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81)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81화(81/388)
81화. 잡았다. 요놈! (1)
진혁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얼마나 빨리 밟으셨길래…….”
“동해가 아니라 강릉에서 왔습니다. 이야~! 우리 이 선생님, 아주 훤칠하십니다.”
“훤칠하긴요.”
“캬아. 아주 의리남이셔.”
호들갑을 떠는 강기재.
그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그와 동행한 기자가 커피를 주문하러 갔다.
“혹시 이현아 PD 동생입니까?”
“왜요? 관심 있습니까?”
“네?”
“소개해 줄까요? 아직 솔로입니다, 솔로.”
여전한 강기재의 반응.
진혁이 혀를 차던 찰나.
이현정이 돌아와 인사를 건넸다.
“언니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이현정입니다.”
“아,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던가요?”
“음, 그게…….”
그냥 의례적으로 한 말.
대답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역시 언론인들과는 핀트가 안 맞았다.
* * *
곧, 강기재의 취재 아닌 취재가 시작됐다.
“진영국 씨한테 공개 검증을 제안했다고 들었습니다. 허락은 받고 한 겁니까?”
“당연히 허락을 받고 움직였지요. 병원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래요? 근데 왜 이진혁 선생이 직접 나선 겁니까? 병원장님 지시를 받기에는 자격이 안 되지 않습니까.”
“…….”
“사정이 너무 딱해 정의감이 앞섰다는 거군요. 야, 이현정. 똑바로 적어.”
“와!! 노트북이나 사 주고 말해요!!”
“내가 언론사 사주냐? 사장님한테 말해!!”
구시렁대며 수첩에 휘갈기는 이현정.
그녀를 타박하는 강기재까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소설을 쓰고 있었다.
진혁이 혀를 차던 찰나.
강기재가 훅 들어왔다.
“혹시 겁나지는 않았습니까? 신경외과에서 반발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건, 음…….”
“환자의 딱한 사정이 걱정돼 다른 과의 반발은 무시한 거군요.”
“허락받고 움직인 겁니다.”
허락도 없이 움직였다고 토로할 순 없는 일.
거짓말을 늘어놓기 무섭게 강기재가 되물었다.
“혹시 위에 직접 보고하고 공개 검증을 하자고 설득한 건 아닙니까?”
“네?”
“역시. 정의감 때문에 윗선까지 직접 설득한 거군요. 야, 잘 적고 있지?”
“아니. 제가 말한다고 해서 윗분들이 들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저는 고작 인턴인데요.”
“역시!! 우리 이진혁 선생의 진심에 감동한 윗분들이 움직인 거군요.”
질문 순서도 엉망일뿐더러 각색, 재해석, 왜곡까지 덧칠한다.
가족이고 뭐고 원수가 따로 없었다.
* * *
그 시각, 이현아는 잔뜩 뿔나 있었다.
이현정의 연락으로, 진혁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문자는 씹고 기자랑 인터뷰는 해!?”
“아, 쫌. 그만좀 투덜거려요!”
“내가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야, 정아름. 이게 말이 돼? 내 전화는 씹고 지금 동생이랑 인터뷰를 하고 있다잖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툴툴거리는 이현아.
정아름이 혀를 찼다.
“그렇게 구시렁대지만 말고 동생한테 연락해 보든가요.”
“동생한테? 이진혁이 아니라?”
“네, 이진혁 선생님은 전화기 꺼 놨다면서요.”
“아니, 내 동생 전화는 받았다니까?”
“동생이 아니라 사수 전화를 받은 거라면서요. 그리고 가족이 됐다면서 왜 자꾸 가족을 넘보는 건데요.”
“넘봐? 내가 뭘 넘봐?”
정아름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했네. 반했어.”
“뭐?”
“이 선생님한테 반했다고요.”
“아니거든?”
“인정 못 하는 모습이 딱이네. 딱. 맨날 쉬운 남자는 재미없다고 하더니, 임자 만났네요.”
이현아를 놀린 정아름이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누군가에게 문자를 했다.
[자기~ 지금도 일하고 있어?]곧바로 오는 답장.
[응. 자기~! 오늘도 응급실이 많이 바쁘네.] [이진혁 선생님은 퇴근했던데?] [기자들이 너무 달라붙어서 강제 퇴근 당했어.] [난 또 우리 자기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지.]지목 게임에선 진혁을 가리켰던 정아름.
그녀는 벌써 장혁준으로 갈아탄 상태였다.
단둘이 한 번 더 만났던 그날.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 * *
다음 날 아침.
