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51)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51화(351/388)
351화. 해외 파견 (3)
“아, 뭐 해요! 빨리 밟아야죠!”
장혁준의 재촉.
상대의 덩치가 산만 하거늘.
밟으라니.
당치도 않는 소리다.
진혁이 웃었다.
“일단 웃어요.”
“지금 웃음이 나와요?”
“웃어야 열받죠.”
“음……?”
“한국말로 계속 떠들라고요. 그거 은근 열받거든요.”
“아, 오케이! 다들 들었죠? 웃어요! 큭큭큭.”
뒤늦은 깨달음.
당장 장혁준이 킥킥대며 웃었다.
외국인 앞에서 모국어를 쓰는 것.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는 불쾌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근데 제수씨가 무슨 라면 끓여 준다고 했어요? 심라면? 찐라면? 하하하하.”
“장 선생, 진짜 라면 얘기 좀 그만해! 어우! 듣기 싫어.”
“누님, 웃어야 한다니까요!”
“웃고 있잖아!”
“웃는 게 웃는 게 아닌데요?”
“싸,우,는, 게, 아니,라, 웃,어요. 하,하.”
“맞아요, 둘이 언제까지 계속 그럴 거예요. 웃죠. 하하하하.”
다들 티격태격하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북 치고 장구 치고.
하하호호거리는 행동.
기안의 얼굴이 변했다.
“지금 뭐 하는 거죠?”
다시 영어를 쓰는 기안.
진혁의 대답은 재빨랐다.
“그냥 저희끼리 할 얘기가 있어서요.”
“와……. 어이없네. 영어로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편하게 말하고 싶어서요. 말도 못 하나요?”
“그건 아니지만…….”
“하하. 가시죠.”
“…….”
“안 가실 건가요? 안내하셔야죠.”
진혁의 재촉에 기안이 굼뜨게 움직였다.
얼굴을 확 찌푸린 채로.
* * *
의학 용어만 집중적으로 배운 독일어.
회화는 부족했지만, 독해는 쉬웠다.
의대에 갔다는 건 암기력이 좋다는 말.
엉덩이 힘조차 죽여줬다.
그러니 당장.
‘Allgemeinchirurgie면 일반외과로 간다는 건데…….’
입간판을 확인한 진혁의 발걸음이 늦어졌다.
이유는 몰랐지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안.
그가 먼저 들르려는 곳을 바로 따라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CS로 가는 건가요?”
일부러 모른 척하며 말을 걸었고.
당장 기안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 수준으로 어떻게 왔냐는 태도.
진혁은 개의치 않아 했다.
“CS는 나중에 가죠.”
“왜요?”
“껄끄러운 게 있어서요.”
“껄끄럽다?”
“네. 좀 불편해서요.”
“왜 불편하죠?”
“그건 좀…….”
“뭐, 좋습니다.”
기안이 완전히 미소를 되찾았다.
상대는 GS와 CS도 구분하지 못하는 애송이.
그것도 1년 차.
안 그래도 지긋지긋한 병원 생활엔 관심도 없었고.
동기들처럼 다른 나라로 떠날 생각만 하고 있던 그가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GS가 아니라 CS로 향하는 길.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일부러 하는 그였다.
그렇게 진혁이 기안을 유도해 내자.
상황을 뻔히 알고 있던 동기들이 기막혀했다.
“사기꾼이 틀림없다니까.”
“야, 재성아. 너는 순수한 거야.”
“그,러,니까.”
“어효. 내가 왜 쟤를 좋아했는지……. 어떨 때는 애늙은이 같은데. 어떨 때는 하, 종잡을 수가 없다. 종잡을 수가 없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걸어가는 길.
금세 CS에 도착했고.
흉부외과장부터 만날 수 있었다.
자기소개를 마친 순간.
“오오. 닥터 리?”
흉부외과장이 벌떡 일어나 진혁과 일행을 반겼다.
이는 기안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반응.
진혁이 더듬거리는 수준으로 독일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오, 훌륭합니다. 하핫. 역시, 천재라더니! 하하하.”
흉부외과장이 흡족한 표정으로 웃고 또 웃는다.
천재 이진혁.
한동수한테 직접 메일을 받았기에 이미 알고 있었고.
이진혁이 그 자신과 같은 CS인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던 그였다.
