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52)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52화(252/388)
252화. 강릉 분원 (5)
SBP(수축기 혈압)가 다시 올라오고 있었지만, 김현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장님이 내지른 칼이 목 앞에 정확히 멈춰 섰다는 말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김현수가 소리쳤다.
“천공 됐을지도 몰라!”
“아니, 걸리는 느낌이 없어!”
“뭐!?”
“제대로 들어갔다고!”
심장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말.
너무도 확신에 차 있었기에 김현수가 입을 벌리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한번 보면 다 따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지만, 초음파 없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자만? 오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허나 활력 징후가 올라오는 건 엄연한 사실.
지긋이 입술만 깨물고 있자, 이진혁이 소리쳤다.
“뭐 해! 서둘러!”
정신을 차리라는 호통.
뒤늦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처카의 고박을 풀고 산소통을 챙긴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이.
이진혁도 가만있지 않았다.
헤드셋을 벗어 던진 다음 수액 줄과 혈액 팩을 챙기고 이송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때.
덜커덩.
헬기 문이 열리며 최지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일 년에 고작 두어 번 뵙는 게 전부.
그 자신이 살린 것이나 다름없는 최지봉은 여전히 정정했다.
예전과 달라진 건 정진석처럼 깡말랐다는 거.
술도 마시지 않고.
식이요법도 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
한데 그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진다.
가슴에 꽂혀 있는 천자침.
그리고 또 다른 배액병.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아차린 게 분명했다.
흉관 삽관을 두고도 화를 그리 냈는데, 또다시 샤우팅을 날릴 판.
사실 인간은 묘한 존재였다.
범죄자라 한들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했으면서도, 제자가 다치는 건 원치 않는 마음.
직업적 윤리에 기반한 양심과 제자를 아끼는 사심이 공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진혁이 너 인마!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떻게든 숨만 붙여 놓으라고 했던 스승님이 또다시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 * *
베테랑은 베테랑.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의사답게 최지봉은 더 이상 따져 묻지 않았다.
“뭐 해! 환자부터 옮겨!”
그의 지시에 따라 성심 병원 레지던트들이 달려들었다.
다들 CS 소속.
전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계속 있었다면.
언젠간 봤을 터.
미래에도 보지 못했다는 건 환자를 살리려고 애쓰는 저 인력들 모두가 중도 이탈했다는 말밖에 안 됐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혹은 너무 힘들어서.
돈이 안 돼서.
이유야 많겠지만.
다 빠져나가 버렸다.
허나 이젠 달라질 터.
공공수가 제도가 시행됐고, 정부 주도의 분쟁 조정 위원회마저 설립됐다.
툭하면 이대 목천 병원을 얘기하는 누군가에게 신생아는 4명이나 죽었다고.
의사가 구속된 것만 논할 게 아니라고 설득하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더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사법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이유로 일거에 빠져나간 의사들을 생각하는 것도 잠시.
최지봉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뭐 해! 뛰어!!!”
* * *
곧바로 옥상 문을 열어젖혔다.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
여느 병원이 그렇듯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거다.
헬기 이착륙장이 없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연습이라도 했는지 성심 병원 소속 의료진들은 막힘 없이 행동했다.
이런 일이 능숙한 구급대원이 등을 지며 앞에 섰고.
레지던트들은 뒤와 옆에 섰다.
진혁도 손을 보탠 건 마찬가지.
사방이 시장통처럼 시끄러웠다.
“꽉 잡아! 놓치면 안 돼!”
“넷!”
“바로 가시죠!”
단단히 고박한 상황.
계단을 뛰듯이 내려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병동.
그때부턴 일사천리였다.
환자 전용 엘리베이터.
순식간에 도착한 5층.
로젯 안에서 최지봉이 소리쳤다.
“바로 초음파부터 찍어 볼 거야! 프리옵도 시작해!”
투약과 검사를 동시에 하라는 말.
동의서를 받는 건 생략.
도파민을 주사하고.
각종 약물을 투약한다.
그사이 최지봉이 프로브를 잡았다.
사전에 영상 자료를 넘겨받았지만, 시간이 지난 만큼 다시 체크해야 했다.
그렇게 확인한 심장.
엉망진창이었다.
심근 내 혈종.
판막 이상 운동.
심실 확장.
혈심낭.
파열된 부위마저 악화됐다.
압력 차에 의해 피가 빠져나가며 틈이 벌어졌고, 정상이던 부위마저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이 또한 예상 범위.
최지봉은 별말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천자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심장파열 환자의 생존율은 수술 전 활력 징후에 달렸기 때문.
자신의 무모한 행동이 오히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거 같았다.
그렇게 프로브를 놀리는 것도 잠시.
김현수가 먼저 반응했다.
“이걸 어떻게…….”
소설 속에서나 보던 장님 무사의 기행이 현실이 돼 버렸다.
