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15)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15화(315/388)
315화. 바이스 레지던트 (11)
여자 친구인 정아름의 전화.
당장 장혁준이 말꼬리를 흐렸다.
“두 줄이라니. 그게 무슨…….”
[혹시나 했는데. 두 줄이야. 나도 믿기지 않아서 여러 번 했어. 근데 진짜 두 줄이야.]“자기야.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 정확하게 얘기해야지. 얼굴 보면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 전화잖아, 전화. 행간을 읽기 어렵다고.”
[하…….]정아름이 깊은숨을 내쉬자, 장혁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평소와 다른 태도도 그렇고.
이상해도 한참 이상했다.
혹시 그날인가 싶어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괜히 짜증만 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곧.
[하……. 나, 임신했어. 8주래. 성별은 모르고. 조심하래. 병원도 다녀왔고. 혹시 몰라서 순천, 진주. 둘 다 다녀왔어. 지방이라. 산부인과가 별로 없더라.]“아…….”
[책임지라곤 안 해. 어차피 성인이잖아. 나도 동의했고. 같이 벌인 일이고. 근데 아는 좀 그렇다. 조금 섭섭한데?]“아, 아니. 자기야. 내가 너무 당황해서……. 지, 지금 어디야. 남해? 남해인 건 알지. 정확히 어디냐고.”
[바쁘면 안 내려와도 돼.]“아니, 당장 내려갈게. 잠깐, 잠깐만. 스케줄 좀 조정하고. 바로 연락 줄게.”
뚜욱.
전화를 끊은 장혁준의 얼굴이 하얗게 떴다.
아기를 가졌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부모님께 소개시켜 준 적도 없건만.
제 핏줄을 이어받은 아이가 태어날 판이다.
그러니 당장 스케줄을 조정하고 대타를 구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지만.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내가 아빠가 된다고? 군대도 가야 하고. 한창 바쁜 시기인데…….’
믿기지 않는 마음에, 장혁준이 제 뺨을 세차게 꼬집었다.
알싸하게 올라오는 통증.
좋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꿈은 아니었다.
사고, 그래 사고를 거하게 쳐 버렸다.
* * *
임신 소식을 건넸을 때 상대가 보인 반응.
여자는 평생 잊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니 지금은 스케줄 조정 따위를 할 게 아니라 전화부터 해야 했다.
머뭇거림.
그리고 저도 모르게 내뱉은 탄식.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지만 정아름 또한 원망할지 몰랐다.
뒤늦게 결심을 굳힌 장혁준이 곧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딸깍.
“자기야, 우리 결혼하자. 평생 사고 같은 거 안 칠게.”
[보통 행복하게 해 줄게라고 하거든?]“아무튼. 자기야. 내가 금방 정리하고 내려갈게. 결혼하자. 응? 내가 책임질 거니까. 괜한 생각 말고. 알았지?”
[……책임진다는 말이 듣고 싶었던 건 아니야. 나도 돈 벌고 있고. 모은 돈도 많아. KBC? 평생직장이야. 나 혼자 할 수 있어.]“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혼자 할 수 있다니. 같이 해야지.”
[충분히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닌 거 같아서. 그냥 즉흥적으로 나온 말이잖아.]“그건 맞는데……. 나도 의사야, 의사. 돈도 많고. 미래도 창창해. 인세로 받은 거. 많이 쓰긴 했는데. 걱정할 것도 없고. 집도 뭐. 부모님께 말씀드릴 거야. 그러니까…….”
한참 계속된 통화.
정아름을 달랜 장혁준이 전화를 끊고 깊게 심호흡했다.
사실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집안과 집안이 엮이는 일.
당사자의 뜻만 갖고 되는 일도 아니었고 경솔한 판단일지도 몰랐다.
IMF로 인해 치솟은 이혼율.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고 이혼은 흠이 아니라는 말조차 유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3년 차가 될 때까지 제대로 시간조차 내지 못했던 자신을 묵묵히 기다린 정아름.
군대로 따지면 전역을 기다려 준 거나 마찬가지였고.
의리는 지켜야 했다.
그게 정이든, 사랑이든, 뭐든 간에.
