이 보였다.
“교수님, 염증에 침윤된 거 같습니다. 그래서 흉통이 유발된 게 아닐까요?”
“어허! 그렇게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니야.”
“…….”
“연부조직이 염증에 침윤된 거 같긴 하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야.”
“제가 또 마음이 급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진혁이 고개를 숙이자, 진종욱이 모니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흐음. 발열이나 다른 의심되는 감염성 질환은?”
“없었습니다. 흉통 또한 6점이었습니다.”
“그래? 잠깐, 거기서 멈춰.”
“예.”
순간 영상을 넘기던 진혁이 그대로 멈췄다.
그러고는 진종욱이 잘 볼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주자, 그가 모니터를 향해 상체를 숙였다.
고작 레지던트 따위가 직접 분석하는데.
가만있을 순 없는 일이었다.
“여기. 그래, 여기가 조금 이상한데. 백혈구 수치는 얼마였지?”
“14,500/μl이었습니다.”
“그래? CRP(C 반응성 단백 시험) 수치는?”
“6mg/l로 급성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정상 수치보다는 높아. 그럼 EPFN(Epipericardial fat necrosis, 심장막 주위 지방 괴사)에 동반된 농양일 수도 있겠군.”
“그래도 수술은 해야겠죠?”
“뭐, EPFN은 안티(항생제)로 처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진종욱의 대답에 진혁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촬영실 밖으로 베드를 빼낸 뒤.
진종욱이 환자한테 한참 설명을 이어 가자 진혁이 다시 한번 끼어들었다.
“저, 교수님. 아까 국소 병변 중에 EPFN에 따른 농양일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 기전이 궁금합니다.”
* * *
미래에도 밝혀지지 않은 기전.
짐작만 할 뿐이지.
왜 저런 병증이 생기는지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고.
숱한 연구 끝에도 산출물이 없던 병증이었다.
그러니 진종욱이 대답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 그건…….”
“혹시, 꼬임(Torsion)이나 지방종(Lipoma), 과오종(Hamartoma) 같은 지방 조직의 구조적인 질환 때문에 생긴 걸까요?”
“아니, 아니야.”
“그럼, 왜 저렇게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
다시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이진혁.
진종욱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 * *
어찌 됐든 재수술해야 하는 환자.
곧장 CS를 콜했고.
김윤택이 내려왔다.
오타쿠로 유명한 그가 흰소리를 늘어놓자, 진혁이 물었다.
“한동수 교수님은요?”
“뭐, 일단 갑상샘종부터 떼어내기로 했어.”
“아…….”
“췌장 쪽이 워낙 거시기 하니까. 그보다 진혁아. 손 좀 잡아 보자.”
“예?”
“이렇게 손을 좀 잡아야 에너지가……. 힘이 솟는 거 같다고.”
“……!”
스트레스가 심한 모양.
진혁이 냉큼 손을 빼고는 가운 주머니에 그대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김윤택이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진혁이 질색했다.
“후배는 하늘, 선배는 땅이라면서요. 진짜 더 가까이 오시면 도망갑니다.”
“아이고. 알았어. 알았다고……. 근데, 진혁아.”
“예, 선배님.”
“저, 교수님. 왜 저렇게 보고 계시냐? 응?”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윤택.
진혁이 고개를 돌리자, 그의 눈에 진종욱이 들어왔다.
자신을 노려보는 그.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는지, 주변 시선조차 의식하지 않는 눈치였다.
뭐, 환자 앞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진혁이 말했다.
“별일 아닙니다.”
“응? 아닌 거 같은데? 한 교수님한테 말씀드려?”
“아뇨, 괜찮습니다.”
“진짜?”
“예, 진짜로요. 괜히 싸움만 커질 거라서요.”
진혁의 대답에 김윤택이 다시 다가왔다.
“으으. 네가 필요해. 파워업이 돼야 뭘 할 수 있다고. 너는 파워업 키트. 아니, 에디터 같은 거라고.”
김지연이 그랬던 것처럼 여전한 김윤택이었다.
원래 사람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아, 김현수만 좀 달라졌나?
* * *
진종욱과의 충돌은 곧바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ER의 왕이나 다름없는 박영진은 움직이지 않았고.
병원장인 오지호 또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진혁이 자초해서 공공의 적이 됐기에 그런 건 아니었다.
자신들이 개입하면 이진혁에 대한 반발감이 더 고조되고.
문제가 커질 거라 여긴 탓이었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그건 참의료지원단의 활약을 소개하고 있던 『외과의사 24시』.
그러니까 이현아의 입김이 잔뜩 들어간 방송에서였다.
이진혁에게 계속 쿠사리를 주면서, 물어보는 것에 대해선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진종욱의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나간 것이다.
아니, 이건.
“악마의 편집이네. 악마의 편집. 와, 이걸 이렇게 편집하네…….”
PD의 전횡이나 마찬가지였다.
진혁이 나직이 혀를 찰 때.
방송을 확인한 진종욱이 뒷목을 잡았다.
“끄으으윽!”
PD가 작정하고 출연자를 묻으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