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50)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50화(250/388)
250화. 강릉 분원 (3)
“밀어! 밀고 들어가!”
“안 돼! 안 된다고!”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는 현장.
유가족은 눈물을 흘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경찰은 그들을 말리느라 바빴다.
그 사이를 뚫고 스트레처카를 밀고 들어간다.
원내에 들어가기 무섭게.
구급대원이 소리쳤다.
“이쪽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
이착륙장이 있는 옥상으로 가야 했다.
다다다다.
다다다다.
숨 쉴 틈 없이 밀고 또 민다.
한시가 급한 상황.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릴 때 응급실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도 작고.
보잘것없는 ER.
본원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
물론 똑같은 건 있었다.
그건 환자가 많다는 것.
수술방이 없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
아니, 바글바글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그리고 그 순간.
진혁이 손을 뗐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거꾸로 소리쳤다.
“확인만 하고 올라가겠습니다!!”
최소한의 정보는 체크하고 가겠다는 함의.
후다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스테이션에 도착한 진혁이 간호사를 향해 소리쳤다.
“환자 번호는 어떻게 됩니까!”
“네? 아, 그게…….”
“시간 없습니다! 트랜스퍼시키려는 환자 말하는 겁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간호사가 뒤늦게 입을 열자, 진혁이 키보드를 두들겼다.
곧바로 띄워진 차트.
머릿속에 욱여 넣고는 PACS에 접속했다.
역시나 우심방이 파열돼 있었다.
그 크기는 2cm.
천장부가 잘게 찢어졌다.
이번엔 우심실을 확인한다.
짧지만 굵은 상처.
그 크기는 3cm.
천장부가 아니라 오른편이 찢어져 있었다.
그 크기는 작았지만, 심장인 만큼 치명적인 상처.
진혁이 다시 손을 놀렸다.
또 다른 영상을 확인하려 함이다.
하지만 그 순간.
“안 돼! 안 된다고!!”
뒤늦게 원내에 진입한 유가족의 외침이 들렸다.
이런다고 죽은 자식이 돌아올 리도 만무했건만,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다는 듯 악다구니를 쓴다.
참척지변.
그리고 단장지애.
자식을 잃은 슬픔은 고작 여덟 글자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었고.
진혁은 이를 악물고 영상을 확인하는 데만 집중했다.
심낭마저 찢어졌다면 혈흉이 생겼을 터.
그 끝은 쇼크였다.
하지만 초음파 영상을 확인하자,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심낭도 파열됐기 때문.
거기에 더해,
두꺼운 띠마저 보인다.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고이고 있었다.
순간 여러 생각이 스친다.
할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을까.
수술방을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상념도 잠시.
진혁이 고개를 내저었다.
불필요한 잡념이었다.
심낭이 찢어지지 않았더라도 심장에서 유출된 혈액이 막 안에 고였다면 심압전을 유발했을 터.
그 끝은 쇼크.
이리 매치나 저리 매치나 결과는 같았다. 그러니 약해지면 안 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안 되는 걸 두고 미련을 갖고 끝없이 결정을 의심하는 거 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었다.
* * *
뒤늦게 도착한 옥상.
이송 준비가 끝난 줄 알았건만, 지금 막 착륙하려 하고 있었다.
의아한 표정의 진혁이 소리쳤다.
“어떻게 된 겁니까!”
“강풍 때문에 착륙에 실패했습니다! 다시 시도할 겁니다!”
“……!”
절로 욕지거리가 나왔지만, 발을 동동거리지도, 구급대원을 채근하지도 않는다.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두어 번의 시도 끝에 헬기가 내리 앉았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헬리콥터의 굉음.
그리고 광풍.
눈을 뜰 수 없었다.
귀마저 먹먹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구급대원을 도와 스트레처카를 밀어 넣는다.
반드시 살릴 생각.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피해자에 대한 사죄, 그리고 보상이라도 하게끔 만들 생각이었다.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
그리고 사건 종결.
아무리 법이 솜방망이 같더라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것만 하겠는가.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감옥에 처넣어야 했다.
허나.
“아…….”
헬리콥터에 타자마자 탄식이 나왔다.
닥터 헬기라더니, 갖춰진 게 없었다.
초음파 기계도 없었고.
자동흉부압박장비 또한 보이지 않는다.
그뿐이랴.
그 흔한 정맥주입기 또한 없었다.
갖춰진 건 오직 세 개.
페이션트 모니터.
자동제세동기.
그리고 산소호흡기뿐이다.
어설프게 고정해 놓은 수액대를 대용할 수 있는 고리는 웃음만 유발시켰다.
그래, 이건 닥터 헬기가 아니었다.
