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43)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43화(243/388)
243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1)
닦달도 해 보고.
채근도 해 보고.
혼도 내 보고.
달래기도 해 봤다.
허나 끝까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해당 기수에서 유일한 말리그라고 칭해지고.
선배들도 손을 놨다 하여, 김무성의 명성은 드높았다.
하지만 그런 김무성의 태도가 달라졌으니, 김지연이 호들갑을 떤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와, 서 쌤, 저기, 저기 좀 봐 봐.”
“왜요? 뭔데요?”
“저기 김무성 선생님 좀 보라고.”
“아우, 안 볼래요. 맨날 욕만 먹고. 환자도 클레임만 걸고. 김무성 선생님 때문에 피곤해 죽겠는데, 뭐 하러 봐요.”
“아니, 아니라니까.”
꼭 봐야 한다는 김지연의 성화.
서 간호사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참의료지원단 파견이 끝나면, 이 쌤도 돌아갈 텐데. 걱정이라고요, 걱정.”
“아니, 그래도 속는 셈 치고 한번 보라니까. 진짜라고, 진짜.”
“아이, 참.”
결국, 김지연의 성화에 못 이긴 서 간호사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ABGA를 하는 김무성이 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들릴 환자의 고성.
그리고 삿대질.
교수님을 찾거나.
담당의를 바꿔 달라는 호통까지.
안 봐도 훤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채혈에 성공한 김무성이 멀쩡한 얼굴로 다른 베드로 향하는 게 보였다.
많게는 스무 번.
때로는 오십 번도 넘게 하는 ABGA를 척척해 나가니, 절로 눈이 커지고 다른 사람을 보는 거 같았다.
한 번, 세 번, 열 번.
연속 성공!
“어어! 왜, 저게…….”
절로 침음성이 나왔고.
굳게 닫혀 있던 입도 벌어진다.
너무 놀랐기 때문.
ABGA조차 제대로 못 하던 김무성이 왜 저렇게 변했단 말인가.
이건 뭐랄까.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
물론 걱정되는 게 없는 건 아니었기에, 서 간호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와……. 근데 저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환자 잡을까 봐 겁나는데요.”
복수심에 휩싸여 너무 강하게 찌르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세심함이 너무 부족했다.
* * *
동맥혈가스분석 검사.
이른바 ABGA.
통증이 심한 손목에 놨고.
천자를 할 때면 롤링(동맥이 도망가는 현상)도 심했기에, 어려운 술기 중 하나였다.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고.
맥을 잡고 확인해야 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몇 번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주눅 들고, 조심스럽게 하다 계속 실패하는 게 ABGA라는 놈이었다.
그러니 때로는 과감하게 찌르는 게 정답.
문제는.
“그때 그 새끼랑 결판을 냈어야 했는데…….”
“아주 죽여 버렸어야 했다고. 서신대 의대 갔다고 비웃는 거밖에 못 했는데. 하…….”
“생각해 보니까 나중에 비교당하겠네. 와. 열받아.”
환자 앞에서 이런 말을 중얼거린다는 거.
가뜩이나 불안해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싶어 덜덜 떠는 게 환자였으니.
실패를 반복하던 예전보다 더 겁먹은 얼굴로 김무성을 바라보기 일쑤였다.
물론 제 할 일을 마치고 김무성을 지켜보던 진혁도 움찔거린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놈이 서신대 의대에 갔다고? 누가 그런 짓을……. 내가 아는 사람일 텐데, 음.’
진혁이 궁금증을 삼키며 김무성을 단속했다.
“너무 힘주진 말고.”
“망설이는 게 더 안 좋다고 하셔서요.”
“과감하게 찌르는 게 더 낫긴 한데, 혈관을 뚫고 지나갈 수도 있으니까 적당히. 조금만 더 힘 빼라고.”
“넵!”
자신에 찬 모습.
성공 경험이 누적되다 보니 자신감도 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새끼를 내가 콱!!”
“아주 그냥!”
“어!”
“우리 수진이를!!”
이런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모양.
진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가정을 이루거나, 자식을 낳거나, 부모님의 죽음을 목도한 후에야 달라지는 게 사람이거늘.
