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5
5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제 발로 굴러 들어온 녀석을 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복수를 목표로 살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굳이 내 앞에 나타나 저리 존재감을 뽐낸다면 또 굳이 내가 마다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와, 씨발 여기서 한국인을 다 만나네요?”
엄동식은 부모님이 미국 이민 가서 낳은 어엿한 미국 시민권자였다.
그런데 태어나기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초, 중, 고등학교를 전부 한국에서 나왔기에 정서랑 모국어는 한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욕이란 욕은 다 하고 살던 시절이니 저리 ‘씨발’을 입에 달고 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아주 씨발을 입에 달고 사네요?”
“예? 아. 제가 그래서 별명이 씨발놈이거든요?”
그래, 딱 저 붙임성과 재치에 매료되어 친구가 되었었지.
심지어 저놈은 군대도 안 갔으니까 내가 저놈보다 형이었다.
근데 미국은 그딴 게 어딨냐며 그냥 위아더월드를 외치며 그냥 친구로 지냈었다.
“딱 그래 보이네요.”
“아하하. 근데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밥 드실래요?”
같이 겸상도 안 하려고 했었다.
만나면 주먹으로 녀석 코를 아작내주고 싶을 거 같아서.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그보다 훨씬 재밌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갔다.
나를 배신하고 10년 동안 나를 부려 먹었던 배은망덕한 놈에게 어울리는 엔딩은 그저 코뼈가 부러지는 거 따위가 아니다.
그럼 너무 편하잖아.
나 쪼잔왕 차현식이다.
받은 건 평생 기억했다가 기회가 있을 때 몇 배로 돌려주는 사람.
그래서 일단 녀석과 친해질 생각이다.
“그래요. 같이 밥 먹어요. 근데 나이가 혹시···?”
“아. 저 이제 스물이요.”
“내가 스물둘이니까 형이네.”
“에이~ 미국에서 그런 게 어딨어요.”
한국말이 서툰 것도 아니고, 초, 중,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나왔으면 분명 미국 문화보다는 한국 문화에 더 친숙할 텐데.
그때는 그냥 미국인 마인드 개 멋있다고만 생각하고 별생각 없이 친구 먹었다.
근데 내가 어리숙하고 멍청했던 거다.
나중에 보니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 놈한테도 돈 많고 인지도 있으니까 형님이라면서 깍듯하게 하던 게 저놈이다.
그래서 개정색 하면서 동식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놈도 분위기를 파악한 건지 멋쩍게 웃더니···
“아, 형. 가실까요?”
“그래.”
일단은 여기서 시작이다.
드라마나 영화 보면 악당은 누릴 거 다 누리고 즐길 거 다 즐기다가 막판에 주인공에게 정의구현 당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게 진정한 복수가 되나?
나는 와신상담하며 처절하게 살아가는 동안에 악당은 배부르고 즐겁게 살았던 거잖아.
그러면 진정한 의미의 복수가 될 수 없지.
내가 저놈보다 훨씬 잘 즐기고 훨씬 잘 되는 동시에 이놈이 나락으로 가야 진정한 복수지.
그래서 지금부터 녀석을 내 밑으로 둬서 내가 성공하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줄 거다.
그리고 녀석이 기어오르면 누르고 또 눌러서 계속 나락 끝에서 나를 올려다볼 수 있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녀석의 삶을 갉아먹고.
어느샌가 나락에 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천상에 있는 나를 보며 괴로워하고 부러워하게 할 거다.
“저, 형. 이번에 몇 학점 들으세요?”
“나? 15학점.”
“오우, 엄청 빡시게 듣네요.”
미국 대학교는 기본 풀크레딧이라고 해서 12학점부터 Full-time Student으로 간주한다.
최소 12학점을 듣지 않으면 풀타임 스튜던트가 아닌 파트타임 스튜던트로 간주하고 온전한 대학생이 누리는 혜택도 받지 못하는 거다.
특히 우리 같은 학생 비자 F1 같은 경우는 파트타임 스튜던트 자체를 용납지 않았다.
12학점보다 한 과목 정도 더 들을 수도 있는데, 성적만 좋으면 학과에 허락받아 18학점 이상도 들을 수 있는 시스템.
