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73)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73화(373/388)
373화. 조용히 살기로 했다 (5)
나카무라 슈스케가 눈을 끔뻑였다.
분명 어려운 케이스.
그러니까 샤리테 병원 영상의학과에서 고르고 고른 초음파 영상을 보냈고.
그랬기에 이런 답장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데.
“이걸 다 맞혔다고?”
하나쯤은 오답이 있어야 정상이건만.
전부 맞혔다.
그것도 완벽하게.
어째서.
왜.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까지 나오는 상황.
어안이 벙벙했던 나카무라 슈스케가 헛웃음을 켰다.
그러니 치프인 아밀론이 이상하게 여긴 건 당연한 일.
그가 물었다.
“왜? 뭔데?”
“……답장이 왔습니다.”
“벌써?”
“네, 전부 맞혔습니다.”
“틀린 게 없다고?”
“네…….”
“…….”
“…….”
“…….”
아밀론 또한 할 말을 잃어하며 한참 침묵했다.
만 하루도 안 됐는데 돌아온 답장.
일반외과 전문의가 곧바로 회신할 만한 수준의 문제도 아니었고.
다 맞혔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것만 골라서 보냈으니까.
“설마 진짜 천재인 건…….”
그가 말꼬리를 흐리자,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카무라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영상의학과 도움을 받았겠죠.”
“그렇겠지?”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됩니다.”
“그래. 말이 안 되지.”
“플라텐바우 병원에 전화해 볼까요?”
“전화?”
“네, 영상의학과에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한국인 의사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수련했는 지 모르기에 하는 말.
아밀론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나카무라 슈스케가 플라텐바우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 규모만큼이나 조잡한 홈페이지.
흔한 사진 또한 없었고.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살짝 비웃은 나카무라가 전화하려던 순간.
아밀론이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샤리테 병원 일반외과 치프인 아밀론입니다. 그게…….”
한참 계속된 통화.
전화를 끊은 아밀론이 허탈하게 웃었다.
“무슨 소리냐는데?”
“그럼 혼자 풀었다는 겁니까?”
“그런 거 같은데?”
“…….”
둘 다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 * *
상대의 실력은 확인한 상황.
이젠 그만해야 했다.
환자도 돌봐야 했고.
수술실도 들어가야 했으니까.
하지만.
“뭐야. 이건 또 뭔데?”
아밀론이 뒤늦게 첨부 파일을 가리켰고.
나카무라 슈스케가 뒤늦게 파일을 열었다.
압축 파일을 풀자,
의료기록지가 쏟아져 나온다.
물론 독어가 아닌 영어로 쓴 자료가.
“저희 쪽 의견을 묻는 거 같습니다.”
“해 보자는 건가.”
“끝까지 가 보자는 거 같은데요.”
“이 자식이 진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바로 답장 줘야지.”
아밀론이 발끈하자, 나카무라 슈스케 또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건 도발.
그래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샤리테 병원의 수준을 시험하겠다는 함의!
당장 대응해야 했다.
그러니 둘 다 비뚜름하게 선 채로 문제를 훑기 시작했다.
한데.
“복잡한데요.”
“그러게.”
“지독합니다.”
“아주 작정했네.”
장혁준이 보내온 케이스가 너무 복잡다단했다.
쉽게 풀 수 없는 문제.
곳곳에 폭탄이 설치돼 있었고.
오진을 내릴 만한 요소 또한 가득했다.
이에 나카무라 슈스케가 나섰다.
“인터넷을 뒤져 보겠습니다. 이 정도면 학회지에 실렸을 텐데요.”
“한국에서만 실렸을 수도 있어.”
“그건…….”
“왜? 번역까지 하자고?”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래, 우리가 직접 풀어야 의미 있는 거야.”
“그래도 내과 쪽 문제인데요.”
“우리도 영상의학과 문제를 보냈잖아.”
입술을 깨물은 아밀론이 다른 이들을 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는 사람은 오라는 거.
병원 규모만큼 의사가 많은 샤리테 병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 *
밤늦은 시각.
샤리테 병원 일반외과 의국은 한참 불이 켜져 있었다.
진즉 퇴근했어야 할 이들.
전부 남아 문제를 풀고 있었다.
다다다닥.
다다다닥.
사그락.
사그락.
요란한 키보드 소리.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소음만 가득한 회의실.
할당 받은 문제를 검토하던 나카무라 슈스케가 침묵을 깼다.
“이건 정말 모르겠는데요.”
“뭐? 뭐를 몰라?”
