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8
8화 공짜로 대학교에 다니는 방법
처음엔 미국이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고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있는 그런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미국에 대한 허상일 뿐이었다.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와 평등, 그리고 자유를 준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수에게 해당하는 말일 뿐이다.
특히 백인에 시민권을 가진 특권층에게 주어진 말과 다를 게 없었다.
“흑인에 여자여야 하고···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리스트는 장학금 리스트.
온갖 종류의 단체와 개인이 DMU를 위해서 장학금을 주기 위해 이렇게 장학금 신청을 하게 되는데, 졸업생이거나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혹은 소외된 계층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곤 한다.
유명하고 대단한 대학교일수록 그 종류와 규모가 남다른데, 우리 학교는 제일 유명하고 좋은 대학교는 아니지만 학교가 기본적으로 돈이 많고 저명한 인사들을 꽤 많이 배출한 대학교라 그런지 장학금 리스트 또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신청서에는 유색인종인 흑인에다가 남녀평등을 위한 여성, 그리고 종교적 자유를 강조하기 위해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원래라면 그 누구라도 이 자격 요건을 보고는 혀를 내두르며 흑인에 여성에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을 어떻게 찾냐며 아연실색하겠지만, 난 다르다.
왜냐하면 나는 이 장학금 주는 시스템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회귀 전 학교에 다니면서 용돈이라도 벌어서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학교 건물을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다.
그때 만났던 한 직원이 마당발이라 HR(Human Resources)나 다른 부서 사람들을 잘 아는 분이었다.
*HR: 인사과
내가 워낙 성실하고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하다 보니 나를 특히나 예뻐했는데, 내가 돈이 궁하다는 걸 알고는 도와주는 차원에서 이 정보를 알려주었다.
학교에 기부하는 장학금이 워낙에 많다 보니 자격 요건이 맞지 않아도 신청만 하면 어쩔 수 없이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모든 장학금을 신청해 보라는 것.
원래라면 다 읽기도 벅찬 장학금 리스트기에 검색 자체를 내 요건에 맞는 리스트로 검색하게 된다.
그러면 외국인인 나에게 딱 맞는 조건의 장학금은 한 학기에 고작 많아 봐야 하나 혹은 둘.
거기다 그런 조건이 맞는 장학금은 전액은 턱도 없고 고작 몇백 불만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경쟁률도 어마어마해서 지원한다고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
하지만 반대로 흑인 여성에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DMU 내에서 과연 몇이나 될까?
게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이 장학금을 찾아서 지원할 확률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확신하건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장학재단은 가능하면 매 학기 장학금을 수여했다는 그 타이틀을 재단 활동 내역으로 제출해서 세금 감면 및 실적을 올려야 했기에 어떻게든 장학금을 주려고 한다.
그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그토록 이 장학금 항목을 찾았던 거다.
나는 흑인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데다 이슬람교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 장학금을 덜컥 낸다면, 분명 나에게 전액 장학금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
심지어 1년 장학금.
그럼 적어도 1년 동안은 학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거지.
그뿐만 아니다.
학비만 지원되는 장학금도 있지만 소소하게 교과서, 물품을 사는 데 쓰라고 기부하는 장학금도 있기에 그것도 하나하나 잘 찾아서 내면 대학교를 거의 공짜로 다닐 수 있는 거다.
솔직히 이런 게 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헤이, 뭐 하고 있어?”
노트북을 붙들고 몇 시간째 장학금 신청하고 있으니 룸메인 오스틴이 궁금한 듯 기웃거렸다.
“아~ 장학금 좀 신청하려고.”
“벌써? 우리 겨우 신입생인데?”
“너도 잘 찾아봐. 장학금 종류가 생각보다 훨씬 많거든.”
물론 오스틴 성격상 귀찮아서 하지 않을 걸 알기에 한 말이다.
경쟁자를 한 명 늘릴 이유는 없으니까.
“됐어~ 난 음악이나 들으련다.”
침대에 누워 헤드폰을 끼고 음악에 심취한 오스틴을 뒤로하고 나는 계속 장학금 신청에 열을 올렸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고 밤이 찾아왔다.
“끄아~”
기지개를 켜자 뻐근했던 몸에서 뿌드득- 하는 뼈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십 건의 장학금 신청으로 이미 몸은 녹초가 되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침대에 몸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일 첫 수업인데 준비는 잘했어?”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털썩 몸을 맡기는 모습을 확인한 오스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학기 시작임과 동시에 신입생이라면 분명 미지의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과 기대, 그리고 걱정과 염려가 공존할 거다.
그런데 나는 이미 졸업까지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대학교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설레는 20대 초반의 캠퍼스 라이프를 바라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설레지 않았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거니까.
“준비는 무슨. 첫 수업은 보통 30분 정도하고 마칠 거야. 안 그런 교수들도 있긴 한데··· 보통은 실라버스(Syllabus)만 보고 말거든.”
*실라버스(Syllabus): 대학 수업 강의 계획서
보통 첫 주는, 특히 신입생이 듣는 기초 및 교양 과목 대부분은 첫 주를 그리 빡빡하게 잡지 않는다.
수강 신청을 변경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교과서 구매나 수업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 주기 위해서.
한국의 강의 정정 기간과 같다고 볼 수 있겠다.
나야 적응할 필요도 없으니 널널한 시간을 활용해 이것저것 다른 준비를 할 테지만.
“그래? 그럼 아무것도 없이 가도 되는 거야?”
“음. 보통 학기 시작하기 전날에 오픈하기도 하거든?”
“뭘 오픈해?”
“너 혹시··· 블랙보드 앱 다운 안 받았냐?”
