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저는 회귀잡니다
“그건 제가 얘기하도록 하죠.”
조금 늦었다.
차가 막혀서.
“이제야 오셨네요. 덕분에 최기명 회장님 인터뷰만 엄청 땄어요.”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변명도 참 진부하시고.”
“초이 피디… 아니, 감독님도 여전하시네요.”
“아직도 피디가 입에 붙으셨네요.”
서로 살짝살짝 치는 티키타카에 분위기는 금세 풀렸다.
최기명 회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반기고 있었다.
“최기명 회장님은 일단 대기하고 계실래요? 아직 딸 게 많아서….”
“아, 물론이죠. 오늘 집에 안 갈 작정이었습니다.”
애당초 레베카 초이가 하루를 비워서 인터뷰를 따겠다고 했을 때부터 최기명 회장과 난 이미 마음을 먹고 있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밤을 새울 수도 있다는 것을.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자~ 그럼, 차현식 명예 회장님?”
“그 명예 회장이라는 소리 좀.”
“왜요? 다들 그렇게 부르던데?”
“공식적으로 회장 자리에서 내려왔어요.”
“그러니까요.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이 이야기를 하자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내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엄동식을 만났던 그때로.
“이야기하자면 길 텐데….”
“시간은 차고 넘치거든요, 저는.”
“저도 은퇴했으니 시간은 넘치는 편이긴 하네요.”
한국행 비행기를 끊고 한국으로 가기 하루 전.
엄동식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왜 그랬는지 지금도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만, 나도 모르게 비행기 표를 앞당겨 엄동식을 보기 위해서 한국으로 향했다.
거기서 엄동식을 만났고, 내가 타려고 했던 비행기가 기체의 결함으로 추락 사고가 있었다는 걸 들었을 땐 간담이 서늘해지는 심정이었다.
죽다 살아났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더 의미가 있었던 건, 회귀 전에 있었던 그 비행기 사고.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바로 그 사고와 같았다는걸.
나는 회귀할 때의 그 사고를 피했다.
그것도 내가 가장 복수하고 싶었고, 파멸시키고 싶었던 사람에게 구원받으면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회귀의 이유이기도 한 사람에게서 나는 그 필연적으로 다가온 운명을 회피한 것이다.
아마 분명 나를 회귀시킨 사람의 계획은 바로 그때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긴 하지만, 분명 신이면 신 혹은 그 계획자는 ‘이제 충분히 즐길 만큼 즐겼으니까 됐지?’라고 나에게 말하는 듯했다.
그런데 어떤 지점에서 그 계획이 틀어진 걸까?
나는 그 비행기를 타고 죽을 운명이었을 텐데.
내가 엄동식에게 복수해서일까?
그래서 그가 마음을 고쳐먹어서?
아니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선행하려고 했던 내 마음이 하늘에 닿은 탓일까?
사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답을 이번 생에서 찾긴 힘들겠지.
그 신이든 계획자가 나에게 직접 나타나지 않는 한은.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내가 살아났고, 새로운 인생을 부여받았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래서 다시 레베카 초이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나는 한국행에서 엄동식에게 3억이라는 돈을 빌려주었다.
아니, 그냥 줬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동식이는 어떻게든 갚겠다며 나에게 절을 했다.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기에 나는 그걸 빌려줬다기보다는 그냥 주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3억으로 목숨을 연장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러지 않겠는가.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또 다른 인생이다.
그런데 처음 회귀했을 때의 내 마음가짐이나 태도와는 너무나 달랐다.
뭐든지 새로 해 보고 싶고 무조건 무언갈 성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었는데.
그때의 나이와 현재 내 나이가 달라서였을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소중한 가족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거였다.
지금 한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는 시아와 지인이 지민이가 심장이 아릴 정도로 보고 싶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인생의 의미라는 건 무조건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바로 옆, 혹은 조금 아래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더 올려다볼 수 있는 곳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 또 다짐했다.
10년 안에.
불프를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로 만들겠다.
그리고 은퇴하겠다.
그 이후는 그 시간 동안 희생한 가족을 위해 온전히 바치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다.
그래서 실제로 10년 동안 불프를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로 만들었고, 당당히 은퇴를 선언했다.
처음엔 기명이 형이 난리가 나서는 절대로 은퇴하지 말라며 나를 말렸다.
본인 혼자서는 이 큰 그룹을 이끌어 가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최기명만큼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솔직히 그의 재능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자리까지 오르긴 힘들었을 거다.
그러니 나는 그에게 ‘형은 그럴 자격 있어.’를 시전했다.
“이렇게 된 겁니다.”
“호오~ 굉장히 흥미로운 얘기네요. 정점에 서자 더 이상 오를 데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내려온다라.”
“엥? 제가 한 얘기랑 조금 다른데?”
“자막은 그런 식으로 나갈 거예요. 걱정 마요.”
나는 웃었다.
역시 제작자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나도 한때는 너튜브를 했었으니까 그녀의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
“너튜버셨으니까… 이해하죠?”
“네, 물론이죠.”
“그럼… 아까 최기명 회장님이랑 하던 얘기를 조금 이어서 가 볼까 하거든요.”
“네, 뭐든지요.”
“뭐든지… 괜찮죠?”
레베카 초이의 의미심장한 표정.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내가 긴장해야 할 게 분명했다.
“후우~ 준비됐습니다. 드루와.”
“후후, 좋아요. 혹시… 미래를 보시나요?”
“네?”
“미래를 보냐고요.”
너무 뜬금없는 질문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서 당황했다.
미래를 보냐니.
미래를 볼 수 있었으면 내가 그때 비행기 사고를 당할 뻔하지 않았겠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죠?”
