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인생, 재밌게 보내다 갑니다(完)
텍사스 오스틴 인근 최고급 호텔.
“역시, 가끔씩 이런 호캉스도 도움이 된다니까? 어때, 여보?”
“정말 너무너무 좋아요. 이렇게 예쁜 호텔은 또 어떻게 찾았어요?”
“오스틴 근처에서 여기가 제일 예쁜 호텔이더라고.”
“역시, 사장님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니까?”
백인 부부가 오붓하게 호텔 로비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스틴 인근에 있는 이 호텔은 백인들이 휴가를 위해 오스틴에 들르면 자주 묵는 숙소로 유명했다.
특히 자리 잡은 곳의 풍경이 워낙 아름다웠기 때문에 가격대 또한 다른 비슷한 등급의 호텔보다 월등히 비싼 편이었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SNS에 목숨 거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리는 곳이기도 했다.
“내가 이번에 런칭한 식당만 해도 다섯 군데야. 이제 사장 소리 들어도 되겠지?”
“당연하지, 여보. 어깨 펴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호호호.”
“허허허, 그래? 크흠. 그럼~ 어디 오늘은 룸서비스나 한번 거하게 시켜 볼까?”
“꺄악! 너무 좋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던 부부.
그런데 그들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하고 갑자기 심기가 불편해진 듯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저, 저저저, 쯧.”
“여보, 참아요.”
“어휴, 하여간.”
백인 남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바라보는 곳에는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무리가 들어오고 있었다.
“벌써 입소문이 났나 보네. 이젠 여기도 쫑이네, 쫑이야.”
“에휴~ 그런 소리 말아요.”
“당신도 알잖아? 아시안들은 모이면 시끄럽다는 거. 어휴~”
혀를 끌끌 차며 아시아인을 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백인 남성은 그걸로도 충분치 못한 듯했다.
“알렉, 그만!”
“여보, 내가 누구야? 나 알렉이에요, 이번에 식당을 다섯 개나 런칭한. 그리고 우리 교회 목사님이랑 여기 호텔 주인이랑 잘 아는 사람이야. 그러니 나만 믿어. 저놈들 내가 다 내쫓아 줄 테니까.”
“정말요?”
알렉은 자기 와이프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바람피운 사건으로 기를 못 펴고 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남자답고 멋진 모습으로 그녀에게 어필해 이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다.
“크흠, 이보쇼. 여기 호텔 주인이신 로완이라고 있죠?”
“네? 고객님 일단 나중에….”
“아니! 내가 더 중요하다니까. 저딴 옐로우 새끼들보다.”
호텔 직원은 난감해했다.
하지만 아시아인들 무리는 영어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영어도 못 하는 병신들이 미국 땅에는 왜 있는 거야. 이럴 거면 자기네 나라로 돌아갈 것이지, 흥!”
“저, 고,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호텔 주인장한테 내가 왔다고 전해요.”
“그 부분은….”
“아~ 그냥 불러요. 부르면 다 해결되니까. 어디 호텔 품격 떨어지게 아시아인들을 불러. 크흠, 이 알렉이 왔다고 알려요. 제 이름 말하면 알아서 올 겁니다.”
“그게….”
“아니, 글쎄….”
“무슨 일이시죠?”
뒤에서 듣고만 있던 한 검은 머리의 사내가 알렉에게 다가왔다.
아마 그는 알렉이 한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었다.
다른 이들은 영어를 못해 반응이 없었지만, 그는 꽤 수준급의 영어로 그에게 다가왔으니까.
“당신이 이 그룹 리더요?”
“리더? 뭔 개똥 같은 소리죠?”
“개, 개똥? 아니, 여기는 아시아인들이 머물 자리가 없소. 그러니 딴 데 알아보시오.”
“그건 누가 정했답니까?”
“여긴 백인들의 나라요. 당신네들 나라로 돌아가! 안 그래도 비좁은 땅덩어리에 더러운 아시안들이 오면 격 떨어지니까.”
호텔 직원은 안절부절못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인종 차별은 그야말로 매장과도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를 비롯해 전쟁 이슈와 세상이 점점 팍팍해지면서 미국인들의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쌓여만 갔다.
그렇기에 속으로 꼭꼭 숨겨 놓고만 있었던 마음을 내심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드러내는 일이 종종 생기곤 했다.
그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인종 차별이었다.
“지들은 인디언들 내쫓고 살육해서 땅 빼앗았으면서 우리는 그러면 안 되나?”
“뭐, 뭐라고! 너 지금 뭐라 했어?”
“흐음, 어쨌든 그래서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냐니? 당신한테 볼일 없어. 이봐요, 직원이라는 사람이 왜 내 말귀를 못 알아들어? 주인장한테 연락하라니까?”
