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02)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02화(302/388)
302화. 차세대 EMR (12)
심인성 쇼크(Cardiogenic shock).
심장이 기능을 상실할 때 발생한다.
그 이유야 다양했지만.
전신 저관류에 따른 저혈압이 발생한 상황.
그러니 한의학이 낄 자리 따윈 없다고 해야 맞았다.
벨트를 풀어 압박을 풀고 다리를 위쪽으로 들어 올려 말을 거는 게 전부인 것이다.
하지만.
“잠깐이면 된다니까요.”
되도 않는 억지를 부린다.
이런 상황에서 물러설 의사는 없을 터.
대치가 길어지자.
결국, 고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아, 순환 신경내과라니까!”
“순환 신경내과? 그게 뭔데요! 아니 그보다 지금 환자 앞에서 뭐 하시는 겁니까!”
“뭐 하긴! 우리도 심장 전문이라니까! 좌측 어깨! 그리고 상지에 방사통이 있는지 확인하고 침을 쓴다고!”
“심장 전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릴! 하! 방해하지 말고 가라고요, 가!”
“아니, 한방순환 신경내과 전공이라니까! 우리도 6년 넘게 배웠다고!”
반말과 존댓말이 뒤섞이며 고성이 오갔지만, 물러서는 의사는 없었다.
한의학을 잘 모르기도 했지만, 그 자신들이 가진 상식과 어긋난다고 여겼기 때문.
그도 그럴 게.
심인성 쇼크의 원인은 다양한 법.
급성 심근 경색.
확장성 심근병증.
우심실 경색.
심리적인 이유.
등등.
원인이 너무 많아 자신들도 기본적인 처치만 하고 구급차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나서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물론 진혁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다른 이들처럼 한의학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한의사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진혁이 환자를 깨울 때.
또다시 고성이 터졌다.
“진짜 잠깐만 비켜! 비키라고!”
“아뇨! 못 비킵니다! 심전도에 이상 없을 때! 양약 부작용이 심한 고령 환자한테나 쓸 법한 방법이 아닙니까! 이제 그만 하시죠!”
“심장신경증일지도 모른다고! 막말로 심인성일지도 모르는 거 아냐! 울화가 치밀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니까!”
심장 자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자율신경계에 불균형이 생겨 쓰러졌을지도 모른다는 말.
일리 있는 말이었다.
아주 없는 소리는 아닌 것이다.
그렇게 대치가 길어질 때.
누군가 진혁을 잡아당겼다.
졸지에 엉덩방아를 찐 상황.
그 틈새를 다른 이가 메꿨기에, 환자와 떨어진 진혁이 잔뜩 화가 나 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추노꾼에서 졸지에 호캉스를 즐기게 됐다며 좋아하고 있었던 외과 3인방이 진혁을 에워싼다.
직접 나서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이제 그만합시다! 환자부터 보자고요!”
김현수와 최재성 또한 나섰다.
유명인인 자신이 괜한 구설에 휘말릴까 봐 하는 행동.
진혁이 감정을 억누른 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계속 말을 걸고.
의식을 일깨우려 노력한다.
한데.
점점 창백해지고.
맥박이 떨어진다.
예후가 안 좋은 상황.
그 원인만큼 증상 또한 제각각.
그만큼 어려운 게 심인성 쇼크였다.
어찌해야 할 지 고심할 때.
버스로 뛰어갔던 이들이 돌아와 소리쳤다.
“천막까진 갈 수 없어서! 일단 되는 대로 챙겨 왔습니다!”
“잘했어! 일단 혈압부터 재!”
“넵!”
“60/40입니다!”
“승압제는!”
“혹시 몰라서 도파민이랑 노르에피(노르에피네프린), 에피(에피네프린)까지 챙겨 왔습니다!”
“일단 에피 1mg 투약해! BP(혈압)부터 끌어 올려!”
“넷!”
서둘러 승압제를 투약한다.
심장 기능이 불안정해지며 떨어진 혈압을 강제로 끌어 올리는 행위.
진혁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IV는 제가 연결할게요! 이뇨제는요!”
“갖고 왔습니다!”
“연결 끝나면 바로 달아 주세요!”
“넷!”
“베타블러커(베타차단제)도 투약합시다!”
동시다발적으로 들리는 외침.
승압제랑 항부정맥제를 투약하고.
