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48)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48화(248/388)
248화. 강릉 분원 (1)
어느덧 10월.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었다.
가을 없이 여름과 겨울만 반복되는 미래와 달리, 기후 변화가 심하지 않던 시절.
하늘은 여전히 높고 푸르렀으며,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계속됐다.
그리고 그런 하늘 아래,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는 병원이 있었다.
아신 병원.
망망대해를 비추는 등대.
아니, 불야성.
그래, 불야성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곳이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모든 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기 때문.
불변과 만변의 조화.
그 와중에 변한 건 있었다.
두 달 전과 달리, 인원이 확 줄었다.
그건 레지던트 4년 차의 이탈 때문이었다.
후배들을 다독이고 윗분들과 가교 역할을 하던 R4가 전문의 시험을 이유로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치프인 장길만은 동기들과 합숙에 들어갔으며.
또 다른 누군간 고시생이나 찾는 깊은 산속의 사찰에 들어갔고.
또 다른 누군간 바닷가 앞 콘도로 들어가,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논문을 쓰느라 공부조차 하지 못했고.
남들 다 하는 파업에 동참도 하지 않아, 턱없이 공부량이 부족한 이들.
혹시라도 전문의 시험에 탈락할까 봐 벼락치기를 하는 그들을 다들 용인했다.
수련 병원 이탈은 의료법상 허용될 수 없었지만, 지난 4년간 밤낮없이 고생한 이들을 향한 배려 아닌 배려.
그들의 이탈이 가져온 영향은 지대했다.
대기업으로 따지면, 한창 일할 과장급.
실무를 떠받치고 있던 이들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본원과 분원, 과를 가릴 것 없이 비명을 내질렀다.
매년 반복되던 열외였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계속되는 파업이 업무 버든과 로딩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뭐, 참의료지원단 또한 공백을 메우느라 정신없이 움직여야 했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리고 지금.
얼마 안 있으면 레지던트 3년 차가 되는 진혁은 메일함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이동형 CT를 수입하는 건 힘든 건가.’
의료기기 수입사에서 보낸 답장.
다들 부정적이었다.
미래의 그것과 다른 조악하기 그지없는 이동형 CT였지만,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가격 또한 안정되지 않았다.
IMF로 여타 병원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기에, 문의했던 수입사마다 고개를 내젓기 바빴다.
수입해 봤자 남는 게 없는 거다.
아쉬움에 혀를 차는 것도 잠시.
“큭큭큭. 아니, 여기선 이걸 쓰자니까.”
“아니에요, 이건 이렇게 써야죠.”
등 뒤가 수선스럽자 진혁이 고개를 돌렸다.
* * *
레지던트 휴게실이건만 인턴인 김무성의 목소리마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장혁준과 김무성.
그리고 최재성이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또 무슨 작당을…….’
한참 그들을 멀뚱멀뚱 지켜보던 진혁이 조용히 일어섰다.
너무 열중한 탓일까.
아니면 소리를 내지 않아서 그런 걸까.
뒤늦게 인기척을 느낀 장혁준과 김무성이 기겁했다.
“흐업!!!”
“앗!!”
때아닌 괴음.
진혁이 고개를 모로 저었다.
“왜요, 뭔데 그래요.”
“와, 기척 좀 내고 다녀요!! 으으. 유령도 아니고 왜 이렇게 슬금슬금 다가오는 거예요!”
의아할만큼 과한 반응.
진혁의 시선이 책상을 향했다.
그러자 장혁준과 김무성, 그리고 최재성이 손으로 감싸고 있는 책자가 보였다.
그건 바로 인계장이었다.
* * *
과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인계장.
턴마다 넘겨야 했고.
자주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교수님이 선호하는 처방.
그리고 도구가 때때로 변하기도 했고.
주로 쓰는 약제마저 제약사, 혹은 윗분들의 사정으로 달라지는 게 다반사.
뭐, 사람 또한 들락날락거리기 일쑤니.
그 옛날 김현수가 마지못해 건넸던 인계장과는 한참 달라져 있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당장 오태상만 해도 그랬다.
– 볼 필요 없음.
이름은 펜으로 그어져 있었고.
분원으로 쫓겨났다는 내용 또한 적혀 있었다.
쓰게 웃은 진혁이 휘리릭 책장을 넘겼다.
익히 아는 내용의 향연.
