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38)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38화(238/388)
238화. 미움받을 용기 (7)
사색이 돼 벌벌 떠는 김무성.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려 애쓰는 이진혁.
진종욱은 말없이 모든 걸 지켜봤고.
그 뒤를 따른 조교수와 펠로우는 침묵을 지켰다.
마땅히 나서야 할 진종욱이 가만있기 때문.
해서 그의 눈치를 살피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이진혁을 바라볼 뿐이다.
그 와중에 진혁이 소리쳤다.
“세츄레이션은!”
“82%까지 떨어졌습니다!”
“어떻게든 잡을 테니까, 혈액 팩부터 달아요!”
“네!”
“할리(할리페리돌, 진정제)랑 코데인(기침 억제제)도 바로 슈팅합시다! 에피(에피네프린) N/S(생리식염수) 10mL에 희석해서 바로 주세요!”
지혈을 위해 오더하는 이진혁.
순간 진종욱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석션을 끝낸 다음.
도포하려 들 터.
지혈 타겟팅을 잡는 것도 힘들었고.
엉뚱한 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기에.
소량으로 도포해야 한다는 말이 맴돌았지만, 꾹 눌러 참았다.
부교수인 자신이 마땅히 끼어들고 지시를 내려야 했지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기 때문이다.
‘이놈 때문에 내가 쓰레기가 됐어. 쓰레기가 됐다고. 하…….’
사실 돕고 싶지 않았다.
한평생 헌신했건만.
쓰레기로 매도당하고.
욕이란 욕은 다 먹는 상황.
한동수가 쓰러지고, 환자가 사망하며 일을 벌인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아 환자.
의사로서의 본능.
그 둘이 충돌하고.
또 충돌했다.
그러니,
몸이 절로 움찔거리고.
입이 스르르 벌어진다.
그렇게 갈피를 못 잡을 때.
진혁이 소리쳤다.
“혈액 팩은!!”
“지금 오고 있습니다!”
“뭐 해! 주입기부터 준비해!”
“아……. 넵!”
멍하니 서 있던 김무성이 급속 혈액 가온 주입기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이는 간호사가 할 일.
허나 가릴 때가 아니다.
뒤이어 김지연마저 혈액 팩을 잔뜩 품고 달려왔다.
그리고 그때.
페이션트 모니터가 요란스러운 경고음을 날렸다.
띠띠띠띠-.
띠띠띠띠-.
“하이퍼볼레믹 쇼크(저혈량 쇼크)!”
“바로 풀드립하겠습니다!”
“어서요!”
실혈량 증가.
흔들리는 혈압.
김지연이 혈액 팩을 주입기와 연결하고.
곧바로 가동시켰다.
예전 같으면 쥐어짰겠지만, 이젠 기계가 있었기에, 사람을 대신할 수 있었다.
“저 스테이션 좀 다녀올게요! 김 쌤, 잠깐 팔로업 좀 해 주세요!”
약을 챙기러 뛰어가는 김지연.
그녀의 움직임을 곁눈질한 진혁이 소리쳤다.
“주입 속도 줄여!”
“아…….”
“지금 너무 빨라!”
“넷! 50%로 줄이겠습니다!”
곧바로 벨브를 조작하는 김무성.
그의 눈에 석션기와 연결된 통이 들어왔다.
“실혈량 줄고 있습니다!”
“얼마나 실혈됐지?”
“800 아니 850입니다!”
“세츄레이션은?”
“78프로! 77프로로 떨어졌습니다!”
“석션기! 석션기 하나 더 갖고 와!”
“넷!”
김무성에게 소리친 진혁이 무거운 표정으로 석션기를 놀렸다.
* * *
계속 손을 놀리고.
또 놀린다.
뭉글거리며 올라오는 피를 걷어 내야 숨 쉴 수 있었고.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출혈은 잡히지 않았고.
끝없이 빨아들여야 했다.
‘기관이 시프트됐는데, 뒤늦게 파열됐다? 왜? 어째서? 아니, 아니야! 파열이 아닐 수도 있어!’
진혁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순간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아이의 증상에만 집중했다.
그 자신은 회귀자.
다른 이들 못지않게 임상 경험이 많았고.
지금은 증상을 설명하고.
토론할 때도 아니었다.
‘기관지 동맥 출혈? 폐동맥계 출혈에 의한 객혈? 아니, 아니야. 기흉 외에는 문제가 없었어. 결국 기관이 시프트된 거랑 연관이…….’
추측하고.
또 추측한다.
그 자신이 아는 정보.
그간의 임상 경험.
수없이 읽었던 논문.
이를 쥐어짜고 종합하며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려 애썼다.
사실 영상 검사를 하면 그만이었다.
정말이지 이동형 CT만 있었어도 미리 검사하고 예방할 수 있었다.
허나 죽은 아이의 불알만 잡고 후회할 순 없는 일.
바꿀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도 없었다.
곧 김무성마저 석션에 동참했고.