뒤늦게 가져온 들것에 환자를 옮기기까지 한다.
장비는 이동진료소에 있는 상황.
당장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전부였다.
* * *
뒤늦게 달려온 구급차.
곧바로 이송 작업이 시작됐다.
“윤준상이! 네가 동행해!”
“알겠습니다!”
“삼천포 도착하면 바로 보고하고!”
“예!”
자신이 아니라 심장내과 전문의를 동행시키는 박병찬.
아쉽지 않다면 거짓이었다.
끝까지 환자를 팔로업하고 싶은 건 의사로서의 본능.
그 자신이 따라겠다는 말이 절로 목끝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진혁이 깔끔히 물러났다.
생각보다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
철수 전까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에, 진혁이 당장 외과 3인방을 찾았다.
“선배님.”
“어어. 왜.”
“아신대 애들. 단속 좀 해 주세요.”
“단속? 왜? 애들이 뭐 잘못이라도 했어?”
“잘못했죠. 애초에 먼저 도발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먼저 시작한 일이에요.”
“야야.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 그럴 수도 있지. 아직 혈기가 왕성할 때라고.”
“이러다가 내일 철수 전까지 계속 충돌할 거 같은데. 이렇게 두면 안 될 거 같아서 그래요.”
“안 되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아, 진짜. 선배님!!”
진혁이 꽥하니 소리를 내질렀다.
예의에 어긋난 행동.
위계질서가 엄격했기에 웬만큼 친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다들 딴청을 부린다.
그만큼 그 자신의 위상이 올라가기도 했고.
베푼 게 많기 때문.
당장 전공의 특별법이 통과되며 근무 시간마저 제한됐으니, 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진혁이 3인방을 아우르며 말을 이어 갔다.
“제가 직접 혼내면 조금 그렇잖아요. 서신대 출신이라 직속 선배라 할 수도 없고. 아저씨잖아요, 아저씨.”
“야야. 그래도 쟤들 맘에 안 들어. 맘에 안 든다고. 지들이 뭐라고 응환을 두고 나서냐고. 이런 경우 없는 짓은 처음 봤다니까!”
“맞아. 침술이나 하고 보약이나 지어 주는 주제에. 무슨 심장 전문이야. 야야. 개가 웃겠다, 개가 웃겠어.”
뿌리 깊은 멸시.
이 정도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친 것처럼 뿌리 깊게 박힌 혐오나 다름없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진혁이 3인방을 달랬다.
“의,치,한이 같이 봉사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왜, 섬 같은 데 가면 다 같이 봉사하잖아요.”
“누가? 누가 그래? 어느 병원에서?”
“에이. 그냥 예를 든 거죠. 꼭 이럴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다 같이 봉사 중인데, 굳이 싸울 이유가 뭐가 있어요. 안 그래요?”
“보약으로 돈을 쓸어 담는 놈들이야.”
“그렇게 비하하면 안 되죠. 의료인한테 있어 코웍만큼 중요한 게 어딨는데요.”
진혁이 한참 코웍의 중요성을 설명해 나갔다.
임상 의사는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와도 협력해야 했고.
심지어 외과 의사와 내과 의사는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물론 현실과 이상은 한참 달랐지만.
‘이 정도면 설득이 됐으려나.’
한층 누그러진 표정을 짓는 3인방.
진혁의 얼굴 또한 펴졌다.
뭐, 이 정도면 알아 들었으리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
진혁이 신신당부라고 칭할 만큼 귀찮게 굴었다.
“그러니까 단속 좀 부탁드려요.”
“어효. 잔소리꾼. 알았다. 알았어.”
“진짜죠?”
“그래. 근데 너…….”
“네?”
“네가 코웍을 얘기하니까 좀 그렇다. 야야. 너, 내과도 조지고, 비뇨기과도 조지고. 외과랑 흉부외과 빼고 다 조졌잖아. 왜, 너, 인턴 때 응급실로 안 내려온다고 하면 차트로 막 조지고.”
“아, 그건…….”
한참 전에 있었던 일.
뼈를 때리는 지적에 진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환자를 위해서 수틀리면 조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자신.
그 자신이 쌓은 업보가 만만치 않았다.
당당히 코웍의 중요성을 외치기엔, 좀 그런 것이다.
* * *
다시 돌아온 이동진료소.
진혁이 지켜보는 가운데.
3인방이 아신대생을 호출했다.
