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26)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26화(326/388)
326화. 오더 쳐 내기 (8)
전화를 끊은 유연재가 당장 미간을 찌푸렸다.
“칼슘 검사도 하셨군요.”
“네, 뭐가 문제인지 모르니까요.”
“음.”
“어떻게 할까요? 칼슘 수치가 튀는데. 제가 조치할까요?”
“뭐, 그러시죠.”
마지못해 하는 대답.
진혁이 당장 핸드폰을 켰다.
스테이션에 있을 병실 담당 간호사를 호출하기 위함이다.
“선생님, 제가 자리를 비우기가 조금 그런데. 정병태 환자. 파미드로네이트 60mg 달아 주세요. 네, 지금 당장요.”
칼슘 수치를 낮추기 위한 약제.
뒤늦게 달려온 간호사가 IV 라인에 약을 달았다.
어떤 상황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던 간호사가 병실 밖으로 나가자.
차트를 확인하던 유연재가 중얼거렸다.
“조레드로닉산(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제제)도 들어가고 있고. 칼시토닌도 쓰고 있었는데요.”
“네, 루프이뇨제도 쓰고 있었죠.”
“근데 용량을 줄였네요. 오전부터 줄였는데. 왜 줄였죠? 교수님 지시인가요?”
칼슘 수치를 조절하기 위한 약물을 투약 중이었는데.
왜 용량을 줄였냐는 말.
진혁이 당장 고개를 내저었다.
“제 임의대로 했습니다. 제가 주치의니까요.”
“이 선생님이 줄였다?”
“네. 칼슘 수치. 어젯밤부터 스테이블했는데요.”
“그래도 지켜보셨어야죠. 함부로 용량을 줄이니까 지금 다시 튄 거 아닙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뭐라도 트집 잡겠다는 행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그도 그럴 게, 반응을 보면서 약을 줄여 가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던가.
‘뭐, 쇼 앤 프로브는 끝났으니까. 그냥 상대를 말자. 상대를 말아.’
진혁이 유연재를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렸다.
“환자분,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때문에 약을 써 왔는데요. 아시다시피 칼슘 수치 조절이 안 돼서요.”
“네네.”
“약을 줄였더니 다시 수치가 높아져서. 그래서 열이 나는 거 같습니다. 원래 칼슘 수치가 높아질 때 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어서요.”
“그럼, 알레르기는 아닌 거죠?”
“네, 아마도요.”
“수술은 할 수 있는 건가요? 그 뭐야. 내일 부갑상선을 떼기로 했는데요.”
“일단 열이 내리는지 지켜봐야 하고…….”
한참 계속된 설명.
웬만해선 수술을 강행할 거라는 말로 끝맺음을 맺었다.
예상대로라면 열이 잡힐 테고.
애초에 부갑상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고칼슘혈증에 걸렸던 거니까.
이젠 상황이 끝났다고 여긴 진혁이 좌중을 훑었다.
여전히 자신을 지켜보는 실습생들.
유연재는 혼내 줄 만큼 혼내 줬으니, 보여 줄 게 있었다.
“수치를 확인한 다음에 용량을 조절하는 건 흔한 일인데요. 그래도 죄송합니다.”
진혁이 사과를 함과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
* * *
당장 유연재의 얼굴이 붉어졌다.
환자한테 사과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선언처럼 보였기 때문.
괜한 일로 시비 걸지 마라.
이런 일은 빈번하다.
그 자신한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과를 빙자해 엿을 먹여? 하.’
유연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가운데.
환자 또한 당황해 손을 내저었다.
“이젠 열도 떨어져서 힘들지도 않은데요.”
“그건 해열제 때문에 그런 거라. 일단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도 사과하시면 안 되죠.”
“네?”
“선생님. 제가 회사 생활만 30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이런 말. 쉽게 하는 거 아니에요.”
“책임 소재 때문에요?”
“네, 문제가 생기면 뒤집어씌우는 놈들. 쌔고 쌨습니다. 그러니까 사과 같은 거, 쉽게 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
고개를 모로 젓던 진혁이 방긋 웃어 보였다.
어찌 됐든 그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거니까.
“사과한다고 지는 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회사원은 몰라도 의사는 그러면 안 됩니다.”
“왜요?”
“의사니까요. 돈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생명을 다루니까요.”
“아…….”
“누구보다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죠. 아,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로 그런 의사가 많기에 하는 말.
당연하지만 유연재를 가리키며 한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습생이 들으라고 한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투덕거려서 그런 걸까.
유연재가 얼굴을 붉히며 끼어들었다.
