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77)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77화(377/388)
377화. 조용히 살기로 했다 (9)
나카무라 슈스케만 이진혁을 보며 놀란 게 아니었다.
당장 참관하던 의사 중 누군가 물었다.
“닥터 리라고 했나? 저기 저 어시를 서는 의사 말이야.”
“네, 닥터 장과 동기입니다.”
“동기라고?”
“예.”
“흐음…….”
그가 침음성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나카무라가 한참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고는.
“혹시 왜 그러시는지…….”
“진짜 동기라고 했나?”
“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소개했다?”
“예.”
이번엔 살짝 미간을 찌푸린 교수가 다시 모니터를 향해 고개를 고정시켰다.
“저 친구 말이야. 주니어 스텝. 아니, 우리랑 교육 과정이 다르니까, 우리로 따지면 여전히 레지던트겠지.”
“그렇겠죠. 한국은 필수과가 인기가 없어서 4년에서 3년으로 수련 기간도 줄였다고 합니다.”
“그래? 근데 음……. 자, 저길 보라고. 지금 저게 가당키나 한 움직임인가.”
“네?”
“양손잡이에……. 전혀 망설임도 없어.”
“아…….”
뒤늦게 나카무라 또한 탄식을 내뱉었다.
고작 어시스트에 불과한 이진혁.
그간 수많은 난제를 풀어낸 닥터 장과 비슷한 실력인 것도 놀라운데.
그러고 보니 양손을 자유자재로 놀리고 있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전들이 왼손 또한 익숙하게 활용하기 위해 연습하는 건 공공연한 사실.
하지만 저 정도로 동시에 손을 놀리는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이에 당장.
“허허…….”
“허, 참.”
“이게 크음, 큼.”
“저게 대체.”
다들 헛기침을 하고.
뒤늦은 깨달음에 놀라워했다.
전부 이진혁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없었기에 생긴 일.
플라텐바우 병원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그저 구 동독 지역에 있는 자그마한 병원에서 일어나는 헤프닝으로 여겼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다들 입을 벌리고 지켜보고 있을 때.
또 다른 누군가 물었다.
“고작 어시에 불과한데 말이야.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 있지? 닥터 리에 대한 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혹시 있나?”
“…….”
“없어? 아무도 몰라?”
“…….”
역시나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뿌리 깊게 박힌 공무원 마인드.
그건 교수급도 마찬가지.
초청 의사라면 보통 평판까지 조사해야 했지만, 동양의 머나먼 나라.
그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에서 온 의사라고 생각했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 * *
한편 그 시각.
수술실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반전은 역행적 담낭절제술.
그러니까 췌장 쪽에서 접근했다면.
이젠 간 쪽에서 접근하는 상황.
담관을 절제하기 전에 먼저 간을 유동화시켜야 했다.
물론 그에 앞서.
“펜로즈(Penrose) 드레인 튜브 주세요.”
사전 작업 또한 필요했다.
곧바로 건네지는 실리콘 튜브.
이를 손에 쥔 진혁이 움직였다.
우간정맥.
그리고 중간정맥 사이.
펜로즈 드레인을 설치하고.
관을 고정한다.
그러자.
“제가 도울게요.”
말없이 수술 도구만 건네주던 스크럽 간호사가 움직였다.
그녀들 또한 이진혁과 장혁준의 실력에 감탄한 상황.
바이탈이 처지는 일 또한 없었고.
장시간 수술을 잘 이끌어가고 있었기에.
솔직히 말해 좀이 쑤시는 상황이었다.
진혁의 옆에 서 있던 스크럽 간호사가 수류탄 모양의 배액 통에 관을 연결하자마자.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좌미상엽 쪽 단간정맥 절단.
미상엽 유리.
좌측 하대정맥 인대 절단.
그리고 유동화 작업까지.
전부 빠르게 끝낸다.
잠시 숨을 몰아쉰 장혁준이 물었다.
“우간정맥은 어떻게 할까요.”
“전통적인 방법으로 할까요?”
“전방 접근법으로 하자? 안전하게 절단으로?”
“꼭 그렇게 하자는 건 아니고요.”
“흐음.”
“어렵게 가는 방법도 있죠.”
“…….”
진혁의 대답에 장혁준이 고개를 돌려 시계를 힐끔거렸다.
아직 한참 남아 있는 수술 시간.
그 자신이 예상했던 범위 안에 있었다.
네 명이 할 때보다 더 빠르다고 할까.
그러니.
“테이프 주세요.”
장혁준이 지시했고.
진혁이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전생이었다면 시도하지 못했을 일.
하대정맥과 간 후면 사이에 테이프를 걸어, 간 후방을 들어 올리는 간 거상법.
이른바 Hanging maneuver를 시도하는 이들이었다.
* * *
우간정맥과 간정맥 사이의 공간.
그건 고작 2cm에서 3cm.
