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88
88화 뉴멕시코(3)
“안드레?”
구원자인 줄 알았던 지원군은 사실상 피아식별이 잘못된 적군이었다.
이 넓은 앨버커키에서 우리가 도와준 안드레를 만나 너무 설레었던 탓이었다.
그 당시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이름 말고는 전혀 소통되지 않았던 것을 까먹은 것이다.
“(대충 스페인어)”
“주인장보다 더 화려해서 더 못 알아 먹겠어.”
“오빠. 어떡하지?”
“시아야, 튈까?”
“뭔 소리야. 튀긴 왜 튀어.”
“몰라. 숨 막혀. 말이 안 통하니까.”
안드레와 정육점 주인 둘이 쌍으로 스페인어를 쓰니 정신이 더 없었다.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때.
“도와줄까요?”
작고 귀여운 목소리로 영어가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치 요정이 도움을 주려는 듯한 판타지적인 희망이 차올라서인지 포기하지 않고 고개를 더 세차게 흔들며 주변을 둘러보자 그제야 목소리의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꼬마… 아이네?”
“초면에 실례네요.”
“아. 미안해. 그런데 도와준다니?”
금발의 푸른 눈을 하고 공주님 드레스를 입고서는 두 팔로 자기 몸 반만 한 토끼 인형을 든 소녀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
“스페인어… 하실 줄 모르죠?”
“어떻게 알았어?”
“우리 아빠가 알려 줬어요.”
“아빠?”
“저기.”
소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자 안드레가 정육점 주인과 신명 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안드레?”
“네. 그게 아빠 이름이에요.”
“아.”
“아저씨가 우리 아빠 구해 줬다면서요?”
“그랬지. 아마.”
“그러니까 저도 아저씨 도와줄게요. 근데 이 예쁜 언니는 누구예요?”
“응? 얘는 언니고 나는… 아저씨야?”
내 질문은 무시한 채 시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
신비한 푸른 눈동자가 시아를 한번 쓱- 훑더니 이윽고 천천히 시아에게 다가갔다.
“나도 크면 언니처럼 될래요.”
“….”
그러고 보니 시아는 아이를 좋아하던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이 소녀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쌍욕을 박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개념이 박힌 일반 사람이라면 절대로 아이에게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
하지만 종종 내가 정시아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꽤 있었으니까.
“윽.”
“왜? 시아야? 어린애 알레르기라도 있어? 너무 힘들어?”
“아니… 그게 아니라.”
조마조마했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이상한 짓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저 어린 동심의 마음을 파괴하지나 않을까 싶어서.
“넘 귀엽다.”
“엥?”
“저도 언니가 좋아요. 헤.”
“꺄아.”
시아는 처음 보는 소녀를 끌어안고는 온몸을 비비적댔다.
나한테도 저런 식으로 안아 준 적이 없었는데.
“이름이 뭐야?”
“프리실라.”
“이름도 예쁘네.”
“언니는요?”
“시아.”
“와아. 예쁜 이름이에요. 언니랑 너무 잘 어울려요.”
프리실라라고 소개한 아이는 시아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프리실라. 아까 도와준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 저 스페인어 잘하거든요. 통역해드릴게요.”
“정말? 영어도 잘하는데 스페인어까지 한다고?”
“그럼요. 아빠랑 대화해야 하니까요.”
프리실라는 총총걸음으로 걸어가 정육점 주인과 스페인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를 부르는 프리실라.
“이제 와요.”
“소고기를 사고 싶은데.”
“정확히 어떤 부위요?”
“어? 그런 것까지 알아? 그냥 비계가 적당히 섞인 부위면 괜찮아.”
“말해봐요. 사태? 아니면 등심?”
“아. 음… 원래 갈빗살 쓰기는 해.”
“아. 갈빗살이요? 잠시만요.”
프리실라는 태연하게 정육점 주인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런 어린아이가 스페인어를 아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이 어린 소녀가 벌써 사태, 등심, 갈빗살이란 단어를 알고 있다는 것.
요리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단어 자체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를 수 있는 단어기에 프리실라가 내 말을 알아들은 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아빠가 최고급 등급으로 싼값에 제공한대요.”
“최고급? 아, 그럼 얼마에?”
“잠시만요.”
대화가 되는 게 신기했다.
“아빠가 뉴멕시코 근방 고기는 꽉 잡고 있어요. 최고급 육으로 가장 빠른 배달로 신선도를 유지하는 노하우까지 있죠. 그래서 아마….”
프리실라가 제안한 금액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실 고기를 직접 받아봐야 알겠지만, 그녀가 제시한 금액은 도매업으로 구매하는 것보다도 조금 더 싼 가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가능하다고?”
“말했잖아요. 우리 아빠가 이 근방에서 미트킹으로 불려요.”
“미트킹?”
“네. 고기왕이요.”
“아. 그렇구나?”
“그럼.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음. 일단은 20lb 정도만 있으면 될 거 같아. 좋으면 다음에 또 사러 올게.”
