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35)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35화(235/388)
235화. 미움받을 용기 (4)
악마의 편집.
그 위력은 대단했다.
당장 시청자 게시판부터 난리 났다.
[진종욱? 저 사람 대체 뭐임?]└ 이진혁 싫어하는 티 팍팍 내던데. 왜 저래? 진짜 꼴불견이다, 꼴불견. 와, TV 끄고 싶어 죽는 줄.
└ 몰라서 물음? 지금 이진혁은 왕따 신세임. 내부 고발자가 됐는데 당연하지.
└ 그래도 저게 말이 됨? 그럼 대답이라도 제대로 하던가. 대답도 제대로 못 하면서 ㅋㅋㅋ.
└ 레알 구제 불능임. 저런 놈이 교수라고 깝치는 게 진짜 웃긴거임.
[어제 배꼽 잡고 웃었다.]└ 이진혁이 대학원생처럼 느껴져서 너무 웃었음. 눈물 젖은 빵을 같이 먹은 느낌이야 ㅋㅋㅋㅋ.
└ 혹시 대학원생? 나도 취직 안 돼서 대학원으로 도망 왔다. 근데 진종욱 저 사람, 우리 지도 교수랑 똑같아. 레알 ㅋㅋㅋ. 실무를 안 하나 봐.
└ 나도 염가 노예 신세임. 근데 저 교수 진짜 밉상이다, 밉상. 마치 우리 교수님 같아. ㅅㅂ.
[근데 의사는 원래 저럼?]└ 우린 평생직장도 없어졌는데. 지들끼리 해 먹고. 졸라 재수 없네. 원래 저럼?
└ ㅇㅇ 원래 선민의식 쩔어. 병원에서 2시간 기다려도 교수들은 3분도 진료 안 해 줌. 물어보는 거에도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 레알 ㅋㅋㅋ. 이진혁도 불쌍하고 우리도 불쌍하다. 일단 교수가 쓰레기야.
└ 근데 질문에 대답도 못 하는데, 어떻게 교수 된 거임?
└ 로열인가 보지, 뭐. 로얄 몰라? 쟤들이 쓰는 용어야.
[나 이진혁한테 반했다!]└ 진짜 참의사는 이진혁뿐이야. 세상에 저런 의사가 없다고.
└ ㅇㅇ. 끼리끼리 해 처먹을 생각만 하는 놈들보다, 백 배 천 배 나은 듯. 이 시대의 명의는 이진혁뿐이야.
└ 어깨가 떡 벌어져서 안 그래도 내 스타일임. 나랑 결혼해 줘. 참고로 나 남자임.
└ 미친 ㅋㅋㅋ. 근데 이번 일로 확실히 알았다. 이진혁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저러다 일본이라도 가 봐. 우린 망하는 거라고.
└ 내 말이. 방금 아신 병원에 전화하고 옴. 졸라 항의하고 왔다. 대체 뭐 하는 거냐고.
폭포처럼 쏟아지는 글.
이를 확인한 진종욱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이진혁은 띄우면서, 자신은 쓰레기 취급하고 있으니 당연했다.
게다가 항의 전화까지 오고 있었다.
이건 뭐랄까.
진짜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평생 환자를 위해 애썼거늘.
한순간에 쓰레기가 돼 버렸다.
“이진혁이 이 새끼를 진짜…….”
뒷목을 잡는 걸 떠나, 눈이 훼까닥 뒤집힌 진종욱이 이진혁을 찾아 나섰다.
* * *
열 번의 호의는 잊고.
한 번의 무례는 기억하는 게 사람.
은혜와 고마움.
감사함 따윈 씻어 내고.
당한 것만 생각하는 게, 인간이란 존재였다.
그러니 이진혁을 비상계단으로 불러낸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진종욱이 매섭게 다그쳤다.
“왜 그랬지? 어! 왜 그랬냐고!”
“…….”
“일부러 그런 거야! 일부러!!! 일부러 그런 거라고!”
“…….”
“너 이 자식! 오냐오냐해 줬더니! 감히…….”
분을 이기지 못하고 다짜고짜 따지고 드는 진종욱.
진혁이 침을 삼키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핏대가 서 있고.
눈은 충혈돼 있다.
그뿐이랴.
몸이 파들파들 떨리는 게, 감정을 주체 못 하는 거로 보였다.
‘하…….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이 정도로 편집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음…….’
“죄송합니다, 교수님. 오해가 있는 거 같습니다.”
난감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진혁이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진종욱의 스탠스는 여전했다.
“뭐? 오해?! 오해라고?! 네까짓 게 PD랑 짜고 날 물 먹여 놓고! 어!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이게 오해가…….”
“하! 이 새끼가 진짜! 내가 그 말을 믿을 줄 알아!”
