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61)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61화(361/388)
361화. 파독 광부 (5)
5번과 6번 늑간 사이.
갈비뼈를 피해 김현수가 11번 메스를 놀렸다.
서걱.
서걱.
송골송골 솟아오르는 피.
중간중간 지혈을 하며 5cm 크기로 절개했다.
물론 그 모양은 원형.
측면 개흉술을 할 때처럼 환자가 옆으로 누워 있었기에 절개는 손쉬운 일이었다.
한참이 지나 주 절개창이 완전히 만들어지자.
김현수가 무어라 말도 하기 전에 진혁이 움직였다.
타월 클램프(Towel clamp)를 이용해 양쪽에서 피부를 들어 올리는 진혁.
이는 장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
베레스 니들을 삽입할 주치의를 돕기 위한 일이었다.
“베레스(Veress) 니들.”
“여깄습니다.”
“바로 들어갑시다.”
뚜욱.
뚜욱.
으레 그렇듯 두 번의 끊김.
이를 손으로 감지하며 김현수가 움직였다.
몸 안쪽 시야는 전혀 없는 상황.
너무 많이 밀어 넣을 경우엔 장기를 찌를 수 있었고.
혈관 또한 손상시켜 괜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손의 감각을 믿고 조심스레 작업해야 하는 일.
한참 손을 밀어 넣던 김현수가 어느 시점이 되자 손을 뗐다.
“확인 가시죠.”
“그러죠.”
이번엔 퍼스트 어시가 움직였다.
식염수가 가득 채워진 시린지.
베레스 니들에 부착한 다음 밸브를 연다.
식염수가 제대로 흐르면 성공.
그게 아니라면 위치를 변경해야 했다.
“잘 들어간 거 같은데. 가스 주입할까요.”
“잠깐 더 지켜보시죠.”
“흐음.”
“신중하게 가고 싶습니다. 아까 환자 사연을 다 듣지 않으셨습니까.”
마취를 끝내고 진혁이 전했던 말.
김현수 또한 한참 눈시울을 붉혔고 독일인 교수 또한 그 사정을 뒤늦게 들을 수 있었다.
그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진혁이 독일어로 설명했으니까.
곧.
“가스 주입 시작합시다.”
“15mmHg로 맞추겠습니다.”
“신중하게 가시죠. 10mmHg로 다운해서 갑시다.”
“넷!”
밸브를 여는 간호사.
이에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복부.
이 또한 기복을 형성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됐습니다!”
“베레스 니들 제거합니다!”
“넷!”
“투관침 주세요!”
“여깄습니다!”
다들 바삐 손을 놀렸다.
가스 주입을 위해 삽입했던 베레스 니들을 제거한 다음 곧바로 투관침을 삽관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무턱대고 쑤셔 넣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투관침은 복강경 도구를 넣기 위한 통로.
이미 절개한 부위에 투관침을 좌우로 돌리면서 조심스레 전진시켰다.
물론 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진혁이 옆에서 도운 건 말할 것도 없는 일.
피하 지방.
근막.
지방조직까지.
뚜둑.
뚜두둑.
한참 뚜둑거리는 소리를 내며 뚫고 들어간 투관침.
김현수가 곧바로 손을 내밀자 니들과 봉합사가 손에 쥐어졌다.
이른바 Anchoring sutures.
고정 봉합이었다.
한 땀, 두 땀, 세 땀, 네 땀.
빠르게 수처를 끝낸 김현수가 손을 떼자마자 진혁이 투관침 안쪽으로 카메라를 밀어 넣었다.
이미 주 절개창을 확보한 상황.
이젠 보조 절개창을 만들어야 했고 그 전에 먼저 시야를 밝히기 위한 행동이었다.
“깨끗한데요.”
“바로 가시죠.”
짧은 대화 끝에 다시 김현수가 손을 놀린다.
카메라를 통해 다른 장기나 혈관 손상은 없다는 게 확인된 상황.
또다시 11번 메스로 7번과 8번 늑간 사이를 절개했다.
서걱.
서걱.
이번에도 원형.
그 크기는 3cm.
카메라 포트가 들어가는 작은 절개창을 만드는 행위는 순식간에 끝났다. 이에 김현수의 손이 견갑골 끝으로 향했다.
등에 한없이 가까운 위치.
견인하거나 스테이플링을 위해 다시 절개를 시도했고.
