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54)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54화(54/388)
54화. 마지막 잎새 (3)
짧은 밤참 타임.
간식을 사 오라는 지시가 있었다.
매점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김석대가 따져 물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네?”
“아까 환자가 운 거 말입니다.”
“말씀드리려면 조금 길어질 거 같은데. 일단 간식부터 고르시죠. 카메라도 좀 내려 놓으시고요.”
잠시 고민하던 김석대가 카메라를 내리고선 팔을 빙빙 돌렸다.
그 나름의 스트레칭이리라.
진혁이 빙긋 웃으며 카드를 흔들었다.
“법카입니다, 법카.”
“뭐,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많이 고르세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궁금증을 꾹 누른 김석대가 빠르게 움직였다.
이런저런 간식을 하나씩 챙기는 거다.
물론, 진혁도 가만있지 않았다.
다들 뭘 좋아할지 몰랐기에, 맛있을 만한 걸 대충 쓸어 담았다.
그렇게 간식거리를 고르는 사이.
김석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엔 다른 얘기였다.
“봉천동에 왜 갔는지 물어본 거 말입니다. 이 PD가 짓궂은 면이 있어서 그래요.”
“그래요?”
“그냥 어떻게 대답하는지 궁금했을 겁니다. 출연자의 심리를 알아야 한대요. 뭐, 원체 장난기가 많기도 하고요.”
제멋대로 이현아의 의도를 해석하며 옹호하는 김석대.
진혁이 쓰게 웃었다.
“장난이라고 하기엔 무섭던데요? 하도 당한 게 많아서요.”
“이 PD한테요?”
“아뇨, 다른 사람한테요.”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있어요. 그런 사람.”
강기재를 떠올린 진혁이 말을 삼켰다.
어깨를 으쓱거린 김석대가 다시 김순덕에 관한 걸 물었다.
“아까 의식 없는 환자한테 말을 걸었잖아요.”
“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말을 걸었더니 환자가 울지를 않나. 궁금해 죽겠습니다!”
“흐음.”
“카메라를 의식해서 한 건가 싶기도 하고. 뭐, 어련히 편집하겠지만, 조금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크음. 큼. 거, 참.”
너무 놀랐기에 묻는 말.
진짜 조금 그랬다.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듣고 눈물을 흘린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었고, 시청자도 납득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진혁이 소시지를 집어 들며 말했다.
“식물인간도 눈물은 흘립니다.”
“네? 식물인간도 운다고요?”
“뇌사가 아닌 이상 뇌는 살아 있으니까요.”
“!”
“청각 신경이 살아 있으면 다 들을 수 있습니다. 의식 없는 환자도 마찬가지고요. 뭐, 말초신경이 자극돼서 울었을 수도 있고요.”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보장은 없다는 말.
김석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따님한테는 반응이 없었잖아요. 왜, 이 선생님한테만 반응한 겁니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청각 신경이 살아 있는지 보려고 한 겁니까?”
“아뇨. 그건 아닙니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음. 우리나라만큼 보호자가 환자 옆을 지키는 나라도 별로 없을 겁니다.”
“대답이 조금 이상한데요.”
뜬금없는 대답으로 들린 모양.
진혁이 희게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간병인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누군가 옆에 있길 바라죠.”
“외국도 똑같은 거 아닙니까.”
“아뇨, 유독 심합니다.”
“그래요?”
“네, 누군가가 옆에 상주하면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요구 사항이 있으면 의료진한테 전달하려는 심리가 강합니다.”
“흐음.”
“사실, 이게 환자한테도 그렇고 보호자한테도 그렇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행위거든요. 잠시만요.”
진혁이 빠르게 계산한 뒤, 비닐봉지를 챙겨 들었다.
잠시 진혁이 했던 말을 곱씹던 김석대가 말했다.
“외국인들이 봤을 땐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 떠는 거 같겠지만, 실제로는 그 행동이 도움된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근데 사실 일반 병실보다 중환자실이 진짜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곳인데요.”
