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87)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87화(87/388)
87화. 잡았다. 요놈! (7)
티타임에 참석한 이들의 분위기는 좋았다.
“감사합니다. 병원장님.”
“아아, 감사 인사는 됐습니다. 우리 전 과장님이야말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고생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 모든 게 병원장님께서 신경 써 주신 덕분입니다.”
NS 과장 전경태는 연신 오지호의 비위를 맞췄다.
공개 검증에 반발했던 때와 반응이 180도 달라질 만큼 이번 예산안의 통과는 값진 것이었다.
흐뭇한 표정의 그를 보며 오지호가 턱을 쓸어내렸다.
“그건 그렇고 준비는 전부 끝나셨습니까?”
“당장 내일이 공개 검증이지 않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뒷말이 없어야 합니다.”
“염려 놓으시지요.”
“허허, 어련히 잘하시겠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긴 합니다.”
“차트를 밀어 넣은 걸 말씀하시는 거군요.”
순간 전경태의 미간이 좁아졌다.
안 그래도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리던 터였다.
그 모습에 오지호가 싱긋거렸다.
“부원장에게 따로 언질을 하지요.”
“언론에 흘릴까 봐 그러시는 겁니까?”
“그럴 리야 없겠지만, 주의를 주긴 줘야겠지요. 뭐, 이번 일도 있으니 어쩌지는 못할 겁니다.”
“이번 일과 엮으시려는 거군요.”
“엄밀히 따지면 내부 고발 아닙니까. 이사장님이 그런 행동을 절대 묵과할 리 없지요.”
“허허, 그렇긴 하지요.”
진혁의 뒤를 캔 박태준의 행동이나 언론에 NS에서 차트를 밀어 넣었다고 흘리는 행동이나 도긴개긴이라는 말.
둘 다 이사장이 원하는 행태는 아니었다.
이번엔 오지호가 고개를 돌려 박영진을 바라봤다.
“우리 박 과장님은 단속 좀 하셔야겠습니다.”
“안 그래도 이 선생한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오는 길입니다.”
“암요, 암요. 그래야지요. 때로는 채찍도 들고, 혼도 내고, 달래기도 하고 그래야지요.”
“뭐,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각별히 챙기겠습니다.”
아직은 26살인 이진혁.
다이아몬드 원석인 그를 잘 다듬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박영진이 화제를 돌렸다.
“이제 기획안대로 추진만 하면 되겠습니다.”
“아아, 그래야지요. 한데, 이미 CS가 방송에 나왔더군요.”
“다음 편은 GS 차례가 아니겠습니까?”
“허허, 그렇습니까?”
“포장을 이쁘게 해 보겠습니다.”
“그리만 된다면야 더할 바가 없지요. 안 그래도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까.”
“뭐, 반짝한 거겠지만 이대로만 가 준다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박영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지호가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하지만, 곧.
그가 미련이 가득 담긴 말을 했다.
“우리 이 선생 손이 참 빠르더이다.”
“아아, 안 그래도 저도 보고 놀랐습니다.”
“써전을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뭐, 이 선생이 아직 마음을 못 정한 모양입니다.”
“정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손놀림만 봐서는 영락없이 써전입니다, 써전.”
GS로 데려오고 싶다는 함의.
박영진이 곧장 이를 방어했다.
“뭐, 편집의 힘이 아니겠습니까.”
“허허, 편집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까 방송이지요.”
“이러다가 우리 이 선생이 경진대회에서도 1등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오지호는 진혁을 칭찬하고, 박영진은 진혁을 깎아내리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됐다.
인재는 누구나 탐내는 법이다.
* * *
진혁을 두고 다투는 상황.
전경태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예산안의 통과로 오지호에게 섭섭한 건 없었지만, 이진혁에 대한 감정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참으로 신기하더군요.”
“?”
“뭔 놈의 인턴이 오더도 안 받고 액팅을 그리한답니까?”
날카로운 전경태의 지적.
안 그래도 그 부분을 걸려 하던 박영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편집을 했겠지요.”
“편집이 너무 과한 듯싶습니다만.”
“허허, 우리 전 과장님이 아직 감정이 남아 있으신가 봅니다.”
