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87)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87화(287/388)
287화. 이현아 (2)
진혁이 짧게 탄식하며 쓰러진 이현아를 받아 들었다.
수척해질 대로 수척해진 이현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더니.
결국, 쓰러졌다.
음성이길 기대하다 양성이 나왔기 때문.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게 분명했다.
‘어설프게 아는 게 독이 된 건가.’
쓰게 웃는 것도 잠시.
진혁이 곧장 이현아를 둘러업었다.
가족 여행도 취소했고.
휴가 내내 그녀 옆에 붙어 있었지만 힘들진 않았다.
그만큼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15분, 30분, 1시간.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이현아는 눈을 떴다.
문제는 눈을 뜨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콧물마저 줄줄 흘렸다는 거.
“흐으윽. 흐윽. 아빠. 아빠……. 흐윽.”
옆에 누가 있던 말던 신경 쓰지 않고 오열한다.
그런 이현아를 당장 진혁이 달랬다.
“음성의 반대말은 양성이 아니에요. 악성이에요. 악성.”
“흐으윽. 아빠. 아빠.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떻게 해. 흐윽. 흐윽.”
“악성이 아니라니까요.”
“흐으윽.”
“암이 아니에요.”
“흙.”
꺼이꺼이 통곡하던 이현아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든다.
단호한 어조로 반복해서 말한 게 효과가 있는 모양.
진혁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암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만 울어요. 우는 것도 탈진을 부를 수 있어요.”
“…….”
“진짜 아무것도 아니에요.”
“진짜, 진짜예요?”
“네, 진짜예요.”
“위로해 주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네.”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현아가 다시 통곡했다.
이는 무척 자연스러운 일.
암이 아니라 해도 울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아무 말 없이.
등을 두드리고
또 두드린다.
부모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건 참척의 고통만큼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 * *
얼마나 지났을까.
가슴을 미는 힘이 느껴지자.
자연스레 손을 풀었다.
“이제 좀 괜찮아요?”
“잠깐, 뒤 좀 돌아봐요.”
“음.”
“빨리요.”
손을 훼훼 젓는 이현아.
진혁이 말없이 티슈를 건넨 다음 등을 돌렸다.
바스락.
바스락.
부산스러운 소리가 울렸지만, 훔쳐볼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이쁘게 보이고 싶어서 저러는 건 아닐 터.
그저 사람다운 몰골을 유지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이제 됐어요.”
지쳐 있는 목소리.
진혁이 고개를 돌리고 다시 설명했다.
“조직검사. 그러니까 생검을 진행했고. 양성이라고 했죠.”
“…….”
“생검은 질병의 유무를 알아보는 양성 반응 검사 같은 게 아니에요. 양성종양은 그냥 혹 같은 거예요. 물혹 같은 거죠.”
“음성의 반대말이 양성이 아니라는 거죠?”
“네. 음성은 아니고 양성이지만. 악성은 아니라는 거죠. 그게…….”
다시 시작된 설명.
음성과 양성.
그리고 악성의 차이를 한참 설명하자, 이현아가 뒤늦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보다 지금 혈관이 막혀서 수술해야 하거든요. 일단…….”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관상동맥 우회술을 해야 한다는 거네요?”
“네, 좌전하행동맥이 폐색돼서요.”
“음.”
“잠깐 설명 좀 해 줄게요.”
진혁이 옆에 있던 종이를 꺼내 들었다.
관상동맥 중재술과 관상동맥 우회술을 적는다.
그러고는.
“관상동맥 중재술은 스텐트 시술이에요. 막힌 도로에 관을 넣어서 뚫어 버리는 거죠. 일종의 메인터넌스. 유지보수라고 할 수 있죠.”
슥삭슥삭.
빠르게 그림을 그린다.
막혀 있는 도로에 관을 집어넣어 억지로 뚫는 걸 보여 줬다.
곧이어.
“관상동맥 우회술은 대체 혈관을 연결해서 우회로를 만들어 주는 거예요. 기존 혈관을 살릴 수 없으니까. 버린다고 보면 돼요.”
관상동맥 우회술마저 그림을 그려 설명했다.
이는 양성과 악성을 구분하지 못했던 이현아를 위한 배려였다.
“스텐트 시술. 그러니까 관상동맥 중재술은 할 수 없다는 거죠?”
“네. 다시 살리긴 어려울 거 같아요. 연세도 많고. 흡연 기간도 길고. 폐색 정도도 심하고요.”
“잠깐, 잠깐만요. 그럼 기침은 왜 한 거예요?”
“음……. 폐렴도 아니고. 알레르기 반응 검사도 음성이고. 그냥 후유증 같은데요.”
“…….”
“수술은 한 교수님한테 부탁드릴까 해요.”
“한동수 교수님한테요?”