새로 업데이트된 건 많았지만, 흥미를 끄는 건 없었다.
그런 연유로 책장을 팍팍 넘겼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혁의 손이 멈췄다.
고작 파견에 불과하건만, 참의료지원단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이름과 인물평이 적혀 있었기 때문.
장혁준 – 레지던트 혁명단 1호 동지.
유쾌하고 재기넘침.
실력 하나는 발군!
까까머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머머리를 욕하는 자.
그대도 머머리가 되리라!
때때로 비뇨기과에 갈 걸 그랬다고 후회하지만, 지금은 항문외과를 꿈꾸고 있음!
2호 동지인 이진혁을 거느리느라 수고가 많음.
장난으로 휘갈긴 게 분명한 문구.
진혁이 눈매를 좁히며 장혁준과 최재성, 그리고 김무성을 바라봤다.
인턴이 썼다고 생각했건만, 그들이 쓴 게 아니었다.
“인계장은 이렇게 쓰는 게 아닐 텐데…….”
턴을 도는 인턴에겐 야마(족보)와도 같기에 이르는 말.
진혁이 나직이 꾸짖자, 장혁준이 개구진 얼굴로 항변했다.
“아우, 재미로 쓰는 거죠.”
“그래도요.”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예요.”
“흠.”
진혁이 얕은 침음성과 함께 팔짱을 끼자, 장혁준이 괜스레 오버했다.
“2호 동지!! 진짜 왜 이렇게 팍팍해요! 재미도 없고. 유머도 없고. 퍽퍽한 고구마 같다고요.”
괜히 찔려서 오버하는 게 뻔했기에 진혁이 기막힌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꾸욱 눌러 참는다.
그래,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했다.
환자가 매일같이 죽어 나가는 병원.
뭐라도 해야 견딜 수 있는 곳이었다.
다시 확인한 인계장.
아신 병원 여신이라고 불리는 이태희에 대한 것도 적혀 있었다.
차도녀라는 아직 쓰지도 않는 신조어를 붙여 놓고는.
철벽대마녀라는 호칭을 적어 놨다.
함부로 고백했다간 큰코다칠 거라는 함의.
헛기침을 터트린 진혁이 서둘러 책장을 넘겼다. 그러자 반가운 이름이 보인다.
최재성 – 토끼가 된 거북이.
말은 더듬지만, 노력으로 승화한 인재!!
이진혁 바라기!
일명 말리그 2호!
절대 화내지 않는 보살!
너무도 장난스러운 세평.
진혁이 고개를 돌리자, 붉은 홍시처럼 얼굴을 붉히고 있는 최재성이 들어온다.
외과에 지원한 그.
괄목상대라고 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김무성 또한 그렇게 되길 바라며, 다시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그 순간.
절로 침음성이 나왔다.
이진혁 – 천재 의사가 힘을 숨김.
자신에 대한 세평이 적혀 있었다.
* * *
제목도 유치했지만, 내용 또한 가관이었다.
전설의 말리그 1호!
맘에 안 들면 조짐.
캬아아아악!
그는 드래곤인가?
조용히 살고 싶다고 중얼거릴 때면 이중인격으로 의심될 때가 있음.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할 것.
잔소리 대마왕.
쓸데없이 진지함.
나이를 속이는 걸까?
모쏠인 건, 비밀 아닌 비밀!
^0^.
놀리는 게 분명한 이모티콘.
진혁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걸 누가…….”
도끼눈을 뜨며 좌중을 훑어보자, 장혁준이 냉큼 손가락을 들어 김무성을 가리켰다.
자신이 쓴 게 아니라는 함의.
하지만.
“으윽! 저는 아니에요! 저는 아니라고요!”
손을 내저은 김무성은 장혁준을 가리켰고, 최재성은 그 둘을 가리켰다.
주범 두 명과 공범 한 명.
그들을 노려보던 진혁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세평이 적힌 페이지를 찢어 버리려는 거다.
하지만.
“막아요!!”
“앗! 2호 동지! 뭐 하는 거예요!!”
“으,아, 이,건,”
졸지에 육탄전이 벌어졌다.
* * *
엉망진창이 된 몰골.
항상 단정한 용모를 유지했건만, 머리는 산발이 됐고 흰 가운마저 꾸깃꾸낏 구겨져 버렸다.