그사이에 손가락을 밀어 넣는다.
그러고는 미측.
그러니까 꼬리 쪽으로 살짝 민다.
진혁이 움직이는 사이 장혁준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미리 걸어 둔 제대 테이프를 앞으로 당긴다.
스르륵.
그러자 간 후방과 하대정맥 사이의 공간이 더 벌어진다.
이에 다시.
꽈아악.
힘을 추가로 줘 간격을 넓힌다.
물론 막무가내로 힘을 준다면 사달이 벌어질 만한 일.
정교함이 필요했고.
그만큼 어려운 작업 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전방 접근법이 유행할 정도로.
그렇게 벌어진 틈을 파고든 건 진혁이었다.
어느새 기다란 캘리 겸자를 손에 쥔 그가 10시에서 다시 11시 방향으로.
또다시 12시 방향으로 움직였다.
간을 원하는 위치로 견인.
즉, 들어 올린 것이다.
“이제 된 거 같은데요.”
“네.”
“현수 테이프 겸자에 물리죠.”
“네.”
“당겨요. 위쪽으로 좀 더.”
“이 정도면 됐는데요.”
“거기서 멈추죠.”
짧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위쪽으로 간을 당긴 다음 고정하면서 끝.
우간정맥을 절단하지 않고 간을 거상(들어 올리는 행위)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를 두고.
“저 사람들 한국에서 뭐 하는 사람들이었는지, 빨리 이력 좀 가져와!”
참관실에 있던 누군가가 또다시 소리를 내지른 건 당연한 일.
어려운 문제 또한 척척 풀어내고.
X-ray 영상만으로 헤마토마 크기를 짐작한 닥터 장.
그리고 이를 보조하는 닥터 리.
대체 뭐 하는 이들인지 궁금했던 이들이 성화를 부리기 시작했다.
* * *
당장 먼저 움직인 건 아밀론이었다.
그가 플라텐바우 병원에 전화하는 사이.
나카무라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한국과 가까운 나라 일본.
한국인 의사를 아는 독일인 의사는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일본은 또 달랐다.
그러니 한참 전화하고 또 전화한다.
어떻게든 수소문해 달라는 거.
플라텐바우 병원에서 제대로 이력을 알려 주지 않을까 싶어 하는 안전 조치였고.
그렇게 나카무라가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쿄대 부설 병원에 전화하는 사이.
역시나 아밀론은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그냥 한국에서 온 교환 의사라는 거.
수술을 잘하고 있냐는 묘한 웃음이 섞인 전화만 들은 게 전부였다.
* * *
계속된 수술.
이어진 건 간 실질의 절리.
이른바 Discissio였다.
물론 이 또한 담관을 걷어 내기 위한 사전 작업 중 하나.
전기소작기를 든 장혁준의 손이 조심스레 오간다.
Cantlie’s Line.
말 그대로 간 우엽 앞쪽.
그리고 좌엽 안쪽이 만나는 가상의 선을 따라 계속해 움직인다.
지이이익.
지이이익.
간이 타들어 가는 소리.
그리고 전기소작기의 소음.
희뿌연 연기까지.
큼큼한 냄새가 수술실을 메웠고.
그에 따라 공기청정기마저 소리를 높였지만.
장혁준의 집중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애초에 압구정 날라리.
아니 압구정 오렌지족을 자처했다지만, 집중력이 좋지 않다면 의대에도 들어가지 못했을 그.
그런 그를 진혁이 대견하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곧바로 내측 구역 상부.
그러니까 S4b로 가는 문맥지 인근에서 장혁준이 숨을 몰아쉬었다.
이에.
“아직 시간 많아요.”
“알아요.”
“힘들면 쉬었다 가죠.”
“잠깐, 잠깐만요.”
“……?”
“차라리 이 선생이 하는 게 좋겠어요.”
“왜요?”
“나보다 더 잘할 거니까요. 대신 좀 해 줘요.”
장혁준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 자신보다 이진혁이 더 잘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응급의학과에서 더블 보드에 도전하는 이진혁이었지만.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일반외과 수술도 참가했고.
심지어 흉부외과에서 수술 보조도 하는 그였다.
그러니 진혁 또한 자연스럽게 전기소작기를 건네받아 수술에 임했다.
S4b 구역 인근의 문맥지.
잘 보존하지 않으면 사달이 난다.
담관을 절제하기 위해 간을 절제하는 것도 억울해 죽을 판인데.
까닥하다 예후조차 좋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진혁 또한 조심스레 손을 놀렸다.
이어진 작업은 간 내측 구역 하부.
이른바 S4a 구역의 절리.
담관 내 종양이 양성이라는 판단하에 움직이는 이들이었기에 잘라낼 범위는 물론 최소화해야 했고.
그에 따른 논의가 한참 이어졌다.
* * *
“미친…….”
당장 참관실에선 이런 욕지거리가 들렸다.
