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46)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46화(346/388)
346화. 전문의 2차 시험 (1)
그래.
원수지간은 아니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왜 다들 있지 않던가.
사회생활 중 만난 그저 그런 사람.
그러니 괜히 열 낼 건 없었다. 하지만 한심한 건 한심한 거였다.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전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데 의사만.
오롯이 의사만 불퉁스럽게 굴고 있었다.
그것도 고작 500명 같고.
그러니.
‘그렇게 건보 재정이 걱정됐으면 신속 항원 검사 수가는 왜 그렇게 많이 받아 갔어?’
이런 생각마저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코로나 시절 코 한번 찌르고 받아 간 돈이 55,920원.
환자가 몰린 탓에 월 3억, 월 5억 인증 얘기가 돌면서 사기가 더 꺾였던 서신대 시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미래에 발생할 코로나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까지 스며들 때.
진행 요원이 소리쳤다.
“자, 시험 시작합니다! 한 번에 들어갈게요!”
* * *
임시로 마련된 고사장.
술기를 시연할 수 있는 각종 수술 도구와 모형.
면접관을 위한 테이블.
그리고 빔프로젝터가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기 무섭게.
면접관 중 누군가 나섰다.
“자자, 아는 얼굴도 있는데. 자기소개부터 하지.”
“안녕하십니까, 삼선 병원 이지훈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아신 병원 이진혁입니다.”
.
.
.
한참 계속된 인사.
그 목소리는 우렁찼다.
1:N 면접이 아니라, N:N 면접으로 바뀐 상황.
면접관에게 잘 보여야 했다.
이에.
“이야. 목소리 하나는 크네. 다들 훌륭한 써전이 되겠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허허. 그렇지요. 이렇게 외과에 지원하다니 다들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자자, 응시료를 100만 원이나 냈는데. 이렇게 면접이 진행된 건 어쩔 수 없고. 올해는 3년 차랑 4년 차가 동시에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러니 양해 부탁드리고. 흐음.”
한마디씩 건네는 면접관들.
그중 말꼬리를 흐렸던 교수가 진혁을 직시했다.
“그건 그렇고, 이진혁 선생? 우리 한번 봤지?”
“예, 교수님. 경주에서 인사드렸었습니다.”
“그래, 언제 한번 밥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내 연락 한번 함세.”
“예. 교수님.”
“이봐. 서 교수, 나도 말 좀 하자고. 나는? 나는 기억하나? 왜, 그때 춘계 학술대회 때 말이야.”
“예, 그때 따님이 아신대에 있다고…….”
“하핫. 기억하는구먼. 지금 한창 수련 중이야.”
계속된 사담.
모든 관심이 진혁을 향하고 있었다.
이는 인턴 면접을 볼 때와 180도 달라진 일.
자교생 사이에 끼어 공기 취급을 받던 그 옛날과 확연히 다른 대우였다.
“하하. 다들 표정이 안 좋은데. 자자,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고. 응?”
“허허, 이진혁 선생과 비교될까 봐 그런 게 아니겠습니다. 공평하게 할 거야, 공평하게. 그건 그렇고…….”
“…….”
“합격률은 95%에서 98%야. 근데 다들 불안해하지. 왜 그런 줄 아나?”
“혹시 떨어질까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래, 그렇지. 이게 참, 전문의 시험이란 게 그래.”
“…….”
“고작 2%. 아니 5%만 떨어지는데. 그만큼 곤혹스러운 것도 없어. 떨어지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고. 내가 그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거야.”
“다들 긴장을 더 하는 거 같습니다만.”
“허, 이거 참. 긴장하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너무 떨지 말고. 최선을 다해 보라 이거야. 병원의 명예도 달려 있으니 말이야.”
말을 마친 교수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리자, 오퍼레이터가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 * *
1차 필기 시험과 다르게 학회에서 주관하는 2차 실기 시험.
외과 교수들이 한날한시에 같이 차출됐으니 시험 방식이 이상하게 바뀐 건 이상할 게 하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첫 시험은 슬라이드 테스트.
선착순으로 아무나 대답할 수 있다는 것만 빼면 예전 방식과 동일했다.
“자, 그래. 어떤 수술 같나?”
옆구리가 개복된 환자의 사진.
수술명을 맞히고 묻는 말에 대답까지 해야 했지만, 진혁이 손을 들었다.
“제대탈장교정술을 한 거 같습니다.”
“이건 직장·항문 기형 수술이군요.”
“장 폐쇄증 환자 같은데요.”
“장 회전 이상증에 따른 Ladd를 한 거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할 틈도 없이 빠르게 문제를 맞혀 가는 이진혁.
그냥 개복된 환부만 보고 척척 맞히자 좌중에 감탄이 서렸다.