“케모(Chemotherapy, 항암 치료) 받은 환자인데요. 영상을 보시면…….”
“간 유리 혼탁이 있네.”
“네, 폐가 경화됐습니다.”
“유방암 환자인데 폐에 문제가 있다?”
“예.”
아밀론 또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임프레션을 위해선 히스토리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지만, 정말 헷갈렸다.
유방암 환자.
그리고 망가진 폐.
상관관계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단순 호흡기 감염인지, 급성 약물 중독인지 묻는다?”
“팔로업 검사로 확인된 균은 없었습니다.”
“원인균은 없었다?”
“네, 파클리탁셀(항암제 중 하나)을 투약하긴 했는데, 함정인 거 같기도 하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습니다.”
아밀론이 곧바로 약제를 검색했다.
파클리탁셀.
위염, 신경 통증, 구토, 감각 둔화 등.
항암제답게 여러 부작용이 있었고, 특히나 폐렴을 유발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급성 약물 중독으로 보이는 상황.
허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를 보낼 리 없었기에, 아밀론이 재차 확인했다.
“가래 검사는?”
“가래 검사에서도 균은 동정 되지 않았습니다.”
“흐음.”
“스테로이드 투약 후에 증상은 호전됐고요.”
“시발……. 우리가 내과의도 아니고…….”
고지식하게 굴었던 아밀론이 뒤늦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내과적 지식은 부족한 상황.
독일 최고의 병원, 아니 유럽 최고라고 칭했지만.
칼같이 퇴근하고 정해진 루틴대로 사는 게 일상.
그러니 온갖 허드렛일부터 개같이 구르는 일이 만연한 한국 의사와 수준 차이가 나는 건 당연했다.
펠로우가 되더라도 펠노예라고 부르는 게 일상.
그게 한국 의료계였다.
* * *
다음 날 저녁.
쉬고 있던 장혁준한테 전화가 왔다.
“네? 아, 네네. 감사합니다. 별일 아닙니다. 네.”
한참 계속된 통화.
전화를 끊은 장혁준이 혀를 차자, 정아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누군데?”
“응? 그냥 뭐. 병원에서 온 전화야.”
“그럼 지금 가야 돼?”
“아니, 영상의학과 선생님이셔. 그게…….”
한참 계속된 설명.
그 자신이 도움을 요청했는지 두 번이나 물어봤다는 말에, 정아름이 질색했다.
“진짜 의사들은 왜 그래?”
“응?”
“너무 유치해. 어린애 같고. 한국 의사도 마찬가지고. 독일 의사도 똑같다는 거잖아.”
“흠.”
“이게 다 공부만 해서 그래. 알바도 해 보고 사회 경험도 있어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칭찬만 듣고 자라서 그런 거라고.”
의학전문 대학원이 필요하다는 등.
별의별 얘기가 다 나왔다.
물론 진혁이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일.
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의사.
그러니까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의사를 뽑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폐혜만 남기고 사라진 의전원이었다.
이를 알 리 없던 장혁준은 물론 헛기침만 했고.
그런 그에게 정아름이 다가왔다.
“그보다 자기, 지금 잘하고 있지?”
“응?”
“돈 아껴 쓰기 챌린지. 잘 하고 있냐고.”
“아, 그거…….”
“뭐야. 지금도 막 쓰는 거 아니지?”
“아니지.”
장혁준이 당장 말꼬리를 흐렸다.
압구정 오렌지족다운 씀씀이.
인세까지 꼬박꼬박 받았기에 물 쓰듯 돈을 썼고.
그 결과 경제권을 뺏겼다.
심지어 정해진 금액만 써야 한다며 푸시를 받고 있는 처지인 것이다.
눈알을 데구루루 굴리던 장혁준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공부하려면 책은 사야 하는데.”
“공부? 갑자기 웬 공부?”
“자기, 그 반응은 뭐야? 나 섭섭해지려고 해. 우리 하준이한테 아빠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 줘야지. 이건 기회라고. 기회.”
“흠.”
“쓸데 없는 짓 안 해. 그러니까 카드 좀 줘 봐.”
이진혁의 기행으로 유명해진 마당에 가만있을 순 없다는 말.
저들이 또 이상한 문제를 보내올지 모르니, 카드까지 쟁취하는 장혁준이었다.
물론 그 자신 명의 카드를.
* * *
뜻하지 않게 카드를 돌려 받은 상황.
정아름한테 문자가 갈 일이 없었기에, 장혁준은 물쓰듯 돈을 썼다.
책을 사고.
또 산다.
영문으로 된 책.
