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25)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25화(325/388)
325화. 오더 쳐 내기 (7)
“그 티어에 잠이 오냐? 처음 듣는 말인데. 무슨 뜻이죠?”
영문을 모르겠다는 내과 레지던트.
진혁이 가운부터 확인했다.
유연재.
모르는 놈이다.
평범한 대화를 가장했던 놈이기도 했고.
‘부원장이 물 먹었다고 총대를 메? 그것도 폴리클을 데리고? 하.’
“모르세요? 요즘 유행하는 말인데.”
“처음 듣는데요. 진짜 유행하는 거 맞아요?”
“뭐, 모르시면 됐고.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은데.”
“말이 조금씩 짧아지는데요. 타교생하고 자교생이 서로 존대하는 거. 그라운드룰 아닙니까.”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친해도 자교생끼리만 반말하는 게 문화.
그렇게 친한 장혁준과도 서로 존대하고 있었다.
물론 반존대에 가까웠지만.
“글쎄요. 실습 나온 본과생을 앞세워서 외과 계열을 싸잡아 욕하는 사람이 할 얘기는 아닌 거 같은데요.”
“하.”
“딱 까놓고 말해서. 한번 해 보자고 오신 거 아닙니까?”
“싸우자고 왔다?”
“네.”
노골적인 대답.
유연재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환자 앞인데. 이렇게 나온다고? 듣던 거랑 너무 다른데.’
폴리클을 시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뒤에서 이죽거릴 계획.
한데 상대가 강하게 나오니.
싸움이 커질 판이었다.
유연재가 당황하든 말든, 진혁이 고개를 돌렸다.
“환자분. 저도 싸우고 싶진 않은데. 병원도 사람 사는 곳이라. 알력다툼 같은 게 있어서요.”
“드라마에서 많이 봤습니다. 맨날 싸우더라고요.”
“네, 은근히 싸움꾼이죠. 환자랑도 싸우고. 의사랑도 싸우고. 간호사랑도 싸우고. 혹시 불편하시면 나갈까요?”
“아뇨. 저도 궁금해서. 도대체 열이 왜 나는 겁니까?”
궁금증이 크다는 말.
솔직히 말해 궁금증보다 열이 나서 힘든데, 집중할 게 필요한 거 같았다.
보호자도 없었고.
다른 환자도 없었으니까.
“저기 저 실습생 보이시죠? 방금 그걸 물어봤는데. 같이 대답해 드려도 될까요?”
“네. 어차피 1인실인데요.”
“금방 끝내겠습니다.”
굵고 짧게 환자의 양해를 구한 진혁이 당장 고개를 돌렸다.
물론 그 대상은 질문을 던진 실습생이었다.
“박혁수 선생?”
“예.”
“편하게 말할게. 방금 그 질문. 자의야. 타의야.”
“예?”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거냐고.”
“진짜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확실해?”
“……넵.”
망설임이 담긴 대답.
거짓말이 분명했다.
안 그래도 『영닥터』에 적힌 글까지 생각나 열이 뻗친 진혁이 환하게 웃었다.
“제산제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건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바이탈 흔들리는 거. 제산제 투약 후에 진행됐어. 그럼 그 기전이 뭐라고 생각해?”
“그건. 음.”
“설명이 힘들지? 야마(족보)만 외우니까 그런 거야.”
제대로 공부를 안 한다는 질책.
사실 그랬다.
의대생은 시험을 한 번에 보질 않는다.
순서를 정해 시험을 보고.
문제 정답을 외운 다음 야마(족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게 전통이었다.
“아, 그건.”
“뭐, 변명은 됐고. 제산제. 말 그대로 위산 억제제야. 위산이 단백질을 분해하는데. 그걸 강제로 막는 거지.”
“…….”
“음식물이 분해 없이 내려가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백질이 그대로 면역 반응을 일으켜. 그래서 증상이 생기는 거고.”
“예.”
“지금 궁금한 건 아나필락시스도 아닌데, 피버(열)까지 발생하니까 이상하다는 거잖아?”
“예. 보통이랑 또 달라서. 피버가 동반되는 아나필락시스였다면 호흡 곤란부터 왔어야 했는데요.”
다시 돌아온 질문.
잠시 숨을 고른 진혁이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질문. 당장 수술을 앞두고 있고. 입원 후에 병원식만 먹었어. 오전부터 금식도 했고.”
“…….”
“근데 알레르기 반응이 왜 유발됐을까? 위산이 억제돼서 단백질이 분해가 안 됐다는 건데. 앞뒤가 안 맞잖아. 먹은 게 없다고.”
“아…….”
“병원식, 맛없는 거 알지?
“……!”
얼마나 싱거운지 알지 않냐는 함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은 전부 제외된다.
자극적인 것도.
문제가 될 만한 것도 전부 배제된 채 배식 되는 것이다.