“지금 진짜 뭐 하시는 겁니까!”
“네?”
“저보고 하는 말 아닙니까. 괜한 일로 시비 걸지 마라. 이런 일은 빈번하다. 뭐, 그런 뜻이 아니냐고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아니라고요?”
“네. 그냥 겸사겸사. 실습생들한테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외과 의사 또한 내과적인 지식이 있다는 걸 보여 줬기에.
이젠 그만 상대하고 싶은 유연재.
진혁의 목소리는 건조하기 그지없었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 책임지는 자세. 전부 보고 배울 시기가 아닙니까. 그래서 그런 건데요.”
“거짓말 같은데요.”
“거짓말이라고요?”
“네.”
누가 내과의가 아니랄까 봐 정말이지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 * *
그 시각, 서유정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네엣!? 진짜요? 진짜 싸우고 있다고요!?”
“어머, 얘가. 내가 직접 봤다니까.”
“……!”
“왜, 있잖아. 정병태 환자. 부갑상선 절제술로 들어왔는데. 속 쓰림이 심하다고 클레임 걸었던 환자.”
“제가 제산제를 놓쳤던 환자인데…….”
“그거 때문은 아니고. 아무튼, 내과에서 다섯 명이나 왔다니까. 어머 얘가! 어디 가! 어디 가냐고!”
촬영 때문에 다시 병원을 찾은 서유정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필 복도 끝에 있어서. 혹시 나 때문일지도 몰라.’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한참 꽥하니 소리를 내지르며 내달리자, 그녀를 발견한 VJ가 따라붙으며 소리쳤다.
“어디 가세요?”
“이진혁 쌤이 싸우고 있다고 해서요.”
“네?”
서유정을 뒤쫓던 김석대의 발걸음이 늦어졌다.
이진혁의 전담 VJ로 호흡을 맞춘 지 오래.
싸움이라고 해 봤자 말싸움.
질 거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5:1이래요!”
“네?”
“내과에서 다섯 명이나 왔대요!”
“아…….”
당장 김석대도 카메라를 고쳐 맸다.
안 그래도 내과 계열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진혁.
혹시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병실.
서유정보다 김석대가 먼저 반응했다.
“저놈들입니까? 다 죽여 버릴까요?”
험상궂게 생기기로 유명한 김석대.
유연재한테 질릴 대로 질린 진혁이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실래요?”
* * *
앞으로 해도 기레기.
뒤로 해도 기레기.
언론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대개 비슷했다.
신문사 기자가 펜을 칼처럼 휘두르는 것처럼.
방송계도 카메라를 칼처럼 휘두른다.
그러니 유연재가 당장 내뺀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손쉽게 끝난 상황.
환자한테 인사를 마친 진혁이 버려진 실습생들을 훑었다.
“잠깐 시간 있지? 따라와.”
* * *
지하 식당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진혁이 시계를 확인했다.
‘30분 밖에 없는데. 뭐, 밥을 굶으면 되는 건가.’
“다들 할 말 없어? 특히 박혁수, 너.”
“죄송합니다. 위에서 시켜서 그랬습니다.”
순순히 사과하는 박혁수.
진혁이 곧장 얼굴을 풀었다.
“죄송할 건 없고. 원래 내과가 그런 게 많아.”
“네?”
“내과 얘기 못 들었어? 거기가 많이 빡세. 군기도 세고. 약물 하나 잘못 쓰면 바로 의료 사고니까. 엄청 심하다고.”
“아.”
“내과 계열 가면 고생한다. 일도 힘들고. 사람도 힘들고. 너무 힘들다고.”
한참 계속된 흉보기.
사실 이러면 안 됐다.
서신대에서 흉부외과장을 역임했던 그 자신의 체면에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니까.
하지만 외과 계열로 오라고 하기엔 자랑할 게 없는 상황.
그러니 상대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디가 좋은데요? 저희 내년부터 수련 의무제도 시작되면서. 이제 중간에 도망갈 수도 없는데요.”
“외과 계열이 좋긴 한데. 그중에 하나만 꼽자면. 음. CS가 제일 좋은 거 같은데?”
“네? 왜요? 다들 힘들다고 하던데요.”
요즘 애들답게 할 말은 하는 실습생들.
당장 진혁의 말문이 턱 하니 막혔다.
CS를 추천하긴 했는데,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후배는 하늘, 선배는 땅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자랑할 수도 없지 않던가.
곤란해하는 것도 잠시.
진혁의 눈이 커졌다.
“저기 설명해 주실 분 계신다. 교수님!!”