* * *
김현수의 고개가 휙 하니 돌아갔다.
무표정한 얼굴의 이진혁.
좋아하지도, 으쓱대지도 않는다.
특유의 표정만이 자리할 뿐이다.
환자만 보면 훼까닥 눈이 뒤집히는 열혈 의사.
그래.
이진혁은 그런 의사였다.
조용히 살고 싶었다는 말이 우스울 정도.
권태로워하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선배를 골탕 먹였던 일은 옛일이 돼 버렸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
“하…….”
나지막한 깊은 한숨.
이는 샤우팅을 불렀다.
“어디서 한숨이야! 옷부터 갈아입어!”
수술실에 들어오라는 말.
이진혁은 재깍 반응했다.
곧바로 탈의실로 뛰어가는 거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김현수는 망설였다.
자신도 들어가야 할지 의문이었다.
사실 다른 병원에서 타 병원 소속 의사가 수술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소속도 다르고.
무엇보다 돈이 나오지 않는다.
성심 병원은 건보공단에서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거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고!”
여느 흉부외과가 그렇듯 성심 병원 또한 마찬가지.
스트레처카를 나르기 위해 올라왔던 이들도 하나둘 어디론가 사라지자, 김현수도 허겁지겁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곧바로 탈의하고.
수술복을 입는다.
이진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현수가 물었다.
“어떻게 한 거예요?”
다시 돌아온 존댓말.
진혁 또한 평소처럼 대했다.
“그냥 감이에요.”
“감이라고요?”
“네, 많이 하다 보면 돼요.”
“…….”
김현수가 말을 삼켰다.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얼굴.
당연시하는 표정.
재수 없는 말투.
그래.
저런 태도가 벽처럼 느껴지는 거다.
이렇게 쉬운 걸 왜 못 해.
난 할 수 있는데.
안 그래?
뭐, 이런 뉘앙스로 들렸다.
하지만 이젠 인정해야 했다.
상대를 거대한 벽처럼 느꼈던 건 극복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걸.
좌절과 한탄을 하며 나는 왜 안 될까 하는 생각의 발로는 이진혁과 자신을 동등하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걸.
그래.
저건 벽이 아니었다.
그냥 괴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괴물이 사람처럼 말했다.
“서두르죠.”
대체 어떻게 이런 괴물을 동기로 뒀는지 모를 일이었다.
* * *
빠르게 진행된 스크럽.
진혁이 곧바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그 옛날 김진철을 수술하던 곳.
감상에 빠질 틈도 없이 최지봉이 들어와 소리쳤다.
“마취는?!”
“지금 하고 있습니다. 포지션은 어떻게 잡을까요?”
“정중흉골절개술로 갈 거야!”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정석대로 하겠다는 말.
진혁이 조심스레 나섰다.
“차라리 전흉부절개로 가는 건 어떨까요.”
“뭐?”
“시간을 세이브 할 수 있습니다. 심장 접근도 수월하고요.”
“아니, 그건 전체 조망이 힘들어! 우심방이랑 우심실만 파열됐다고는 하지만, 다른 쪽도 봐야 한다고!”
꼼꼼히 확인하겠다는 말.
최지봉이 체외순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상황 봐서 생략할 거야.”
“아…….”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릴 거라고.”
“알겠습니다!”
체외순환사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단순한 심방 파열이라면 몰라도 심실 파열은 체외순환을 돌리는 게 정석.
하지만 수술실의 왕은 집도의.
그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취 끝났습니다!”
“바이탈은!?”
“아직 버틸 만합니다.”
“바로 진행하지! 메스!”
수술이 곧바로 시작됐다.
* * *
순식간에 드러난 심장.
파열 부위는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괴사성 출혈 반흔.
시간이 지난 만큼 변색돼 있었고 그 흔적은 진하게 남아 있었다.
우심실 전벽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3cm.
다시 좌전하행지 상부 옆 우심방에 4cm.
영상에서 확인했듯, 출혈 부위도 커져 있었다.
서드 어시로 들어온 사내가 곧바로 석션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진혁과 김현수도 움직였다.
진혁은 우심방을.
김현수는 우심실을 맡았다.
물론 다른 건 있었다.
김현수는 거즈를 이용해 출혈점을 짓눌렀고, 진혁은 손가락을 이용했다.
사실 혈관 겸자를 이용해 출혈 부위를 지혈하고 비흡수성 봉합사로 봉합하는 게 원칙.
출혈이 많고 그 범위가 넓었기에 손가락으로 누르고 또 누른다.
하지만 그때.
“어! 어!!”
간신히 끌어 올린 바이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출혈 부위를 막으며 생긴 변화였다.
“혈압 떨어집니다! 노르에피(노르에피네프린) 3mg 투약하겠습니다!”
마취과 의사의 보고.