“뭐, 감정이라고 할 것까지야 있겠습니까. 공명심이 넘쳐 사고를 칠까 싶어 드리는 말씀이지요.”
계속되는 전경태의 공격.
박영진의 미간이 무섭게 꿈틀거렸다.
* * *
거대한 병원 규모만큼이나 의료진들의 숫자가 많은 아신 병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은 빠르게 돌았다.
“뭐야, 그럼 둘 다 징계를 안 한다는 거야?”
“박태준 선생은 괜히 엮인 거 아니야. 막말로 위에서 시켜서 했을 텐데 무슨 죄냐고.”
“내 말이.”
“와, 그런데 이진혁도 대단하긴 하다.”
“시청률이 저렇게 나왔는데 건드릴 수나 있겠어? 18%가 넘었다잖아.”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야! 무슨 인턴이 OP(수술)에서 그렇게 잘할 수가 있냐고.”
“뭐, 편집한 거겠지.”
“에이, 그게 말이 돼?”
진혁을 두고 시끄럽게 떠드는 이들.
고작 인턴 주제에 그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 * *
그 시각, 오태상의 얼굴은 죽어 가고 있었다.
멘탈?
멘탈은 나간 지 오래였다.
하지만, 간신히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긴급 운영회의에서 이진혁에 대한 징계가 열린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래, 그건 한 줄기 희망 같은 거였다.
하지만.
‘어떻게 다 빠져나가는 건데!’
이번에도 살아남았단다.
아니, 되레 박태준이 날아갈 뻔했단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날아갈 지경이었다.
‘큰일이다, 큰일이야. 과장님이…….’
전전긍긍하며 분위기를 살피던 찰나.
티타임을 마치고 돌아온 박영진이 경증처치구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태상이 떨떠름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지만, 박영진의 표정이 싸늘하기만 했다.
‘망했어. 망했다고. 역시 말리그를 상대하는 게 아니었다고.’
그렇게 오태상이 곧 닥쳐올 미래에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을 때.
박영진이 자신에게 달려온 김상혁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뭘 지시하는 거지?’
의문도 잠시.
곧 김상혁이 차트를 출력하기 시작했다.
한두 건이 아니라 상당한 양이었다.
그 모습에 오태상이 얼빠진 얼굴을 했다.
‘혹시 이진혁이 액팅한 걸 전부 보려고?’
수기로 작성한 차트를 다 전산에 등록한 상황.
차트가 궁금했다면 EMR(전자 의무 기록)에 접속한 다음 클릭하면 그만이었다.
출력까지 한다는 건 제대로 검토하겠다는 말.
얼빠진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던 오태상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 갔다.
바쁘디바쁜 박영진이 저럴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사단이 난 게 분명했다.
‘끝이다. 이제 끝이야!’
완전히 멘탈이 바스러진 상황.
오태상은 소리 없는 비명을 계속 내질렀다.
진짜 끝난 것이다.
이젠 방법이 없었다.
그때, 김현수가 달려와 고했다.
“오 선생님.”
“왜, 왜요?”
“48세, 남환, 업도미널 페인(Abdominal Pain, 복통)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입니다. 아까 보고드리고 안티(항생제) 슈팅했는데, 피버(열)가 잡히지 않습니다. 그게…….”
김현수가 미숙한 노티를 이어 가자, 오태상이 말을 끊었다.
지금 환자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이따가 체크할게요.”
“저 그게…….”
“이따가 체크한다고요!”
“23번 베드입니다.”
“알겠으니까 가 봐요.”
손을 휘저어 김현수를 쫓아낸 오태상.
그는 여전히 겁먹은 얼굴로 출력물을 정리하는 김상혁을 바라보느라 바빴다.
곧 과장실로 향하는 김상혁.
그 모습에 오태상은 앞이 캄캄했다.
사실 억울했다.
원래 물감을 전부 섞으면 검은색이 되는 법.
조직에 들어와 섞이지 않는 이진혁 같은 놈은 그저 이물질일 뿐이었다.
한데, 이물질을 처리하려던 자신이 되레 나가리 될 판이었다.
* * *
잠시 후.
박영진을 만나고 온 게 분명해 보이는 이진혁이 오태상을 찾았다.
벌써 두 번째 박영진을 만나고 온 이진혁.