일단 나는 이번 학기에 올 A를 받아서 다음 학기부터는 18학점씩 듣고 계절 학기까지 들어서 3년 안에 졸업 요건을 모두 맞추는 게 목표였다.
“너는?”
“아 저는 12학점 채워넣긴 했는데··· 아~ 그냥 파트 타임으로 할까 싶기도 해요.”
엄동식은 부모님이 댈러스 한인타운에서 꽤 이름 있는 사업가였기 때문에 잘 정착한 상황.
심지어 시민권도 있었으니 녀석에게 부담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참. 형은 오리엔테이션 참석하셨어요?”
“어. 거기서 경품 좀 탔어.”
녀석은 왜 그딴 데 시간을 낭비하냐는 듯이 비웃었다.
부모님 돈으로 여유롭게 학교 다니는 녀석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긴 하지.
“우리 학교 로고 존나 웃기지 않아요? 씨발 무슨 주황색이야. 저는 텀블러 받자마자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
“그래? 난 좋던데. 그리고 내가 받은 건 그런 시시한 거 아니라 노트북.”
“노트북? 공책이요?”
“Laptop(노트북) 말이야.”
분명 엄동식은 한국 문화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노트북이라고 하면 분명 공책이 아니라 컴퓨터 노트북을 얘기하는 걸 알고 있었을 거다.
그 당시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이 녀석은 나를 어떻게든 깎아 낮춰서 자기가 우월하다는 걸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순진한 과거에는 그런 모습이 쿨해 보여 녀석과 친구가 돼서 좋았었는데.
“오, 대박. 그거 하나 건졌어요?”
“아니, 노트북 두 개랑 최신 폰 한 개. 그리고 기프트 카드 몇 개 정도?”
“헐. 아니 진짜 장난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했어요?”
“걍 운이 좋았지 뭐. 아차. 특별상으로 한 학기 식권도 받음.”
이렇게 자랑하면 녀석은 반드시 이렇게 나온다.
“와, 씨발. 저 하나만 주시면 안 돼요?”
학창 시절에 일진들이 매점에서 과자 두 개 사 오면 맛있겠다며 하나만 주면 안 되냐고 하는 양아치 짓을 이놈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그 부탁을 들어주면 그냥 쌩으로 과자 뺏기는 거고, 거절하면 세상 쪼잔한 놈이라고 놀려대며 오히려 나를 나쁜 놈 만들곤 했지.
이놈도 딱 전형적인 일진들이 물건 빼앗을 때 쓰는 방법을 쓰고 있는 거다.
“너 집 가난해?”
근데 엄동식은 내가 너무나 잘 아는 놈이다.
가오가 머리를 지배하는 놈.
구차해 보이고 없어 보이는 거 죽어도 싫어하는 놈이라서 빚을 내서라도 가오를 살리는 스타일.
“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이딴 노트북 하나 살 돈도 없어? 형이 불쌍해서 하나 적선해 줄까?”
나를 자기 밑으로 만들기 위해서 물밑 작업을 하고 있던 녀석이니 오히려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은 곧 죽어도 싫겠지.
녀석의 표정이 썩어가는 걸 보고 있자니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아씨. 아니요, 씨발. 그냥 해본 말이에요. 저도 노트북이랑 다 있거든요.”
“야. 그리고 형 앞에서 씨발씨발 거리지 마라. 씨발놈아.”
여자들끼리도 기싸움이 있지 않은가?
남자들 세계에서도 기싸움이 있고 누군가는 그 싸움에 이겨 우위를 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게 그 서열이 정리된다.
가장 직관적이고 단순한 이유.
힘이다.
그 힘은 때로는 돈 혹은 인기가 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문자 그대로 물리적인 힘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래라면 씨발씨발 거리는 엄동식은 일진 무리였던 터라 함부로 못 할 거 같지만, 지금 나한테는 엄동식은 그리 무서운 존재는 아니었다.
실제로 회귀 전에 주방에 새벽에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는 삶을 살다 보면 체력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체육관에 들러 복싱을 배웠기에 20살의 엄동식 정도는 내 원투에 정리 가능했다.
“아. 형한테 그러는 게 아니라···.”
“알아. 그러니까 기분 나쁘다고. 나한테 하는 거 같잖아.”
“예··· 안 그럴게요.”
