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91)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91화(91/388)
91화. 죽음이 예정된 환자 (1)
한창 일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ER 입구가 부산스러워졌다.
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
스트레처카를 미는 소리.
그리고 고성이 울렸다.
“비켜요!! 어레스트 환자입니다!!”
곧, 구급대원과 응급구조사가 뛰어 들어왔다.
스트레처가 위에서 CPR을 하는 응급구조사.
그와 교대한 게 분명해 보이는 땀에 흠뻑 젖은 구급대원까지.
단번에 상황을 파악한 진혁이 달려갔다.
곧장 스트레처카를 밀었다.
물론, 입은 쉬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15분이 넘었는데 리듬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빨리 밀어요!!”
“넵!!”
다들 속도를 높였다.
스트레처가 위에서 CPR을 하던 응급구조사가 휘청였지만,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당장 소생실로 가야 했다.
“비켜요!! 비켜!!!”
곧이어 도착한 소생실.
얼마 전 있었던 사건으로, 바짝 긴장한 이들이 소리쳤다.
“라인 잡아서 바이탈부터 확인해!!”
“넷!”
“컴프레션(흉부압박) 1분마다 바꿔!!”
“에피 준비됐습니다!!”
“3분마다 1mg 슈팅해요!”
“네!”
“노멀 살라인 풀드립!!”
“어어! 앰부백 빨리 쥐어짜!!”
연신 소리치는 이들.
다들 빠르게 움직였다.
진혁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곧, 진혁이 응급구조사와 교대했다.
컴프레션은 힘든 술기.
혼자서 오래 할 수 없었다.
아니, 할 수는 있었다.
정자세로 하지 못했기에 효과가 없을 뿐이다.
진혁의 몸이 연신 출렁였다.
강하게 흉부를 누르는 거다.
이미 15분 넘게 한 상황.
포기할 법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강하게 누른다.
심장이 멈춰 버린 그도 누군가의 가족.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눈을 떴으면 했다.
그때, 페이션트 모니터를 확인한 누군가 소리쳤다.
“리듬 잡히지 않습니다! Asystole(무수축) 상태입니다!”
다들 표정이 굳었다.
제세동기(AED)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생존율은 고작 2% 내외.
설사 심장이 다시 뛴다고 해도 문제였다.
뇌사 가능성도 컸다.
산소가 부족해진지 오래니까.
“세츄레이션 78%”
“앰부 더 쥐어짜!! 리듬은!”
“아직 없습니다!”
“뭐 해, 컴프레션 빨리 교대해!”
“넷!”
진혁이 옆으로 구르듯 내려왔다.
곧장, 다른 이가 컴프레션을 대신한다.
계속되는 CPR.
여전히 바이탈은 죽어 있었다.
“에피 1mg 추가로 슈팅해요!”
“넵!”
“펄스는요!”
“아직 없습니다!!”
리듬이 전혀 돌아오지 않는 환자.
어쩌면 벌써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컴프레션을 한 지 35분째.
누군가 말했다.
“컴프레션 중단해.”
이미 환자의 가슴은 움푹 들어간 상황.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압박했지만, 결국 리듬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과가 이러니, 다들 맥 빠진 얼굴을 했다.
꽤 많은 시간을 매달렸지만, 결국 죽었기 때문이다.
다들 맥없이 서 있을 때.
미련이 남았던 진혁이 펜라이트를 꺼냈다.
그가 곧장 환자의 눈꺼풀을 뒤집었다.
동공반사는 소실돼 있었다.
이번엔 청진기를 찾아서 호흡을 확인한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다시 손가락으로 경동맥을 촉진했다.
결과는 마찬가지.
진혁이 고개를 돌려 EKG를 확인했다.
납작 엎드려 있는 그래프가 환자의 사망을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진혁의 모습을 다들 조용히 지켜봤다.
보통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컴프레션을 계속하건만, 진혁의 모습은 약간 달랐다.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컴프레션을 그만하자는 말에는 반응하면서도, 미련이 남아 환자의 상태를 다시 체크하는 게 아닐까.
* * *
잠시 후.
불과 30분 전에 사망 선고를 했던 환자의 보호자가 들어왔다.
그 모습에 다들 흠칫했다.
노란색 옷을 입은 꼬마와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나이는 대략 6살 정도.
장길만이 보호자에게 다가갔다.
곧, 그의 말을 들은 보호자가 무너져 내렸다.
“끄으으으윽. 끄으윽. 혜정 아빠.”
땅을 치며 오열하는 그녀.
딸이 받을 충격을 고려할 수 없을 만큼 제정신이 아니었다.
응급실로 가라는 전화만 받고 달려왔지, 정확한 사정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진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에는 성공하기를.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그였다.
* * *
진혁은 장길만의 오더를 받은 뒤 액팅했다.
오태상이 쫓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을 사려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한 건 아니었다.