미국 대학교는 대체로 각 과목에 필요한 정보와 공지를 올리는 사이트가 존재하는데 그걸 앱과 연동해 학생들이 편하게 접속하고 확인할 수 있게 해놨다.
신입생은 분명 이런 앱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건 전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설명하고 소개까지 했었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드디어 나도 대학생이라는 부푼 꿈을 가진 20대 초반의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그런 따분한 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애들이 몇 명이나 있겠나.
“여기 들어가서 이거 다운받아. 그리고 너 계정 있지? 그걸로 로그인하면 네가 수강 신청한 과목들 쫙 나오거든? 그럼 거기에 실라버스 올린 과목도 있을 거야. 뽑아가면 좋고. 아니면 PDF 파일로 받아서 노트북에 저장해 놓으면 좋아.”
최소한의 성의라 할 수 있겠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 행동과 예절이 프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여기도 똑같은 사람 사는 곳이다.
남부 쪽은 특히나 격식과 예절에 더 민감한 편인데, 캘리포니아나 서부 쪽 애들은 조금 자유롭게 말하는 편이긴 한데 텍사스는 유난히 격식을 차리는 느낌이 강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낯선 사람이나 높은 사람에게 Sir, 혹은 Ma’am을 붙이곤 한다.
그만큼 자유분방한 나라에서 그들만의 예절과 격식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대학도 다르지 않은데, 실라버스를 챙기지 않고 갈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스스로 실라버스를 뽑아서 간다거나 교수가 말하지 않아도 공지를 먼저 확인해 알아서 챙기면 교수로서도 한 번 더 눈이 가게 마련이다.
“보통은 교수님이 실라버스 뽑아서 나눠주시거든? 근데 넌 이미 노트북에 있다고 하면 분명 좋아하실 거야.”
“오, 좋은데?”
“그래. 팁 알려 주는 거야.”
“근데 넌 신입생 아냐?”
“맞아.”
오스틴은 눈을 끔뻑이며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같은 신입생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그와 나의 정보의 격차 때문에.
“그냥. 난 미리 공부 좀 했거든.”
“너 범생이였구나?”
“과연 그럴까?”
*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첫 수업은 10시부터 시작이고 점심 사이에 30분 정도 여유가 있고 저녁 5시까지 총 4개 과목이 월,금으로 몰려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과목은 수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 5시까지 총 2시간 30분 연강이지만 이로써 나에게는 화요일과 목요일이 공강.
학교에 다니다 보면 운이 좋으면 이런 식으로 공강을 만들 수 있는 스케줄을 짤 수 있는 순간이 온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이런 행운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학년이 오를수록 들어야 하는 과목은 정해져 있고, 특히나 봄 학기에 열린 과목이 가을 학기에는 닫히기도 하는 불상사도 생기기 때문이다.
또 Prerequisite(선수과목) 조건이 달린 과목은 지정한 하위 과목을 듣지 않으면 신청 자체가 안 되게 되어 있기에 들을 수 있을 때 무조건 들어놔야 한다.
이런 제약들이 있다 보니 한국처럼 수강 신청이 전쟁처럼 치열하지는 않지만, 블록을 쌓아 올리는 테트리스처럼 예쁘게 쌓아 올려야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적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공강을 즐기는 게 맞다.
오스틴은 아침 수업이 있는지 새벽부터 분주하게 준비하고는 머지않아 나갔다.
조용한 기숙사 방에는 나 홀로 고요하게 침대에 파묻혀 있을 뿐이었다.
아직 오전 8시니까 아직 2시간이나 여유가 있다.
그리고 이 기숙사의 최대 장점.
룸메도 있고 비좁고 취사 공간도 없는 낡은 기숙사지만 신입생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 기숙사가 캠퍼스 한중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내가 듣는 첫 수업은 기숙사 건물에서 바로 앞에 있으므로 걸어서 5분.
9시 50분에 나가도 지각하지 않는 거리였다.
사실 이렇게 첫 학기를 완벽하게 계획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쪼잔왕 기질 때문이었다.
첫 학기를 정말 복잡하고 살인적인 스케줄로 다녔던 경험 때문인지 그 학기가 지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학기를 복기하며 이런 식으로 다녔으면 진짜 좋았을 텐데 하면서 씩씩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첫 학기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다니고 싶었다.
또 기반을 다져야 하니까 여러모로 여유 시간이 필요했기에 이런 아름다운 스케줄로 짠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회귀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수강한 강의를 바꾸는 일이었다.
여유롭게 일어나 바로 코앞에 있는 건물로 가면 되는 이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일정표를 보라.
과거의 나는 절대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여유로움이 아닐 수 없었다.
여유롭다 못해 모닝커피 한잔을 해도 될 정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던 나에게 한 줄기 빛 같은 모닝커피는 아침 루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흐아암~ 슬슬 씻어볼까.”
*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랑데부 빌딩으로 향했다.
기숙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랑데부 건물.
뜨거운 여름 햇살에 몸이 채 달아오르기도 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건물 안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리바리하게 헤매지 않고 곧장 내가 알고 있는 강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많은 학생이 자리에 빼곡히 앉아 수업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사이에 나와 눈이 마주친 한 사람.
시아.
턱을 괴고 시선으로 자기 옆자리를 힐끔거리길래 확신했다.
자기 옆자리가 비었으니 앉으라는 신호.
아마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녀 옆자리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아직도 그 사건 때문에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입꼬리만 살짝 올릴 뿐이었다.
“안녕?”
“어. 안녕.”
나를 보며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번 학기가 생각보다 훨씬 재밌어질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