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88)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288화(288/388)
288화. 이현아 (3)
느닷없이 터진 경고음.
혈압이 떨어지며 생긴 현상이다.
한동수가 곧바로 소리쳤다.
“헤드 낮추고 포지션 바꿔! 뭐 해! 수액 정주 속도 올려!”
“알겠습니다!”
“승압제도 바로 투약해!”
“옙! 페닐레프린(Phenylephrine, 승압제) 슈팅하겠습니다!”
복명복창은 아니었지만, 다들 빠르게 움직였다.
간호사는 IV 조절기를 조작했고.
마취과 의사는 승압제를 투약했다.
진혁도 허리를 숙여 베드 레버를 만졌다.
기울기를 올려 트렌델렌버그 자세로 포지션을 바꾼 것이다.
머리가 엉덩이보다 낮게.
한참 기울였다.
물론 이를 지휘하던 한동수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심장의 과도한 전위.
그러니까 LAD(Left Anterior Descending artery, 좌전하행동맥)를 드러내기 위해 움직였던 심장을 원위치시키기 위해 손을 놀렸다.
심장을 고정 중인 거상기를 풀고.
거즈를 빠르게 빼냈다.
하지만.
“아직 90/60입니다! 폐동맥압 계속 올라갑니다!”
한번 흔들린 바이탈은 잡힐 기미가 없었다.
혈압은 떨어지고.
폐동맥압은 거꾸로 올라가기만 했다.
한동수가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
“니트로글리세린이랑 베타블러커 때려 박아!”
“넷! 딜티아젬(칼슘 채널 차단제)도 투약하겠습니다!”
“보고 없이 진행해!”
“옙!”
마취과 의사도 정신없이 손을 놀렸다.
애초에 좌심실 비대와 좌심벽에 허혈이 있었던 환자.
혈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약물을 때려 붓는다.
하지만 혈압이 계속 떨어지자, 이번엔 진혁이 나섰다.
“션트 삽입할까요!”
“아니, 아직 지켜볼 거야!”
“넷!”
진혁의 제안을 대번에 거절한 한동수가 매서운 눈빛으로 환부를 확인했다.
‘심근 기능이 그렇게까지 저하된 건 아니었어! 체스트 페인(흉통)도 없었고. 허혈도 심하지 않았다고!’
사실, 심비대가 심하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있었다.
자그마한 충격.
그러니까 미세한 심장 위치 변화에도 어레스트가 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는 아니었다.
중증은 아니지 않았던가.
생각을 정리한 한동수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이봐, 박의만이! 아니, 마취!”
“옙!”
“전처리 확실히 한 거 맞아!?”
“네?”
“허혈 전처리 제대로 했냐고!”
“옛! 니트로글리세린 투약하고 계속 정주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래?!”
“Cardiac ischemia(심근허혈,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생기는 혈액공급 장애)도 심하지 않았고……. 정확히 정량에 맞췄습니다!”
“저항성은? 니트로글리세린에 대한 저항성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건…….”
효과가 없을 수도 있지 않냐는 말.
니트로글리세린에 내성이 있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말하려던 마취과 의사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논쟁할 때가 아니었다.
한동수의 직감을 믿을 때였다.
“대체 약물로 아데노신 투약하겠습니다!”
“바로 슈팅해! 그리고 이진혁이!”
“넷!”
“페이스메이커(심박조율기) 달아!”
“아…….”
“분당 90회로 맞춰! 어서!”
“넷!!”
심장 박동을 강제로 올리자는 지시.
진혁 또한 행동에 나섰다.
쇄골 밑.
그러니까 5cm 정도 밑에 드랩(소독)을 하고 리도카인으로 국소마취했다.
다시 메스로 절개까지 한 다음 소리친다.
“리드 주세요!”
“넷!”
곧바로 건네진 리드(Lead, 심박조율기와 연결된 카테터).
이를 절개한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밀어 넣는다.
순식간에 세팅까지 끝낸 진혁이 보고했다.
“준비 끝났습니다!”
“뭐 해! 바로 작동시켜!”
“넷!”
진혁이 삼박조율기의 전원을 켰다.
물론 즉각적인 변화는 없었다.
이른바 불응기.
심장이 내뿜는 전기 신호를 바로 감지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설정했다.
오작동을 막기 위해.
찰나의 시간이 흐르고.
뒤늦게 페이스메이커가 작동했다.
심장이 내보내는 전기 신호를 인식하고.
