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85)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385화(385/388)
385화. 병원장 선거 (4)
사회정책 비서관.
이른바 사회수석.
민정수석이 검찰에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것처럼 사회수석의 힘 또한 강대했다.
특히나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한 후에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는 김무성의 부친이라면 더욱더.
서경원이 한참 뜸을 들이다 물었다.
“이거 진짜인가?”
“예.”
“어떻게 진짜가 될 수 있지?”
“네?”
“우리도 어떻게든 연락해 보려고 노력해 봤어. 김무성 선생도 쥐고 흔들어 봤고. 부탁도 해 보고. 압박도 해 보고. 별짓 다 해 봤다고.”
“…….”
“근데 이걸 이렇게 쉽게. 허, 참.”
서경원이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찼다.
그도 그럴 게.
학회에서 수차례 논의된 부작용.
어떻게든 전달하려 애썼다.
협력 병상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병원과 협약해 200병상만 확보하면 된다지만.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폐업.
1차 병원에서 영상 자료를 찍어 볼 수 없는 환자들은 전부 종합 병원으로 몰려가고 있었고.
기나긴 대기를 이유로 시기를 놓치고 있었다.
귀찮다는 이유로 상급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 또한 많았고.
한데 이렇게 쉽게 부작용을 설파할 기회가 찾아오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 모습에.
“지금 바로 전화해 볼까요?”
“뭐?”
“미리 연락을 드려 놨습니다만.”
“미리 말해 놨다?”
“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전화해 보겠습니다.”
“……!”
진혁이 액션을 취했고.
서경원은 화들짝 놀라 했다.
공무원한테 민원을 넣을 때는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넣는 법.
이렇게 급하게 진행할 게 아니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네?”
“하지 마! 지금은 아니야!”
“아뇨. 뭐, 인사나 하시죠. 연결됐습니다.”
“……!”
“바로 받아 보시죠.”
수화기 너머로 사회수석의 목소리마저 들리자.
서경원이 벌떡 일어섰다.
어렵기로 소문난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했기에 가능한 일.
그가 통화를 위해 자리를 피하자, 진혁이 웃어 보였다.
* * *
고작 5분도 안 되는 통화.
멀찍이서 통화하고 돌아온 서경원의 표정은 밝았다.
그가 다시 핸드폰을 건네며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예, 과장님.”
“누가 알려 줬지? 병원장님인가?”
“아뇨, 그럴 리가요.”
“아니다? 그럼, 김무성 선생이 알려 줬나?”
“차관님, 아니 사회수석님과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이미 친분이 있었습니다.”
“흐음.”
서경원이 얕은 침음성만 흘리자.
진혁이 말을 이어 갔다.
“증원 문제도 해명하자면……. 병원장님이 뒤에서 조종해서 뭘 어떻게 했다. 이런 말들은 전부 다 헛소문입니다.”
“그래. 그럴 분이 아니지. 바보 같은 사람이니까.”
“네?”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
대놓고 하는 험담.
이번엔 진혁의 눈이 커졌다.
‘설마 병원장님이…….’
“혹시 병원장님을 찾아가셨습니까?”
“찾아갔었지.”
“거절하셨군요.”
“병원 차원에서 움직일 수 없다고 하더군. 김무성 선생을 불러다 놓고 말하는 것도 싫다고 하셨고.”
“배신감이 크셨겠군요.”
서경원이 대답 없이 낚싯대를 잡았다.
찌가 물 밑으로 사라졌다가 올라오길 반복했지만, 들어 올릴 생각은 않는다.
생각이 많은 모양.
그런 그가 한참 후에 물었다.
“자네, 대체 뭐지?”
“…….”
“아직 주니어 스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근데 이건 뭐…….”
“…….”
“20년은 넘게 근무한 노련한 교수랑 얘기하는 거 같아. 알아선 안 되는 것도 알고. 몰라야 되는 것도 알고. 그 연차에 대체…….”
흘리듯 내뱉는 말.
진혁이 침묵으로 응대했다.
서신대도 원장 선거를 앞두고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거.
말할 이유도.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그저.
“어? 저도 잡혔는데요?”
미끼를 전혀 끼우지 않았는데 갑자기 움직이는 찌를 보며 소리칠 뿐이다.
월척.
월척이었다.
* * *
평소에는 비품실로 쓰는 창고 같은 곳.
그러니까 아는 사람만 아는 짱박혀서 잘 수 있는 공간.
어느새 선거 본부처럼 꾸며진 곳에서 우용만이 되물었다.
“병리과랑 마취과도 넘어갔다?”
“예.”
“그리고 또?”