이에 당장 박혁수. 아니, 이를 지켜보던 실습생들의 눈이 커졌다.
* * *
제산제 투약 후 시작된 혈압 저하.
갑자기 치솟은 피버(열).
제산제 투약에 집중하는 게 당연했다.
바이탈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주요 액팅이니까.
하지만.
‘그건 인턴이나 폴리클 수준에 해당되는 거고.’
정답이 쉽게 도출될 리 없었고.
내과 소속인 유연재 또한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끝도 없는 원인을 나열하는 게 임상이니까.
진혁이 말없이 폴리클만 응시하자.
유연재의 사주를 받은 박혁수가 나섰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의문입니다. 소화관으로 내려간 단백질이 없는데요.”
“어. 없지.”
“그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데…….”
“그래.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애초에 알레르기로 파생된 피버가 맞을까?”
“예? 아까는 알레르기 검사를 하셨다고…….”
“알레르기 검사? 그건 혹시 몰라서 한 거야. 당장 그 원인은 아직 모르고.”
“아.”
박혁수가 짧은 침음성을 토하자.
진혁이 실습생들을 훑었다.
“다들 너무 매몰됐어.”
“…….”
“바이탈 변화가 있기 전에 있었던 액팅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
“그렇지 않습니까?”
진혁이 빤히 고개를 돌려 유연재를 바라봤다.
너는 알지 않냐는 함의.
모른다고 해도 좋았다.
폴리클을 앞세워 트집을 잡으려고 했던 게 분명하다는 거니까.
아니나 다를까.
당장 유연재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네요.”
“피버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대답. 그건 해야 한다?”
“네. 아직 한창 궁금할 시기 아닙니까.”
“뭐. 그런 애들을 데리고 정치질에 써먹는 게 마음에 들진 않네요.”
“지금 저를 뭘로 보고.”
유연재가 당장 발끈했지만, 진혁이 대응하지 않았다.
되레 고개를 돌려 박혁수를 직시했다.
“일단 아나필락시스가 아닌데 피버만 유발되는 경우. 그리 흔치 않아. 아니, 아나필락시스도 마찬가지야. 피버는 보통 동반되지 않지.”
“예.”
“뭐, 그래도 아주 없는 건 아니야. 그런 증례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고.”
진혁의 설명이 한참 계속됐다.
감염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의 경우 피버가 동반된다는 거.
면역 반응에 따른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
한참 설명이 이어졌다.
“당장 벌에 쏘여서 생길 수도 있고. 고양이랑 놀다가 생길 수도 있어.”
“비특이적 질환 중 하나라는 말씀이신지.”
“뭐, 그것도 정답이야.”
“근데 그렇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면. 원인을 찾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소거법으로 접근해야지.”
진혁이 방긋 웃었다.
* * *
감염성 질환.
약물 유발성 알레르기.
면역 반응 이상.
자가면역 질환.
등등.
발열이 동반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을 전부 꺼내니.
당장 유연재가 침묵했다.
‘뭐야. 소문보다 더하잖아? 이 정도면 괴물인데.’
그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소거법으로 접근하자고 했던 진혁이 말을 돌렸다.
“속 쓰림엔 겔포스? 겔포스도 제산제야. 제산제.”
“다 부작용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어, 유연재 선생님, 부작용이 어떤 게 있죠?”
“함유 성분에 따라 다르죠.”
“마그네슘부터 하시죠.”
“지금 저를 테스트하는 겁니까?”
“그럼 안 되는 겁니까?”
진혁이 눈을 살짝 찡그렸다.
평소답지 않은 모습.
어쩌면 『영닥터』에 적힌 글을 보고 감정적으로 구는 걸 수도 있었다.
약사를 핍박하고.
건물주와 딜을 하는 건 대부분 내과 의사.
저런 놈들 때문에 다 같이 욕먹고 있다는 게 싫었다.
진혁이 침묵하는 사이, 당장 유연재가 답했다.
“설사랑 고마그네슘혈증이 유발될 수도 있죠. 속 쓰림에 좋다고 먹다가는 뭐.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죠. 저도 물어보죠. 알루미늄류는 뭐가 있습니까.”
“변비, 신경독성, 빈혈.”
“흠.”
“또 말해 드릴까요.”
“아뇨.”
“아뇨, 말할게요. 칼슘류는 신장결석, 고칼슘혈증, 대사성 알카리증, 신부전이 있죠. 탄산수소나트륨이 포함된 제산제는 위 점막을 자극하고, 체내 수분 이상을 발생시키죠.”
한참 계속된 설명.
막힘이 없었기에, 이를 지켜보던 실습생들의 눈에 순수한 경탄이 어렸다.
본과에서 죽어라 시험만 치다가 온 병아리.
아직 부화조차 되지 않은 알에 불과했고.
