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37)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37화(337/388)
337화. 눈에 땀이 나는 곳 (1)
한 달 후.
소아외과 병동.
그리 기분 좋은 곳은 아니었다.
아픈 아이들을 보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퇴원이요? 3일 후에는 가능할 거 같습니다.”
진혁이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라운딩을 돌았다.
아니 조금 달라져 있다고 해야 맞았다.
보호자와 한 마디라도 더 나누려 애썼고, 평소보다 더 길게 대답하고 있었으니까.
어찌 보면 과잉친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물론 질문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우리 애는 어떤지.
언제 퇴원할 수 있는지.
수술은 잘된 건지
방귀는 언제 나올지.
모든 게 궁금한 부모들이었다.
그렇게 아픈 아이를 입원시킨 부모들을 달래며 병실을 돌고 있을 때.
보호자가 뜬금없는 말을 해 왔다.
“저, 선생님.”
“예, 보호자분.”
“저희 남편이 지방에서 일하고 있어서요. 당장 애를 봐줄 사람이 없는데. 기저귀가 떨어졌거든요.”
“아…….”
“간호사 선생님도 그렇고. 다른 보호자분한테도 너무 부탁만 해서……. 너무 죄송해서요.”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냐는 함의.
진혁이 반사적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
보통은 죄송하다고 대답해야 했지만, 오늘은 소아외과 근무 첫날.
진혁이 밝게 웃었다.
“잠깐 봐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후다닥 달려가는 보호자.
진혁이 곧바로 아이를 확인했다.
갓 돌이 지난 아이.
IV 라인을 달고 있었다.
곁눈질로 이름까지 확인한 진혁이 말을 걸었다.
“우리 주성이. 많이 힘들지?”
“조금만 버텨!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다들 힘들지만, 꾹 참고 퇴원만 바라고 계시니까.”
아이가 알아듣지 못 할 게 뻔했지만, 그냥 말을 걸었다.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는 건 심심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으으응.”
순간 아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엄마가 없다는 걸 눈치챈 모양.
진혁의 행동은 즉각적이었다.
“까꿍! 얼레리~! 까꿍!”
“까꿍! 까꿍!”
한참 계속된 달래기 신공.
그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진혁이 개구진 표정마저 지었다.
입을 쭈욱 벌리고 양손을 볼에 대고 손을 놀린 것이다.
하지만.
“으애애애앵!!”
명백한 실패였다.
진혁이 어쩔 줄 몰라 할 때.
귀신같이 이태희가 나타났다.
“비켜 봐.”
“어어.”
“어이쿠. 우리 애기! 누나가 안아 줄게!”
능숙하게 아이를 달래는 이태희.
조금씩 울음마저 잦아들자, 진혁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소아외과 생활.
정말 쉽지 않아 보였다.
물론.
“누나가 아니라 이모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한마디 보태는 건 잊지 않은 진혁이었다.
* * *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연신 허리를 굽히는 보호자.
그녀가 음료수까지 건네자, 이를 받아 든 진혁과 이태희가 병실을 나섰다.
“소감이 어때?”
“힘드네. 쉽지 않아 보이고.”
“그래도 보람찬 곳이야.”
“애들 때문에?”
“어, 언제 아팠냐는 듯이 휑하니 가 버려서 조금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태희가 말꼬리를 흐리자, 진혁이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냥 가 버리는 경우.
두 가지 경우였다.
회복 후 퇴원하거나.
영영 떠나거나.
서신대 소아 심장 분과 또한 그랬지만, 아신 병원 소아외과 또한 마찬가지.
아이가 아픈 것만큼 눈에 땀이 차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걸어갈 때.
휴게실에 비치된 TV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특사경! ○○병원 리베이트 적발!] [□□제약 백마진 500억 넘게 제공!] [◇◇병원 과다한 랜딩비 요구!] [병원지원금의 실체를 파헤치다!] [끝도 없는 갑질! 불륜녀와 해외여행 스케줄까지 짜 달라고 한 의사!] [정부, 동일성분 제조 카드 꺼내나!] [의사의 약사 대상 갑질 방지나서는 정부!]진혁이 발걸음을 멈춘 채 한참 TV만 바라보고 있자.
이태희가 다시 말을 걸었다.
“살라미 전술이라는 게 이런 거지?”
“어, 하나씩 꺼내 드는 거.”