“…….”
“뭐, 아시겠지만 ICU는 감염 위험 때문에 보호자의 접근이 차단돼 있습니다. 그러니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격려나 응원 같은 걸 해 줄 수 없고요.”
“손이나 다리를 주무르고 머리를 쓰다듬는…… 뭐 그런 거 말씀하시는 거죠? 통상 보호자들이 그렇게들 많이 하잖아요.”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피부 접촉, 그러니까 촉각을 통한 간접 교류죠.”
“환자한테 말을 거는 것도 그럼…….”
“청각을 통한 간접 교류입니다. 뭐, 환자도 환자지만, 보호자도 교감을 통해 안심할 수 있어 추천하는 행위입니다.”
“결국, 일부러 말을 걸었다는 거군요. 보호자처럼요.”
“네, 보호자를 대신해 환자와 교류해 본 겁니다. 사정이 너무 딱하기도 했고.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기도 했고요.”
“!”
진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석대가 초코파이를 욱여넣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삼킨다.
뜬금없는 행동.
놀랄 틈도 없이.
김석대가 말했다.
“한 번만 더 합시다.”
“다시 말해 달라고요?”
“네, 아까 그 장면이랑 지금 이 장면이랑 같이 따야 시청자가 납득할 겁니다.”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카메라를 어깨에 들쳐메는 김석대.
진혁이 당황한 낯빛을 띠었다.
방송을 의식하고 한 일이 아니거늘.
잊고 있었지만, 카메라 감독도 방송인이었다.
* * *
어색한 표정으로 NG가 나길 수차례.
진혁은 뜻하지 않게 곤욕을 치러야 했다.
‘아, 방송이랑은 진짜 안 맞는다.’
뭔가 결이 다른 느낌이었으니, 어찌 그러지 않을까.
유명해져야 했지만, 방송 말고도 생각해 둔 계획이 있었다.
그렇게 맥이 빠져 EICU로 돌아가는 길.
의자에 쭈그려 앉은 김수현이 보였다.
그녀에게 다가간 진혁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아직 안 가셨습니까. 일찍 출근하신다면서요. 새벽인데 주무시기라도 하셔야죠.”
“혹시 아빠는…….”
“아직 잘 버티고 계세요.”
“정말요? 진짜 괜찮은 거죠?”
“네, 아직 괜찮습니다.”
진혁이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김수현의 눈동자는 여전히 떨렸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니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거다.
중환자실은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일반 병동과 다른 곳.
보호자들이 무력감에 시달리는 곳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결혼식장에 꼭 손잡고 들어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거짓말 같겠지만, 눈물도 흘리셨고요.”
“정, 정말요?”
“그럼요. 그렇죠 감독님?”
“저도 봤습니다. 다 알아들으신 게 분명하고요. 눈물까지 보이셨으니까요.”
김석대까지 위로를 건네자, 진혁이 말을 이어 갔다.
“보호자분도 아버님을 믿으셔야 합니다.”
다시 한번 그녀를 격려했지만, 김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완전히 잠식된 것 같았다.
이는 보호자가 먼저 환자의 미래를 단정하는 꼴.
진혁이 밖을 가리켰다.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산책이라도 하시면서 바람이라도 쐬고 오세요. 별관과 신관 사이에 정원이 있습니다.”
“거긴 왜…….”
“거기 가시면 사철나무가 많아요. 잎을 보시면 조금 마음이 놓이실 겁니다.”
진혁의 말에 김수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로 내키지 않는 거다.
하지만, 진혁이 재차 권유했다.
서신대에서 우울감에 시달렸던 보호자한테 써먹었던 방법.
효과가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잎은 파릇파릇한데도 금방 떨어지고, 어떤 잎은 갈색으로 변했는데도 끝까지 안 떨어집니다. 가서 보시면 아실 겁니다.”
“…….”
“사실, 우리네 인생도 그래요. 한창나이에 죽는 경우도 있고, 죽을 나이가 됐는데도 장수하는 경우가 있죠.”