후학의 뛰어남을 질투하지 않고, 그냥 한 명의 써전이 탄생했다는 걸 아이처럼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반응에.
‘분위기가 이렇게 호의적이면 더 이상 나설 필요도 없겠는데?’
진혁이 당장 침묵했다.
크게 보면 다른 응시생들 또한 외과 계열을 이어 갈 동료들.
더 이상 나설 필요는 없어 보였다.
* * *
환부나 봉합 형태.
수술 부위를 보여 주고 묻는 문제는 계속됐다.
순식간에 100문제나 되는 모든 문제가 출제되자, 면접관 중 누군가 물었다.
“이진혁 군. 아니, 이 선생.”
“예, 교수님.”
“왜 대답을 안 했지? 처음엔 곧잘 맞히던데 말이야.”
“허, 멀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십니까. 양보하는 게지요. 인성도 훌륭합니다. 껄껄.”
자신을 띄워주는 교수님들.
진혁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말리그라고 불렸던 게 불과 얼마 전 같거늘.
어느새 성장해 있었고.
사랑받고 있었다.
물론 꿀통을 걷어찼다는 이유로 죽일 놈이 되긴 했지만.
* * *
다음 시험은 수술 기록지 리뷰.
각자 서른 건씩 냈기에, 개인별 문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지훈 차례가 되자, 그가 대답했다.
“원발 종괴 수술이었고. 사전에 동결 절편 검사(수술 중 액화 질소를 이용해 동결 절편을 만든 다음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를 시행했습니다.”
“FSB(동결 절편 검사)를 한 이유는 뭐지?”
“감시림프절(10% 이상 방사선량을 보이는 림프절) 전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근데 FSB 말이야. 위음성률이 꽤 높아. 왜, 지난 학회에서 박창현 교수가 발표했잖아.”
“예, 30%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19%에서 30%지. 자, 이렇게 위음성률이 높은데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나? 결과를 믿고 수술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날카로운 질문.
수술 중에 표본을 채취해 병리검사실에 넘겨야 했고.
병리검사실 소속 의사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결과를 통보해야 했다.
문제는 정확히 판단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고.
“진짜 위음성이라면 환자 입장에서는 날벼락이겠지요. 괜히 절제하는 셈이니까요.”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이야.”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인 수술 없이 방사선 치료로도 끝낼 수 있는데? 위음성 증례에 대해 알고 있나?”
“샘플링을 했던 절편은 음성인데, 영구조직 절편에서 전이가 발견된 경우도 있고…….”
“그래. 반대의 경우도 있지.”
“예, 피막이 결손되거나 조직 일부가 접히는 바람에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혁이 생각하기에도 무리 없는 대답을 하는 이지훈.
그러니.
“대답은 잘 들었고. 우리 이진혁 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지?”
이런 질문이 들어와도 똑같이 대답할 수 있었다.
다만 한마디를 더 하는 진혁이었다.
“이건 가치 판단 문제 같습니다. 위음성률을 무시하고 액와림프절을 무작정 절제할 수는 없습니다.”
“왜지?”
“절제 후에 나타나는 합병증이 워낙 많으니까요.”
“그래. 그래서 주치의 판단이 중요하지.”
“예,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진행했을 때의 유익성, 그리고 환자가 잃을 손해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다?”
“정론은 정론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게 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
말이 쉽지, 쉬운 게 아니었다.
수많은 수술례가 쌓여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교수들을 훑어보며 진혁이 말했다.
“사실 증원 문제도 마찬가지죠.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고. 카데바 또한 모자랄 수도 있죠. 건보 재정이 급속도로 고갈될 수도 있고. 과잉치료를 권할 수도 있습니다.”
“음?”
“하지만 증원했을 때 이점도 있으니, 결국, 실행했을 때 나타날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건 똑같다는 말입니다.”
수술을 빗대 말하는 돌려 까기.
극단적인 파업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의사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는 면접관들이 쓰게 웃었다.
전공의와 펠로우가 부족해 교수마저 당직을 서야 하는 현실.
그들도 진혁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 *
‘이 새끼가 감히 나를 돌려까?’
면접관들은 삼육대 운동장에서 있었던 일을 몰랐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 터.
진혁의 대답에 열불이 터졌지만, 이지훈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지금 나서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그가 속내를 숨긴 채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위음성률이 높지만 결국,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 좋아. 근데 말이야.”
“예.”
“이지훈 선생이 제출한 수술기록지. 암 전이로 인해서 감시림프절 절제술을 한 거까진 좋아. 근데 꼭 그 방법뿐이었나?”
“예?”
“전부 잘라낸 게 최선이었냐 이거야. 액와림프절 곽청술로 부분 절제할 수도 있었어.”