원주 버스 터미널 인근 여관.
진혁이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인터뷰를 하다 시간이 늦기도 했고, 부모님도 여행을 가셨기에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한데,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딱딱한 바닥에서 자서 그런 게 아니었다.
강기재와 인터뷰를 해서 그런 게 분명했다.
‘뭔가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든단 말이지.’
유명해져야 했지만, 인터뷰를 하는 건 내키지 않는 상황.
뭔가 거부감이 들었다.
어쩌면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일이라 더 피곤한지도 몰랐다.
나직이 혀를 찬 진혁이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아침을 대충 간식으로 때우려던 찰나.
매점 앞에 있는 신문 가판대가 보였다.
[아신 병원, 의료분쟁 조정중재원 설립한다.] [극적인 합의, 처음부터 제안했다.] [기자에게 일갈한 이진혁. 그는 누구인가.] [응급실 사람들, 되레 날개를 달다.] [재단 창립 이념을 따를 뿐! 아신 재단!]병원과 진혁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찬 신문.
조간신문은 어느새 기조를 바꿔 아신 병원을 찬양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사를 훑어보며 한참 서 있자 매점 아줌마의 노성이 들려왔다.
“저기요!”
“네?”
“신문을 읽을 거면 돈 내고 읽어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아, 죄송합니다.”
“아니, 진짜. 이런 사람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어!?”
“?”
“어어어어!!!”
매점 아줌마와 눈이 마주친 진혁이 당황해했다.
그녀가 자신을 알아봤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탓이다.
“어머, 이게 웬일이야!! 이진혁 선생님 아니셔요?”
“맞습니다.”
“어머! 어머! 이게 웬일이래!!”
호들갑을 떠는 그녀.
신문을 뽑아 내밀기까지 했다.
진혁이 급하게 지갑을 꺼내 들었다.
“여깄습니다.”
“에이, 됐어요. 됐어.”
“아, 아닙니다.”
“아이, 됐다니까. 좋은 일 많이 하세요! 지금처럼만 하시라고요! 호호호.”
한사코 돈을 받기를 거부하는 그녀.
새삼 유명해진 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진혁은 억지로 신문 뭉치를 받아 든 뒤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마음 변치 말고 꼭 훌륭한 의사 선생님 되세요!! 호호.”
“넵!”
“잠깐, 음료수도 먹고 가요.”
“아, 아닙니다.”
“아이, 참! 내가 챙겨 주고 싶어서 그래.”
그녀가 매점 안쪽에 있는 냉장고에서 음료수까지 꺼내려 하자 진혁이 도망치듯 움직였다.
여기서 더 있다가는 뭘 더 챙겨 줄지 몰랐다.
급하게 들어온 대합실.
진혁의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조용히 살고 싶다는 꿈은 포기한 지 오래였건만, 이 또한 그리 나쁘지 않았다.
* * *
버스는 아직 오지 않은 상황.
대합실에서 신문을 읽던 진혁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강기재가 쓴 기사 때문이었다.
[무서웠습니다.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해야 했습니다.] [외면할 수 없었던 백의의 천사, 이진혁.] [저도 부모님이 있습니다!]‘짧고, 간결하게, 핵심만.’이라는 기본 규칙조차 어기고 뽑은 타이틀.
강기재가 친 양념까지 더해져 혀가 데일 정도로 얼얼했다.
계속해서 읽어 내려간 기사.
이번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자신을 무슨 정의를 지키는 사도처럼 묘사했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전부 자신이 해결했다고 여길 판.
모든 걸 설계했다고 여기리라.
과장과 왜곡이 가득한 기사는 그만큼 정도가 심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발신인도 알 수 없는 전화.
기자가 전화한 게 분명했기에 진혁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번호를 유출한 그놈부터 잡는 게 급선무였다.
* * *
다시 돌아온 집.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님이 당장 진혁을 반겼다.
“아이고, 우리 아들. 장하다, 장해.”
“고생했다.”
연신 자신의 등을 쓰다듬는 어머니.
그리고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지는 아버지.
고생했다는 말과 달리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의료 소송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아들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한 것만으로도 마음고생을 한 게 분명했다.
‘전화 통화를 했을 때는 괜찮아 보이셨는데, 아니었던 건가.’
진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부모님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졌기에, 가슴이 아렸다.
사실 걱정됐으리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전전긍긍했으리라.
걱정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어디 부모님의 마음이 그러하던가.
남몰래 속앓이했을 게 분명했다.
뜻하지 않게 부모님을 걱정시킨 상황.