“!”
“갈 때가 돼서 간다. 죽을 때가 됐다. 고비를 넘기지 못할 거다. 이젠 끝이다. 이런 생각은 떨쳐 버리세요. 그런 건 없습니다.”
김수현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말.
의사의 격려와 지지만큼 힘이 되는 일도 없기에, 진혁이 말을 이어 갔다.
“보호자가 먼저 포기해선 안 됩니다. 환자도 지금 병마와 싸우고 있을 겁니다.”
* * *
잠시 후.
김수현이 힘없이 밖으로 향했다.
진혁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었다.
무슨 말인지 머리로는 이해됐지만, 가슴으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답답함을 털어 버리려 움직인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김석대는 달랐다.
그는 진혁의 말이 맞는지 진짜 궁금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 * *
김수현은 죄책감에 괴롭기만 했다.
엄마를 일찍 떠나보냈기에 아빠마저 잃을 순 없다며 애원했지만, 사실 자신은 죄인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
문제가 있었다.
항상 그렇듯 돈 문제였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사정이 생겨서 그래.”
“무슨 사정! 빚이 생겼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니까!”
“정말 급하다고 해서 보증을 서 줬는데, 그게…….”
한참 상황을 설명하는 김순덕.
빚이 2억이란다.
자신이 맡겼던 천만 원까지 다 날렸단다.
도합 2억 1천.
너무도 큰돈이었다.
친구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집.
뉴스에서만 보던 안타까운 사연이 제 일이 돼 버렸다.
“아악! 진짜 뭐야!”
“수현아!”
“나는 어떻게 결혼하라고! 왜 내가 모은 돈까지 준 건데!!”
“일단 다른 사람한테 빌려 보고 있거든.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줘.”
“몰라! 모른다고!”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빠.
그런 그에게 역정을 냈다.
모든 게 아빠 때문이라며.
무능한 아빠 때문이라며 삿대질을 했다.
“나도 남들만큼 하고 싶었다고! 혼수도 하고, 예단도 하고 싶었단 말이야! 엄마 없이 컸다고 무시당하지 않게, 할 건 하고 싶었다고!”
“!”
“하지만, 참았어! 왜? 돈이 없으니까! 그래서 꾹 참았다고! 근데 내가 모은 돈을 아빠가 빌려주면 어떻게 해!! 아니, 그보다 빚은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든 해 볼게.”
“두 달 후면 결혼식이야!! 이제 와서 어쩌자고!!”
“수현아.”
“해결해! 당장 해결하란 말이야! 흐윽…….”
“미, 미안하다. 미안해.”
아빠는 연신 사과를 했다.
사실 그 누구보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으리라.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소리 지르고.
화내고.
분노를 터트렸다.
그깟 돈이 뭐라고 그랬단 말인가.
왜 그렇게 몰아붙였단 말인가.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정말 철없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지금, 제 행동이 떠올라 마음이 아렸다.
가슴이 옥죄어 숨도 쉴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빚 때문에 직장도 때려치우지 못하는 제 처지도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 * *
한참 기운 없이 걸어가고 있을 때.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별관과 신관 사이에 조성된 그저 그런 공간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었기에, 거짓말쟁이한테 속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수현은 사철나무를 찾았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거 같았으니까.
수현의 시선이 나무를 향했다.
아직 날씨가 쌀쌀했지만, 울창한 잎을 자랑하는 큰 나무였다.
그러다 곧.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젊은 의사가 말했던 것들을 볼 수 없었고 느낄 수도 없었다.
늘상 보던 그저 그런 나무를 보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왜 보라고 했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평범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수현의 몸이 움찔거렸다.
어스름한 새벽녘이 내뿜는 햇빛과 조명에 비친 잎이 전부 푸르러 보였건만.
진혁이 말했던 잎이 보였다.
그건 푸르른 잎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는 갈변한 잎이었다.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
주변이 너무 습해서.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여러 이유로 갈변한 잎.