다시 자극해 강제로 박동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혈압이 올라오질 않는다.
아니, 올라오긴 했다.
한참 남아서 문제지.
미적지근한 바이탈 반응에 한동수가 미간을 구겼다.
“Pacing threshold(조율 역치) 얼마로 설정했어!?”
“심방은 1.5V, 심실은 0.8V로 세팅했습니다!”
“Sensed amplitude(자발박동)이 아직 약해!”
“역치 올릴까요?”
“좀 더 올려!”
“넷!”
진혁이 곧바로 페이스메이커를 조작했다.
자극 방출 간격을 짧게 가져가고.
출력마저 더했다.
그 모습에 한동수가 고개를 돌렸다.
“아데노신은?!”
“0.3ug/kg bolus로 정주시켰습니다!”
“호흡기는 얼마로 세팅했어!?”
“회당 300mL로 맞췄습니다!”
“일단 환기량부터 줄여! 심장에 압박 줄 만한 건 다 치우라고!”
“넷!”
마취과 의사가 호흡기와 연결된 레버를 조정했다.
폐에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줄여, 심장 압박을 감소시키기 위한 액션.
이 또한 혈압을 끌어 올리기 위한 임시 조치였다.
* * *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한 상황.
이에 다들 환자.
아니 페이션트 모니터만 바라봤다.
다시 혈역학적 균형. 그러니까 바이탈이 올라오길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취과 의사인 박의만이 소리쳤다.
“BP(혈압) 다시 올라옵니다! 97/67!”
“폐동맥압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흠.”
“페닐레프린 다시 슈팅합니다!”
승압제의 슈팅.
수 분 간격으로.
2회에서 3회.
정석적인 투약 방법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혁의 고개가 한동수를 향했다.
응급 상황의 해소.
이젠 한동수를 챙겨야 했다.
“교수님! 이젠 의자에 앉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
“교수님!”
“끄응.”
침음성을 토해 낸 한동수의 고민은 짧았다.
자신을 위해 심도자실처럼 세팅된 수술실.
체력이 부족한 걸 알았기에, 마지못해 의자에 앉았다.
물론 유쾌하진 않았다.
앉아서 수술한다는 거.
은퇴를 앞둔 노인네들이 하는 짓이다.
하지만 이놈의 병증.
지독했다.
유전에 의한 일.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그러니 입 안이 꺼끌꺼끌하기만 했다.
하지만 무표정을 유지한다.
그 자신은 집도의.
수술의 향배를 결정짓는 선장이다.
“바이탈 계속 보고해!”
“넷! BP 110/70! 정상 범주로 올라왔습니다!”
“좋았어! 다시 시작할 거야! 이진혁이! 정신 똑바로 차려! 박의만이 너도!”
“넷!”
“넵!”
“다시 시작해!”
우울감을 내색하지 않는 한동수의 우렁우렁한 외침에 진혁이 반응했다.
당장 거즈를 들어.
심장 밑부분.
그러니까 아래쪽에 밀어 넣었다.
한 장, 두 장, 세 장.
거즈가 쌓일수록 심장이 전위된다.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것이다.
혈압이 흔들리기 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처치.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을 해 봤기에 그 손길은 거침없었다.
* * *
빠르면서 조심스럽다는 말만큼 배치되는 말도 없다.
하지만 진혁의 손놀림이 그러했다.
섬세하게 터치하면서.
속도를 죽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끝난 거상기의 거치.
심첨부보다 살짝 위.
그러니까 심기저부라 할 수 있는 부분에 설치를 끝냈다.
심장 표면에 좌측하행동맥이 있었지만, 집도의가 잘 볼 수 있게 초석을 쌓았다.
“세팅 끝났습니다!”
“바이탈은?!”
“아직 괜찮습니다!”
“좋아! 페이스메이커 제거해!”
“넵!”
사실 제거할 필요는 없었다.
혈압이 다시 올라온 이상, 반대로 박동수를 강제로 낮추고 문합해도 됐다.
빠르게 뛰는 심장 위에서 손을 놀리는 것보단 좋았으니까.
하지만 뭐든 그렇듯 부작용이 있었다.
문합을 위해 심장 박동을 낮추면 혈류가 느려지고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리드를 전부 밖으로 빼낸 진혁이 소리쳤다.
“페이스메이커 제거했습니다!”
“5-0 prolen!”
“여깄습니다!”