“다음에 또 오게 될 거예요. 아. 그리고 아빠는 미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아마 유통라인이 서부에서 동부까지 쫙 펼쳐져 있거든요? 필요하시면 계약하러 오세요.”
조숙한 아이가 아닐 수 없었다.
그저 어른 흉내 내는 아이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어른을 흉내 내는 아이는 보통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어른에게 들은 걸 그대로 흉내 내는 것에서 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자기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어쩌면 어른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 좋은 정보네. 고마워.”
“네. 그럼 갈빗살 20lb로 준비해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반신반의하며 프리실라의 통역을 기다렸다.
그녀가 이렇게 자신 있게 통역을 하더라도 자칫 부위를 잘못 말해서 이상한 걸 가져올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저기서 받으시면 돼요.”
“아. 그래.”
프리실라가 정육점 주인이 가져다주는 고기를 가리키자 나는 일단 고기를 받아 뒤적거리며 갈빗살이 맞는지 확인부터 했다.
이런 지역 장터에서 손질한 거 치고는 굉장히 깔끔하게 잘린 절삭 면부터 시작해서 정확히 갈빗살만을 잘라낸 정확성까지.
그리고 장사를 오래 하다 보면 딱 들어만 봐도 몇 파운드인지 정확히 알기 마련이다.
내 느낌으로는 정확히 20lb였다.
“어때요?”
“정말… 좋긴 하네.”
“그렇죠? 제가 얘기했잖아요. 우리 아빠가 미트킹이에요. 그 밑에서 일하는 산토스 아저씨는 이 업계 최고의 도축업자고요.”
“그럼 여기 가게가 안드레 씨의 가게라는 거야?”
“여기요?”
“어.”
“무슨 소리예요. 저희는 현재 다섯 군데의 체인을 운영하는 엄연한 기업이라고요.”
“아~ 그래? 이름이… 뭐야?”
“미트킹이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렇겠죠. 아저씨 식당은 듣보잡이니까요.”
“윽. 그렇게까지 팩폭을 할 거까지야.”
순간 움찔했다.
솔직히 아직은 댈러스에서만 인지도가 있는 푸드트럭인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봤을 때의 얘기고.
나는 회귀했기 때문에 10년 넘게 이 분야에서 종사한 베테랑 사업가란 말이다.
그리고 고기 품질을 그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 미트킹이라는 브랜드의 이름을 모를 리가 없었다.
특히 이 가격에 이런 품질의 고기를 미 전역에 받을 수 있는 곳을 내가 모른다고?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쓰읍.”
“지금 의심하시는 건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이런 가격이 나올 수 있는 건가?”
“아빠는 돈 벌기 위해서 유통비를 불리는 짓은 안 하니까 가능한 거예요. 직접 사업하는 사람들이 전부 친인척이니까 사기 칠 일도 없고요.”
“거대 가족 기업이라는 뜻이구나.”
“그렇죠.”
멕시칸에다 가족 기업이라면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국에서 장사하는데 내가 몰랐다니.
아니면 코로나나 다른 문제로 인해서 파산이라도 했던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만 어긋나면 이런 소규모 프랜차이즈는 엎어지기 일쑤였다.
실제로 과거에 나도 엄동식과 함께 몇 번이나 사업을 엎을 뻔했으니까.
이번에 사용해보고 정말 괜찮다고 판단된다면, 이곳과 연계해서 고기는 전부 여기서 제공받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그래. 그럼 일단 써보고 생각해볼게.”
“좋아요.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 아 참! 그리고 이건 우리 아빠 구해준 보답이에요.”
“어?”
“와규라고 알아요?”
“모를 리가 있겠니?”
일본 소고기는 미국 소고기에 비해 마블링이 심각할 정도로 더 많다.
그래서 더 기름지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지.
미국에서는 구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마블링을 그렇게까지 선호하지는 않기 때문에 매니악한 소고기로 분류되긴 하지만.
“좋아하세요?”
“좋아하지.”
“그럴 줄 알았죠. 아빠가 아저씨는 한국인이라고 했거든요. 제 통계로는 한국인들은 마블링이 많을수록 좋다면서요?”
“무조건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은 그렇지?”
“그러니까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이, 이걸 전부 다?”
“네. 이것도 부족해요. 사실. 아저씨가 다음에 거래하러 온다면. 그때는 저희가 특별 취급으로 계약해주시겠대요.”
“하하. 그래. 고맙네.”
조숙한 아일세.
그런 생각을 하며 와규까지 받았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당차게 손을 내미는 프리실라.
“프리실라. 넌 미트킹에서 무얼 맡고 있니?”
“매니저죠. 매장 매니저.”
“아, 하하. 그래. 매니저라. 좋은 매니저를 뒀구나. 안드레 씨는.”
“그럼요.”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프리실라와 안드레에게 인사를 하고 걸음을 떼려는 순간.
시아가 나를 붙잡았다.
“놓친 게 있어.”
“어? 뭔데?”
진지한 표정의 시아였기에 무언가 큰 걸 놓친 게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왜 길 한복판에 버려졌는지 안 물어봤어.”
“깜짝이야! 괜히 놀랐잖아.”