“아까 최기명 회장과도 한 얘기가 있거든요. 차현식은 마치 미래를 보는 것처럼 살아왔다고.”
레베카 초이의 추가 설명을 듣자 이해가 되었다.
마치 미래를 보듯이 내가 주식도 사고 땅도 사고 코로나도 예측하듯이 움직였으니 충분히 미래를 본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미래를 본다는 것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1회차 인생에서 본 것들이 곧 2회차 인생에서는 미래를 본 지식이 된 격이니까.
“미래를 본다라….”
사실 이런 얘기를 해 볼까 싶었다.
“저 사실은….”
“사실은?”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아니라?”
“회귀잡니다.”
“…….”
“…….”
침묵이 흘렀다.
레베카 초이와 최기명은 나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당연히 그렇겠지.
개소리를 했으니까.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이고 진실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진실이니까.
내가 회귀자라니.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거다.
설사 누군가 믿는다고 해도 그걸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다면 바보 취급을 하겠지.
또 그걸 증명할 길도 없다.
“푸하하하.”
“하하하. 진짜 웃겼어요, 차현식 회장님.”
“하, 하하. 좋았나요?”
그냥 이렇게 웃어넘겼다.
그래도 시아한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누군가에게는 이런 농담식으로라도 한 번쯤은 말해 보고 싶었다.
“그냥 얘기해 주기 싫다고 말씀하시지.”
“뭐 우회의 표현이라 봐 주세요.”
“좋아요. 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그나저나 은인이 있으시다고요? 목숨을 구해 준?”
“아, 그 얘기도 했었죠. 뭐, 엄동식이라고 있어요. 악연이 있는 사이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녀석이 절 구원해 줬더라고요.”
“예? 은인이 악연이었다고요?”
“그냥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요.”
“와아, 이건 또 귀한데요? 사연 좀 말씀해 주세요.”
엄동식에 대해서 말하자면 하루 종일 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녀석을 대학교 가자마자 만나서 친해진 뒤로 어떻게 녀석과 틀어지게 되었는지.
회귀 전의 삶을 빼놓고라도 밤새워 얘기해도 모자랄 정도.
그래서 아주 간략한 버전으로 엄동식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 풀어냈다.
“그러니까. 싸가지 없는 대학교 동창이 차현식 회장님한테 참교육 당해서 군대까지 가게 됐다? 그리고 개과천선해서 자기를 보자고 했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돈 빌려 달라는 거였다?”
“그렇죠. 애가 달라지긴 했어요, 조금은. 근데 천성은 어디 안 가더라고요, 딱 적당히.”
“그런데 그런 줄 알았던 녀석이 알고 보니 귀인이었다는 거죠?”
“맞아요. 참 아이러니하죠? 엄동식이 아니었다면 아마 전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그렇네요. 그 비행기 추락 사고… 정말 끔찍했잖아요.”
그 비행기 사고.
내가 탈 뻔했던 그 비행기.
기체에 결함이 발견되어 공중을 날던 비행기가 불시착하게 되었고, 어떻게든 기장은 비행기를 살려 보려고 했으나 전원 사망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탄 비행기에서 군인을 핍박하며 소란을 일으켰던 그 진상 여자는 다음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추락했던 비행기.
그 끔찍한 사고의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하고 오금이 저릴 정도다.
호흡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럽다.
실제로 내가 겪은 사고도 아니었는데도 마치 내가 그 사고의 후유증을 앓는 사람처럼.
그래서 한동안 비행기를 타기가 겁났다.
그래도 한국에만 있을 순 없었기 때문에 가까스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극복한 후에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 몇 번이나 기절하긴 했지만.
“정말 끔찍했죠. 피해를 본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제가 그 피해자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피해자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선한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맞아요. 안 그래도 은퇴하시고 자선 사업을 시작하셨다고요?”
“맞습니다.”
“그럼 그것도 당연히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처럼 굉장히 잘 되고 있겠네요?”
“아니요. 사실 거의 망하기 일보 직전이에요.”
“에? 어떡하다가요?”
“이제 제 끗발이 다 했나 보죠.”
회귀 전의 경험은 이미 10년 전에 끝이 났다.
비행기 사고가 있었던 직후.
나는 특별했던 인생 2회차 회귀자라는 특혜를 모두 써 버린 것이다.
이제 더는 미래를 알 수 없는 세상에 내놓인 기분을 아는가?
아마 이 세상에 그 누구도 모르겠지.
정말 당연한 삶인데도 불구하고 처음엔 불안했다.
나도 드디어 일반인이 된 것이다.
특별한 회귀자에서 일반인으로의 회귀.
그건 괴로운 일이었다.
무얼 해도 나 자신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이전에 있었던 그 자신만만했던 나 자신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런데 어떻게 10년 안에 불프를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드실 수 있었던 거예요? 끗발이 다 했다면서요.”
“흐음, 글쎄요. 힘들긴 했지만… 결국 성공했어요.”
미래의 지식에 의지해 모든 걸 회귀자의 특혜로만 이뤘다고 착각했었다.
물론 미래의 지식이 나를 이 자리까지 오게 도와준 건 맞았다.
하지만 오로지 그 능력만으로 이 자리에 오른 건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경험과 노력, 그리고 옆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 합쳐져 BF 그룹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런 BF 그룹은 단순히 미래의 지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니까요. 그 이야기 좀 자세히 해 주세요. 한국에서 불프를 성공적으로 런칭하셨잖아요? 텃세도 심하고 한식을 한국에 수출하는 이상한 모양새지 않았나요?”
“아, 그럼 그 얘기부터 시작해 보죠. 저도 그 얘길 하는 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