독일어를 더듬는 거?
중요치 않았다.
수술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
급하면 영어를 쓰면 그만이었다.
* * *
예상치 못한 반응.
기안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CS로 가기 싫다더니.
왜 저렇게 서로 좋아한단 말인가.
아니, 이진혁은 그렇다고 쳐도.
‘천재라는 것도 이상한데. 과장님은 왜…….’
흉부외과장의 반응 또한 이해되지 않았다.
서양인도 아니고 동양인.
동양인답게 나이는 가늠이 안 됐지만, 고작 1년 차였다.
‘왜 이렇게 환대를……. 아니, 그보다…….’
“과장님, 여기 닥터 리가 CS가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음?”
“CS가 별로라고 하더군요.”
기안이 냉큼 고자질부터 하고 봤다.
하지만.
“허허, 이 사람이. 그럴 리가 있나. 닥터 리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흉부외과장이 당장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도 강하게.
거기에 더해.
“엥? 제가요?”
이진혁 또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적이 없다는 표정.
억울해 죽겠다는 얼굴이다.
졸지에 그 자신만 이상해진 상황.
기안이 이를 악물었다.
‘설마 일부러……? 이 새끼가 지금…….’
어이가 없던 기안이 실소를 터트릴 때.
흉부외과장이 진혁의 어깨를 턱턱 쳤다.
“하하. 아주 기대가 커. 전천후라며? 이게 참, 우리 병원이 의사가 없어. 환자도 없지만, 의사는 더 없다고.”
“불러 주시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오오! 그래도 되겠나?”
“ER은 교대근무지 않습니까. 사정은 충분히 들었습니다. 서베를린 쪽으로 환자가 쏠려서 경영 사정도 어렵고. 많이 힘들다고요.”
“그렇지. 그래서 기대가 커.”
“미력하지만 최대한 돕겠습니다.”
진혁이 예의 바르게 윗분들이 좋아할 만한 멘트를 치자, 흉부외과장이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힘들고, 더럽고, 죽을 거 같고.
환자가 죽기라도 한다면 온종일 울적한 게 일상.
그 자신이 밟았던 길을 똑같이 따라 밟을 예정인 후학의 애티튜드는 어여쁘기만 한 법이었다.
그러니 당장.
“뭐, 더 볼 것도 없고. 말할 것도 없지. 자자, 어때. 참관 좀 해 보겠나?”
“어떤 수술입니까?”
“Koronararterien-Bypass-Operation.”
“CABG(관상동맥우회술)이군요.”
“그래, 쉽지 않은 수술이지.”
“뭐, 저희야 영광입니다만…….”
“다만?”
“안내인이 있어서요.”
“안내인?”
“예, 안.내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졸지에 안내인으로 격하된 기안의 입술이 떨렸지만, 진혁은 모른 척했다.
호감을 사기 위해 일부러 독일어로 대화하고 있던 상황.
실수를 가장한 엿 먹이기였다.
그리고 그 순간 흉부외과장의 고개가 기안을 향했다.
“괜찮나?”
“예, 괜찮습니다.”
“그렇다는데?”
“그럼 가시죠.”
“하하, 가지. 가자고.”
“안내 부탁드립니다.”
진혁이 다시 한번 앞장서라는 말을 하자, 기안의 표정이 굳었다.
* * *
어느덧 도착한 참관실.
진혁이 곧바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집도의가 어리군요.”
“후학도 키워야지. 교수가 퍼스트를 서는 일. 흔한 일이야.”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인데요.”
“미국도 그렇고. 영국도 그래. 아신 병원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예, 맞습니다.”
진혁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발아래에 놓인 수술장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사실 전공의 파견 후기에서 보긴 봤다.
퍼스트 어시를 서는 교수.
집도를 맡은 레지던트.
혹은 펠로우.
외국은 훨씬 앞선 환경에서 수술하고 있었다.
후학을 키우기 위해.
이는 간단한 수술만 맡기는 국내의 여타 병원과 다른 모습.
뭐, 아신 병원은 초집도의 상시화라는 이유로 하고 있긴 했지만 부러운 모습이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집도의가 대동맥을 교차로 겸자 하는 게 보이자, 진혁이 말했다.
“정석대로 하는군요.”