“궁금하지 않아? 난 궁금해 미치겠는걸?”
“알겠어. 잠시만.”
솔직히 시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도 궁금하긴 했다.
도대체 왜 그 길 한복판에 버려져 있었는지.
“저기… 프리실라?”
“네?”
“혹시 안드레 씨한테 그때 왜 낙오가 됐는지 물어봐 줄 수 있을까?”
“아~ 그거요?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 왜 그랬던 거야?”
“엄마 때문에요.”
“엄… 마?”
프리실라의 표정이 급격하게 우울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 시간에 아버지가 일하는 매장에 나와서 딸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집에 있을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크흡. 미안하다. 내가 괜한 질문을 했구나.”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왜요?”
“어? 엄마… 때문이라며?”
“아. 엄마가 좀 왈가닥이에요. 차 타고 오는 동안에 싸웠어요.”
“음?”
“그래서 홧김에 아빠를 고속도로 한복판에 버려두고 집에 왔대요.”
사람이 얼마나 왈가닥이면 그런 선택을 하지 싶었다.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딸이나.
웃어넘기는 안드레까지.
“종종 있는 일이에요.”
“그래?”
“영 안 들어오면 엄마가 다시 찾으러 가거든요.”
“하, 하하.”
“이번에는 그런 수고를 덜었다고 엄마가 기뻐했어요.”
“그런 뜻이구나. 그래. 그럼… 이만 가 볼게. 다음에 또 보자.”
“다음 거래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미래의 VIP 고객님.”
돌아온 나를 보며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아.
“왜? 왜 그랬대?”
“부부싸움.”
“응?”
“부부싸움 때문이래.”
“….”
“어. 나도 딱 그 기분이야. 가자. 괜히 시간 낭비했다.”
*
앨버커키에서 시작한 첫 장사.
적당히 한산한 곳에 차를 대고 푸드트럭을 열었다.
이번 여행은 오로지 내 힘만으로 광고하고 장사하고 싶다는 고집이 있었기에 너튜브나 슝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았다.
그저 불프 개인 SNS에 언제 몇 시부터 장사가 시작한다는 광고만 올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혹시 엉클 씩?”
“아. 맞습니다. 제가 엉클 씩입니다.”
“와. 팬이에요! 컵밥에 사인 좀 해 주세요!”
“네에~”
엉클 씩을 아는 사람도 있었고.
“이거 포스트 멜론이 좋아한다는 그 불고기 맞나요?”
“네. 포스트 멜론이 즐겨 먹는 불프. 맞습니다.”
포스트 멜론의 팬이 찾아오기도 했으며.
“한국 음식이죠?”
“네. 맞습니다.”
“그럼 당장 주세요.”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까지.
“시아야, 여기 컵밥 다섯 개.”
“응. 하고 있어. 진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시아야, 여기 불고기 샌드위치 세 개, 컵밥 두 개!”
“그만. 제발 그만해! 이미 컵밥 다섯 개, 샌드위치 네 개나 밀려 있다고!”
“같이 하자. 금방 쳐 낼 수 있어.”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첫날이기도 했고.
그냥 맛만 보자는 의미로 재료도 그리 많이 사지 않았던 터라 금방 재고가 동이 나버렸다.
“죄송합니다. 재료가 전부 동이 나 버렸네요. 내일 다시 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할 지경이었다.
한참을 팔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도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재료가 없으니 팔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고 오늘 장사를 단 6시간 만에 끝내 버렸다.
“와아… 이렇게까지 몰릴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나, 나 죽어.”
“시아야! 안 돼! 죽으면 안 돼! 와규 구워 먹어야지!”
“아 맞다! 부활!”
시아는 쓰러지다가도 일어나 와규 생각에 눈을 번쩍 떴다.
시간이 될 때 장터에서 산 재료로 만든 불고기를 먹어보고 싶긴 했지만, 워낙 장사가 잘돼서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
분위기로는 고기가 살살 녹는다면서 사람들이 좋아한 걸 보면 품질 자체는 훌륭한 모양이었다.
불고기를 재울 때도 특유의 싸구려 소고기 비린내가 나지 않은 걸 보면 품질 하나는 인정할 정도였다.
치익-
그래서 와규도 기대하고 있었다.
살짝 구워서 그대로 소금만 찍어서 먹어 보고.
고추냉이와 함께 먹어 보고.
기름장에 먹어 보고.
그냥도 먹어 보고.
쌈장에도 먹어 보고.
트러플 오일에도 먹어 보고.
짜파게티랑 함께 먹어 보고.
뭐랑 먹어도 맛있었다.
“크으. 이 집 잘하네?”
“허허. 이햐~ 이 집 재밌네? 주보아 씨 좀 내려와 봐유.”
“누구 따라 하는 거야?”
“박종원.”
“푸핫.”
“똑같지?”
“시아 너 성대모사도 쫌 하는데?”
“근데 진짜 맛있다. 살살 녹아.”
“그러니까. 이 집 진짜 고기가 괜찮다. 가격도 착한데 맛도 좋아. 안 쓸 이유가 없지. 내일도 가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