자신의 말이라면 끔뻑 죽는 최재성까지 달려들자, 당해 낼 도리가 없었다.
“하…….”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들어온 탈의실.
가운을 갈아입던 진혁의 입가에 뒤늦게 미소가 맺혔다.
사실 예전엔 누리지 못했던 호사였다.
배우기 급급하고, 하나라도 더 익히려고 노력했던 그 옛날에는 이런 일도 없었다.
뭐, 간신히 정신을 차린 뒤에는 끝없는 수술을 이어 가야 했으니, 이 또한 추억이었다.
그렇게 애써 자위하며, 습관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자.
“어?”
걸리는 게 있었다.
급히 꺼내 본 종이.
따로 챙겨 뒀던 최예린이 남긴 쪽지였다.
* * *
대학교에 진학할 거라는 말.
커피점에서 읽었을 때와 다르게, 기시감이 들었다.
벌써 만 2년, 아니 햇수로 따지면 3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고등학교 후배인 최예린.
자살을 기도한 그녀가 끝내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온 힘을 다해 막았다.
한데 수능을 준비한다니.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이가 매칭되지 않아 고개를 한참이나 갸웃거려야 했다.
‘재수한 건가? 학교를 자퇴해서? 뭐지?’
의문도 잠시.
차트를 확인했다.
자세한 상담 내역은 열람이 불가능했지만, 내원 기록은 볼 수 있었다.
심리 치료를 받고, 깊게 패인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려 애쓴 흔적.
기록을 보고 있자니 얼굴이 절로 굳어지고, 마음마저 차게 식는다.
그녀를 버린 부모.
무책임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촘촘하던 내원 일자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
요즘엔 세 달에 한 번 내원하고 있었고.
이 정도면 완치라고 볼 수 있었다.
차트를 확인하던 진혁이 다시 쪽지를 훑었다.
그녀가 남긴 번호.
당장 전화해 묻고 싶었다.
괜찮냐고.
이젠 많이 좋아졌냐고.
어떻게 지내냐고.
하지만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진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는 EMR을 그대로 종료했다. 그러자 방금까지 없었던 팝업이 보인다.
[참의료지원단 파견지 변경]공고문을 확인한 진혁의 표정이 굳었다.
* * *
강릉, 안동, 울산.
보령, 영덕, 고성.
등등.
8개의 분원이 있었고.
전부 아신 재단 소속이었다. 그러니 인적 교류도 활발한 편이었다.
유배지에 귀양 가듯 완전히 발령이 나지 않는 한, 교류 파견을 반기는 사람 또한 많았다.
아무래도 본원보다 일이 편한 편이니까.
뭐, 레지던트뿐만 아니라 인턴 또한 분원 근무를 몇 달 하다가 돌아오기도 했으니, 사실 한 번도 분원에 내려가지 않은 자신이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이랑 헤어져야 하는데.”
시기가 너무 공교로웠다.
왜 갑자기 강릉에 가라고 하는 걸까.
이미 참의료지원단 소속으로 내려가 있는 이들이 있건만, 도통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었다.
내과 계열의 반발이 심해서?
반감과 갈등에 다칠까 봐?
괜한 피해를 보는 환자 때문에?
여름에 내려간 이들이 교대를 원해서?
이유가 너무 많아 가늠조차 안 됐다.
나직이 혀를 찬 진혁이 다시 공고문을 훑었다.
[강릉 아신 병원 파견자]이진혁, 장혁준, 이태희, 최재성, 김현수.
자신 외에 다른 동기들의 이름 또한 있었고.
다른 7개 분원 또한 파견자의 이름이 많은 건 마찬가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 * *
아침이 되자 진상을 알 수 있었다.
4년 차의 이탈과 계속된 파업으로 생긴 의료 공백.
빅5의 복귀로 어느 정도 안정된 서울과 달리 지방은 의료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고.
업무 버든을 못 이긴 인력의 교대 요청 또한 있었다.
전면 파업이 시작된 여름에 내려간 이들.
돌아올 때가 된 건 맞았다.
거기에 더해 자신을 보호하겠다는 의지 또한 담겨 있다는 말.
종합적인 판단 끝에 내려진 결정이었기에, 반박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전말을 알게 됐지만.
이를 전해 들은 김무성이 환호하는 걸 보고 있자니 마땅치 않았다.
“으아! 이제 자유다! 자유라고!!”