* * *
상대는 부교수인 한동수.
그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마자, 실습생들이 당장 얼어붙었다.
씨를 뿌리고 추후에 수확할 걸 노려야 했지만, 죽도 밥도 안 되게 생긴 것이다.
아직까지 미달에 시달리던 한동수가 진혁의 옆구리를 쳤다.
“아들아.”
“네.”
“뭐라도 해 봐.”
“어, 그게.”
“왜? 뭐, 없어?”
“음. 애들이 다 듣고 있는데요.”
“그게 뭐. 야. 이것도 다 경쟁이야. 선점해야 한다고. 선점. 자기 PR 시대라니까.”
아직 병마와 싸우는 한동수.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순순히 대답을 했던 진혁이 한참 고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외과 계열로 한 명이라도 더 올 수 있을까.
뒤늦게 좋은 생각이 떠오른 진혁이 씨익 웃어 보였다.
“다음 수술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PBL(사례 중심 학습) 숙제 하나 내줄게. 내과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는 문제야.”
“네? 외과가 아니라 내과요?”
“어, 어른들이 싸우는 것만 봤는데. 문제라도 하나 내준다고.”
“네네.”
어리둥절한 표정의 실습생을 한번 쳐다본 다음.
진혁이 그 자신의 뇌리에 있던 증례를 떠올렸다.
‘내과에서 답을 찾지 못해서 상황이 악화되고 CS로 왔던 환자니까. 뭐.’
“36세 여환. 어릴 때부터 복숭아를 만지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어. 섭취는 문제가 없었고. 껍질을 만지면 피부 가려움증이 일어났지.”
“병명을 맞히면 되는 건가요?”
“어, 맞히면 전부 만점이다.”
“진, 진짜요?”
“그렇죠 교수님?”
“그럼, 그럼.”
한동수마저 고개를 끄덕이자, 실습생들의 눈이 빛났다.
“계속할게. 25살 때 천도복숭아를 먹고 처음 증상이 발현됐어. 전신 발진. 가려움증. 두통. 호흡 곤란이 왔지.”
“아나필락시스가 왔군요.”
“어.”
짧은 대답을 한 진혁이 실습생들의 눈치를 살폈다.
서로 얼굴을 보며 입을 벙긋거리는 게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껍질만 만졌을 때 발현됐던 알레르기 반응.
성인이 된 후.
그것도 한참 나이인 25살에 섭식으로도 번졌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정병태 환자를 두고 말했던 감작이랑 헷갈리겠지.’
“자두, 복숭아, 토마토, 사과. 똑같이 증상이 발현됐고. 전부 섭식을 끊었어.”
“언더라잉(Underlying disease, 기저질환)은 따로 없는 건가요?”
“어, 음주도 안 하고. 당뇨도 없고. 신체는 건강해. 아, 특이 사항은 있다.”
“그게 뭐죠?”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반복된다는 거야.”
“운동이라면…….”
“뭐, 종류는 상관없어.”
또다시 서로의 표정을 바라보는 실습생들.
진혁이 가만히 팔짱을 끼자, 누군가 입을 열었다.
“EIA(운동 유발성 천식) 아니야?”
“야, EIA는 디스니아(호흡 곤란)만 유발하는 거잖아.”
“발진, 가려움, 혈압 감소, 소화기 증상. 의식 상실. 다 똑같다고.”
“그걸 지금 문제로 낸다고?”
“그럼, EIA 말고 또 뭐가 있는데?”
눈치를 살피면서도 한참 할 말을 하는 이들.
그들 중 한 명이 물었다.
“운동 전에 섭취한 게 있나요?”
“견과류를 먹었어. 왜. 땅콩. 호두. 아몬드 같은 거 있잖아. 통으로 든 거.”
“흠.”
“그러다가 얼마 전에 다시 병원에 실려 왔지. 이번엔 회가 문제였어. 가락시장에서 모둠회를 먹고 쓰러진 거야. 자, 무슨 질환일까?”
“저, 내과에서 일하면 이런 걸 맞혀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속내가 들킬까 싶었던 진혁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
* * *
알레르기 질환을 묻는 게 분명했다.
허나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천하의 이진혁.
그가 단순한 문제를 냈을 리 없었으니까.
‘자두, 복숭아, 토마토, 사과, 모둠회. 땅콩, 호두, 아몬드. 과격한 운동. 뭐야. 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야.’
다들 속으로 구시렁거릴 때.
진혁의 옆에서 한참 얘기를 듣고 있던 한동수가 물었다.
“뭐야?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