두 대의 석션기가 윙윙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사이 김지연마저 달려와 진정제와 기침억제제를 투약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석션기와 연결된 통을 다시 교체하고.
혈액 팩을 달기 수차례.
출혈이 줄어들자, 김지연이 에피네프린이 희석된 시린지를 건넸다.
이를 받아 든 진혁이 소리쳤다.
“김 선생은 기관지 내시경 준비해! 에피(에피네프린) 도포 후에 바로 지혈 들어갈 거야.”
“아, 알겠습니다!”
순간 김무성이 대답을 더듬거렸다.
대량 객혈 직후엔 기관지 내시경을 하지 않기 때문.
하지만 시키는 이유가 있을 터.
김무성이 애써 의아함을 감추며 움직였고.
진혁은 에피네프린을 도포하기 시작했다.
물론 조금씩.
아주 천천히.
3일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조난자에게 물을 주듯이 정말 천천히 도포했다.
허나 이는 임시방편.
지혈 작용을 한다지만, 기관지 내시경을 하기 전에 세척하는 수준과 다를 게 없었다.
뭐.
미세하게 코팅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틀린 말도 아니리라.
곧, 저 멀리서 초조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던 이태희까지 달려왔고.
세팅이 시작됐다.
아직 숨을 껄떡이는 아이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마우스피스를 물린다.
그뿐이랴.
턱을 위쪽으로 들어 올리고.
아트로핀(분비물 감소, 서맥 방지)과 리도카인(국소마취제) 스프레이를 뿌렸다.
그렇게 세팅이 끝나자, 기관지 내시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 *
떨리는 아이의 몸을 붙잡고.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을 밀어 넣는다.
혀의 기저부.
그 정중선을 따른다.
사실 무모한 일이었다.
삽입과 동시에 렌즈가 반절이나 잠기니.
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시야가 제한된 거다.
허나 미세 출혈은 계속되는데 출혈 부위는 모르는 상황.
과감히 손을 놀렸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서 보조하던 김무성이 침음성을 토해 냈다.
“시야가 완전히 차단됐습니다!”
“다시 석션해!”
“넷!”
김무성이 손을 놀리자, 진혁이 줄을 잡아당겨 내시경을 꺼냈다. 그러자 김지연이 거즈로 렌즈를 세척한다.
“준비 끝났습니다!”
“다시 갈게요!”
외침과 동시에 다시 한번 손을 놀린다.
한 번 시도했던 상황.
내시경 삽관에 따른 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손을 놀리자, 이를 지켜보던 이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너무 무모해 보인 탓.
아니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벌이는 탓.
또다시 렌즈의 삼 분의 이가 핏물에 잠기며 시야가 제한되자, 고개를 내젓는 이도 있었다.
허나.
“아.”
얼마 지나지 않아 진혁이 침음성을 토해 냈다.
빨갛게 뒤덮은 핏물 사이로 출혈 부위가 확인된 탓이다.
의심하고 또 의심했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겼던 기관 파열이었다.
* * *
외상성 기관 파열.
목이 충격으로 제쳐지거나.
흉부 둔상.
그러니까 가슴에 강한 충격을 받을 때 생길 수 있었다.
허나 과다 출혈에 따른 현장 사망.
혹은 즉각 발현돼 치명률이 높은 게 현실이었다.
이렇게 뒤늦게.
그것도 멀쩡히 이송됐다가 발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다.
진혁이 처치 방법을 고민하며 멈칫거리는 사이.
내적 갈등을 겪으며 한참 침묵하던 진종욱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 거지? 아직 호흡이 정상이 아니야. 당장 조치해야 한다고.”
“그건, 음.”
“뭘 망설이지? 파열 부위 위쪽으로 타겟 잡고 삽관부터 해! 호흡부터 잡고, 개흉해서 파열된 부위를 문합하면 그만이야!”
“연부 조직 유착도 없고, 기관 둘레가 전부 파열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횡으로 찢어진 것도 아니고 종으로 파열된 걸 지혈하겠다고?”
“예,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일단 시도는 해 보고 싶습니다.”
진혁의 대답에 진종욱이 고개를 저었다.
“시야가 없어. 안 보여, 안 보인다고.”
“그래도 해 보는 데까지 해 보고 개복하겠습니다.”
“왜지? 흉터 때문에 무리하겠다는 건가?”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해 보고 싶습니다.”
“흐음.”
순간 진종욱이 얕은 침음성을 토해 냈다.
그 대답이 기막히고.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
자신은 사적 감정과 공적 감정이 충돌하며 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거늘.
상황이 호전되자,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환자.
그러니까 개흉하면 심한 흉터로 티셔츠조차 입지 못할 게 뻔한 환자를 생각하다니.
그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자괴감마저 몰려와 미칠 지경이었다.
게다가 급해 죽겠다는 저 태도.
공손했지만 건방졌고.
아니꼬웠다.
천재 이진혁이 ER에서 수련한다는 소식에 느꼈던 희열과 기쁨은 퇴색된 지 오래.
집안에 막대한 피해를 줬으니.
