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58)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58화(258/388)
258화. 강릉 분원 (11)
다시 돌아온 병원.
진혁은 곧장 외과장실을 찾았다.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재실이란 팻말을 본 다음 노크를 한다.
이어지는 건 환대였다.
“이게 누구야. 이진혁 선생이 아닌가.”
개구진 표정으로 자신을 반기는 외과장.
진혁이 숫기 없는 표정. 그러니까 한없이 부끄럽지만,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윗사람이 좋아할 만한 얼굴을 하는 거다.
이를 확인한 외과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손짓했다.
“자자, 앉아, 앉아. 그래, 어려운 건 없고?”
“부끄럽지만, 매일 매일이 고비입니다. 환자마다 질환도 다르고 반응도 달라서……. 아직 한참 배워야 합니다.”
“한창 그럴 때긴 하지. 그래도 말이야. 이 선생 정도면 훌륭한 거야. 애티튜드도 그렇고 모난 게 하나 없다고.”
칭찬 세례를 퍼붓던 외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수 커피를 타는 그.
그 모습에 확신할 수 있었다.
피부미용과 전혀 관련 없다고.
그냥 든든한 선배.
아니, 노교수님인 거다.
다시 자리에 앉은 외과장이 커피를 내밀자, 진혁이 감사 인사를 한 뒤 커피를 훌쩍였다.
그렇게 이어진 한참의 대화.
외과장이 혀를 찼다.
“그나저나 말이야. 외과에서 일했어야 했는데. 이게 참 아쉬워, 실제로 수련은 외과에서 밟고 있지 않나.”
“곧 복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놈의 파업이 말이야. 아주 끝도 없어. 끄응. 그건 그렇고, 지난번에 인사를 왔는데, 왜 또 왔나?”
이젠 본론을 말하라는 말.
진혁이 계면쩍은 표정으로 어제 있었던 일을 풀었다.
“사실, 성태선 교수랑 위장관외과장님이…….”
한참 계속된 얘기.
외과장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자네도 연극을 하고 싶다?”
“예, 과장님.”
“좋아, 아주 좋아. 환자를 대하는 애티튜드. 아주 좋다고. 필요하면 전화해. 직접 내려가진 못해도 다른 사람이라도 보내 줄 테니까.”
다른 이들에게 일러둔다는 말.
진혁이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 * *
일반외과가 시작이었다.
이미 한 차례 인사를 돌았지만, 다시 각 과를 돌기 시작한다.
간담체외과.
구강악안면외과.
내분비외과.
대장항문외과.
등등.
외과 계열 내 분과.
그리고 독립된 과를 돌며 인사를 했다.
각 과를 맡은 과장.
그게 아니면 펠로우.
그게 아니라면 부교수를 찾아 커피나 녹차를 마셨고.
대화를 나눴다.
친분을 쌓는 행위.
당장 성태선이 했던 것처럼, 전화 한 통화로 모든 걸 해결 할 순 없겠지만, 쇼잉을 위한 밑거름이다.
그리고 그런 진혁을 누군간 반겼고.
또 다른 누군간 데면데면하게 대했다.
파업에 반대했기에 벌어진 틈.
아쉽진 않았다.
자신이 벌인 일.
이 또한 책임져야 했다.
내과 계열은 인사를 돌 엄두가 안 났기에, 마지막으로 비뇨기과를 찾았다.
한참의 대화.
필요하면 같이 연극도 해 주겠다던 조교수가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거, 밑에, 김무성이라고 있잖아.”
“예.”
“잘 좀 단속해. 내가 듣기로 자네가 데리고 왔다던데?”
“아, 죄송합니다, 교수님.”
당장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고.
고개부터 숙인다.
사회화가 덜 된 김무성.
버릇없이 굴 때가 많았고.
선을 넘을 때도 있었다.
후배 부족에 시달리는 CS가 아니라면 행동부터 말투.
전부 거슬렸을 게 분명했다.
* * *
멀끔한 사복 차림.
다시 ER을 찾자.
의료진이 의아해했다.
24시간 근무.
그리고 퇴근.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 다음 김무성부터 찾았다.
첫날부터 원주 성심병원에 갔기에, 근무 일이 달라진 상황.
아침 인수인계 시간에 챙기고 있긴 했지만, 무슨 일을 벌였는지 확인부터 해야 했다.
하지만.
“얍얍!”
꼴통의 행태는 여전했다.
첫사랑을 앗아 간 놈을 떠올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다.
진혁이 스리슬쩍 다가가자, 뒤늦게 기척을 느낀 김무성이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으아악!!”
고성과 함께 쏟아지는 시선.
진혁이 당장 한 소리 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담당하던 환자가 눈에 들어오자,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그 외형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
진혁이 안색을 굳힌 채 물었다.
“환자분은?”
“아……. 27세, 여환. 체스트 페인(흉통)을 주소로 내원했습니다. 증상은 5시간 전인 새벽에 발현됐다고 합니다.”