“야야. 니들. 쟤들 괜히 자극하지 마라.”
“선배님. 쟤들이 양의사라고 의료법에도 없는 비하 발언을…….”
“어허!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지금 우리 진혁이 화난 거 안보이냐!”
“아…….”
시선이 쏠리자, 진혁이 일부러 표정을 굳혔다.
잔뜩 화났다는 얼굴.
더 이상 충돌 같은 건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다.
하지만.
“환자 앞에서 어! 우리 진혁이 위아래도 없다! 선배고 뭐고! 치료를 방해하면 들이받는다고!”
엉뚱한 말이 들려온다.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3인방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우리 진혁이가 말이야, 틈만 나면 운동도 한다. 일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그래서 어깨가 저렇게 넓은 거야. 야야. 주먹 봐라, 주먹 봐. 맞으면 아프다.”
“……!”
“어! 조인트도 까고! 아주! 암튼 이제 말 나오면 뒤진다!”
공자 왈 맹자 왈까진 아니었지만, 상대에 대한 존중. 그리고 코웍을 가르치길 바랐다.
한의대 과정은 6년.
길게는 7년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을 돌려 까며 아신대생들을 단속하는 3인방이었다.
이 또한 친하기에 하는 행동.
한숨을 쉰 진혁이, 한의원 봉사단으로 걸어갔다.
직접 몸으로 보여 줄 생각.
아니, 저들 또한 달래 줄 생각이었다.
돌발 행동이나 다름없기에.
3인방이 당장 따라붙었다.
“야야! 진혁이 또 사고친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우리보곤 단속하라더니! 저길 왜 가냐고!”
“아, 진짜…….”
그 자신을 사고뭉치 취급하는 3인방.
진혁이 또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이 또한 그 자신의 업보였다.
* * *
“저, 침 좀 맞을 수 있을까요?”
그 자신이 접근할 때부터 한참 노려보던 한의사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응환을 두고 다퉜던 걸 따지고 들 줄 알았는데.
갑자기 침이라니.
그들로선 놀랄 노 자가 따로 없는 일이었다.
그냥 의사도 아니고 천하의 이진혁이 아니던가.
놀란 반응을 뒤로하고 진혁이 계면쩍게 웃어 보였다.
“어깨가 좀 결려서요. 침을 좀 맞고 싶은데. 어려울까요?”
“아뇨, 그건 아닌데요. 크음, 큼. 뭐, 물리치료 받으시면 되죠. 정형이나 신경 가 보세요. 여긴 한방사 집합 아닙니까.”
“그건 저희 애들이 아직 어려서. 저는 평소에도 한의원에 자주 가거든요. 침도 자주 맞고요.”
“진짭니까?”
“네. 속이 불편하면 손도 따고. 허리가 아프면 침도 맞고. 애용하고 있습니다. 아, 물론 병원이 바빠서 자주는 못 가요. 뭐, 오프 때마다 가는 정도라고 해 두죠.”
“…….”
“에이. 얼른 좀 놔 주세요. 진짜 어깨가 결려서 그래요. 마을회관에서 자다 보니, 자리가 좀, 그래서요.”
진혁이 파카까지 벗자.
다들 진혁을 노려봤다.
한방사. 혹은 사천당가의 후예라고 비웃던 놈들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상황.
농락인지, 진짜인지 반신반의하는 거다.
그 모습에 눈을 살짝 찡긋거린 진혁이 천막 안쪽으로 들어갔다.
최첨단 장비 같은 건 보이지 않았지만, 수없이 많은 베드가 놓여 있었다.
당장 빈자리에 누워 버리니, 뒤따라 온 한의사가 당황해 따져 물었다.
“진짜, 침을 맞으러 온 겁니까?”
“네, 어르신들이 저희 쪽보다 많네요.”
“뭐, 나이가 들면 관절통에 시달리는 게 일상이니까요.”
허리를 굽혀 농사를 짓고 무거운 것들을 많이 드는 어르신들일수록 퇴행성 관절염이 올 수밖에 없다는 말.
진혁이 얼른 대꾸했다.
“연골이 닳아 버리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흠.”
“얼른 놔 주세요. 바로 돌아가야 해서요.”
“진짜 아파서 온 건 아니죠? 대체 목적이 뭡니까!”
그 의도가 뭐냐는 말.
진혁이 씨익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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