뒤이어 간호사의 목소리마저 울렸다.
“과장님! 리듬이 이상합니다!”
다들 EKG 모니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불규칙한 그래프.
이소성 P파.
QRS군까지.
심방세동이었다.
심정지까지 예상되자.
진혁의 움직임이 변했다.
출혈 부위를 막고 있던 손을 떼고 그대로 심장 전체를 움켜쥔다. 그러고는 곧바로 마사지를 시작했다.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리듬을 강제로 바꾼다.
쥐어짜고.
또 쥐어짠다.
하나 둘.
하나 둘.
강하게 쥐어짤 때마다 파열 부위에서 출혈이 계속됐지만 멈추지 않는다.
어차피 급속 혈액 주입기를 쓰고 있는 상황.
실혈량만큼 다시 채워 넣으면 그만이었다.
진혁이 움직이는 사이.
최지봉도 가만있지 않았다.
“아트로핀 슈팅하고 디곡신 투약해!”
“넷!”
“뭐 해! 출혈점도 잡아! 이진혁이 손 벌려!”
“알겠습니다!”
서드 어시로 들어온 사내와 김현수가 손을 내밀자, 심장 마사지를 하던 진혁이 손을 움직였다.
출혈점을 잡을 수 있도록 살짝 비틀어 열어 주는 거다.
그때부터 기이한 동거가 시작됐다.
총 네 개의 손이 심장을 둘러싸고 마사지를 한다.
출혈 부위를 누르는 동시에 심장을 계속 움켜쥔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SBP 40mmgHg로 올라왔습니다!”
마취과 의사가 소리쳤다.
하지만 좋아할 게 아니었다.
여전히 극심한 저혈압.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
계속 심장 마사지를 진행할지, 아니면 봉합할지 정할 차례.
최지봉의 결단은 재빨랐다.
“1-0 Prolene!”
비흡수성 봉합사를 건네받은 최지봉이 자세를 잡자 다시 포지션이 바뀌었다.
진혁이 손을 떼고.
서드 어시는 석션기를 잡았다.
이젠 김현수만 우심실을 지혈하는 상황.
곧바로 봉합 작업이 시작됐다.
지그재그로 단순 봉합하고.
다시 4-0 봉합사로 연속봉합 한다.
항상 세차게 뛰는 심장인 만큼 보강하는 작업이었다.
그사이 진혁도 가만있지 않았다.
비흡수성 수술용 펠트(PTFE)를 들고 김현수의 손을 밀어내고 봉합을 시작했다.
사실 임시봉합에 가까웠다.
체외순환이 꼭 필요 없는 우심방은 최지봉이 하고 있으니.
일단 활력 징후를 끌어 올리고 체외순환을 돌리고 다시 손 볼 생각인 것이다.
* * *
4시간 후.
지친 표정의 의료진이 쏟아져 나왔다.
체외순환기를 돌리는 사이 어레스트가 왔고.
끝내 심장을 되살리고 테이블데스 없이 수술을 끝냈다.
허나 예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회복실에 있다가 중환자실로 옮길 테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였다.
진혁이 개수대 앞에서 손을 씻은 다음 고개를 숙였다.
“고생하셨습니다, 교수님.”
“과장님이라니까.”
“그래도요.”
“그래도는 무슨.”
“그나저나 몸은 괜찮으신 거죠?”
“아직도 환자 취급이냐? 네가 내 마누라냐?”
만나면 늘상 하던 말.
진혁이 희게 웃자, 최지봉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헬기 안에서 무리하게 시술했던 걸 혼내는 거다.
한참의 잔소리 끝에 그가 매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운이 좋았을 뿐이야. 지금 에티튜드도 좋아. 다 좋다고. 근데 습관이 되면 안 돼. 자만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향한 염려.
그리고 우려였다.
아직 가치관을 확립해 나가는 시기.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지금 배우고 느끼고 행동했던 것들이 평생의 삶을 좌우하기에 하는 말이었다.
자신이 회귀했다는 걸 모르기에 하는 우려.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자신을 CS로 이끌었던 최지봉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다.
그 뒤는 간단했다.
곧바로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아…….”
짙은 침음성을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음주운전으로 죽은 이의 유가족이 있었던 것처럼, 대낮에 술 먹고 사고를 친 환자도 가족이 있었다.
어린아이만 세 명.
그리고 많아 봐야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갓난아기를 안고 물었다.
“저, 우리 그이는……. 어떻게. 어떻게 된 건지……. 흐윽.”
보호자가 눈물을 쏟아 내자 진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일단 살려 놓고서 처벌탄원서를 쓰던, 인터뷰를 하든 어떻게든 조질 생각이었건만, 그도 가족이 있었다.
미친놈인가?
가족도 있는 놈이 웬 낮술이란 말인가.
진혁이 괴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