“……믿기 힘드시겠지만, 최근에 이현아 PD랑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없습니다.”
진혁이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문자와 통화 목록을 보여 주며 억울함을 강변했지만, 진종욱은 더욱 흥분해 소리쳤다.
“이현아 PD가 자네랑 친한 건 우리 병원 사람이라면 다 알아! 다 안다고!”
“…….”
“애초에 PD를 섭외한 게 자네야! 일부러 그런 게야. 일부러!”
“…….”
“진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다그치는 진종욱.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오해받는 일이 왕왕 생긴다지만, 도저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뭐라 말한들.
믿어 줄 리 없는 것이다.
* * *
진종욱이 떠난 뒤에도.
진혁은 한참 서 있었다.
워낙 고성을 내지른 탓에 귀가 먹먹하기도 했고.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한참 고심하던 진혁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피곤하다, 피곤해.”
뭐.
일부러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했고.
환자 앞에서 망신당하길 바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편집할 줄 꿈에도 몰랐다.
VJ인 김석대가 물어봤지만, 괜찮다고 했으니까.
“하…….”
다시 짧은 한숨을 내쉰 진혁이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다.
허나 부정적인 감정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한숨을 내쉴 때.
이현아 PD한테 전화가 왔다.
* * *
성내천 옆 둑방길.
조금만 내려가면, 둑방길을 끼고 있는 커피점이 보인다.
그 옛날 의료 소송을 도와달라고 했던 진영국 변호사를 만났던 곳.
이현아를 만날 때면 단골로 찾는 곳이 돼 버렸다.
문을 열기 무섭게.
물고기 모양의 현관 종이 딸랑거리며 자신을 반겼지만, 진혁은 무거운 표정으로 장내를 훑었다.
곧, 이현아 앞에 선 진혁이 물었다.
“커피는 라떼 먹을 거죠? 샷 추가하고, 우유는 반만 타고요.”
“어머! 이젠 취향도 아는 거예요?”
“그럼요. 벌써 몇 년째 만났는데요.”
“와…….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요?”
“…….”
이현아가 새초롬하게 입술을 오물거리자, 진혁이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예전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녀의 마음을.
잠시 후.
커피를 주문한 진혁이 물었다.
“편집은……. 음. 혹시 감독님이 부탁했어요?”
“왜요? 많이 혼났어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음…….”
진혁이 옅은 침음성을 흘리자, 이현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후폭풍이 있을 거라는 걸.
하지만 해야 한다고 여겼다.
공공의 적이 돼 버린 이진혁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 당장은 곤란할지 모르지만, 시청자.
그러니까 대중의 지지가 그를 지탱해 줄 거라고 여겼으니까.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참고 버텨요.”
* * *
편해서 그런 걸까.
세월이 흘러서 그런 걸까.
항상 자신만만하고.
사고를 쳐도 당차기만 했던 진혁의 대답엔 기운이 없었다.
가족과 동기들, 다른 동료들 앞에선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나약한 모습이었다.
“음. 그래야죠.”
“와!! 진짜 이렇게 약한 모습만 보일 거예요?”
“…….”
“내가 하지 말라고 할 때, 뭐라고 했어요? 누군가는 꼭 나서야 한다고 했잖아요.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왕따가 되더라도 참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랬죠. 지금 아니면 바꿀 기회도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요! 이런 약한 모습!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자신을 향한 격려.
그리고 응원.
믿음까지 보이는 이현아를 향해 뭐라 답하려던 찰나.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이태희였다.
* * *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콜폰이 울리는 건 다반사.
해서 일이 있어 전화한 줄 알았다.
허나 아니었다.
진혁이 그대로 전화를 끊자, 커피를 마시며 숨죽이던 이현아가 물었다.
“왜요? 뭐래요? 들어오래요? 누군데요?”
속사포 같이 쏟아 내는 말.
자신을 향한 염려가 묻어 있기에, 진혁이 웃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니예요.”
“왜요? 누군데요!? 답답하게 하지 말고 퍼뜩 말해 봐요.”
“이태희 선생님이라고……. 동기예요, 동기. 어디냐고 물어보더니, 바로 끊네요.”
“그래요? 아무튼, 내 말 알아들었죠?! 원래 이런 나약한 스타일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모습 보이지 말고 힘내라고요!”
이현아의 잔소리.
진혁이 희게 웃으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어차피 인생 2회차.
다시 사는 인생.
그녀의 말이 맞았다.
공격 좀 당하면 어떤가.
뭐, 각오도 했는데.
사실 웃기는 일이었다.
김지연 간호사나 다른 이들이 우려를 표할 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선.
이제 와 이러는 게 참 우스웠다.
뭐, 사람이니까.
항상 자신이 걷는 길이 옳은지 그른지 헷갈려하고 의심과 불신, 그리고 후회를 반복하는 인간이라 그런 걸지도 몰랐다.