그러니 모든 게 두려웠지만, 당장 해야 할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스케줄 조정보다 시급한 일.
그건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일이었다.
* * *
‘다리 몽둥이를 부러트린다고 하거나, 죽여 버린다고 할 수도 있는데…….’
“아빠, 나 사고 쳤어요. 네, 그게 그러니까…….”
한참 계속된 통화.
그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일단 데려와. 만나서 얘기해.]“화 안 내세요?”
[여자 친구가 불안해 할 수도 있으니까. 가서 잘 달래고. 남자답게 굴어. 떨지 말고.]“아빠?”
[뭐 해? 지금 이럴 때야! 당장 스케줄 조정해서 내려가! 데리고 와!]뚜욱.
전화를 끊은 장혁준이 또다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길길이 날뛸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반응.
왜?
어째서?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고개를 갸웃거린 장혁준이 이번엔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반응 또한 다를 게 없었다.
뒷목을 잡고 쓰러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덤덤했다.
무슨 학교를 나왔는지.
집안은 어떤지.
직장은 어딘지.
몇 살인지도 물어보지 않는다.
그저 빨리 데려오라는 말.
보고 싶다는 말만 할 뿐이다.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의구심은 남는다.
왜 이러는 걸까.
왜 묻지 않는 걸까.
솔직히 말해 그 이유조차 가늠되지 않았다.
결국, 한참 고심하던 장혁준이 내린 결론은 간단한 것이었다.
“엄마 아빠도 사고 쳐서 결혼했나?”
그래.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겠지.
* * *
“사고 쳤어요. 그러니까 좀 도와줘요.”
다짜고짜 도와달란다.
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하고.
졸지에 비상구 계단으로 끌려온 진혁이 눈을 갸르스름하게 떴다.
“또 무슨 사고를 쳤는데요.”
“사고뭉치는 정작 따로 있는데. 사고뭉치한테 이런 말을 들으면 조금 이상한 거 알죠? 그냥 좀 도와줘요. 장인혁 교수님, 그리고 이방재 교수님 수술까지. 대타 좀 뛰어 줘요.”
“전부 다요?”
“네. 이번 주 풀 휴가예요. 치프한테 보고할 건데. 아무튼. 오늘만 좀 대타로 뛰어 줘요.”
너무도 당당한 요구.
조금은 황당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뻔히 아는 장혁준이었다.
“지금 누가 담당하냐 가지고 싸우고 있죠. 그래서 스케줄도 다 어그러졌잖아요.”
“알죠. 교수님들이 싸워서 외과장님이 이 선생 스케줄 전부 뺐잖아요.”
“근데 여기서 장 교수님이랑 이방재 교수님 수술방에 들어가면……. 무슨 말이 나올까요.”
“이진혁이 마음을 굳혔다. 라인을 탔다. 이미 정해 놓은 사람이 있다. 뭐, 이런 말이 나오겠죠. 그래도 좀 도와줘요.”
“대체 무슨 일인데요. 이유나 알고 합시다.”
“그게…….”
한참 계속된 설명.
진혁이 눈을 부릅떴다.
“그러니까 남해에 내려가기 전에 데이트를 했고. 라면 먹고 가라고 해서. 잠깐 먹으러 갔다가 그렇게 됐다고요?”
“평소엔 피임을 철저하게 했는데. 아무튼. 그때는 좀 그랬어요. 갑자기 라면 얘기가 나와서……. 왜, 로망 같은 거잖아요.”
“…….”
“아무튼, 나는 갑니다!”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장혁준이 쌩하니 가 버리자, 진혁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타고나길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해서 모든 게 즐거워 보였던 장혁준.
얼마 전부터 공부에 열심이더니 이젠 다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유부남이 돼 버렸으니까.
그나저나.
갑자기 장혁준이 어른스럽게 보이는 건 왜 그런 걸까.
세상은 요지경이었다.
* * *
아직 남자 의사가 많은 시기.
힘들기로 정평 난 외과 계열은 남초 현상이 유독 심했다.
교수가 된다 한들 육아와 병행이 힘든 외과를 여자 의사가 기피하는 건 당연한 일.
그러니 남자 의사만 바글거리는 상황이었고.