남자는 직감적으로 만만한 상대와 그렇지 않은 상대를 구분한다.
분명 외형적으로 내가 잘 당해주는 호구라 생각해서 동식이는 접근했던 거겠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놈이 생각했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극한의 유학 생활과 폐관 수련하듯 세렝게티의 맹수처럼 온갖 폭력과 험한 말이 오가는 주방에 박혀 도 닦듯이 일만 했었으니까.
거기다 핏줄보다 더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비행기가 추락해 죽음까지 경험한 나한테는 이딴 핏덩이는 내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놀지.
“그래. 그럼 내일도 이 시간에 같이 보자?”
“예?”
“저녁 같이 먹자고. 언제는 같이 먹자며?”
동식이의 당황스러운 눈빛에 피식- 웃음이 났다.
원래라면 호구로 잡은 나를 빌미로 가오 살리면서 학교 생활하려고 했는데, 내가 만만치 않으니까 다른 호구 잡으러 떠날 요량이었겠지.
그런데 내가 그리 쉽게는 못 보내주지.
엄동식은 좋든 싫든 내 옆에 딱 붙어서 내가 성공하고 승승장구하는 걸 지켜봐야지.
“아. 예. 물론이죠. 하하. 네네. 그럼 형. 들어가세요.”
깍듯하게 인사하며 나를 보내주는 엄동식.
전번도 교환 안 하고, 자기 사는 곳도 모르니까 잘만 피하면 되리라 생각하겠지.
그런데 어쩌지?
기억하기 싫어도 매일 네 집에서 호구처럼 네 가오 살려주던 경험이 있어서 아직도 생생하게 네 집 주소가 생각나서 말이야.
나를 피하면 네 집으로 찾아가면 그만이야.
싫어도 매일 만나게 될 거야.
괴로워도 나랑 친해질 거야.
고통스러워도 내가 잘되는 모습을 봐야 할 거야.
넌 네가 복수 당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나락으로 점차 떨어질 거야.
그게 내 복수야.
“웰컴 투 마이 월드.”
내 세상에 온 걸 환영해, 엄동식.
*
해가 어둑어둑해지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신입생 파티로 시끌시끌했다.
물론 파티도 재밌겠지만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파티야 앞으로 주구장창 할 테니까 굳이 술도 없는 오색빛깔 주스로 가득 찬 재미없는 파티에 참여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찰나.
“오우, 씨익!”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해가 어둑어둑해져서 어두울 텐데도 굳이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백인 남자 하나와 드레드 머리를 한 흑인이 서로 어깨동무하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유 씩, 롸잇?”
“어. 근데?”
익숙한 얼굴이었다.
백인 남자애의 아버지가 텍사스 전기 전체를 공급하는 회사 Oncor Electric의 사장이다.
텍사스 전기는 모노폴리에 가까운 상황이라 이 녀석의 아버지가 텍사스에서 알아주는 큰손.
그러니 이 녀석은 얼마나 부자겠는가?
그런 부잣집 애가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난, 피터. 그리고 얘는 브레드. 오늘 우리 집에서 파티 있는데, 갈래?”
참으로 신기한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저런 재벌집 아들은 클래스가 있어서 같은 재벌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면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녀석이 신입생 환영회에 온 것도 모자라서 나를 자기 집 파티에 초대한다고?
이번 생이 이렇게까지 잘 풀린다고?
“와이 낫?”
“예~ That’s sick~”
“여기 주소.”
나에게 주소를 보내주고는 쿨하게 퇴장하는 피터와 브레드.
녀석은 오늘 있을 파티에서 꽤 재밌을 거 같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중인 듯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수준의 피터가 나에게 관심을 보인 것도 재밌었지만, 그보다 나와 똑같은 신입생이었다는 게 더 충격이었다.
완벽한 아싸였던 지난 생의 차현식으로는 당연히 이런 건 알지도 못했지.
아니, 사실 오늘 그런 파티가 열린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원래의 나라면 그런 인싸들만 가는 파티에 초대되면 당연히 부담되어 거절했을 거다.
근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런 파티도 참여하고 인맥도 쌓고, 즐기기도 해야지.
범생이 혹은 너드 차현식이 아니라 파티광 차현식으로 거듭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