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47)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47화(347/388)
347화. 전문의 2차 시험 (2)
숙련도만 따진다면 영원히 신기술은 도입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말.
감정적인 대응으로 치부하기엔 날카로운 반박이나 다름없었다.
숙련도를 위해선 수술 경험을 먼저 쌓아야 했기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질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대답하면, 아신 병원 사례를 들겠지.’
상대가 추가로 반박할 수 있는 논리조차 존재했다.
초집도의 상시화.
CS에서 시작된 후에 외과 계열 전체로 번졌고.
그 어느 병원보다 집도 기회를 많이 부여받은 게 그 자신이었다.
그러니.
‘만만치 않은데.’
이지훈의 대응이 생각보다 날카롭다고 여겼다.
진혁이 섣불리 대답하지 않자, 성질머리 급한 이지훈이 먼저 치고 들어왔다.
“당장 아신 병원에서 진행하는 초집도의 상시화만 해도 그렇습니다.”
일제히 고개를 돌리는 교수님들.
이지훈의 공격이 계속됐다.
“다른 병원에서 열리는 초집도식이랑 다르죠. 다른 병원? 교수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지던트가 집도하는 게 전부입니다.”
“…….”
“뭐, 이름을 새긴 메스를 선물로 주거나 가족 초청 파티를 열고. 일종의 세리머니에 그치고 있죠.”
“흐음.”
“한데 아신 병원은 어떻습니까. 초집도의 상시화라고 해서 계속해서 레지던트한테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결국,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
“예, 일종의 교보재. 아니, 교보재라고 칭하면 환자를 모욕하는 거겠죠. 일종의 리스크 감수라고 칭하겠습니다.”
이지훈이 침을 꿀꺽 삼킨 다음 주변 반응을 살폈다.
누구보다 집도 기회를 많이 얻었던 이진혁이 그런 말을 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해야 했지만.
그는 인신공격이 될 만한 발언을 빼고 일반화하는 방식을 쓰고 있었다.
이지훈이 다시 말을 이었다.
“방금 말씀드린 아신 병원 사례처럼,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후학들은 클 수 없습니다. 수술할 기회가 없는데, 어떻게 숙련도를 쌓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신기술 도입 또한 마찬가지라는 거군.”
“예,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지훈의 대답에 면접관들이 고개를 주억거리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자, 진혁이 나섰다.
“이지훈 선생의 주장. 일리 있습니다. 아신 병원만큼 레지던트한테 열려 있는 병원도 없죠.”
면접관을 향한 말이었지만, 이지훈이 또다시 치고 들어왔다.
“쉽게 인정하니까 이상한데요? 아까는 환자 상태나 집도의의 숙련도. 수술 환경까지 전부 고려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변함없다고요? 방금은 또…….”
“조금 차이가 있어서요.”
“대체 무슨 말을…….”
진혁이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물론 그 대상은 면접관.
눈빛을 빛내며 토론을 지켜보는 이들이었다.
“숙련된 의사의 유무. 그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숙련된 의사가 존재한다?”
“예, 감시림프절 절제술은 아직 숙련된 의사가 없죠. 한데 초집도의 상시화. 전부 숙련된 교수님들의 감시하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집도 기회를 레지던트한테 준다는 의미지, 무작정 맡기는 건 아니라는 거군.”
“예. 그게…….”
사전에 철저하게 논의하고 문제가 될 만한 상황에선 어시를 서던 교수님들이 즉각 개입한다는 것.
고난이도 수술은 어시를 선 경험이 어느 정도 쌓여야 맡긴다는 말을 하자.
이지훈이 반박했다.
“결국, 수술장에 숙련된 교수님이 계셔야 한다는 건데……. 그럼 영원히 신기술은 도입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아뇨, 그건 아니죠.”
“……?”
“미국에서 배우고 오면 되지 않을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왜 말이 안 되죠?”