“네.”
진혁이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동수가 수술을 받은 지도 한참 지난 상황.
지금은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들었다.
게다가.
‘내가 옆에서 도우면 된다.’
그 자신 또한 있었다.
폐나 식도도 아니고 심장이지 않던가.
* * *
스텐트 시술이 아니었기에, 심장내과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호흡기내과는 더욱더.
그러니 바로 전원 조치됐다.
흉부외과로.
병실을 옮기자마자, 한동수부터 찾았다.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오피캡(OPCAB, 무펌프 관상동맥 우회술)으로 진행하자? 왜 오피캡이지?”
“환자의 나이는 66세. 무펌프 수술이 나을 거 같습니다. 합병증도 줄어들 테고. 수술 결과 또한 좋을 거고요.”
“흐음…….”
한동수가 침음성을 내뱉자.
진혁의 표정이 굳었다.
닥술(닥치고 수술)만 외치던 그도 약해져 있었다.
뭐, 어쩌면 당연한 일.
소요 시간이 짧은 시술 위주로 하고 있었으니, 망설일 만도 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니까.
하지만.
“LAD(Left Anterior Descending artery, 좌전하행동맥)인데요.”
“그게 뭐.”
“LAD면 심장 표면에 있어서 접근도 쉽고. 가시성을 확보한 채 수술할 수 있습니다. 시간도 세이브할 수 있고요.”
“심첨부(심장 밑 부분, 좌심실이 뾰족하게 끝나는 부분)에도 관류결손이 보이는데? LVH(좌심실 비대)도 있다고.”
“LVH야 혈류 흐름이 정상화되고 심기능이 개선되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로 가능하고. 일단 급한 것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너, 너무 자신 있어 하는 거 아니냐? 레지던트 말투가 아닌데?”
“그게…….”
다시 설명하려던 진혁이 입을 다물었다.
한동수의 얼굴에 미소가 그득했기 때문.
그러고 보니 놀리는 게 분명했다.
그러니 그가 원하는 대로 대답하면 됐다.
이러니저러니 이유를 드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왜 오피캡(OPCAB)이냐고 하셨죠.”
“어.”
“CS인 이라면 당연히 오피캡으로 해야죠.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 자격 없다고 배웠습니다.”
“누구한테 배웠는데?”
“교수님한테 배웠죠.”
아부 섞인 발언.
한동수가 씨익 웃어 보였다.
“너도 들어와! 오랜만에 수술이란 걸 해 보자고!”
* * *
GS 소속 의사가 CS에서 수술할 수 있을까.
인턴이라면 가능했다.
아직 소속을 정하기 전.
타과 수술실에 참관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게다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외과 계열이라면 더욱더.
하지만 레지던트 때부턴 불가능해진다.
엄연히 소속이 있었고.
과마다 벽을 치게 된다.
그러니 당장 말이 나왔다.
“이진혁이 왜 GS로 안 돌아오고 CS에서 수술한다는 건데.”
“야야. 한 교수님 다시 수술실로 복귀하신다잖아. 겸사겸사하는 거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게 말이 되냐?”
말이 많았지만, 한동수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린다고 듣는다면 한동수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초집도의 상시화도 하고 있고. 내가 잠깐 빌려 쓴다는데. 왜? 뭐, 문제 있어? 어차피 이진혁은 트리플 보드를 할 거라고.”
철옹성 같은 명분마저 있었다.
무엇보다 심도자실에서 시술만 하던 한동수.
그가 수술에 목말라 했다는 걸 다들 알기에 감히 무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한동수 또한 오랜만의 수술에 긴장해 하고 있었다.
“정중흉골 절개로 진행할 거야.”
“예. 교수님.”
“심낭 절개는 역T자형으로 길게 뺄 거고. 좌우로 길게 연장해서 절개할 거라고.”
“심장을 들어 올릴 때 바이탈이 흔들릴 걸 대비해서 그렇게 하신다는 거죠?”
“그래. LVH(좌심실 비대)가 있으니까. 왼쪽 늑막도 열어서 좌심실이 압박받지 않게 할 거고. 그리고…….”
한참 계속된 가르침.
이는 어시로 들어온 진혁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그 자신도 수술 과정을 되짚어 보는 일이기도 했다.
쓰러진 후 처음 수술에 도전하는 한동수.
그는 진심이었다.
그렇게 며칠 후.
수술실이 열렸다.
* * *
오랜만에 들어온 수술실.
알싸한 알코올 냄새와 찬 공기가 낯설게 느껴진다.
얼른 GS로 돌아가 술기도 배우고.
전생엔 해 보지 못했던 수술도 해 봐야 했지만.
어쩌다 보니 분원으로 파견을 나갔고.
참의료지원단 소속으로 1년을 보냈다.
그러니.