엉뚱한 연유로 각성한 김무성이 기막힐 뿐이다.
아니 그보다.
‘연애를 해 봤다는 건데……. 나는 못 해 봤는데. 하…….’
김무성조차 연애를 해 봤다는 사실.
찹잡한 마음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숨 쉴 틈도 없는 본과 4년.
그리고 인턴과 레지던트.
예과 2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연애도 하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었다.
* * *
언제까지 김무성만 따라다닐 순 없는 일.
간호사의 호출에 진혁이 한참 움직였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심장내과에 전화했다.
하지만.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뭐, 등에 칼을 꽂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을 싫어하기에 저런 반응을 보일 터.
쓰게 웃은 진혁이 초음파 기계를 챙겼다.
짧은 설명.
그리고 동의.
빠르게 움직인다.
그렇게 한참 프로브를 놀릴 때.
김무성이 말없이 다가왔다.
허나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모니터만 바라본다.
판막이 비후되고.
좁아졌으며.
석회화까지 동반된 환자.
그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승모판막 및 구조물의 형태를 관찰하고.
판막의 면적, 압력 반감기, 평균 압력 차이를 구해 다시 의뢰할 생각이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어야 움직일 테니까.
‘협착이 생각보다 심한데……. 음.’
얕은 침음성도 잠시.
옆에서 모니터를 함께 보던 김무성이 끼어들었다.
“하키 스틱처럼 생겼는데요.”
“어, 판막이 열릴 때 끝부분이 변형돼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음.”
“여기 봐 봐.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혈류 이동이 잘 안 되니까 압력도 올라가고. 이대로 두면 좌심방도 비후해질 거라고.”
한참 계속된 설명.
정말 깔끔했다.
환자를 배려해 민감한 얘기도 하지 않았고.
질문이라고는 평생 해 본 적 없는 김무성을 담백하게 가르쳤다.
그러고는.
딸깍.
딸깍.
다시 프로브를 찍는다.
승모판이 완전히 열렸을 때의 면적.
그리고 다시 반쯤 열렸을 때, 완전히 닫혔을 때의 움직임마저 찍고 수치를 확인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혁이 모드를 바꿨다.
이번엔 압력 반감기를 구하기 위해 파형을 관찰한다.
제주도에 있는 성산일출봉처럼 툭 튀어나온 E파.
이를 한참 지켜보던 진혁이 다시 점과 점을 찍었다.
위.
그리고 아래.
다시 대각선.
E파의 기울기를 이용해 최대 압력이 반감되는 시간을 구하고.
다시 중간 부위를 기점으로 속도마저 측정하는 것이다.
김무성이 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 진혁이 속도를 살짝 늦춰 다시 초음파 기계를 조작했다.
연속파형 도플러.
성산일출봉처럼 위가 뭉툭하게 생긴 E파와 A파가 연결돼 뭉툭한 M파가 보이자, 진혁이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임프레션(초진, 추정진단)대로 승모판 협착증이 확실했다.
* * *
곧바로 다른 환자를 보러 가야 했지만, 로딩이 걸리지 않는 상황.
남들보다 빠르게 액팅하고 움직였으니.
시간이 널럴했다.
아니 그보다 빅5가 완전히 파업을 철회했다는 게 실감 나고 있었다.
부대 사업의 확대.
의무 수련의 제도의 시행.
인건비가 저렴한 PA 간호사 제도의 합법화까지.
철회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결국, 협의가 완료됐다.
중소병원과 개원의협의회만이 의약분업은 안 된다며 끝도 없는 파업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래간만에 찾아온 여유였다.
자신과 달리 한창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김무성이 옆에 붙어 있자, 진혁이 물었다.
“왜? 또 뭐 가르쳐 줄까?”
“아뇨, 그건 아닌데요.”
“그럼 뭔데?”
“진짜 잊고 있었는데요. 아니, 의식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요.”
“뭐가?”
“유창혁이, 혹시 유창혁이라고 아세요? 저랑 같은 학번이고. 서신대 의대에 갔거든요. 유급만 안 당했으면, 인턴일 텐데…….”
“……!”
순간 진혁의 눈이 커졌다.
유창혁.
회귀 전에 친분이 두터웠던 후배였다.