“학회에서 발표한 걸 보고 돌아와서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일정 수준의 경험을 쌓기 위해 미국에서 배우고 돌아온다는 건데. 현실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이지훈의 반박.
진혁이 씨익 웃었다.
“글쎄요. 삼선 병원도 파견의 제도가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
“UCLA와 협약 맺고 파견 제도 운영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 그건…….”
“아, UCLA만 있는 건 아니죠. 1년에 20명씩 협약 맺은 병원으로 보내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그것도 전공의만 그런 것도 아니고. 해외 연수를 다녀오시는 교수님들은 더 많지 않나요?”
진혁의 대답에 이지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 * *
전공의 해외 연수.
일종의 교환학생 같은 개념이었다.
해외 선진 의료 기술을 습득할 목적으로 우수자를 선발해 파견하는 일.
서운대는 1개월.
삼선 병원은 3개월.
아신 병원은 대상에 따라 유동적이었다.
물론 그 의도는 분명했다.
보고 배우고 돌아와 써먹으라는 거.
수천만 원의 체류비까지 지원하는 마당이었으니, 단순한 투자는 아니었다.
“USMLE(미국 의사 면허) 자격을 가진 교수님들. 안식년을 이용해 다녀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건…….”
“아, 얼마 전에 학회지 통해서 봤습니다만. 삼선 병원 외과 최학철 교수님. 이번에 존스 홉킨스로 가셨다지요? 왜 가셨죠?”
“……!”
“서운대에서는 박정태 교수님이 스위스로 가셨고. 카톨릭에서는 이번에 싱가포르로 세 분이나 가셨는데요.”
진혁이 외과 교수님들의 동향까지 언급하며 쐐기를 박자, 이지훈이 당장 고개를 돌렸다.
‘뭐야. 이 새끼, 무슨 외과 의사가 다른 병원에 이렇게 관심이 많아!’
그 자신도 모르는 동향.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진혁은 증원에 따른 파업이 언제 일어날지 몰라 예의 주시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 * *
수술 기록지 리뷰에서 시작된 토론.
진혁의 완승이나 다름없었다.
직접 배우고 돌아온 다음 수술하면서 그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후배들한테 전수하는 것.
그만큼 정석적인 루트도 없었다.
그러니 당장.
“자,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이지훈의 얼굴이 더욱 붉어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계속된 리뷰.
다들 진땀을 흘려야 했다.
수술이라는 게 결국, 정답이 없었기 때문.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는 질문만큼 까다로운 물음도 없었다.
곧이어 진혁의 차례가 되자.
언제 예뻐했냐는 듯.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우측 결장 절제술을 시행했는데. 장 세척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스킵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해당 수술에선 스킵했는데, 왜 그랬지?”
“SSI(Surgical site infection, 수술 부위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지만, 환자 상태를 감안해 스킵했습니다.”
“알면서도 스킵했다? 장내 세균 감염으로 합병증이 유발될 수도 있는데?”
“예, 문합 부위가 누출될 수도 있고, 복강 내 농양, 복막염 등이 있을 수도 있죠.”
진혁이 먼저 선수 쳐 합병증을 나열하자, 또 다른 공격이 들어왔다.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이야. MBP(기계적 장 세척)를 하는 게 안전하지 않냐 이 말이야.”
“MBP를 하면 세균도 제거되고, 분변이 없으니, 쉽게 조작도 가능하죠. 복강 내로 분변이 유출되는 위험성도 완전히 제거될 수 있고요.”
“계속 답변이 빙빙 도는데. 그렇게 잘 알면서 이번 케이스는 왜 MBP를 하지 않았지?”
문답을 지켜보는 이지훈이 어떻게 공격할지 고민하는 게 느껴지자, 진혁이 슬며시 웃었다.
수술 전 장 세척 문제.
수십 년 넘게 이어진 논쟁거리였고,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였다.
양쪽 주장이 다 일리 있었으니까.
그러니 물어보는 교수도, 대답하는 자신도 전부 알면서 문답을 하고 있다고 봐야 옳았다.