소방헬기를 손봤을 뿐.
짝퉁이나 다름없었다.
탄식도 잠시.
이송을 위해 챙겨 온 물품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각종 수술 도구.
그리고 수혈 팩과 생리식염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챙겨 올 대로 챙겨왔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구급대원이 웅얼거리자, 진혁이 큰 소리로 화답했다.
“네? 뭐라고요?”
들리지 않는다.
소음에 파묻혀 모기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리고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
의사소통을 포기한 채, 눈치껏 구급대원을 도와 고정 작업을 한다.
스트레처카가 움직이지 않게 위아래, 다시 양옆을 고정한다.
그사이 김현수도 가만있지 않았다.
어린애처럼 굴었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
그 또한 고박 작업을 도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몸이 휘청이며 헬기의 이륙을 알렸다.
* * *
헤드셋을 착용하자.
김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선생! 혈압이 너무 낮아!”
“일단 혈액 팩부터 교체해! 주입 속도 더 높이고!”
“알았어!”
처음 하는 반말.
어색하기 그지없었지만, 둘 다 별말 하지 않았다.
원내도 아니고 시끄러운 헬기.
예의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김현수가 손을 놀리는 사이, 진혁의 시선은 페이션트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다.
수축기 혈압은 고작 50mmHg.
심각한 저혈압이나 다름없었다.
“에피는 구비된 겁니까!”
“넷!”
구급대원이 에피네프린을 건네자, 사정없이 투약한 다음 상태를 체크했다.
맥박은 분당 114회.
호흡수는 분당 24회.
올라올 줄 모르는 혈압.
바이탈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송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원내에서 꽤 많은 투약을 했음에도,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있지 않아 환자의 몸이 덜덜 떨린다.
손을 내뻗고 괴로워한다.
‘호흡 곤란이다……!’
심장의 보상 기전이 무너지며 뒤늦게 영향을 주는 상황.
진혁이 소리쳤다.
“혈액은 그 정도면 됐어! 일단 수액 팩부터 쥐어짜!”
정맥주입기가 구비되지 않았기에 하는 말.
수액을 급속 정주시켜 보상 기전을 되살리려 애쓰며 진혁도 움직였다.
곧바로 가방을 뒤진다.
기관 삽관에 필요한 물품을 꺼낸 다음 환자의 머리맡으로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김 선생! 포지션 체인지해!”
진혁이 소리쳤다.
김현수가 구급대원과 자리를 바꾸며 동시에 고꾸라지듯 다가와 턱을 붙잡는다.
이어지는 건 베카론(근이완제)의 투약.
쉬지 않고 후두경을 집었다.
입안에 밀어 넣고.
또 밀어 넣는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 저항에 직면한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뻣뻣하게 굳은 혀.
왼쪽으로.
이번엔 다시 오른쪽으로.
혀뿌리를 짓누르고 또 짓누른다.
그렇게 확인한 성문.
꼭꼭 숨겨 왔던 성문이 보이자 진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젠 후두경을 밀어 넣어 성문을 확보하고 E-tube를 밀어 넣으면 그만.
하지만 그 순간 몸이 쏠린다.
헬기가 회전하며 생긴 쏠림.
다시 자리를 찾기 무섭게 기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항로 자체를 군에서 통제하고 있습니다! 다시 회전해야 합니다!”
또다시 방향을 틀 거라는 경고.
구급대원이 소리쳤다.
“안 되겠습니다! 일단 안전벨트를 매세요!”
“아닙니다! 김 선생, 뭐 해! 다시 턱 잡아!”
“아…….”
김현수가 입을 살짝 벌리다 뒤늦게 반응했다.
또다시 몸이 한쪽으로 쏠렸지만, 발로 지탱한다. 그러면서 혀를 짓누르고 성문을 확보한다.
이어지는 건 E-tube의 삽관.
벌루닝을 해 고정까지 끝낸 다음 폐로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친다.
통상 기관 삽관에 소요되는 시간은 5분.
채 3분도 지나지 않고 끝내 버렸다.
구급대원이 놀란 눈을 했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진혁이 소리쳤다.
“뭐 하십니까! 산소부터 연결해요!”
호흡기와 산소통을 연결하는 그를 보며, 진혁이 가방에서 메스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모든 이들이 기겁했다.
“뭐 하시는 겁니까! 너무 위험합니다!”
“맞습니다! 일단 최소한의 조치만 하시지요! 이 선생님! 이러다 큰일 납니다!”
자신을 만류하는 이들.
진혁이 쓰게 웃으며 소리쳤다.
“수술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흉관 삽관을 할 겁니다!”