“임상약리학과장님 또한 넘어간 지 오래라고 합니다.”
우용만이 대답 없이 필기했다.
병리과.
마취과.
임상약리학과.
이젠 재활의학과와 성형외과만 부러트리면 된다고 여겼건만.
배신자가 더 있었다.
서경원이 말해 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한 것이다. 배신할 가능성이 없다고 여긴 과니까.
“병리과는…….”
“거긴…….”
“그럼, 이렇게…….”
“아니, 아니야.”
한참 계속되는 토론.
어떻게 상대를 부러트릴지.
무엇을 제시하면 될지.
괜한 공약은 아닐지.
날카로운 공방이 오갔고.
우용만과 진혁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마취과장이 왜 저러는 거 같나?”
“뭐, 인력 충원이 없었으니까요.”
“작년 하반기에만 세 명을 더 뽑았어. 충원해 줬다고.”
“부족하죠.”
“부족하다?”
“외과 계열 인력이 대폭 충원되면서 수술방을 여는 일이 훨씬 많이 늘어났으니까요.”
“그럼…….”
다시 방안을 적고 한참 토론을 한 다음.
마취과장을 만났다.
이번엔 우용만이 직접.
* * *
마취과장을 어르고 달래서 부러트린 상황.
거기에 더해 임상약리학과장 또한 부러트렸다.
그뿐이랴.
병리과장의 불만 또한 청취했고.
우용만이 또다시 쇼부를 봤다.
그렇게 내부 단속을 하고.
숨 가쁘게 움직이는 내과 계열의 선거인단.
그러니까 부재일을 필두로 한 내과 과장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사이.
망했다는 연락이 왔다.
장혁준한테서.
예상외의 결과였다.
* * *
[아, 이거 쉽지 않은데요? 이러다가 교수가 되기는커녕 죽도 밥도 안 되겠는데. 내가 독일에 있는 거, 아직 아무도 모르죠?]“왜요? 뭐가 문제인데요? 인종 차별 하는 놈이 또 있어요?”
[뭐, 그야 많이 줄었긴 한데. 일단 예산이 꽉 묶여 있어요.]“가용 예산이 없대요?”
[없대요. 독일 애들이 어떤 애들인지 알잖아요. 융통성은 하나도 없는 놈들이라고요. 불용 예산이라도 끌어서 써 보라니까 꿈쩍도 안 해요.]불용 예산을 전용하면 그만이었지만, 이 또한 안 된다는 말.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원리원칙만 따지는 사회.
진혁 또한 알고 있는 사회 분위기였다.
“반응은요? 반응은 좋았어요?”
[그럼요. 서운태 과장님이 항공 화물로 무인 수납기마저 들고 왔는데요.]“흠.”
[레퍼런스도 충분히 어필했어요. 미주에서 대형 병원 위주로 충분히 레퍼런스를 쌓았으니까, 다들 만족해했고요.]한참 계속된 대화.
머리를 굴리던 진혁이 결론을 내렸다.
“사우디 알죠? 사우디가 잘하는 거 한번 해 보죠.”
* * *
순방 한 번에 수십 조.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양해각서, 그러니까 MOU에 기반한 보도가 빵빵 터지는 사회였다.
물론 언론은 정권에 따라 때로는 수십 조의 이익을 봤다며 찬양하기도 했고.
때로는 법적 구속력이 하나도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며 욕을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시사나 정치에 관심 없는 대중이 보기에는 빛 좋은 개살구.
허니 곧바로 진혁이 전화를 했다.
“기자님, 오랜만입니다.”
또다시 한참 계속된 통화.
메이저 기자 출신이라는 강원일보 강기재와 통화한 다음 날.
곧바로 신문 보도가 쏟아졌다.
강원일보발이었다.
[아신 IT, 차세대 EMR 독일에 수출한다!] [IT 강국의 쾌거! 플라텐바우 병원 당장 도입 의사 밝혀!] [아신 병원과 아신 IT가 작심하고 만든 차세대 EMR!]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샤리테 병원! 차세대 EMR 파일럿 도입!] [파일럿 도입 의사를 밝힌 병원만 스무 개! 예상 수주액은?]단독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기사.
뒤이어 터진 보도 또한 받아쓰기가 주를 이뤘으니, 그 경향성은 비슷했다.
고작 파일럿을 한다고 밝혔을 뿐인데.
예산이 없어서 당장 도입은 어렵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말만 들었을 뿐인데.
마치 다 된 밥을 떠 놓은 것처럼 구는 언론.
당장 아신 병원의 분위기 또한 변했다.