김무성이 그간 배운 대로 노티를 했다.
발전된 모습.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그러니 마땅히 칭찬해야 했지만, 진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순 흉통이라고 하기엔,
얼굴이 너무 부어 있었고.
목은 거북목처럼 두꺼웠다.
진혁이 종이 차트를 들어 올리자, 김무성이 노티를 이어 갔다.
“일주일 전에 Hypothyroidism(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확인돼서 레보티록신이랑 항생제, 진통소염제를 처방받았습니다.”
“음.”
“부종도 심해서 푸로세미드랑 경구이뇨제도 복용했다고 합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진혁이 다시 차트를 살폈다.
히스토리 테이킹을 제대로 하라고 이른 보람이 있는 차트.
제대로 정리돼 있었다.
10년 전, 가슴 보형물 삽입.
5년 전, 한방 금침 시술.
2년 전, 쌍꺼풀 수술.
얼마 전엔 실리콘도 주입했다.
그것도 얼굴에.
문제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거.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졌고.
정신과를 다니며 약을 먹고 있었다.
진혁이 환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환자분, 수술, 아니 시술도 많이 받으신 거 같은데요. 혹시 여기 적힌 게 전부일까요?”
“그게 중요한가요?”
“혹시 몰라서 그렇습니다.”
“사실 3개월 전에 엉덩이도 했어요.”
“네?”
“짝이 안 맞는다고 해서……. 오른쪽에도 보형물을 넣었다고요.”
부끄러운 듯 손으로 부채질하는 환자.
이뻐지고 잘생겨지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
그녀를 탓할 계제가 아니었다.
진혁이 물었다.
“부종이 갑자기 생겼다고 하셨는데요.”
“네, 3개월 전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얼굴이 부었다고 해서요.”
“엉덩이 시술 시점이랑 비슷하네요.”
“네, 저도 걱정돼서 시술받은 병원에 갔었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음.”
짧은 침음성을 토한 진혁이 환자의 얼굴을 다시 살폈다.
라면을 먹고 잔 것처럼 눈은 탱탱 부어 있었고, 얼굴은 불어 있었다.
쇄골은 보이지 않고.
목덜미는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다.
48kg밖에 안 되는 몸무게.
그와 다른 몰골.
약을 먹었는데도 부종이 심했다.
진혁이 이번엔 촉진을 했다.
볼을 눌러 보고.
이마.
그리고 쇄골을 눌러본다.
단단히 뭉쳐 있는 목덜미는 문제 될 게 없었다.
문제는 왼쪽 볼이다.
살짝 만졌는데,
아파한다.
‘통증을 동반했어? 왜?’
진혁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 * *
히스토리 테이킹이 완벽하게 됐다고 여겼지만, 아니었다.
진혁이 왼쪽 볼을 쿡쿡 누르자, 환자가 아파했다.
“으으. 아파요. 아파.”
“또 시술받으신 겁니까? 그럼 말씀해 주셨어야 했는데요.”
“시술을 받고 바로 제거해서 그래요. 그게…….”
한참 계속된 설명.
동네에서 받은 시술.
잘 안 된 거 같아, 흡인했단다.
농은 배액되지 않았고.
오히려 열감이 느껴지고.
통증도 심해졌다고 했다.
거기서 그쳤다면 모를까.
한의원에서 한약까지 받은 상황.
환자의 고백에 진혁이 고개를 돌려 김무성을 바라봤다.
히스토리 테이킹의 중요성을 그리 강조했건만.
여전한 김무성.
디테일이 아직 부족했다.
그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자, 진혁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일단 한약 복용은 중단하시고요.”
“네네.”
“가슴에 생긴 통증이나 얼굴 부종. 전부 성형 부작용 같은데요. 일단 보형물을 제거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네에에에?”
갑자기 기겁하는 환자.
진혁이 나직이 혀를 찼다.
* * *
한약과 양약은 동시에 먹으면 안 된다.
한약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양약의 약효를 감소시키거나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
바이탈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가끔 충돌이 발생한다.
한약을 맹신하는 어르신들은 여전히 많았고.
한약 문제를 거론하면, 오히려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몰래 먹는 경우도 많았다.
한데, 한약 중단 지시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환자가 보형물 제거엔 반발해 왔다.
짧게 혀를 찬 진혁이 설명을 이어 갔다.
Delayed-Type hypersensitivity.
지연성 과민 반응.
실리콘에 따라,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7개월 후에도 발생할 수 있었고.
부작용은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이어진 건 설득.
그 끝은 Neck CT 촬영으로 이어졌다.
* * *
CT실에서 환자가 촬영하는 걸 확인하며, 진혁이 물었다.
“무성아. 혹시 비뇨기과 교수님한테 실수한 거 있니?”
“아뇨.”
“그래? 근데 왜 그러시지?”
“네? 저는 그냥 평소처럼 했는데용. 잘못한 거 없어요.”