사형집행관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오 선생님.”
“왜, 왜요.”
“과장님이 찾으십니다.”
“아…….”
오태상이 탄식했다.
뭔가 묘한 눈길을 하는 이진혁.
이놈이 다 말한 게 틀림없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왔다.
“히끅. 끕.”
앞이 보이질 않았다.
* * *
박영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오 선생.”
“예, 과장님.”
“나한테 할 말 없나?”
“죄,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지?”
“그, 그게.”
순간 오태상의 뇌리에 수없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이진혁이 다녀간 상황.
통할 리가 없었다.
“처신을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좀 더 신경 써. 알았나?”
“예?”
“이 선생한테 좀 더 신경 쓰라고.”
“알, 알겠습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
오태상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영진이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상황.
이진혁을 불러 물어봤더니 아니란다.
편집한 거 같단다.
거기에 더해, 김지연 간호사도 오태상이 오더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것이다.
* * *
오태상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진혁이 나를 커버 쳤다고? 대체 왜?’
의문을 가지기도 잠시.
뒤따라 나온 김상혁이 그의 어깨를 쳤다.
“태상아, 일단 얘기 좀 하자.”
“네, 네.”
정신없이 따라간 흡연장.
장례식장 옆에 다다르자 김상혁이 곧장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한테 할 말 없냐.”
“죄송합니다.”
“처음부터 죄송할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정말 죄송합니다.”
“진혁이한테 미리 안 말해 놨으면, 너 그냥 끝날 뻔했다. 분원으로 쫓겨날 뻔했다고.”
“아…….”
오태상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진혁이 자신을 커버 친 이유.
그건 전부 김상혁 때문이었다.
“내가 방치하지 말라고 했지. 근데 그냥 자유롭게 액팅하라고 오히려 부추겨?”
“죄,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예민한 상황인 거 몰라?”
“…….”
“방송 끝날 때까지만 조용히 있자. 어때, 할 수 있겠어?”
“그, 그게…….”
위기는 일단 넘겼지만, 자신이 없었다.
말리그를 더 상대하라니,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담당 구역을 바꿔 주시는 건…….”
“이게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
“과장님이 왜 그냥 넘어가신 줄 알아? 촬영 중이니까 그냥 알면서도 넘어가신 거야. 괜히 잡음이 생길까 봐 그냥 넘어간 거라고!”
“!”
“어차피 진혁이가 한 처치에 문제도 없었잖아. 걔가 평범하지 않은 건 너도 알 테고. 그냥 적당히 챙기는 척이라도 하라고. 이제 와서 구역을 바꾸면 너무 티 난다니까!!”
더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라는 말.
오태상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그 시각.
소화기내과 과장실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바이스(R3) 레지던트 박태준과 소화기내과장이 그 원인이었다.
곧, 적막을 깨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짜아악-.
짜악-.
연이어서 들려오는 소리.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박태준이 곧장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과장님.”
“죄송?”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네놈이 일을 다 망쳤어!”
“!”
“공중전화로 하거나 내선 전화기를 이용하면 될 일을 핸드폰으로 해!”
“죄송합니다.”
소화기내과장이 얼굴을 풀지 않자 박태준이 무릎을 꿇었다.
뺨을 맞은 거?
어느 병원에서나 으레 있는 일이었고 별일 아니었다.
그것보다 가장 무서운 게 있었다.
‘분원으로 쫓겨나는 것만은 안 된다. 절대 안 돼.’
“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분원으로 내려가도 좋다는 말이군.”
“과장님의 처분에 따르겠습니다.”
박태준이 속내와 다르게 대답하자 소화기내과장이 손을 까닥거렸다.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하는 거다.
사실 바로 분원으로 보내고 싶었지만, 이번 일이 병원 내에서 크게 화제가 된 상황.
괜한 구설에 오를 수도 있었다.
그가 한참 화를 삭인 뒤 손을 휘저었다.
“그만 가 봐.”
“죄송합니다. 과장님.”
과장실을 나온 박태준의 눈이 이글거렸다.
이게 다 이진혁 때문이었다.
그놈만 없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었다.
* * *
그 시각.
진혁은 오태상이 바로 다음 날 쫓겨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