투관침 삽관과 고정 봉합까지 순식간에 끝낼 수 있었다.
“카메라 위치 변경하죠.”
“네.”
“링 클램프(Ring clamp).”
“여깄습니다.”
“바로 렁(Lung, 폐) 잡겠습니다.”
“네.”
영어로 대화하며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는 이들.
먼저 퍼스트 어시가 링 클램프를 이용해 폐엽을 잡았다.
원형 모양의 고리 끝.
폐엽을 꽉 문 다음 그대로 잡아당긴다.
앞쪽으로 폐문부를 노출시키기 위한 행위.
진혁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동시에 카메라를 움직여 폐문부의 시야를 확보했다.
상부 폐정맥.
하부 폐정맥.
폐동맥.
기관지까지.
이를 확인한 김현수의 건조한 목소리가 울렸다.
“메젠바움 시저. 그래스퍼.”
왼손에는 조직을 잡기 위한 그래스퍼를.
오른손에는 날이 달린 가위 모양의 메젠바움 시저를 손에 든 그가 계속해 손을 놀렸다.
폐문부 주위의 흉막을 열어젖히는 일.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얇은 막 안쪽에 있는 동맥과 정맥.
그리고 기관지와 림프절.
건드리면 안 됐고.
얇은 막만 벗겨 내야 했다.
서걱.
서걱.
한참 막을 벗겨 내고 또 벗겨 낸다.
이제 온전히 그 정체를 드러낸 안쪽.
빠르고 정교한 수술에 감탄하는 독일인 의사와 다르게 진혁과 김현수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시커멨다.
흡연자의 폐를 본 적은 수없이 많았지만, 광부의 폐를 본 건 처음.
둘 다 한참 말이 없을 정도였다.
뒤늦게 김현수가 입을 열었다.
“700마르크를 받았다고 했죠? 우리 돈으로 고작 4만 원 받으면서 일한 거고. 한 달 내내 개같이 대우도 받지 못하고 일했다는 거고요.”
“당시에는 큰돈이었으니까요.”
“마스크도 안 주고. 속옷만 입힌 다음에 하……. 이러니까 이렇게 되는 거지. 시발.”
“김 선생…….”
“하…….”
감정을 밖으로 표출했던 김현수가 깊은 한숨을 토해 냈다.
슈텀펠이라는 쇠기둥을 탄광 내부에 세우는 일.
인당 60개.
혹은 80개씩 할당량이 있었고.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
그뿐이랴.
일정량의 채굴을 하지 않으면 월급도 제대로 받지도 못했던 이들이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남아인들이 차별과 무시 속에서 일하는 것처럼 그들 또한 지독히도 무시를 당하며 고된 노동을 했고.
그 결과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김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다시 수술 도구를 바꿔 들었다.
이번엔 끝이 뭉툭한 C형 클램프.
말없이 폐정맥 박리를 시작하는 그였다.
서걱.
서걱.
지이이이잉.
지이이잉.
박리, 지혈, 그리고 석션.
기계적인 움직임만 보일 뿐.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 작업을 이어 갈 때.
파앗!
피가 강하게 튀며 모니터를 빨갛게 물들였다.
갑자기 카메라 렌즈의 삼분지 일이 핏물에 잠기게 된 것이다.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혈압 조금씩 떨어집니다!”
바이탈을 관리하던 마취과 의사가 고성을 내질렀다.
갑자기 생긴 대량 출혈.
한참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진혁도 김현수도 둘 다 태연한 얼굴을 했다.
예상치 못한 대량 출혈.
늘상 있는 일이었다.
김현수가 출혈점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이.
석션을 하던 진혁이 내시경용 혈관 스테이플러를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김 선생!”
조금 목소리 톤을 높여 김현수를 부르자, 그가 말없이 C형 클램프를 뒤로 물렸다.
이 모든 건 찰나 간에 벌어진 일.
주치의 대신 지혈을 시도하는 진혁을 보며 마취과 의사가 소리쳤다.
“혈압 더 떨어집니다! 교수님!”
“잠깐, 잠깐 기다리지.”
“아니, 지금 렌즈부터 닦든가 해야 하는데…….”
“잠깐이면 됩니다.”
진혁까지 마취과 의사의 입을 막은 다음.
그가 그대로 스테이플러를 닫았다.
그러고는 시작된 석션.
카메라 렌즈까지 닦고 나서야 확보된 환부는 깨끗했다.