당당하게 가슴을 내미는 김무성.
역시 나가 역시나였다.
별종의 행동을 보고 단속하라고 한 게 틀림없었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알지?”
짧게 주의를 주고.
단단히 단속한다.
김무성이 입을 삐죽 내밀자, 진혁이 화제를 돌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가르침을 내릴 생각이었다.
“스킨 컨투어(Skin Contour)를 벌징(팽윤, 피부가 팽창하는 걸 뜻함)시키는 게 뭐가 있을까.”
“음…….”
갑작스러운 테스트.
김무성이 고민하자 진혁이 말했다.
“유창혁이는 바로 맞혔을지도 모른다.”
“그놈아는……. 아, 뭐. 이거 함정 문제 아니죵? 일단, 음. 낭종이나 지방종, 농양, 혈종, 피부섬유종 정도가 있을 거 같은데요. 근데 이번 경우는 조금……. 어!?”
김무성이 말을 하다 말고 소리를 치자, 진혁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어느새 화면에 띄워진 영상.
얼굴과 목.
곳곳에 음영이 있었다.
Foreign body material.
이른바 이물로 그득한 것이다.
이 정도면 성형 중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그보다.
거짓말을 한 게 틀림없었다.
대체 시술을 얼마나 받은 걸까.
* * *
판독을 의뢰해야 했지만, 진혁이 먼저 마우스를 잡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김무성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대체 몇 군데를 한 걸까요?”
“최소 여섯 군데?”
“목에는 왜 맞아요?”
“나야 모르지.”
“음, 페이셜 스웰링(Facial swelling, 얼굴 부종)이 심한데……. 이 정도면 셀룰라이티스(Cellulitis, 봉와직염)가 아닐까요.”
세균이 피부 진피층과 피하지방층에 침투해 염증을 유발한 게 아니냐는 말.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마우스를 놀린다.
왼쪽 뺨에 잡힌 덩어리.
한 차례 제거했다더니 종괴처럼 남아 있었다.
연조직 종괴(Tender fluctuating mass)라 할 수 있을 정도.
문제는 왼쪽 뺨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진혁이 손가락을 가리켰다.
“여기 좀 봐 봐.”
“오른쪽 뺨이요?”
“어, 조영증강이 안 되고 있어.”
“아…….”
“이 정도면 지방괴사(Fat necrosis) 같은데……. 겉으로 티가 안 나서 놓쳤는데, 흠.”
“피부과가 아니라 어디 야매 같은 데서 시술한 게 아닐까요.”
“일단 어디 병원에서 시술했는지 체크하고, 조직검사랑 컬처(배양검사) 돌려.”
“넹.”
다시 환자에게 달려가는 김무성.
진혁이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뜻하지 않게 환자를 보게 됐지만, 끝은 낼 생각.
대체 어느 야매 의사한테 시술받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진짜 무자격자한테 시술받은 거라면 조치해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저, 이 선생님.”
간호사가 뜬금없이 자신을 찾자, 진혁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 * *
연신 고개를 숙이는 보호자.
음주운전 사고를 낸 환자의 그 보호자다.
원주 성심병원에 있어야 했건만, 여전히 갓난아기를 안고 있었다.
“저, 이 선생님 아니었으면 우리 그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들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최 교수님이. 아니 최 과장님이 하신 건데요.”
“아뇨, 헬기에서 여러 조치가 있었다고……. 이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거라고 들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허리를 숙인 보호자가 갓난아기를 안고 종종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아함도 잠시.
그녀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이거, 시간 내서 만들어 봤는데요. 반찬이에요.”
“아…….”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들어서요. 제 성의니까 꼭 받아 주세요.”
사양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진혁이 냉큼 비닐봉지를 받아 들었다.
오징어무침부터 젓갈.
그리고 회무침.
콩자반부터 각종 밑반찬까지.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이었다.
거기에 더해, 보호자가 두툼한 봉투까지 내밀자, 진혁이 화들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저, 이런 건 받을 수 없습니다.”
“돈은 아니고 편지예요. 제가 돈을 드리기엔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잘 부탁한다며 돈 봉투를 건네는 건 아주 흔한 시대.
미래에는 문제될 소지가 역력했기에 손사래를 쳤지만, 편지는 거절할 수 없었다.
남편과 아이를 챙기는 것도 바쁜데.
굳이 이곳까지 찾아온 그녀.
정성을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문제는 보호자가 떠나기 전, 어렵사리 입을 열면서 시작됐다.
“저, 근데…….”
“예.”
“신, 신문에서 봤는데요. 혹시, 그 드라마에 자문해 주셨다는 게 사실일까요.”
혹시나 싶어 물어본다는 말.
진혁이 나직이 탄식했다.
남편을 살려 줬지만, 다시 감옥에 길게 처넣으려는 인간이 된 상황.
무어라 설명한단 말인가.
난감한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