일이 잘 풀렸으니 망정이지 자칫 큰 짐을 안겨 드릴 뻔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과 얼마 전에 굳게 다짐했건만, 갑자기 인간적인 고뇌가 몰아친다.
이 길이 맞는 걸까?
과연 할 수 있을까?
괜스레 마음이 흔들린다.
누가 보면 줏대 없다고 할 수 있었지만, 어쩌면 인간이라서 그런건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후회와 다짐을 반복하는 게 사람이지 않던가.
‘어머니, 제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거겠죠?’
진혁이 아무 말 없이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바라봤다.
표정이 안 좋은 게 티가 났을까.
아버지가 말했다.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아?”
“너무 바쁜 거 같아서요.”
“음?”
“엄마랑 아빠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지만, 부모님의 반응은 달랐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어.”
“그래, 젊을 때는 원래 그런 거야. 지금 고생해야, 늙어서 고생하지 않는 법이다.”
힘들어서 하는 말인 줄 아는 부모님.
그들의 말에 진혁이 투정을 부리려고 했다.
사실, 이건 어쩌면…….
그래, 인생 2회차인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몰랐다.
부모님을 잃어 보지 않는 이들은 낯부끄럽다며 하지 않는 말일 테니까.
당장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니까.
“그래도요. 엄마랑 아빠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요. 엄마랑 아빠도 점점 나이를 먹잖아요.”
“그게 뭐?”
“저는 그게 싫어요.”
부모님 앞에서니 절로 어려지는 말투.
그런 진혁을 두고 아버지가 말했다.
“원래 누구나 다 그런 법이야. 안 늙는 사람도 있다니?”
“그래도 조금 더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고 아쉬워서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는 그럴 수도 없잖아요.”
뭔가 부끄러운 고백.
진혁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영 아니었다.
“아빠도 아빠의 삶이 있어. 흐음.”
“어머, 얘가 진짜. 20년 넘게 키워 줬으면 됐지!! 엄마도 이제 자유라고. 자유!”
당황한 진혁이 질척거렸다.
“아니, 그래도 같이 시간을 좀.”
말을 채 이어가기도 전에, 어머니가 막아섰다.
“남들은 자식들이 독립해서 편하게 산다는데! 이제 밥 차려 주는 것도 귀찮아.”
순간 진혁이 할 말을 잃어 했다.
부모님의 심정이 이해되면서도 허탈했기 때문이다.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시기인 노년.
그 안에 자신은 없었다.
어쩌면 부모님도 각자의 삶이 있는 게 당연했다.
자신은 그걸 몰랐던 것뿐이다.
허탈했다.
허무했다.
아니, 뭔가 아쉬웠다.
진혁이 침묵하자, 부모님이 한마디씩 하셨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우리를 위한 게 아니야. 엄마 아빠는 지금처럼 우리 아들이 환자를 위해 열심히 사는 모습, 그 모습을 방송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좋아.”
“그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지금은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달려가야 하는 거야!”
서로 간의 마음이 달랐다.
아니, 어쩌면 부모님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아들이 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지도 몰랐다.
그게 부모님의 마음일 테니까.
뒤늦은 깨달음에 허탈하게 웃고 있을 때, 아버지가 말했다.
“여보, 나 바로 출근할게.”
“어머, 나도 일이 있어서.”
어제 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곧장 출근하는 아버지.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는 어머니까지.
진혁은 말없이 그들을 훔쳤다.
‘어머니, 아버지. 지켜봐 주세요. 잘하겠습니다.’
* * *
기자들이 몰린다는 이유로 쫓겨난 ER.
꿀맛 같은 휴식이 이어 진다.
안정될 때까지 오지 말라고 했으니, 휴가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이번 일을 잘 해결했다는 공을 인정받은 포상 휴가일지도 몰랐다.
잠을 끝없이 잔 뒤, 진혁은 헬스장으로 향했다.
욕심이 많은 만큼 체력을 다지고,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운동할 생각이었다.
하루 1시간.
건강에도 좋고, 체력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운동을 하면 더 지친다고도 하지만, 한 달만 해 보면 몸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으니, 어찌하지 않을까.
운동을 한 뒤 카페도 들러 커피도 마시고, 산책도 했다.
일종의 리프레시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집은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다들 주무시는 건가.’
습관적으로 불을 켠 뒤 고개를 돌렸건만, 식탁에서 엎드려서 자고 있는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안방에서 주무시지 않고 왜…….’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가기 무섭게.
어머니 옆에 놓인 낯선 서류뭉치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 확인한 진혁의 눈이 잘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