핏물이 튀어 엉망인 상황에서도 정확히 지혈한 것이다.
* * *
스테이플러를 발사하기 전에 정맥을 확실히 물었는지 확인한 다음에 닫아야 했거늘.
감으로 혹은 경험으로 이겨 낸 상황.
당장 참관실에서 수술을 구경하던 병원장 막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왜 그러시는 겁니까.”
“저 친구들. 고작 펠로우입니다. 펠로우. 아, 닥터 리는 펠로우도 아니지요. 더블 보드를 밟고 있으니까요.”
“손재주가 뛰어난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
“그래도 실전을 구경하는 건 처음 아닙니까. 특히 저 친구. 닥터 리는 흉부외과에서 근무한 적도 없는 친구입니다.”
병원장인 막스의 말에 다들 놀란 눈을 했다.
전원 다 수술에 들어간 흉부외과 의사들과 달리 다른 전공인 이들.
호기심에, 궁금증에, 혹은 시간이 남아서, 병원장 막스 때문에.
그냥 참관을 했고 뒤늦게 그들이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진혁은 그 자신들처럼 일반외과 전공이었다.
한데 별다른 지시도 없이 움직이고.
시야가 제한된 마당에 침착하게 지혈을 하다니, 정말이지 신기할 노릇이었다.
수군거리는 것도 잠시.
곧바로 수술이 재개되자 그들이 다시 뚫어져라 수술실을 바라봤다.
어느새 폐정맥 처리는 완료된 상황.
이젠 폐동맥 가지를 박리하고 하나씩 처리하고 있었다.
봄철 벚꽃이 만개하기 전에 나뭇잎 하나 없는 가지처럼 곳곳에 뻗어 있는 폐동맥.
다시 이어 붙일 수 있도록 무디게 절개하고 지혈하는 작업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다음은 기관지 박리.
기관지를 겸자로 잡은 채 김현수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환기 속도 올리세요!”
“속도 올립니다!”
“움직임 정상입니다!”
“팽창 이상 없습니다!”
“다시 정상 속도 환원!”
“넷!”
클램프로 겸자를 한 상태에서도 폐하엽이 정상적으로 팽창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끝나자.
간호사가 레버를 다시 제자리로 돌렸다.
그사이 진혁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Interlobar fissure.
이른바 폐엽 사이에 있는 엽간 균열을 집중 공략 했다.
촤악.
촤악.
출혈과 공기 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일.
혹은 폐엽을 분리하기 위한 사전 작업.
스테이플러를 놀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 뒤.
“다 끝났습니다.”
“어블 들어갈까요.”
“들어가도 될 거 같은데.”
“들어가시죠.”
진혁을 대신해 김현수와 퍼스트 어시가 손을 놀린다.
그래스퍼로 조직을 잡은 채 전기소작기로 우상엽을 걷어 내는 작업이 한참 계속된 것이다.
치이이익.
치이이익.
매퀘한 연기.
그리고 소음.
카메라가 희뿌예졌다가 밝아지는 게 반복해서 일어났지만, 그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폐에 가루가 쌓이는 걸 모를 리가 있었겠는가.
3년 계약이 끝나고 김치조차 없는 독일에 남고 싶었던 이가 누가 있었겠는가.
그냥 가족 때문에, 혹은 집에 있을 어머니와 아버지 때문에.
혹은 뒤늦은 독립과 6.25 전쟁 때문에 망해 버린 고국 때문에.
기침을 하고 가래를 내뱉으면 검은 철 가루가 나온다는 걸 알면서도 광산 일을 했던 파독 광부처럼 손을 놀리고 또 놀렸다.
서걱.
서걱.
한참 계속된 손놀림.
김현수가 더욱더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분리만 남았습니다. 엔도백.”
“엔도백은 내가 하지.”
“예.”
퍼스트 어시가 수술 도구를 빼낸 다음 엔도백을 밀어 넣었다.
얼핏 보면 채집 그물처럼 생긴 비닐 팩.
수술 과정에서 제거되는 종양과 장기를 외부로 빼내기 위한 도구였다.
곧.
뚜욱 소리를 낼 것처럼 묵직하고 검은색으로 점칠된 우상엽이 그대로 엔도백 안으로 떨어졌다.
이젠 기관절 임파절을 박리하고 뒷마무리만 하면 끝.
진혁과 김현수가 말없이 속도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