“장 선생님, 23번 베드 환자 모르핀 오더 내셨는데요. 호흡이 불규칙합니다.”
“그래요?”
“네, 조금 천천히 줘야 할 거 같습니다.”
“오더 수정할게요.”
“네.”
장길만과의 합은 의외로 잘 맞았다.
그가 진혁을 너무 부담스럽게 여기기도 했고.
진혁 또한 오태상보다 낫다고 여겼다.
그때였다.
갑자기 구급대원이 스트레처카를 밀고 들어왔다.
“디아이(DI, 약물 중독) 환자입니다!!”
장길만이 부리나케 달려가자 진혁도 그 뒤를 쫓았다.
불과 얼마 전에 환자를 잃은 상황.
반드시 살린다는 각오와 함께였다.
장길만이 먼저 소리쳤다.
“어떻게 된 겁니까!!”
“학교에서 음독을 시도했습니다!”
“시간은요!”
“40분 정도 지난 거 같습니다! 타이레놀 8팩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8팩이라면 타이레놀 80알.
권장 용량의 수십 배가 넘는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타이레놀에 포함된 성분)을 복용한 환자였다.
자칫 급성간부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기에, 장길만이 의식이 있는 환자를 다그쳤다.
“타이레놀을 먹은 게 맞습니까!”
“네. 맞아요.”
너무도 태연한 대답.
심각한 상황을 전혀 인지 못 하는 그녀는 아주 태평해 보였다.
물론, 장길만과 진혁은 얼굴을 심하게 굳힌채다.
“어떤 걸 드셨습니까! 혹시 서방정(약효가 천천히 발휘되는 약)을 먹었습니까?”
“아뇨, 그냥 일반적인 거 먹었는데요.”
“같이 먹은 다른 약은요?”
“없어요.”
타이레놀 속방정(약효가 빠르게 발휘되는 약)을 먹었다는 말.
아세트아미노펜의 흡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기에, 진혁과 장길만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교복을 입은 채 실려 온 환자는 여전히 태연한 기색이다.
24시간은 지나야 증상이 발현되기에 기껏해야 속이 메슥거리거나 구역감만 들기에 저러는 것이리라.
사실, 이는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의 무서운 점 중 하나였다.
지금은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이대로 48시간만 지나면, 심각한 간 손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초기 증상이 없어서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지.’
진혁 또한 얼굴을 굳히고 있을 때.
그제야 그의 눈에 익숙한 교복이 들어온다.
그 옛날 자신이 입었던 검정색과 감청색이 뒤섞인 촌스러운 체크무늬 마이.
그 위에 붙어 있는 붉은색 마크.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였다.
‘왜 자살 시도를……!’
의문도 잠시.
장길만이 소리쳤다.
“일단 베드로 옮깁시다!”
“네!”
곧, 다 같이 스트레처카를 밀기 시작했다.
액상형이 아닌 정제 형태(알약)의 타이레놀을 과다 복용했다면,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20분.
위를 지나 소장까지 독성 물질이 퍼지기 전에 세척부터 해야 했다.
환자를 베드로 옮긴 뒤.
김지연 간호사에게 장길만이 소리쳤다.
“김 선생님, 라베이지(Lavage, 위 세척) 물품 좀 챙겨 주세요!”
“굵기는 어떻게 할까요!”
“38Fr로 주세요.”
“네!”
“이 선생은 EKG 준비해 주세요. 아, 아니다! 이태희 선생 콜해요!”
“알겠습니다.”
진혁이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EKG 검사를 위한 전극을 붙이려면 환자의 속옷을 벗겨야 하는 상황.
여자 환자이기에 소아전문구역에 있는 이태희가 필요했다.
* * *
위 세척을 준비하는 의료진의 손놀림은 재빨랐다.
하지만 최예린은 멍한 얼굴로 천장만 바라볼 뿐이다.
얼핏 보기에는, 여느 디아이(DI, 약물 중독) 환자처럼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진혁은 손을 바쁘게 놀리면서도 그녀의 속사정을 궁금해했다.
단순히 고등학교 후배라서가 아니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제초제 혹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환자는 넘치도록 많이 보았지만, 미성년자가 디아이로 온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바쁘게 라베이지(위 세척) 준비를 하던 진혁이 입을 열었다.
“환자분, 자세 좀 바꾸겠습니다!”
“어떻게요?”
“왼쪽을 보고 누워 주세요!”
우측위(오른쪽을 보고 누운 자세)는 세척이 어렵기도 했고 삽입된 살라인(생리식염수)이 십이지장으로 밀려날 수도 있기에 하는 말.
천장을 보던 그녀가 냉큼 몸을 움직였다.
무슨 약물을 흡입했는지조차 알려 주지 않는 비협조적인 환자와는 또 결이 다른 것이다.
‘살고 싶지도 않은데 죽고 싶지도 않은 건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태도.