“자, 잠시만요.”
호텔 직원은 당황했지만, 신속하게 호텔 사장을 불렀다.
“네네, 지금 오신답니다. 잠시만요.”
“진즉 그럴 것이지, 쯧.”
그리고 얼마 후.
로완이라는 백인 남성이 알렉을 향해 밝은 미소로 다가왔다.
“이봐, 알렉. 여길 또 왔구만.”
“하하. 로완, 당신이 운영하는 호텔에 투자 좀 하려고 왔지.”
“스위트도 안 묵으면서 투자는 무슨.”
“허허, 이 양반이. 안 그래도 스위트 결제하려고 했는데 이미 꽉 찼던데?”
“아무튼, 무슨 일이야?”
“아니, 글쎄 이 아시아인들 말이야. 중국에서 왔는지 일본에서 왔는진 모르겠는데 아주 시끄러워 죽겠어. 이러면 호텔 품격이 떨어지지 않겠어?”
“아….”
로완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아시아인 무리와 알렉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크흠, 뭐… 그건 나중에 얘기하지.”
“아니, 저 아시아인들 내쫓게. 품격 떨어진다는 말이야. 이건 자네 호텔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알지?”
“허허. 알렉, 그만해. 농담도 참.”
“농담이 아니라니까?”
“그만하게, 그만!”
허세를 부리곤 있었지만, 알렉은 로완 정도의 부호도 되지 못하는 소시민이었다.
그저 사업을 벌이고 있기에 과장되게 자신을 포장했을 뿐.
그래서 어느 정도 부호들과도 친분을 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로완에게 무례하게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엄연히 로완과 알렉 간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으니까.
“그리고, 난 더 이상 이 호텔 주인이 아닐세.”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매각했다는 소리야.”
“그래?”
“좋은 가격에 제안이 와서 팔았지 뭐.”
“잘됐구먼. 이젠 노후 걱정할 일은 없겠어?”
“아무튼, 주인장을 찾았다고 하니 이참에 소개해 주지. 차현식 회장님, 이쪽은 알렉인데 같은 교회에 다니다 친해진 사람입니다.”
“음?”
알렉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로완이 새로운 호텔 주인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바로 그가 경멸하고 무시했던 아시아인 중에서 그의 영어를 유일하게 이해했던 사람이었다.
“제가 아까부터 계속 무슨 일인지 물어도 대답을 안 하더군요.”
“그… 지금… 주인?”
“네, 제가 이 호텔 주인 차현식이라고 하는데요.”
“차현식…. 그… 불프? BF 그룹 회장님?”
“지금은 은퇴했고요. 여기 최기명 회장이 지금은 현 회장입니다.”
옆에 서 있는 안경 쓴 신사가 그 말로만 듣던 최기명 회장이었다.
BF 그룹을 이끄는 현 수장.
엘리트 변호사 출신의 기업가.
“차, 차현식 회장님! 제, 제가 이번에 불프 트럭을 다섯 대나 받았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차현식은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하는 차현식.
“어, 김상아 본부장이죠?”
“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알렉이라는 사람이 우리 불프 트럭을 창업했다고 하던데, 그것도 다섯 대나?”
“음, 한 번 확인해 볼까요?”
“아니요. 그냥 그거 취소해요. 인성이 아주 뭐 같은 사람이네요.”
“직접 만나 보셨어요?”
“지금 앞에 있습니다.”
“네, 그럼 그 창업 건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보다 면밀히 확인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니에요, 수고해요. 김상아 대리… 아니, 이제 본부장이지. 자꾸 헷갈리네요.”
전화를 끊고 알렉을 바라보았다.
알렉은 사색이 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불프의 푸드트럭을 다섯 대나 창업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뛸 듯이 기뻤다.
워낙 경쟁률이 치열해서 한 대도 제대로 창업하기 어렵다는 그 푸드트럭을 다섯 대.
그건 그가 온갖 비리와 뇌물을 통해서 얻은 쾌거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알렉이라고 했죠? 당신 같은 사람을 이 호텔에 묵게 하고 싶지도 않네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걸 감사하세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너그러운 사람들이라 참는 겁니다.”
차현식은 알렉이 아시아인이라고 무시하고 괄시하던 무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거기에는 최기명 BF 그룹 회장을 비롯해 기업인들의 예술가 정시아 화백, 김정연 JY 컴퍼니 전 대표, 김종현 JY 컴퍼니 대표, 홍미나 불프 대표, 이제 곧 1억 5천만 구독자를 돌파하는 한정수 너튜버이자 방송인 등 유명인들로 가득했다.