당장 레지던트에 불과한 장혁준이 결혼한다는 말에 다들 뒤집혔다.
“와, 벌써 결혼을…….”
“아니, 누군 결혼하는데 나는 이게 뭐냐고.”
“뭐래. 너는 손이라도 잡아 봤지. 나는 아직 잡아 보지도 못했다고.”
“시발. 환자 손은 많이 잡아 봤잖아.”
“야. 그게 그거랑 같냐. 하. 라면 먹고 가라는 말. 나도 들어 보고 싶다.”
“나도 어제 듣긴 들었는데.”
“누구한테 들었는데.”
“누구긴 누구야. 너한테 들었지. 시발. 어제 휴게실에서 네가 그랬잖아.”
부러움, 시기, 질투.
그맘때 남자라면 할 수 있는 말을 하며 다들 수선스럽게 떠들어 댔다.
이미 소문이 퍼진 상황.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우게 됐으니, 소문이 안 나래야 안 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끄러운 가운데.
진혁이 덤덤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게 보이자, 다들 어깨를 툭툭 쳤다.
레지던트 중에 유일하게 연애하고 있는 이진혁.
간호사와 몰래 만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몰랐지만, 공식적으로는 이진혁이 유일했다.
당장 일반외과 치프인 정성욱이 그를 향해 뛰어갔다.
“야. 진혁아. 너는 뭐 없냐?”
“네?”
“새끼도 치고 그래야지. 아주 죽겠다. 죽겠어. 너 혼자만 데이트하고. 선배들은 죽으려고 하는데, 그럼 되겠냐고.”
“저도 못 만나고 있는데요.”
“왜? 장 선생 대타 때문에? 그거 때문에 압박 장난 아니었다. 그러니까 다리 좀 놔 줘. 소개 좀 해 달라고.”
장혁준 때문에 다시 살아난 수술 스케줄.
정성욱 또한 압박을 강하게 받았다.
한동수가 엄포를 놨다지만, 그의 소속은 CS.
GS의 일에 왈가불가해 봤자 들을 리 없었다.
게다가.
‘분과가 많은 것도 컸지. 다들…….’
외과의 특성 또한 영향을 미쳤다.
독립된 과로 존재하지 않는 분과.
각기 다른 세부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교수님들이 자신의 분과로 끌어당기기 위해 애썼고.
정성욱 또한 고생했다는 걸 진혁 또한 알고 있었다.
진혁이 쓰게 웃자, 정성욱이 엄포를 놨다.
“야, 너 인마! 어! 너도 사고 치면 우리가 봐주고 그럴 텐데! 어! 안 그러냐!”
“사고는요. 무슨. 만날 시간도 없는데요.”
“야. 사람 일 모르는 거야. 언제 어디서 라면 먹고 가라고 할지 어떻게 아냐고. 응? 그러니까 다리 좀 놔 달라고.”
한참 계속된 애원.
그리고 협박.
진혁이 웃었다.
“치프.”
“왜.”
“박선정 환자. 2주 후에 공연하기로 했거든요.”
“뭐? 무슨 공연을 그렇게 빨리해? 얼마 전에 퇴원했잖아. 공연은 암 병동에서 했고. 어? 이 자식 봐라. 말을 돌려? 야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아뇨. 이게 참…….”
“왜.”
“복귀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안 된다고 해서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뭐, 이런 걸 떨쳐 내려면 준비가 안 됐을 때 무대에 서야 한다고 해서…….”
“그래? 누가?”
“박운혁 교수님이요. 그래서 공연을 보러 가고 싶은데요. 데이트도 하고요. 그때 물어볼게요.”
“다리 놔 줄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
“네.”
전화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박선정의 공연 또한 보고 오겠다는 명분이 있어 말릴 수 없었다.
정성욱이 씩 웃었다.
“라면도 먹고 오고. 새끼 치는 거. 약속한 거다. 콜!”
* * *
소극장.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던 박선정과 어울리지 않는 공연장이다.
예술의 전당도 아니고.
객석도 100명 남짓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작았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는 박선정에게 내린 처방은 간단한 것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
완벽주의를 포기하라는 거였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언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줘야 하는 게 프로.