CS에서 같이 동고동락하지 않았던가.
한데 그런 그가 김무성의 여친을 뺏었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었다.
‘그런 놈이 아닌데…….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어!’
* * *
서신대 학교 의대는 작았다.
소규모 의대인 거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아신대와 달리, 의대생도 적었고.
‘우린 같은 지방대생이 아니야’라는 마인드로 똘똘 뭉쳤기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진혁이 어색하게 웃자, 김무성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 아시는구나.”
“크음, 큼.”
“그 새끼. 아니, 그놈 잘 지낸대요? 진짜 제가 그놈 때문에…….”
이를 바득바득 갈고.
철천지원수처럼 여기는 김무성.
뭐라 대답할지 한참 고민하던 진혁이 결심을 굳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각성이나 유지시켜야 했다.
“학교 다닐 때 이후로 본 적은 없는데……. 아마도 잘하고 있을걸?”
“그걸 어떻게 아세요? 직접 보신 적도 없잖아요. 저처럼 못 할 수도 있고, 욕먹고 있을지도 모르죠.”
“아니, 들은 게 있어서.”
“뭔데요?”
“에이스라던데. CS에 지원할 거고.”
“에, 에이스라고요?”
김무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렸다.
원래 말리그는 자신이 말리그라는 걸 몰라서 무서운 법.
그는 제 위치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뭐.
센스도 없고.
전부 엉망진창이니.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한데 상대는 에이스라니.
열이 뻗치고.
감정이 확 상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김무성을 보며 진혁이 어깨를 툭툭 쳤다.
“혹시 아냐, 나중에 술기 경연 같은 거 할 때 만날지.”
“……!”
“학회에서도 볼 수도 있고. 그러니까 열심히 해. 좀 더 노력하라고.”
“아…….”
“왜, 자신 없어?”
“아, 아뇨. 하하. 하하하. 해야죠. 반드시 이겨야죠. 하하하.”
눈이 훼까닥하고 돌아버린 김무성.
그가 결의를 불태우자 진혁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근데 동기라며? 의대도 다른데 어떻게 동기야?”
“아,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제 첫사랑을 앗아 간 놈이라고요.”
“뭐? 고작 첫사랑? 아이씨.”
황당한 마음에 절로 나온 욕.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창 공부할 시기.
연애를 해 봐야 얼마나 했겠는가.
하지만.
“왜요, 지금 고등학생 때라고 무시하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야. 뭘 그런 거로……. 아니다. 아니야. 파이팅하자.”
진혁이 서둘러 말을 수습했지만, 김무성이 입을 삐죽거렸다.
“와, 첫사랑을 뺏겼다니까요.”
“…….”
“아. 모쏠이라 모르시는구나.”
그 자신을 향한 인신공격까지 퍼붓는 김무성.
때로는 한없이 순진무구하게 굴고.
때로는 뻗대기도 하고.
싸가지 없는 말도 툭툭 내뱉는 게 김무성이라지만, 지금만큼은 진혁도 참을 수 없었다.
“가자, 강행군이다! 강행군! 어!”
제대로 굴려 주며 사람을 만들어야 했다.
* * *
그렇게 둘 다 의욕을 불태웠지만.
당장 내려와야 할 심장내과 레지던트가 오질 않는다.
진혁이 김무성을 굴리며 여러 술기를 가르쳐 주려는 생각을 접고.
다시 전화했다.
하지만.
[아, 저……. 이창혁 선생님 지금 수술실 들어가셨는데요.]“그래요? 그럼 대신 내려오세요.”
[아, 그게 좀……. 지금 제가 위에서 시킨 일을 해야 해서요. 선생님. 잠시만. 조금만 이따가 내려가겠습니다.]“아니, 지금 벌써 15분이나 지났는데 당장 내려오셔야죠. 승모판 협착증이라니까요!”
진혁이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곧.
[저 그게……. 음. 위에서 이진혁 선생님 전화에는 응대하지 말라고 해서…….]엉뚱한 소리가 들려오자 진혁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이익단체나 다름없는 의사 집단에 등칼을 꽂았다는 이유.
그거 하나로 양아치 짓을 벌이는 이가 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