마음을 완전히 가다듬은 진혁이 편하게 대화를 이어 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물고기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태희가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혼자 있는 걸로 착각하고 달려온 이태희였다.
* * *
이태희가 진혁의 옆에 앉자, 이현아의 미간이 구겨졌다.
오랜만에 만난 이진혁.
1:1로 만나고 싶었거늘.
불청객이나 다름없었다.
허나 티 내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
“이태희 선생님이시죠? 호호. 아신 병원 여신! 참, 오랜만에 봬요.”
“아, 네. PD님이랑 같이 있는 줄 몰랐네요. 진혁이가 혼자 있는 줄 알았거든요.”
“잠깐 얘기 좀 하느라고요.”
“무슨 얘기요? 어제 그 편집 때문에요?”
“아뇨, 그건 아닌데. 음. 혹시 우리 막내 선생님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이현아가 화사하게 웃자, 이태희 또한 단발머리를 뒤로 넘기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지금 병원이 뒤집혔거늘.
악마의 편집을 한 당사자가 저런 태도를 보이니, 여간 고까운 게 아니었다.
“저기요, PD님!”
“네?”
“일단 진혁이한테 자꾸 막내, 막내거리시는데요. 실제로 막내도 아닌데 조금 그렇네요. 후배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
“그리고 지금 진혁이 입장이 난처하게 됐는데. 모르고 이러시는 거예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요!”
공격적인 어조.
그리고 힐난.
뜬금포나 다름없기에 진혁의 표정이 변했고.
이현아의 얼굴도 냉기가 풀풀 흘렀다.
아신 병원 여신으로 소문난 이태희.
스크린보다 실물이 더 나았고.
이진혁 옆에 딱 붙어 있는 게.
정말 꼴불견이었다.
이진혁이 말하는 건 들어 줄 수 있지만, 이태희는 아닌 것이다.
이현아가 뭐라 반박하려던 찰나.
진혁이 먼저 나섰다.
“잠깐, 잠깐, 이 선생. 잠깐만.”
“왜? 넌, 좀 가만있어 봐.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어?”
“아니, 내가 일부러 대답하기 힘든 걸 물어본 건 사실이라서 그래.”
“그야 나도 알지. 그래도 이 정도로 번지길 바란 건 아니잖아?”
“알고 있다고?”
“너랑 만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내가 그걸 모를까. 나도 속이 터져서 그래. 트리플 보드, ER에서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그야 그렇긴 한데…….”
잔뜩 화가 난 이태희.
진혁이 말꼬리를 흐리자, 이현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태희가 이렇게 따지고 드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커피를 단숨에 들이켠 이현아가 그대로 잔을 내려놓았다.
터억!
“이태희 선생님! 혹시, 우리 막내 선생님 좋아해요?”
너무도 직설적인 물음.
진혁은 눈을 뻐끔거렸고.
허를 찔린 이태희는 얼굴을 붉혔다.
* * *
지난 몇 년간 모성애라고 여겼다.
해서 꾹 눌러 참았다.
이진혁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사고 치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닐 때마다 겁이 났고.
왜 모든 걸 짊어지나 싶어, 걱정도 했다.
그러니 사고뭉치 이진혁에 대한 감정을 모성애라고 정의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스스로 제 감정을 재단하고 정의 내렸지만, 이진혁이 생각나 죽을 지경이었던 건 부인할 수 없었다.
나사가 빠진 것처럼 히죽거리고.
권태로움에 못 이겨 번아웃에 가깝다고 여겼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환자를 향해 몸 던지고.
불의에 맞서 싸우며.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는 그가 멋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아니, 위태위태해 보이는 외줄 타기 같아 항상 손을 꼭 잡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참았다.
참고 또 참았다.
물론 감정을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진혁을 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티 나는 게 사람 감정이니까.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고.
생각보다 일이 커지며, 심각해졌다.
시청자 게시판은 의사에 대한 반감이 폭발하며 진종욱 교수에 대한 비난으로 그득하다지만.
의사 커뮤니티는 역적이나 다름없는 이진혁 때문에 시끌벅적해졌다.
뭐, 당연한 일이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처럼 의사 또한 똘똘 뭉쳐야 한다고 울부짖던 이때.
거대한 균열이 생겨 버렸으니까.
해서 달려왔고.
화를 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
대체 왜 그랬냐고.
악마의 편집 때문에 진혁이 또다시 다칠 거 같다고.
하지만 『외과의사 24시』의 PD이자, 진혁과 친분을 깊게 나눈 이현아가 지금 묻고 있었다.
이진혁을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그러니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해야 했다.
허나 이현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며 자신을 비웃는 게 보이자, 이태희가 다시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네, 좋아해요! 왜요? 그러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