집도의와 엄연히 다른 어시스트.
이른바 스크럽을 서기 위해 들어온 의사였다.
애초에 롤 자체가 다른 것이다.
한데 거리낌 없이 보비를 맡기는 닥터 장 또한 이상했고.
이를 두고 무어라 얘기하더니 곧바로 손을 놀리는 이진혁 또한 수상했다.
이에.
“혹시 닥터 장보다 닥터 리가 실력이 더 뛰어난 게 아닐까요.”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초청 수술도 평가의 일환. 저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실력이 더 좋았다면 집도를 닥터 리가 했을 거라는 말씀이군요. 그럼 왜 갑자기…….”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기 바빠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초청해서 생긴 문제였다.
그러니 곧바로 나카무라를 재촉하게 된 건 당연했다.
“어떻게 됐나?”
“열심히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그래?”
“예. 일단 확인된 건……. 닥터 장과 닥터 리가 책을 집필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뭐?”
“『엄마 시리즈』의 저자입니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위한 책을…….”
“레지던트가? 레지던트가 책을 냈다?”
“예.”
다들 눈을 끔벅거렸다.
그러고 보니 들어 본 거 같긴 했다.
그 유명한 『엄마 시리즈』를 한국에서 집필했다고.
하지만 그 자신들은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샤리테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동양인 의사가 집필한 책 따위는 필요 없다며 암묵적으로 금기시한 지 오래였다.
그러니.
“더, 더 빨리 알아봐!”
이런 소리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그사이 수술은 빠르게 진행됐다.
좌간동맥과 좌문맥의 결찰.
불독 겸자를 통해 유입 혈류를 차단했다.
물론.
“혈류 개방은 5분. 다시 혈류 차단은 15분입니다. 리미트가 있으니까 스탑워치부터 세팅하세요!”
정석대로 가는 건 기본.
혈류 차단이 오래되면 괴사가 일어날 수 있었기에, 스탑워치를 확인하며 손을 놀렸다.
[혈류 차단 2분 후]간 실질 절리 중에 출혈 발생.
그리고 다시 지혈.
범인은 중간정맥 분지였다.
[혈류 차단 4분 후]또다시 대량 출혈 발생.
진혁이 S5 구역의 블리딩 포인트를 찾아냈고.
바이탈이 살짝 흔들렸다.
수혈팩을 달고.
지켜보는 것도 잠시.
곧바로 수술이 재개됐다.
[혈류 차단 8분 후]중간정맥 우측 벽.
간 절리 면이 노출됐고.
또다시 출혈이 발생됐다.
이번에 나선 건 장혁준.
그가 메스의 옆날을 곧바로 가져다 댔다.
진혁이 그 옛날에 메스 옆날로 지혈하는 걸 보고 연습했던 기교.
화려한 기교 놀림에 어시를 섰던 교수님한테 탈탈 털리고 영혼까지 가출했던 흑역사가 있었지만.
이를 모르던 참관실에선 고성 같은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메스 옆날로 출혈점을 막는 행위.
웬만한 고수가 아니면 하지 못하는 일.
아니, 99%는 저런 짓거리를 하지 않는다.
멋을 추구하는 의사가 아니라면.
[혈류 차단 14분 후]장혁준이 하대정맥과 좌간정맥의 접속부.
그러니까 두측 Arantius관을 다시 절단했고.
이에 좌미상엽이 우측으로 빠져나왔다.
아직 일 분이 남았지만.
불독 겸자를 풀고 혈류를 재개하는 건 이진혁이 한 일.
짧은 쉬는 시간.
그러니까 혈류 개방 후 다시 5분간 지켜보는 일이 시작되자 코리안 닥터들이 몸을 늘어트렸다.
쉴 때는 쉬는 거.
혹독한 수련 생활로 배운 잔재주였다.
* * *
쉬는 것도 잠시.
또다시 수술이 한창 계속되고 있을 때.
국제전화로 통화를 하던 나카무라 슈스케가 한참 당황해했다.
“네? 그게 사실입니까? 아, 네…….”
한참 계속된 문답.
곧바로 시선이 쏠렸다.
어떻게 된 건지.
이력이 뭔지.
나카무라가 전화를 끊자, 당장.
“닥터 장은 한국에서도 유명한가?”
“닥터 리는? 그는 어떤 커리어를 갖고 있지?”
“닥터 장 말이야. 고작 3년만 하고 나왔는데. 올해의 레지던트 상. 뭐 이런 거라도 받은 건가?”
“메스 옆날로 출혈점을 막는 거. 보통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하지 않는 건데. 어. 저 사람 대체 뭐야!”
“닥터 리는. 어? 닥터 리는 뭐라던가?”
한참 질문이 쏟아져 나왔고.
나카무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참 뜸을 들였다.
그가 들었던 진실.
차마 말하기 두려웠다.
아니,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 반응이 어떨지 뻔히 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