절로 미움이 솟구쳤다.
하지만.
‘참자, 참아. 꼭 틀린 말도 아니고. 자리를 비웠던 걸 빌미 삼아 크게 혼내면 그만이야.’
한참 망설이던 진종욱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느덧 진종욱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돌아간 상황.
환자가 몰려들고 있으니.
지금껏 지켜본 게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게 이태희와 김무성.
그리고 진종욱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혁이 손을 놀렸다.
물론 출혈 부위를 기관지 내시경으로 막을 수도 없었고.
벌룬을 키워 지혈할 수도 없었다.
안 그래도 호흡이 가쁘니.
기관을 더욱 좁게 만들 순 없는 것이다.
결국 레이저를 이용해 한참 지지고 또 지졌다.
시야도 보이지 않고.
렌즈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종으로 길게 찢어진 파열 부위를 상상하며 눈으로 보는 것처럼 메꿨다.
하지만 곧.
“아.”
진혁이 짧은 침음성을 토해 냈다.
완벽하게 지혈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은 거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진종욱에게 통보하다시피 말을 건넨 다음 빠르게 내시경을 거둬들였다.
그러고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메스를 잡는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옆으로.
흉터가 남겠지만 과감히 내리그었다.
무리한 시도로 후회를 없앴으니.
지금은 낭비한 시간을 만회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곧, 김지연이 건넨 튜브를 원위부 기관에 삽관하고.
환기를 유지해 호흡을 확보했다.
그러고는 육안으로 보이는 점막까지 기관을 절개한다.
그렇게 노출된 기관.
파열된 부분을 흡수성 봉합사를 이용해 문합하고.
문합 부위 앞뒤로 흡입 배농관마저 삽관한 다음 수술 창을 층별로 봉합했다.
이진혁을 벼르던 진종욱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
그만큼 깔끔하고.
정교했으며.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곧, 바이탈 모니터를 보던 김무성의 톤이 올라갔다.
“세츄레이션 92퍼센트! RR도 다시 잡혔습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바로 흉관 삽관할 거야. 뉴모락스(기흉)도 잡아야 해!”
진혁이 다시 환자의 가슴 부로 내려가 흉관을 삽관하기 시작했다.
* * *
인명재천.
인간의 명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말.
그만큼 싫어하는 말도 없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운이 좋았어. 일단 EICU로 옮기자.”
라텍스 장갑을 내려놓은 진혁이 김무성에게 오더를 내린 뒤 말없이 떠나는 진종욱을 지켜봤다.
뭐라고 할 줄 알았건만.
환자를 살피고.
응급조치를 이어 간다.
허나 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눈빛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이태희가 괜찮냐고 물어 왔지만, 그녀의 어깨를 툭 친 뒤 곧바로 진혁도 움직였다.
몰려든 환자로 발생한 로딩.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한참이나 걸릴 게 분명했고.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면 바삐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6시간 후.
온콜 당직도 전부 복귀하고.
각 과로 환자를 넘겼을 때.
진종욱이 진혁을 호출했다.
* * *
레지던트 휴게실 건너편 의국.
일반 환자는 볼 수 없는 곳이다.
왼쪽엔 컨퍼런스 룸이 있었고.
오른쪽엔 인턴 휴게실이 있었으니.
뭐,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진혁이 탈탈 털리고 있었다.
“왜, 자리를 비웠지? 원장님을 뵈러 갔었나? 그게 아니면 TF 때문에 움직였어? 대체 뭐지?”
“죄송합니다.”
“아니, 난 사과를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왜 자리를 비웠는지 이유를 물었어!”
“그게. 음. 죄송합니다.”
“왜 대답을 그렇게밖에 못 하지? 오냐오냐하니까 네 맘대로 해도 될 줄 알았나! 어!”
진혁이 연신 허리를 숙였고.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종욱이 저러는 이유야 뻔했지만.
이진혁이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를 몰랐다.
그냥 속 시원히 말하면 됐거늘.
왜 저러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아니면 아니다.
맞으면 맞다.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진혁의 모호한 태도를 계속 보이자, 진종욱이 쓰게 웃으며 호통쳤다.
“병원장님 스케줄이야 내가 비서를 통해서 확인했고! 운영과에도 따로 물어봤어! TF에 가지도 않았고! 병원장님과 면담을 한 것도 아니야! 대체 뭘 한 거지? 혹시 이현아 PD라도 만났나! 어!”
순간 정곡을 찔러 오자, 거짓말을 하지 않고 버티던 진혁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솔직히 말하자니 오해가 더 깊어질 게 뻔했고.
돌려 말하자니, 어디까지 확인했을지 짐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이태희의 연락을 받은 의외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누가 우리 아들을 건드려!!”
쿠싱증후군, 그리고 Men-I으로 확진되며 피골이 상접한 한동수가 지팡이를 짚고 들어온 것이다.
두 차례의 수술을 마친 그의 등장에 다들 눈을 부릅떴고.
오랜만에 등장한 ‘우리 CS다운’ 모습에 진혁 또한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