“그건…….”
“수술기록지에 없어. 그 이유가 없다고. 모든 조직을 전부 생검한 건 아니지 않냐 이 말이야.”
정확한 사유가 기재되지 않았기에 묻는 말.
이지훈의 대답은 느렸다.
“곽청술로 진행한다는 건 국소적으로 치료한다는 건데…….”
“림프절 전이 상태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예, 근데 그렇게 되면 두 번이나 진행해야 해서…….”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예, 맞습니다.”
이지훈이 살짝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서른 건이나 제출한 수술 기록지.
너무 바빠 제대로 쓰질 못했다.
논문 통과 여부에 온 신경을 다 쓰고 있었으니까.
‘하, 컨퍼런스 때 분명 논의된 사항이었는데…….’
대답이 궁색해진 이지훈이 다른 이유를 꺼내 들었다.
“감시림프절 절제술은 최신 경향. 미국에서는 90년부터 활성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신 수술 기법이다?”
“예, 그래서 더욱더 감시림프절 절제술로 진행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흐음.”
마뜩잖은 태도를 보이는 면접관들.
그들이 고개를 돌려 진혁에게 물었다.
“이진혁 선생,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 * *
싸움을 붙이고자 하는 질문은 아니었다.
그냥 그 자신도 아는지 궁금한 모양.
괴짜가 많은 외과 의사다운, 아니 성격이 급해 이것저것 재지 않는 외과의다운 태도였다.
그러니 곧바로 묻는 말에 대답해야 했지만, 진혁은 침묵을 유지했다.
물론 이지훈과 척을 지는 게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아예 밟아 버릴 수도 있었지만, 교수님들이 안 좋게 볼 수도 있을 일.
좀 더 기다려야 했다.
“허허, 이 선생도 모르나?”
“뭐, 모를 수도 있죠. 3년 차 중반부터는 소아외과에만 있었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과를 좀 더 돌았어야 했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만.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본인이 다른 대답을 하면 이지훈 선생 입장이 곤란해질까 봐 그러는 거 같습니다만…….”
면접관 중 하나, 서창훈 교수의 말에 다들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그럴 수 있었다.
비록 병원은 달랐지만, 동료까지 생각하는 마음.
진혁의 씀씀이가 넓다고 오해하는 이들이었다.
그렇게 상황이 무르익자, 진혁이 나섰다.
“액와림프절 곽청술은 오랫동안 해 왔던 방법. 반면에 감시림프절 절제술은 이지훈 선생 말처럼 최근에 도입된 신기술입니다.”
먼저 도입 시기를 짚어 준 다음.
“감시림프절 절제술. 좋지요. 전이됐을 거라고 추정되는 감시림프만 절제하니까요. 합병증도 줄일 수 있고. 병기 설정(암 1기, 2기 등 기수 설정) 또한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장점 또한 말해 준다.
그러고선.
“하지만 모든 수술이 그렇듯 숙련도가 필요합니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예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아, 물론 집도를 했던 주치의를 비난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우려 사항을 전했다.
그렇게 쿠션을 한번 준 다음.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숙련되기까지 필요한 환자의 수는 60명. 최대 80명까지 수술해 본 경험이 있어야 90% 이상의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결론을 내렸다.
신 수술 기법이라고 해서 꼭 좋은 게 아니라고.
그건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이다.
당장.
“그래. 정답이야. 정답. 의사가 숙련되기 전까지 수술했던 환자. 일종의 교보재가 되는 셈이지.”
“맞습니다. 예후도 안 좋고. 실패할 확률도 높지 않습니까. 수술 중 조작 미숙.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죠.”
“자, 알겠나. 이지훈 선생. 환자의 예후나 집도의 숙련도. 수술 환경. 전부 고려해야 하는 법이야.”
교수들이 일제히 진혁의 대답을 뒷받침했다.
사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들은 모두 1세대라 칭해지는 교수님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었지만, 보수적인 건 여전했다.
하지만 그때, 이지훈이 나섰다.
“저, 죄송한데 그럼 거꾸로 이진혁 선생한테 묻고 싶습니다.”
“음?”
“그럼 숙련된 의사란 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게 아닌지요. 카데바를 가지고 연습할 수도 없는 문제인데요.”
“결국, 감수해야 한다? 숙련도가 쌓일 때까지 환자가 입을 유무형의 피해를 전부?”
“예, 의학 발전을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일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말.
저마다 생각이 다른 법이었기에, 틀리다고 할 수 없었다.
다름과 틀림을 모르는 이들이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었지만.
곧.
“자, 우리 이진혁 선생 생각은 어떻지?”
면접관들이 일제히 진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