“좋다…….”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온다.
긴장은커녕.
친정에 돌아온 것처럼 마냥 좋기만 했다.
그 자신은 천생 써전.
수술을 위해 태어난 게 분명했다.
곧이어 마취과 의사도 들어오자.
진혁이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뭐, 합을 맞추는 건 처음 같은데. 잘해 보자고.”
“옙.”
진혁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상대는 40대 부교수.
에이스로 정평 난 인물이다.
한동수의 수술실 복귀전이나 다름없는 수술.
마땅히 그 예우를 다하기 위해 에이스를 배정한 게 틀림없었다.
그 누구도 아니고 숱한 환자를 살린 한동수니까.
마취과 의사마저 들어오자.
수술 전 준비는 빠르게 진행됐다.
마취를 위한 결박을 하고.
타임아웃(신원 확인)을 했다.
전신 마취 또한 곧바로 시작됐다.
니트로글리세린을 평소보다 더 정주시키고.
밀리논(심부전 환자를 위한 약제 중 하나)을 투약해 심장의 부하를 감소시켰다.
LVH(좌심실 비대) 환자기에 하는 행동.
심장이 커진 상태에서 문합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심장을 멈추지 않고 수술해야 하는 만큼 사소한 배려였다.
심장을 들어 올릴 때 혈압이 하강하고 폐동맥압이 상승할 테니까.
“준비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젠 한동수만 들어오면 되는 상황.
기다릴 것도 없이.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동수가 들어왔다.
곧바로 시작된 가우닝.
두 손을 가슴팍에 붙인 채 들어온 한동수에게 간호사들이 접근했다.
물기를 닦아 준 다음.
가운을 입혀 주고.
장갑마저 끼워 준다.
간호사가 냉큼 자리로 돌아와 소리쳤다.
“교수님, 파이팅입니다!”
“파이팅은 무슨. 나 한동수야.”
“그러니까요.”
“왜, 못 믿겠어?”
“에이, 저희야 믿죠.”
눈을 찡긋거리는 간호사.
이 또한 한동수를 향한 격려였다.
지난 수개월 동안 재활 운동에 매진하고.
경피적 시술에만 몰두했던 그를 향해 다 같이 외치고 있었다.
다시 돌아와 달라고.
이제 심도자실이 아니라 수술실에서 보자고.
곧, 수술대 앞에 선 한동수가 소리쳤다.
“메스!”
* * *
OPCAB 수술의 소요 시간은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환자 상태에 따라 제각각이다.
하지만 목표를 3시간으로 잡았다.
한동수의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온 게 아니었으니까.
지팡이를 내려놓은 것도 불과 보름 전.
아직 불편할 게 분명했으니.
진혁의 손놀림은 그 어느 때보다 재빨랐다.
세컨 어시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
아니 되레 세컨 어시가 없다고 생각하며 움직였다.
어차피 서신대에서 매번 겪어 왔던 일.
써드가 들어온 건 드물었고.
세컨 또한 매번 PA 간호사가 들어왔다.
그러니 속도에 속도를 더하고.
빠르게 손을 놀린다.
순식간에 끝난 개흉.
심낭막을 걷어내자 심장이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한동수가 마취과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온도는 얼마까지 올렸지?”
“26도입니다.”
“아직 문제는 없고?”
“걱정하지 마십쇼. 알아서 하겠습니다.”
“너무 자신하는 거 아니야?”
“뭐, 이 정도는 해야죠.”
자신만만한 말투.
그만한 실력이라는 걸 알았지만, 다시 수술실로 돌아온 한동수는 걱정이 많았다.
“온도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
“옙.”
OPCAB은 말 그대로 무펌프 수술.
심장의 수축력과 허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온도를 높이며 수술해야 했다.
시야 확보를 위한 수액도 따뜻하게 데워서 사용해야 했고.
정맥에 연결된 수액 줄로 따뜻하게 데운 N/S(노멀살라인, 생리식염수)를 써야 했다.
환자의 팔과 복부에 담요까지 두른 건 말할 것도 없는 일.
한동수가 손을 놀리며 다시 물었다.
“ACT(활성화 응고 시간)는?”
“340초입니다.”
“300초 밑으로 안 떨어지게 해.”
“옙.”
짧은 대답과 함께 마취과 의사도 손을 놀렸다.
관상동맥이 심장 표면에 있다지만, 심장을 움직일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일.
일시적으로 허혈 상태가 되는 일이 빈번했고.
동맥압, 중심정맥압, 폐동맥압.
산소포화도와 심전도.
그리고 심장의 수축력까지.
전부 모니터링해야 했다.
그렇게 각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수술에 매진하길 30분째.
갑자기 페이션트 모니터가 경고음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띠띠띠띠띠띠.
띠띠띠띠띠띠.
바이탈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