회화는 몰라도 독해는 껌.
의학 원서는 가격이 비쌌다.
물론.
“내가 쓴 책도 있네.”
이진혁을 도와 만든 책을 한참 뒤적거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구성이 워낙 선진적이라 절찬리에 팔린 엄마 시리즈.
지금도 든든한 돈줄이었다.
물론 통장은 뺏겼지만.
그러니.
“이것도 사 볼까.”
점점 손이 커진다.
만년필도 사고.
전등도 산다.
심지어 책상마저 구입.
거기에 더해 의자까지 구매한다.
이게 다 공부해야 한다는 의지의 발로.
거창한 계획에서 기인한 행동이었다.
문제는 책을 사러 간다던 남편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자 정아름한테 연락이 왔다는 거.
당장 문자부터 화나 있었다.
[왜 안 와?!] [지금 가려고.] [또 이상한 거 산 거 아니지?] [아니야. 공부하는 데 쓰는 건데. 전부.] [책만 사는 거 아니었어?] [그냥.] [그냥? 그냥 뭐? 또 뭐 샀는데? 자기, 진짜 이럴래? 용돈 아껴 쓰기 챌린지 하기로 한 거 잊었어? 자기 카드라고 막 쓰는 거야? 어!]갑자기 쏟아지는 문자.
쓸데없는 것까지 잔뜩 산 걸 눈치챈 거 같았다.
토끼 같던 정아름.
호랑이처럼 변한 지 오래.
아이를 낳고 난 뒤부터 변했다.
그런 이유로 한참 문자를 읽지 않고 있던 장혁준한테 최후의 통첩이 왔다.
[얼마나 썼어? 지금 바로 확인해 본다?]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용 내역을 까 보겠다는 말.
장혁준이 기겁해 답장했다.
[1,2230 마르크 썼어.]실수인 척 쉼표를 일부러 다른 곳에 찍는 그.
아빠한테 써 먹던 잔재주였다.
* * *
바가지를 잔뜩 긁히고 출근한 상황.
이틀 만에 답장이 와 있었다.
그것도 또 다른 문제와 함께.
이번엔 치사하게 X-ray 영상을 보내왔고.
장혁준 또한 답장을 하며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샤리테 병원도 그랬지만.
장혁준 또한 독하게 굴었다.
그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그 자리에서 컷.
그게 아니면 동기들을 동원했고.
그래도 안 되면 이진혁을 콜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자, 당장 이태희가 소리쳤다.
“으으. 진짜 이젠 그만 좀 해.”
“맞,아. 진,짜 언,제,까,지 할, 건,데.”
“으으. 저쪽에서 먼저 시작했잖아요.”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그럼 저쪽이 멈춰야죠.”
“아, 몰라. 진짜.”
이태희가 당장 혀를 찼다.
물론 장혁준이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도 두 개나.
첫 째는.
[여긴 독일이지, 영국이 아닙니다.]장혁준이 영어로 보낸 걸 상대가 비꼬았고.
둘째는 사진을 보내왔다는 거였다.
그것도 빈 찬합 사진을.
조조가 그 옛날 순욱에게 보냈던 빈 찬합.
이른바 도시락.
순욱이 이를 받고 자살했으니.
삼국지를 읽은 일본인 의사의 짓.
장혁준은 분기탱천해 계속 싸우고 있었다.
공격.
방어.
공격.
그리고 또 방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남자들이 일찍 죽는 이유’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어려운 난제만 주고 받는 일이 반복될 때.
나카무라 슈스케와 아밀론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귀하를 2003년 상반기 샤리테 병원 일반외과의 초청 수술 집도의로 모시려고 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신다면 가르침의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병원 간 종종 있는 초청 수술.
어려운 환자를 맡길 게 분명했기에 장혁준이 당장 진혁을 찾았다.
* * *
또다시 일주일 후.
진혁과 장혁준이 샤리테 병원 앞에 섰다.
초청 수술을 할 때 어시스트를 데려가는 건 관례.
진혁을 어시로 세울 생각인 장혁준이 이를 갈았다.
“환자도 살리고 한국 의사의 힘도 보여 주고. 완전 밟아 주자고요.”
“어떻게? 내가 장 선생 흉내를 내요?”
“아뇨.”
“집도 직접 할 거라는 거죠?”
“그래야죠.”
분명 참관 의사들을 잔뜩 부를 테고.
소규모 라이브 수술로 진행할 테지만.
장혁준이 다부진 얼굴을 했다.
그 또한 아신 병원 본원 출신.
세부 전문의 과정을 밟는 전문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