“정석? 수술 흐름도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다음엔 어떻게 하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 기다려야지.”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은 채 어느새 말까지 편하게 하는 흉부외과장.
참다못한 기안이 따지고 들었다.
“1년 차가 고작 뭘 알겠습니까.”
“하하. 기안. 이 친구 무시하지 말라고. 이 친구 천재야, 천재.”
“천재라고요?”
“그럼, 천재지. 하하.”
“…….”
기안이 짧게 침묵했다.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 독일 의사.
그러니 그 와중에 흉부외과를 가는 이들은 바보 천치라 할 수 있었는데.
다 같이 미친 모양이었다.
1년 차한테 뭘 기대한단 말인가.
그것도 응급의학과에서 수련하는 놈을 가지고.
그 자신이 모르는 게 있는 건가라는 기시감이 들었지만, 애써 제 마음을 모른체했다.
그러고는 곧장 쏘아붙였다.
“닥터 리, 이다음에 어떻게 하죠?”
“기다려야죠.”
“얼마나요?”
“5분이면 될 거 같은데요.”
“왜 기다리죠?”
“동맥압을 낮춰야 하니까요. 20mmHg에서 30mmHg는 더 낮추는 거. 기본 아닌가요?”
수술장만 뚫어져라 바라보던 진혁이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기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도 아는데,
너는 왜 모르냐는 태도.
기안이 황당해했다.
뭔 놈의 1년 차가 이렇게 자신만만하단 말인가.
그것도 응급실을 돌던 놈이.
하지만 곧.
정확히 5분 후에 집도의가 다시 손을 놀리기 시작하자, 기안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건 심정지액 투여.
하지만 그 순간 수술방이 소란스러워졌다.
갑자기 혈압이 떨어졌기 때문.
뭐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던 기안이 흉부외과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때.
진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판막에 폐쇄 부전이 있었나요? 심정지액 주입 속도를 좀 더 높여야 할 거 같은데요.”
“하하, 맞아. 맞다고. 경도 폐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꽉 막힌 모양이야. 일단 지켜보지.”
또다시 귀신같이 주입 속도를 올리라고 소리치는 집도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서히 멈춰야 할 심장이 바로 멈추지 않았고.
뭔가 또 다른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이에.
“좌심실을 압박해야 할 거 같은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벤트 카테터로 카디오플레지아(Cardioplegia, 심정지액)가 누출되는 거 같습니다.”
“하하, 그렇지. 그렇고말고.”
또다시 진혁이 끼어들었고.
이를 들은 흉부외과장이 흡족해하자, 기안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진혁을 직시했다.
분명 1년 차라고 소개했는데.
말하는 본새가 범상치 않았다.
게다가.
‘왜 고개를 끄덕이는데.’
흉부외과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호응만 하는 게 신기했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도.
기대감이 가득해 저렇게 흥분하는 것도 처음 본 그였다.
그리고 곧.
“압박 들어가네요.”
진혁의 말처럼 어시를 서던 교수가 직접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좌심실을 손으로 꽉 누르는 것이다.
이는 심정지를 유도하기 위한 일.
아니, 심정지액 누출을 막기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
여전히 심장의 움직임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됐다.
그럼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기안이 이진혁을 비웃었다.
그래.
제깟 놈이 어떻게 알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1년 차인데.
하지만.
“차라리 대동맥을 절개하는 게 낫겠네요.”
“그래?”
“네. 직접 들이부어야죠.”
“하하, 그렇지.”
“체온도 더 낮춰야 할 거 같습니다.”
진혁이 또다시 흉부외과장과 대화를 하자, 기안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헤이, 닥터 리! 이건 예의가 아니야. 어! 1년 차가 깝칠 만한 장소도. 그런 병원도 아니라고!”
“……?”
“뭐지? 그 표정은?”
“참관실에서 수술 방법을 논하는 거. 보고 배우고 듣고. 꽤 효과적인 교육 방법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기안이 뭐라 반박하려던 그 순간.
집도의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온도 더 낮춰요! 메스!”
곧바로 온도조절기로 향해 뛰어가는 간호사.
그리고 메스를 쥔 집도의가 대동맥을 절개하고 관상동맥 입구에 직접 심정지액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진혁의 말대로 모든 게 진행되는 상황.
기안이 황당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자식,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