곧바로 한동수의 손에 봉합사가 건네진다.
이젠 문합할 차례.
목표 부위보다 살짝 위.
그러니까 근위부에 가깝게 문합한다.
손을 휘저어 올가미로 조이듯 혈관을 조이고 또 조인다.
이른바 Snaring suture.
심혈관 수술이나 장기 이식 수술에 주로 쓰이는 수처인 만큼 한동수의 손놀림은 재빨랐다.
빠르게 한번 더.
다시 한번 더.
반대쪽도 다시 체크.
문합은 금세 끝났다.
물론 혈류가 완전히 차단된 건 아니었다.
분지. 그러니까 가지가 잘게 뻗어 있었기에 문합되지 않은 곳으로 혈류가 흘렀다.
그렇게 한동수가 손을 놀리는 사이.
이번엔 세컨 어시가 움직였다.
의료용 공기분사기를 작동시켜 바람을 쏜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시야 확보를 위한 액션.
혈관 내관이 모습을 드러내고.
한동수의 섬세한 터치가 한참 이어졌다.
그사이 어느새 복재동맥.
그러니까 허벅지 쪽 혈관을 채취한 진혁이 보고했다.
“복재동맥 준비됐습니다!”
“좋아! 바로 간다!”
“넷!”
우렁찬 외침과 함께 우회 도관 연결이 시작됐다.
좌전하행지와 좌측하행동맥을 연결하고.
다시 둔각지.
그리고 후측부지를 연결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심장은 여전히 세차게 뛰고 있었고.
그 움직임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맹렬히 연결 작업을 진행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회로 연결이 끝나자, 한동수가 손을 내밀었다.
“6-0 prolen.”
“여깄습니다.”
“커트!”
“옙!”
“다시 5-0 prolen.”
“여깄습니다!”
“겸자 제대로 잡아! 커트.”
짧고 굵은 대화의 향연.
손을 놀리며 계속해 합을 맞춘다.
하지만 갑자기 근위부에서 미세 출혈이 발생했다.
혈류 차단을 위해 문합한 부위.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살짝 파열됐다.
당장 진혁이 혈관 겸자를 내려놓고 소리쳤다.
“피브린 글루(Fibrin glue, 접착 성분이 있는 지혈제) 주세요!”
“여깄습니다!”
빠르게 건네받아 바로 도포한다.
이어진 건 석션.
다시 시야가 확보되고.
출혈은 금세 멎었다.
* * *
한동수가 마취과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ACT는?”
“아직 300초입니다.”
“그래? 헤파린(응고 방지) 용량 1/3로 줄여.”
“넵! 프로타민(헤파린 중화제)도 투약하겠습니다!”
마취과 의사가 움직이는 사이.
한동수와 진혁은 마무리 작업을 했다.
문합 부위를 살피고.
틈이 없는지 확인한다.
혈액이 새어 나오면 안 됐기 때문.
물론 거기서 끝은 아니었다.
다른 심장 부위.
그러니까 좌심실마저 육안으로 살폈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건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약물로 컨트롤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좋았어. 이제 혈류 측정 들어가.”
“넷.”
대답을 한 건 진혁이었지만, 움직인 건 세컨 어시였다.
그가 초음파 혈류측정기로 혈류의 흐름을 체크했다.
그사이 진혁은 가만있지 않았다.
EKG를 확인해 이상 여부를 체크하고.
경식도 초음파를 봤다.
재수술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 가슴을 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보고 또 본다.
결국.
“이상 없습니다.”
“닫는 건 이진혁이, 네가 해!”
“알겠습니다.”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진혁이 곧바로 거상기를 제거하고.
거즈를 빼냈다.
그러고는 다시 역순으로 모든 걸 진행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한동수의 눈빛이 살짝 풀렸다.
형형하게 빛이 났건만.
정력을 다 쏟아 낸 사람처럼 허하게 눈을 떴다.
‘3시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지친 건가.’
쓰게 웃던 한동수의 귓가에 진혁의 목소리가 울렸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다. 포스트옵 제대로 서!”
“넷!”
“먼저 간다!”
의자에서 내려온 한동수가 살짝 몸을 휘청였지만, 그가 꿋꿋이 수술실 밖으로 향했다.
이젠 회복실로 옮기고 경과를 지켜볼 차례.
진혁과 세컨 어시가 곧바로 베드를 움직일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때.
“어……?”
진혁의 눈이 살짝 커지는 일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