진혁이 대답했다.
“MBP(장 세척)와 non-MBP(장 세척을 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했을 때 합병증 빈도는 각각 7.9%와 6.8%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MBP(장 세척)를 했을 때 오히려 합병증 확률이 높다는 건데. 다른 논문에서는 낮게 나온 경우가 더 많아.”
“예, non-MBP가 높게 나온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사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이 없다?”
“예, 기저질환 유무, 수술 방법, 문합하는 방식까지.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빠르게 이어진 문답.
이지훈이 끼어들 틈도 주지 않는 방식의 질의응답이 계속됐다.
그냥 툭 하고 쳤는데, 바로 대답이 나오는 수준인 것이다.
면접관의 표정이 한층 누그러진 건 말할 것도 없는 일.
누군가 물었다.
“그건 왜 그렇지?”
“장 세척이 오히려 국소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변화를 일으킨다?”
“예, 환자의 바이탈. 조그마한 변화에도 확확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혁의 대답은 한참 계속됐다.
탈수.
메스꺼움.
전해질 불균형.
복부 불편감.
팽만감까지.
수술 전 장 세척을 했을 때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증상까지 언급하자.
이지훈이 입술을 꽉 다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거기에 더해.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환자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 세척을 해야 할까요?”
응급 환자를 들어 반박까지 하자, 면접관들이 씨익 웃어 보였다.
수술 전 장 세척 유무의 장단점, 구체적인 수치, 각종 논쟁거리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 * *
이어진 건 수술 시연.
사실 스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4년 내내 굴렀을 전공의.
이미 간단한 수술은 집도까지 하고 있었으니, 술기를 보는 건 의미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미래에는 없어지는 시험 유형 중 하나.
하지만 외과 의사도 의사는 의사.
그들의 넘치는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 줘야 했다.
순식간에 미주신경절단술을 시연해 보이자, 다들 입을 쩍 벌렸다.
소문으로 들었고 학회에서 봤지만, 직접 수술하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
소아외과에서 개같이 구른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 * *
보름 후에 있을 전문의 시험 발표날.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섰다.
떨어지는 순간 재수는 확정.
2%든 5%든 그 대상이 자신이 되는 순간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건 변함이 없었다.
당장 장혁준이.
“으아아악!! 붙었다! 붙었다고!!”
환호성을 내질렀고.
다른 동료들 또한 기뻐 날뛰기 시작했다.
“으,으, 붙,었,어요!!”
“와! 붙었다!!”
“나도! 나도 붙었어!!”
서로 껴안고 좋아하는 이들.
그들이 곧바로 무심한 표정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는 진혁한테 다가왔다.
“라면 동지! 아, 확인 안 하고 뭐 하냐고요.”
“지금 할게요.”
“아, 쫌. 이거 승자의 여유 아니죠! 빨리 봐 봐요.”
안 그래도 그 자신도 결과가 궁금하던 상황.
수험 번호를 넣은 순간 결과는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고.
등짝 스매싱이 날라왔다.
당당히 수석 합격했기 때문.
당장 진혁이 어머니한테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전화기를 꺼내 드는 그 순간.
네이X 포탈 화면에 속보가 뜨기 시작했다.
[2002년도 제45회 일반외과 전문의 자격시험에서 아신 병원 이진혁 전공의가 수석 합격하는 영광을…….] [이진혁! 전문의 시험 수석 합격!]과별로 수석 합격자가 나뉨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만 보도하는 이들.
이를 확인한 동기들의 등짝 스매싱이 더욱 심해졌다.
아, 아픈 거 아니냐고?
아프다기보다 기뻤다.
어머니가 그 누구보다 좋아하실 테니까.
* * *
어느덧 소아외과 마지막 근무 날.
수술 준비를 하던 진혁이 오지호의 전화를 받고 얼굴을 굳혔다.
“네? 미국이요? 미국에 잠깐 다녀오라고요?”
전공의 해외 파견에 지원해 보라는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