프로다움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렇기에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소아암 환자를 위해 공연을 펼쳤던 박선정이 이번엔 어떻게 할지.
어떻게 이겨 낼지 말이다.
잠시 후.
이현아가 달려오자 진혁이 밝게 웃었다.
“아버님은요? 괜찮으시죠?”
“네. 시골에 내려가셨어요. 요양도 할 겸. 고향에 좀 계신다네요.”
“약은요?”
“챙겨 가셨죠. 그보다 우리 시간 좀 남았는데. 산책이나 할까요.”
“그럴까요.”
진혁이 먼저 등을 돌리자, 이현아가 쑥 들어왔다.
말도 없이 팔짱을 낀 것이다.
진혁이 화들짝 놀라자, 그녀가 웃었다.
“왜요? 어색해요?”
“아, 아뇨. 손도 아직 안 잡아 봤는데…….”
“에이, 진짜 이럴 거예요? 우리 다 컸잖아요. 성인이라고요, 성인. 조선 시대로 따지면,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을 나이라고요.”
“그렇긴 하죠.”
“그리고 저 결심한 게 있어요.”
“무슨 결심이요?”
“나를 찾자. 그냥 원래 스타일대로 하자.”
“……?”
뜻 모를 말에 진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현아가 배시시 웃었다.
“공문 위조했던 거 기억하죠?”
“기억하죠.”
“그게 바로 나예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거.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그게 바로 나라고요.”
“…….”
“근데 어느 순간 내가, 내가 아닌 게 되더라고요. 뭐, 연애하면 다 그런다곤 하는데. 싫어요. 전화하는 게 방해되진 않을까.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자꾸 배려하게 되고. 또 그래서 연락을 안 하게 되고. 소심해지고. 내가 나답지 않게 되고. 그래서 바꾸려고요. 그냥 원래대로 나답게 하려고요. 그래도 되죠?”
대답을 요하는 질문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말.
통보나 다름없었다.
그래.
어쩌면 이게 이현아일지도 모른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수동적으로 남자만 바라보는 거, 별로 매력 없었다.
어떻게 아냐고?
연애를 많이 해 본 건 아니었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는 잘 알고 있었다.
배려만 하는 거.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 자신의 스타일대로 만나는 거.
그게 오히려 더 오래간다.
진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현아가 싱긋거렸다.
“우리 편하게 만나요. 부담 없이.”
“그래요. 그럼. 그나저나 얘기 들었어요? 장 선생이요.”
“들었죠. 정아름 그년. 아주,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선수 치게 생겼어요.”
“뭐, 인연인가 보죠.”
“근데 그거 알아요? 사실 장 선생 부모님하고 아름이가 알고 지낸 지 꽤 됐어요.”
“……?”
“그게…….”
한참 계속된 설명.
장혁준의 부친이 먼저 연락했단다.
한번 보자고.
그래서 보게 됐고.
이미 장혁준의 여자 친구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정아름은 서운대 출신.
스펙이며 인성이며, 뭐 꿇릴 게 없다고 했다.
물론 시사 고발을 하는 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장 선생은 모르고 있었다는 거죠?”
“네. 뭐, 워낙 바쁘니까요. 그래서 고맙다고 했대요. 정신 차리게 해 줘서. 아니 잘 좀 챙겨 달라고. 이제 나이가 들어서 뒷바라지도 힘들다고. 잘 부탁한다고 했대요.”
반대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는 말.
그나저나 이쯤 되니 정말이지 궁금했다.
대체 무슨 사업을 하실까.
뒷조사까지 할 정도면…….
어쩌면 다이아몬드 수저일지도 몰랐다.
* * *
박선정과 인사도 나누고.
그녀를 케어하던 박운혁 교수에게 이현아를 소개하는 자리도 가졌다.
물론 인사는 짧게 끝냈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니까.
분위기 있는 곳에서.
와인도 마시고.
스테이크도 썰고.
한참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그녀의 집 앞.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오늘 보면 또 언제 볼지 모르는 상황.
얼굴이 살짝 붉어진 이현아가 속삭였다.
“저, 혹시 라면 먹고 갈래요?”
진혁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