최예린이 좌측위(왼쪽을 보고 누운 자세)로 자세를 바꾸자, 진혁이 그녀의 입에 개구기를 물렸다.
그러자 장길만이 구위관(Oral gastric tube)을 챙겨 든다.
위 세척을 위한 엄지손가락 굵기의 튜브였다.
환자의 위·식도 경계부를 구위관이 지날 수 있도록 길이를 잰 다음, 젤을 바른다.
“조금 아플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요.”
태연한 대답이 이어졌지만, 의료진은 다들 긴장된 얼굴을 했다.
삶을 포기하고 자살을 시도했던 환자도 깨어난 뒤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로 아프다는 위 세척.
지금은 태연한 표정을 하는 저 환자가 곧 몸부림치다 못해 까무러칠 거라는 걸 다들 아는 거다.
“웜 살라인(Warm Saline, 따뜻한 생리식염수) 준비됐습니다!!”
“일단 200으로 갑시다!”
“네!”
저체온을 막기 위해 워머로 따뜻하게 데운 생리식염수까지 준비되자.
장길만이 구위관을 환자의 입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비명.
“끄아아아악!!”
고통에 겨운 신음과 함께 최예린이 발버둥 치자, 진혁이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환자분! 삽관해야 세척을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끄아악! 으으윽!”
고통에 몸부림치는 최예린.
그녀를 보는 이들의 눈빛이 다들 무거웠다.
아직 자살을 시도하기엔 한창나이였던 탓이다.
잠시 후.
삽관이 끝나자 본격적인 세척이 시작됐다.
* * *
사실 위를 세척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웜 살라인을 들이부은 Irrigation Bag(약물이 들어 있는 팩)과 Waste Bag(세척액을 버리는 팩)이 연결된 시린지(주사기)의 플런저를 밀고 당기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구위관을 통해 살라인이 들어가고.
약물과 뒤섞인 살라인이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Waste Bag을 베드보다 아래에 놓기 때문에 가능한 일.
하지만, 그 과정이 문제였다.
푸슉.
푸슉.
“으으윽!! 끄으윽!”
세척이 계속될수록 최예린은 고통스러워했다.
억지로 위에 생리식염수를 쏟아붓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이대로 멈출 순 없었다.
“살라인 250 들어갑니다!!”
“다시 시작하죠.”
푸슉.
푸슉.
“끄으으윽!!”
200~250씩 용량을 끊어서 반복되는 세척.
Waste Bag에 쏟아지는 액체 색깔이 투명해질 때까지 작업은 수십 번 넘게 계속됐다.
* * *
어느새 억제대로 그녀의 몸을 결박한 상황.
몸부림이 심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위 세척도 그 끝을 달려갔다.
환자가 구역질하면 세척을 멈췄다가 재개해야 했기에, 끝날 때까진 한참 걸렸지만 말이다.
Waste Bag으로 쏟아지는 투명한 액체를 확인한 진혁이 말했다.
“끝내도 될 거 같습니다.”
“그럼 끝냅시다.”
“차콜(활성탄) 피딩은 어떻게 할까요?”
“차콜 피딩은 이 선생이 해 주세요. 끝나면 바로 ABGA(동맥혈 채혈) 하고 루틴 검사 돌리고요. 아, AAP(아세트아미노펜) 혈중농도 체크하는 거 잊지 말고요.”
“알겠습니다.”
한숨 돌렸다는 표정의 장길만이 자리를 뜨자, 김지연 간호사가 움직였다.
만니톨(삼투성이뇨제)과 살라인(생리식염수), 식용 활성탄이 세척백에 주입된다.
금세 준비를 끝낸 그녀가 말했다.
“이 선생님, 차콜 피딩 준비 끝났어요.”
“시작합시다.”
“네.”
곧, 시린지를 잡은 진혁이 장길만과 달리 한쪽 플런저만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활성탄 때문에 검게 물든 식염수가 환자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아세트아미노펜을 흡수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구토.
움직이던 손을 멈춰야 했다.
“으웨에엑. 웨엑.”
쏟아지는 검은 액체로 바닥은 금세 엉망이 된다.
하지만 더럽다는 생각은커녕 되레 의문만 커지고 있었다.
‘대체 왜…….’
의문도 잠시.
차콜 피딩이 다시 시작됐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활성탄 투약을 멈춘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지연이 곧장 ABGA 키트를 건넸다.
체내 수소이온농도(pH)를 확인해 대사성 산증 여부를 체크해야 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끝난 ABGA.
“바로 돌려주세요.”
“넵!!”
곧바로 다른 피 검사도 진행한다.
이른바 루틴 검사다.
거기에 추가된 건, 혈액 속에 남아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의 농도를 검사하는 일이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혈중농도가 높다면 간 독성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별하고 그에 맞는 약물을 투약해야 했기 때문이다.
* * *
진혁이 그녀가 누군지 알게 된 건, 얼마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