외과 의사에 대한 편견이 가득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진혁에 대한 소문을 듣긴 들었지만, 술기에 대한 부분을 주로 들었으니까.
그렇게 한참 대화가 계속될 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환자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저, 이게 붉어졌는데요. 저 알레르기, 양성인가요?”
* * *
한참 다른 이유가 있을 거고.
그래서 인턴이 협진을 의뢰했을 거라고 말했던 상황.
혹시 몰라 쌓은 내과적 지식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던 진혁이 당장 궁색해졌다.
환자의 피부가 팽진됐기 때문.
스킨 테스트는 음성이었지만, 진피층까지 바늘을 밀어 넣은 피내검사(Intradermal test)는 양성이었다.
당장 의기양양한 표정의 유연재가 입을 열었다.
“크기도 5mm가 넘는데. 이 정도면 양성인데요?”
“음.”
“피내검사는 스킨 테스트보다 민감도 높은 거 아시죠? 이 정도면 지켜볼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요.”
“글쎄요.”
“인정 못 하시는 겁니까? 이 정도면 지연 판독할 필요도 없습니다!”
“양성이라고 해서 다 같은 양성은 아닌데.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한 사람?”
진혁이 유연재를 무시한 채, 실습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름이 적힌 큼지막한 패찰을 낀 채 유심히 피부를 살피는 이들.
지금은 순수해 보였지만, 어떻게 가르치냐에 따라 달라질 예비 의사들이었다.
뭐, 태반은 돈만 좇는 의사가 될 테지만.
그중 한 명.
짧은 단발머리의 실습생이 입을 열었다.
“양성이 양성이 아니라는 말. 감작(Sensitization)에 의의를 두신 걸까요.”
“어, 정답. 물론 반만.”
“네?”
“정소연? 좋아. 나중에 외과 오면 점수 잘 줄게.”
“아, 감사합니다.”
정소연이 고개를 꾸벅였지만, 이를 신경 쓰지 않고 진혁이 설명을 이어 갔다.
“잘 먹던 음식. 갑자기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잖아.”
“…….”
“왜, 갑자기 설사한다거나. 발진이 일어난다거나. 입술 주변이 간지럽다거나. 그걸 감작이라고 하지.”
“네네.”
“갑자기 특정 물질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거. 양성이, 양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야.”
“감작일 수도 있다는 건데. 그럼 아까 반만 정답이라고 하신 건요?”
“감작도 아니고. 알레르기도 아닌데. 발진이 일어날 수도 있어. 8%에서 30%. 특별한 이유 없이 양성이 나오는 비율이야.”
정확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말.
실습생들이 입을 벌렸다.
알레르기 검사 종류가 다양한 건 알고 있었고.
스킨 테스트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 또한 배웠지만.
진피층에 직접 주사기를 꽂아 약물 반응을 보는 것 또한 정확도가 떨어질 줄 몰랐다.
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낮은 확률이었지만, 피내검사를 하다가 아나필락시스를 겪은 환자 증례를 배웠을 테니까.
실습생들이 침묵하자.
내과 레지던트인 유연재가 끼어들었다.
“그야 그렇긴 한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는 또 다르지 않습니까.”
“글쎄요. 저는 다른 원인 같은데요.”
“대체 그 원인이 뭔데요?”
“소거법으로 하나씩 찾아봐야겠죠. 그리고 그 역할은 선생님이 하셔야 할 거 같은데요.”
진혁이 대답을 듣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그 대상은 환자였다.
“피 검사 결과는 빨라야 이틀. 긴급으로 밀어 넣어도 사흘은 걸릴 텐데요. 그래서 이럴 때 가장 많이 쓰는 게 있거든요.”
“네네.”
“그건 문진인데. 혹시 알레르기 증상. 처음이세요?”
“아, 그건…….”
환자의 대답이 시작되자, 유연재의 눈빛이 떨렸다.
피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하는 정석적인 방법.
그건 바로 문진이었다.
* * *
사실 문진 또한 정확하지 않았다.
스킨 테스트든 피내검사든.
정확도가 떨어졌기에 대안으로 쓸 뿐.
정확한 건 lgE 항체 검사를 해야 했다.
“한 번도 겪어 보신 적이 없다는 거죠?”
“네네. 알레르기 같은 거. 일절 없습니다. 확실합니다.”
“음, 일단 피 검사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해 볼게요. 잠시만요.”
진혁이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혈액 검사실에 다이렉트로 연락을 하는 것이다.
아직 차트에 입력하기 전이겠지만, 검사 결과는 나오고도 남았을 터.
한참 통화를 마친 진혁이 일반내과 레지던트, 유연재를 직시했다.
“저, 그 티어에 잠이 오냐는 말. 이럴 때 쓰는 겁니다.”
“네?”
“전화 받아 보시겠어요?”
알레르기 때문에 열이 나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