누가 들으면 개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늙어 가고 아파하는 우리네 인생이 녹아 있었다.
고난, 시련, 고통, 아픔.
삶을 살면서 겪는 풍파.
다들 힘든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삶을 지탱하기 위해.
저 나뭇잎처럼 계속 붙어 있으려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아빠도 지금 병마와 싸우며 꿋꿋이 버티고 있을 게 분명했고.
급작스러운 사고로 바래 버렸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
결혼을 앞둔 딸자식을 위해.
생을 앗아가려는 병마와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현이 다시 한번 젊은 의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어떤 잎은 파릇파릇한데도 금방 떨어지고, 어떤 잎은 갈색으로 변했는데도 끝까지 안 떨어집니다. 가서 보시면 아실 겁니다.
– 사실, 우리네 인생도 그래요. 한창나이에 죽는 경우도 있고, 죽을 나이가 됐는데 장수하는 경우도 있죠.
– 갈 때가 돼서 간다. 죽을 때가 됐다. 고비를 넘기지 못할 거다. 이젠 끝이다. 이런 생각은 떨쳐 버리세요. 그런 건 없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로 귀결됐던 조언.
눈으로 직접 보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됐다.
그래, 절대 포기해선 안 됐다.
아빠도 싸우고 있을 텐데.
그 자신이 먼저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안 됐다.
그렇게 굳은 결심을 할 때였다.
갑자기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신관과 별관 사이로 빌딩풍이 불며 거센 바람이 불어닥쳤다.
쏴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린다.
푸른 잎도.
갈변한 잎도.
전부.
맹렬히 흔들린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떨리는 갈변한 잎.
그 모습이 아빠를 닮아 보였기에,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안 돼!!”
하지만, 속절없는 외침.
잎이 허공에 흩날린다.
갈변한 잎도,
푸르른 잎도.
하늘을 수놓기 바쁘다.
가끔 외풍에 꺾여 버리는 우리네 인생처럼 그들도 바람에 굴복해 나이와 상관없이 결국 꺾인 거다.
쏴아아아아아.
우수수수.
수많은 잎이 바닥을 적신다.
멍한 표정을 짓던 수현이 다시 고개를 들어 나무를 바라봤다.
어느새 빌딩풍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탄식을 토해 냈다.
“아……!!”
갈변한 잎이 전부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아직 남아 있는 게 있었다.
힘없이 매달려 있지만,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잎.
그건 완전히 바래 버린 잎이었다.
심정지가 왔지만, 여전히 병마와 투쟁하는 아빠처럼 말이다.
김수현이 쓰러지듯 무너져 내렸다.
“아빠,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발…… 죄송하다고 말하게 해 주세요. 제발요.”
젊은 의사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그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였다.
* * *
짧은 간식 타임.
게 눈 감추듯 간식을 흡입한다.
이어지는 건 액팅.
잠깐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로딩이 걸릴 정도로 업무가 쌓여 있었다.
어느 정도 액팅을 쳐 내고 숨을 고를 때.
등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어쭈. 우리 막내가 말이야. 아주 액팅이 능숙하단 말이지. 누가 보면 레지던트인 줄 알겠어?! 어!”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
막내라는 호칭까지.
진혁의 고개가 휙 하니 돌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CS 부교수인 한동수가 자신을 흘겨보고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눈빛과 얼굴.
면접장 때 봤던 그 표정을 하고서.
“뭐지? 이 떨떠름한 반응은? 어!? 별로 반기지 않는 거 같은데?”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진혁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목표는 정했지만, 아직 어떤 과로 갈지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한동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먹고 싶단 말이야.”
“네?”
“배가 고프다고. 무슨 말인지 몰라?”
“간식이라도 드릴까요?”
“아니, 너 말이야. 너.”
“!!”
진혁의 눈이 커졌다.
아니, 막내라면서요.
갑자기 왜 간식이 됐는데요.
아, 낭중지추(송곳)가 아니라 낭중지사(사탕)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