“계획대로 잘되고 있긴 한데. 여론은 최악이야. 병원 여론 말이야.”
“왜? 이미지가 엉망이라?”
“어, 의사 혐오 글도 엄청 올라오고 있고. 그거 때문에 다들 기분도 다운돼 있어.”
“뭐, 어차피 전부 내과 쪽이잖아. 외과야 투약이랑 크게 상관없으니까.”
“아니, 알게 모르게 우리도 그렇다고. 공공의 적이 됐잖아. 약은 외과도 쓴다고. 게다가 우리도 의사잖아.”
외과 계열 또한 축 처져 있다는 말.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진통이기도 했다.
신설된 신고포상금제도
그에 따른 폭로.
의료계가 어떠한 반발도 하지 못할 만큼 경악할 만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고.
여론을 등에 업은 복지부는 그 자신과 동기들이 제안했던 제도를 하나씩 통과시키고 있었다.
반발?
감히 반발조차 하지 못했다.
더러운 업계 관행이 뉴스에 도배돼고 있었으니까.
뭐, 불륜녀한테 속옷을 사다 주라는 심부름까지 시켰던 사례까지 밝혀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진혁이 당장 축 처진 표정의 이태희를 달랬다.
“조금만 참으면 돼.”
“…….”
“어차피 이 선생도 찬성한 일이잖아.”
“그렇긴 한데. 진짜 지원율이 늘어날까?”
“가욋돈이 사라졌으니까. 그나마 하방이 무너졌잖아.”
“그래도 기본적으로 버는 돈이 많잖아.”
“…….”
“뭐야, 왜 말이 없어?”
이태희의 거듭된 물음.
사실 이걸로는 충분치 않았다.
개원의 시장.
의사는 적고.
환자는 많았다.
물론 나름대로 경쟁은 치열하다지만, 어디 다른 자영업자만 하겠는가.
일단 버는 돈의 액수가 달랐고.
망해도 갈 곳이 있었다.
그러니 하방을 더 무너트려야 마땅했다.
외과 계열의 연봉을 내과 계열보다 2배 이상 주지는 못할 테니까.
근무 강도를 따진다면 미국만큼.
아니, 미국보다 더 줘야 인기를 끌 테니까.
하지만.
‘증원 얘기를 꺼내 봤자 난리만 나겠지…….’
말할 수 없는 사실.
불편한 진실이 눈앞에 있었다.
그 자신을 항상 믿고 지지해 주는 오지호조차 기겁하는 의대 정원 문제.
감히 꺼낼 수조차 없었다.
아직 무르익지도 않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는 참이니까.
그렇게 침묵하는 가운데.
문득 이태희의 생각이 궁금해진 진혁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녀는 어떤 반응일까?
오지호처럼 기겁할까?
아니면 찬성할까?
진혁이 한참 뜸을 들이자.
이태희가 의아해했다.
“뭐야?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왜? 뭔데?”
* * *
진혁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TV를 보는 보호자 외에 아무도 없는 상황.
조금 더 구석진 곳으로 이태희를 끌고 간 진혁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거 알아? 일본은 편의점 왕국인 거.”
“일본? 편의점 많기로 유명하지. 그건 왜?”
“편의점 숫자보다 많은 게 치과야. 어딜 가나 치과가 있어.”
“그렇게나 많다고?”
“어, 80년도에 엄청 증원했거든. 그래서 치대 입결도 낮고. 치료비도 내려갔어. 폐업하는 곳도 많을 정도로.”
“갑자기 그건 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진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괜히 말하는 거 같았지만,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진 않을 터.
진혁의 목소리가 더욱더 건조해졌다.
“여기서 의사 숫자가 더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개원의가 더 늘어나면 말이야.”
“소득이 줄겠지. 일본처럼.”
“그럼 상대적으로 종합 병원에서 일하는 외과 의사의 소득이 더 커 보이겠지?”
“뭐?”
“증원하면 개원의 소득은 필연적으로 낮아질 거라고. 그럼 지원율도 더 늘어날 거고.”
순간 이태희의 눈이 커졌다.
재수를 하긴 했지만, 그녀도 의대를 졸업한 재원.
무슨 뜻인진 단숨에 알아들었다.
하지만 곧.
“에이. 말도 안 돼.”
그녀가 곧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편의점 숫자보다 치과가 많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
물론 천하의 이진혁이었으니, 없는 소리를 할 리는 없었지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게.