“로완 씨, 저는 조금 바빠서 아직 인수인계가 끝난 건 아니니까 오늘까지는 이 진상 좀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장 내쫓겠습니다.”
“그럼 이만.”
차현식과 그의 무리는 유유히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허탈한 표정으로 그곳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알렉.
“저… 저기… 로완, 자네… 이게 꿈은 아니지?”
“절대로 아니지. 이봐, 알렉. 자네 쥐뿔도 없는 거 내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정말 잘못 골랐구만. 마치 천 불짜리 싸구려 차로 가장 비싼 람보르기니를 박은 꼴이지 않은가.”
“이 사람들이 차현식 회장일 줄 내가 알았는가….”
“아시아인으로 미국을 평정한 사람들을 모르면 되겠는가? 그러니 자네가 아직도 이류라는 소리를 드는 거네. 그나마 오늘은 운이 좋아 그냥 넘어갔으니 다행으로 여겨.”
* * *
넘실대는 파도가 보이는 언덕에 지어진 오두막.
언덕 끝에 휠체어를 타고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날이 춥구먼.”
주름도 깊게 패고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이지만 젊은 시절의 그 패기와 비범함을 머금고 있는 얼굴은 여전했다.
그는 그의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긋― 웃고 있었다.
차현식.
전 BF 그룹 회장이자 불프의 오너이며, JY 컴퍼니 설립에 이바지한 사람이고, 가장 큰 투자 회사인 미다스를 비롯해 JY 컴퍼니, JB 엔터테인먼트, 미트킹 등등의 최대 주주.
그는 일생의 마지막을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보며 마무리하고 싶었다.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그는 이제 곧 생을 마감할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누릴 거 다 누리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곧 자연으로 돌아갈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나날을 만끽하던 그에게 누군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얀 양복을 입은 사내.
“누군가? 오늘은 예약한 사람이 없었을 텐데.”
기척을 느낀 차현식이 물었다.
그러자 양복을 입은 사내는 씨익― 웃으며 아무런 말도 없이 휠체어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두 번째 생은 즐거우셨습니까?”
차현식은 깜짝 놀랐다.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내가 그의 가장 깊고 은밀한 비밀을 말했으니까.
심지어 그의 아내인 정시아에게 본인이 회귀자라는 걸 밝혔을 때도 그저 웃고 넘겼다.
그렇기에 그가 두 번째 인생을 사는 회귀자라는 걸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터.
“누구…?”
“속은 좀 풀리십니까?”
“허허, 이 늙은이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소.”
“계획과는 다르게 참으로 오래 사셨습니다.”
“그 비행기 사고 때…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겠지요?”
“저희 계획으로는요.”
“허허, 이 늙은이가 운이 참 좋았나 봅니다. 두 번째 인생의 기회도 받고…. 한데, 항상 궁금했소. 왜 하필이면 나였을까? 나보다 선하고 절실한 사람도 많았을 텐데. 나는 보잘것없고 그리 착하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덕을 쌓은 사람도 아니고.”
“모든 게 맞아떨어진 사람이 딱! 그때의 당신이었던 거죠.”
“맞아떨어졌다? 허허.”
“원래 행운이란 건 치밀하게 따지고 바란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르신.”
“그렇겠지요.”
차현식은 물끄러미 노을이 지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그가 살아생전에 볼 수 있는 마지막 풍경이었다.
“허허, 당신을 만나면 참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데….”
“다 잊으시지요, 그래도….”
“그래도 참으로 흥미진진하고 잔잔한 파도 같은 생이었지요.”
“잔잔한 파도.”
“좀 더 활극이나 태풍 같은 인생이 아니라 지루하진 않으셨소? 아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려나?”
“보기에 흡족했습니다, 적어도 저는요.”
“단 한 명이라도 그리 느꼈다니…. 그럼 다행이구려.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인가 보오.”
“…….”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후회도 되지만… 그래도 인생, 재밌게 보내다 갑니다.”
휠체어에 앉은 차현식은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찬 공기 때문이 아닌 그의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내 심장이 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숨은 마지막을 힘껏 뱉어 내며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축 늘어졌다.
“인생 재밌게 보내다 갑니다? 하하, 차현식 씨. 앞으로 더 재밌는 세 번째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먼저 보냈던 친구들 또 만나셔야죠. 부디 그쪽에서 마중 나왔기를 빕니다.”
하얀 양복은 입은 사내는 휠체어를 밀어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눈을 감은 차현식을 따뜻한 오두막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처럼.
그가 누구인지는 차현식을 비롯한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저 어렴풋이 이 존재가 차현식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존재라는 것 정도만 알 뿐.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