도비는 자유예요!라고 외치던 미래의 여느 MZ와 같이 좋아라하는 김무성.
여전히 복수를 꿈꾸고 있었지만, 자신의 손길을 벗어난 게 여간 좋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를 놓고 가는 게 여러 모로 마음에 걸렸던 진혁이 김무성의 어깨를 쳤다.
“무성아. 같이 가야지.”
“네? 제가 왜요?”
“유창혁이한테 복수한다며, 술기 더 배워야지.”
“아니, 그건.”
김무성이 질색하며 뒷걸음질 쳤지만, 도비를 함부로 풀어 줄 순 없었다.
* * *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파견일인 10월 말이 다가온 것이다.
적어도 두 달은 떨어져 있어야 했기에, 짬을 내 부모님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한동수의 마지막 수술 또한 지켜봤다.
내과적 치료를 받으며 바이탈을 끌어 올리고.
경피적 시술도 하던 한동수.
인사하러 온 진혁에게, 그가 웃어 보였다.
“가서 사고치지 말고. 어! 조용히! 조용히 있다 돌아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를 보는 표정.
고개를 주억거린 진혁이 볼멘소리를 했다.
“저도 이제 곧 3년 차인데요. 요령껏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유도리 있게 하고 오겠다는 말.
한동수가 퍽이나 그러겠다라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진혁은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 자신을 향한 반감에 불타는 이들이 많았지만, 강릉 분원은 처음.
최대한 사고 치지 않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 * *
강릉으로 가는 버스 안.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까지 교대해야 했기에, 통근 버스 중 하나가 배정됐다.
자리가 텅텅 빈 버스.
그리고 전부 아는 사이.
버스 안은 시끄러웠다.
특히나 한국 시리즈가 한참인 지금, 다들 야구 얘기를 하기 바빴다.
김무성의 자랑에 장혁준이 기겁해 소리쳤다.
“뭐, 유광잠바를 샀다고?”
“넹, 가을 야구 하면 입으려고 샀죵.”
“아우! 그걸 왜 사 인마. 평생 입어 볼 일이나 있겠냐고.”
“와, 지금 무시하는 거예요? 내년엔 꼭 올라갈 거라고요.”
발끈한 김무성과 이를 한참 비웃는 장혁준.
이를 가만히 지켜 보던 진혁이 물었다.
“장 선생은 어느 팀인데?”
“최강 화나 이글스라고. 화나 이글스.”
“뭐?”
야구를 좋아하진 않지만 화나 이글스의 슬픈 전설을 익히 알고 있던 진혁이 입을 벌렸다.
유광잠바를 샀다고 비웃을 만한 처지가 아니지 않던가.
표정에 담긴 함의를 읽은 걸까.
장혁준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고, 10월인데도 벌써 춥다고요! 이럴 때 야구해 봐야 긁히지도 않고. 제구도 안 된다니까요!!!”
잔뜩 흥분했는지, 평소와 다른 말투.
그가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우린 선수 보호를 위해 가을 야구를 하지 않는 거라고요.”
아…….
그래, 그럴 수도 있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강릉 분원.
기숙사에 짐도 풀어야 했고.
옷도 갈아 입어야 했다.
그뿐이랴.
인사도 돌아야 했고.
늘상 그렇듯 면담 또한 해야 했다.
하지만 정문 앞이 너무 수선스러웠다.
줄지어 서 있는 구급차.
그리고 구급대원과 경찰.
희한한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린 진혁이 의아한 기색을 감춘 채 다가갔다.
그렇게 알게 된 전말.
5중 추돌 사고가 있었단다.
낮술을 먹은 놈 때문에 벌어진 사달.
문제는.
“네? 그 환자를, 아니. 왜 수술을 거부하고 이송한다는 겁니까?”
무려 세 명이나 현장에서 사망하게 만든 살인자.
그러니까 음주 운전자를 이송하려 하고 있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범죄자 치료에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 게 현실.
드라마와 소설 속 소제로 매번 등장하는 일이라지만, 진혁이 당장 얼굴을 굳혔다.
아무리 그래도 크게 다친 상황.
당장 돌봐야 마땅했다.
그리고 그때.
“근데 저놈 진짜 나쁜 새끼 같은데. 꼭 살려 줄 필요가 있을까요. 다른 환자도 많은데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자, 진혁의 표정이 냉랭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