심낭이 찢어지며 고여 있는 피를 빼내겠다는 말이었다.
* * *
김현수의 표정이 잘게 떨렸다.
수액 요법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혈압.
에피네프린 또한 효과가 없었다.
그러니 흉관을 삽관해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고여 있는 걸 막겠다는 거겠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헬기의 진동, 그리고 회전 때문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스트레처카 위에서 단단히 고박당한 환자와 처지가 다른 것이다.
“이 선생!”
“왜!”
“손이 덜덜 떨린다고!”
“그래도 해야 해! 할 거라고!”
무슨 설득도 안 통하는 상황.
김현수가 고개를 돌려 페이션트 모니터를 바라봤다.
수축기 혈압은 고작 60mmHg.
조치할 만큼 했음에도 고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낮았다.
결국.
“으으.”
짙은 침음성 끝에 김현수가 움직였다.
농축 적혈구.
신성 냉동혈장.
챙겨 온 수혈 팩을 추가로 달았다.
가슴에 관을 뚫고 삽관하는 순간, 콸콸 쏟아질 터.
대비해야 했다.
김현수가 바삐 움직이는 사이.
진혁도 가만있지 않았다.
기흉이라면 유두를 따라 안쪽에서 했겠지만, 조금 더 밑으로 몸을 움직였다.
유두선을 기준으로 살짝 뒤쪽에서 삽관할 생각.
곧바로 드랩(소독)을 했다.
그 옛날에는 드랩을 서너 번이나 진행하며 꼼꼼하다고 칭찬도 받았지만, 이번엔 대충 한 번에 끝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었지만, 스테이션에 다녀온 걸로 충분했다.
리도카인(국소마취제)을 주사하고.
곧바로 소리쳤다.
“바로 절개 시작할 겁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움직임을 최소화해 달라는 말.
조종사의 목소리가 뒤이어 울렸다.
“1분, 1분이면 됩니다! 꽉 잡으십쇼!”
헬기가 다시 이리저리 움직였다.
정해진 항로를 따라 운항하는 것이기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손잡이를 꽉 잡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할 뿐이다.
머릿속에 남은 잔상.
그러니까 스테이션에서 확인한 영상을 떠올리고 또 떠올린다.
초음파 기계가 없었기 때문.
그렇게 머릿속에서 손을 놀릴 때.
김현수가 말을 걸어왔다.
“잘못하다가 라세레이션(열상)이라도 생기면 끝이야! 끝이라고!”
환자는 환자대로 죽고 자신 또한 다칠 수 있다는 말.
야마(족보)도 보여 주지 않고.
이태희에 목을 매며 어린애처럼 굴었던 김현수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진혁이 때아니게 웃어 보이자, 그가 소리쳤다.
“뭐야! 왜 웃는데!?”
“그냥 사람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뭐?”
무슨 개소리냐는 반문.
그들의 대화를 막은 건 기장이었다.
“지금 하셔도 됩니다!”
절개해도 된다는 말.
라텍스 장갑을 낀 진혁이 메스를 내리그었다.
그러자 옆으로 몸을 옮긴 김현수가 켈리로 벌렸다.
흉부외과 1년 차부터 하는 술기.
그 또한 익숙할 만큼 익숙했다.
이젠 검지를 넣을 차례.
검지로 근막을 뜯어내고 흉막강을 확인한다. 그러고선 튜브를 밀어 넣는다.
김현수도 가만있지 않았다.
체스트 보틀을 연결하고.
배액 여부를 확인했다.
곧이어 압력 차에 의해 핏물이 콸콸 쏟아지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것도 잠시.
다른 장기를 찔렀을 수도 있었기에, 페이션트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혈압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65, 70, 75.
아직 낮은 수준.
조금이나마 혈압이 잡히고 있었다.
* * *
시간은 뚝딱 흘렀다.
배액된 혈액의 양은 1,500CC가 넘었고.
챙겨 온 수혈 팩도 간당간당할 즈음에 진혁이 소리쳐 물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5분, 5분이면 됩니다!”
“좀 더 서둘러 주세요! 그보다 핸드폰이 가능하겠습니까? 성심 병원이랑 연락을 했으면 합니다!”
“성심 병원에 저희 대원이 나가 있습니다.”
무전은 가능하다는 말.
진혁이 자리를 옮겨 조종사 옆자리에 앉았다.
곧, 무전기에서 반갑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울렸다.
“어이, 이진혁이!”
까칠함을 숨기고 자신에게 잘해 줬던 최지봉.
또 다른 곳에서 활약하는 우리 CS의 목소리에 긴장이 풀리는 것도 잠시.
진혁이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