일본 치과 의사 또한 사람.
증원을 두고만 봤을 리 없었다.
* * *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이태희가 노트북을 켰다.
정말 일본은 편의점보다 치과가 많은지 알고 싶었기 때문.
이진혁이야 촬영 때문에 내분비외과에서 오래 일했다지만.
그 자신은 벌써 다섯 번이나 넘게 돈 소아외과.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가 얼마나 없는지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속절없이 죽어 버린 아이.
상처받고 떠난 의사.
다른 과로 간 사람도.
아예 병원을 그만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아이한테 사망 선고를 한다는 건 힘든 일이니까.
뭐, 저출산으로 소아청소년과 또한 희망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으니.
소아외과의 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렇게 하게 된 인터넷 서핑.
마우스를 놀리며 뉴스를 한참 살펴봤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는 없었다.
자극적인 제목 장사로 의사를 후려 패고 있는 기사만 있을 뿐.
심층 보도를 하며 어떠한 현상을 다루는 건 한국 기자들에겐 요원한 일이었다.
하지만.
“등업도 해야 돼? 에이, 귀찮게.”
뒤늦게 일본 유학 까페에 올라온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인당 치과 의사가 한국보다 2배나 많다는 일본.
의사를 부를 때는 ‘お医者様(오이샤사마)’라고 부르며 ‘님’이라는 존칭을 붙이지만.
치과의사는 존칭 없이 ‘はいしゃ(하이샤)’라고 부르고 있었고.
널리고 널린 게 치과라는 이진혁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게다가.
“뭐야. 반발도 안 했잖아?”
증원에 반발했던 치과 의사 또한 없다는 게 신기했다.
그저 성명을 발표해 우려를 표하고.
의료의 질이 낮아질 거라고 외친 게 전부.
그들은 정부 정책에 관여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증원 문제는 정부의 권한이었다.
“얘네는 한국에 비하면 양반이네. 아니, 한국이 이상한 건가?”
이태희가 한참 까페를 뒤지며 턱을 괬다.
한국과 달라도 한참 다른 행태.
미국도 의사가 앞장서 증원을 원하고, 일본 또한 거의 비슷했기에 지금만큼은 솔직히 일본이 부러웠다.
어차피 개원도 못 하는 상황.
의사가 많을수록 좋은 건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장 근무 강도부터 달라질 테니까.
이태희가 곧장 다른 글을 확인했다.
“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네. 돌팔이도 많고. 과잉 진료를 권하는 경우도 많고. 확실히 질은 나빠졌네.”
부작용 또한 있다는 걸 확인한 다음 닫아 버린 인터넷.
그대로 침대에 누웠던 이태희가 곧바로 일어났다.
오전에 나눴던 대화.
마음에 걸렸다.
이태희가 당장 이진혁한테 전화를 걸어 설명했다.
증원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한국 의사는 다른 나라와 다르니 섣불리 행동하면 안 된다고.
더 이상 사고 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허나,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와파린 부작용이 뭔지 알아?]“항응고제는 갑자기 왜?”
[와파린 먹다가 잘못하면 블리딩(출혈) 생기잖아. 양치질도 조심해야 하고. 혈전 때문에 뇌경색도 올 수 있고. 잘못하면 심근경색도 올 수 있어.]“뇌출혈이 올 수 있다는 건 나도 알아. 근데 그게 왜.”
[위장관 출혈도 올 수 있고. 아무튼, 부작용이 많아. 그래도 쓰잖아.]“…….”
[유익성과 위해성 평가를 해서 그 결과를 가늠한 다음에 약을 쓰는 거라고.]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는 말.
의대 증원에 따른 부작용이 크겠지만, 유익성이 더 클 거라는 말이기도 했다.
이로써 명백해졌다.
이진혁이 원하는 건 의대 증원이었다.
“하아…….”
길고 긴 한숨을 내쉰 이태희가 무겁게 침묵했다.
어떤 파장이 있을지 뻔히 알고 있었기에 감히 말할 수 없었다.
누군간 필수과에 대한 낙수 효과가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그 한 명이라도 부족한 게 외과 계열이라고.
그러니 증원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다음 날.
사고가 터졌다.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가 모두 수술에 들어갔을 때.
속절없이 아이가 죽어 버린 것이다.
기저귀를 사러 가야 한다던 그 보호자의 아이.
갓 돌이 지난 아이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