* * *
[우와! 얘기 들었어?] [왜? 뭐가?] [샤리테 병원이면 독일에서 엄청 유명한 병원이잖아.] [이번에 새로 교환 의사 주고받기로 한 병원 아님?] [그러니까. 차세대 EMR도 도입한다고 그러고. 무인 수납기도 도입한다고 그러고. 진짜 대박이다 ㅋㅋㅋㅋ] [그게 왜 대박인데?] [아니, 우리도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거 아니냐고. 재단이 가만히 있겠냐고.]파급력을 두고 논하는 이들.
미주 지역의 대형 병원을 대상으로 EMR을 구축한 다음.
아신 IT에서 기여금 명목으로 재단에 돈을 건넸고.
다시 재단에서 병원에 재투자했다는 걸 알았던 이들이었기에 다들 광분했다.
어떻게 돈을 쓸지.
그 돈은 어디로 갈지.
한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물론.
[야야. 이건 뻥카나 다름없다고. 파일럿이야. 파일럿.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 왕자 만나고 MOU 맺는 거랑 똑같다니까!]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 또한 있었다.
실제로 수주로 이어져야 끝난다는 걸 아는 것이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상황.
다들 저마다 부푼 희망을 말했다.
한참 계속되는 수다.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까지.
전부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우용만이 재활의학과에 떴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박! 대박이야!] [왜? 환자가 또 난리 쳐? 진상 등장?]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뭐!] [우 과장님 떴다고!!] [뭐!? 또? 또 삭감이야?] [아니! 그게 아닌 거 같아! 지금 우리 과장님이랑 면담하는데?] [뭐야? ㅋㅋㅋㅋㅋ 선거 때문에? 야. 그게 되겠냐. 재활의학과잖아. 이를 갈고 있는 곳이라고.] [야! 우리 과장님 별명이 갈대야! 갈대! 쉬운 남자라고!]아니나 다를까.
계속되던 메신저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재활의학과장과 우용만이 곧바로 밖으로 나왔고.
변심했던 재활의학과장이 활짝 웃어 보이자.
또다시 메신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재활의학과 스텝이 모여 있는 회의실.
다들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체 무슨 말이 오갔는지.
어떤 쇼부를 봤는지.
왜 웃으며 우용만을 배웅했는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한참 궁금해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과장이 뒤늦게 회의실로 들어섰다.
곧.
“LA에 있는 노인 병원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하더군.”
그가 우용만이 비밀로 하자고 했던 사안을 밝혔고.
당장 회의실은 술렁였다.
노인 병원.
재활의학과 수요가 한참 많은 곳이다.
게다가 LA라면 한인 커뮤니티가 가장 큰 지역이기도 했고.
누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인수라니요? 돈은 있답니까?”
“곧 들어올 거라고 하더군. 독일 병원들 반응이 좋다던데.”
“아직 파일럿 단계입니다. 아뇨. 정확히 말씀드리면 파일럿도 시작하지 않았죠.”
“그래. 그래도 확실하다고 하더군. 언론 보도가 저렇게 됐는데 엎어지는 게 말이 되냐고도 했고.”
그 자신의 표를 오지호한테 행사하겠다는 함의.
다들 한참 말이 없다 또다시 반박했다.
그만큼 실비 공장을 깨부순 이진혁의 행태.
그리고 그의 뒷배인 오지호가 싫었기 때문.
“그래도 그걸 어떻게 믿고…….”
“흠.”
“원래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가 다른 법입니다. 공수표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공수표라…….”
“예, 이건 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소문을 내야겠지.”
“네?”
“소문을 내라고.”
“아…….”
짧은 침음성도 잠시.
곧바로 레지던트가 서류를 한 아름 든 채로 회의실로 들어왔다.
우용만이 건넸던 병원 인수 검토 자료.
배포되자마자 이를 살피던 이들이 제각기 의견을 쏟아 냈다.
“IRR(내부수익률)이 뭐죠?”
“BEP(손익분기점)는 또 뭐고…….”
“용어야 모르겠지만, 여기 적자 병원입니다. 영리법인도 아니고 비영리법인이고요.”
“비영리법인이라 인수가 쉬운 건 알겠지만, 리스크가 큽니다. 저희가 흑자로 만들라는 말 아닙니까.”
미래에 할리우드 차병원이라고 불리며 알짜배기 병원이 되는 곳이었지만.
이를 모르는 이들은 한참 고개만 갸우뚱거렸다.
이에.
“자, 경매에 부쳐 보자고. 부원장님께 한 부 건네 드리고 오지.”
재활의학과장이 별명 그대로 갈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