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130)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130화(130/269)
130화 결과로 보여 주면 돼. (4)
‘후…….’
지셀은 로잘린의 손을 잡고 숨을 가다듬었다.
‘지금은 전생에 비해 오기와 정신력도 부족할 테고, 치료 기간도 짧아 그만큼 충격이 클 텐데.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사람도 검처럼 시련을 겪으며 담금질 되어야 강해진다.
망나니였던 자신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강인한 정신을 얻지 않았던가.
지금의 로잘린은 그저 소심하고 유약한, 흔하디흔한 귀족 영애일 뿐이었다.
‘최대한 조심해서 뚫는 수밖에.’
지셀은 로잘린의 몸 안으로 마나를 천천히 흘려 넣었다.
“제 마나를 집어넣으면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질 겁니다. 아파도 잘 버티셔야 합니다. 그래야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뭐?”
“시작하겠습니다.”
갑자기 진지해진 지셀의 목소리에 로잘린은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이거 위험한 건가?’
로잘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뭘 버티라는 건데? 뭐가 아프다는 건데?”
지셀은 대답하지 않고 마나를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했다.
아무리 좋은 영약을 먹어도 그 기운을 온전히 몸에 흡수하지는 못한다. 몸에 남는 것은 극소량뿐이다.
‘기운이 흩어지기 전에 잡는다.’
지셀의 마나가 순식간에 로잘린의 몸 전체로 퍼지며 약의 기운을 쫓기 시작했다.
‘이제 뚫는다.’
열기와 섞인 지셀의 마나가, 그녀의 몸 곳곳에 굳어 있는 차가운 기운을 강제로 뚫기 시작했다.
파가각!
로잘린은 몸 안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바로 뒤를 이어 끔찍한 고통이 몰려왔다.
“아아아악!”
온몸을 덮쳐 오는 고통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묵직한 기운이 몸 곳곳을 창으로 찌르는 것 같았다.
아니, 찌른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창이 온 내장을 헤집으며 찢어발기는 것만 같았다.
조금 전 먹었던 약의 역겨운 맛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살면서 이런 고통은 단연코 겪어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미리 도망쳤을 것이다.
로잘린은 지셀에게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잡힌 손목을 비틀어 빼며 발버둥 쳤다.
“아아악! 자, 잠깐만!”
시중을 들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집사와 사용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치료를 받는데 왜 저렇게 고통스러워할까?
이거 진짜 돌팔이 아닌가?
“도련님! 이거 정말 괜찮은 거예요?”
벨린다가 발버둥 치는 로잘린의 몸을 꽉 붙잡으며 눈을 꾹 감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마나를 통제하던 지셀이 말했다.
“발버둥 치면 더 아프고 위험합니다. 저를 믿고 참으셔야 합니다.”
“싫어! 제발! 제발 그만해! 아아아아악!”
애초에 믿음도 없는 관계다. 아무리 믿고 버티라고 해 봤자 쉽게 될 리가 없다.
고통에 괴로워하는 그녀를 보며 지셀 또한 표정을 굳혔다.
‘역시 쉽지 않아.’
답을 알고 있기에 자신 있게 시작했지만 그게 쉽다는 뜻은 아니다.
‘시간도 최대한 단축하고 효과도 확실한 방법을 쓰고 있긴 하지만……. 고통은 그대로일 테지.’
그녀가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로잘린의 꽉 깨문 입술에서 피가 터졌다. 하지만 다른 고통이 더 심해 입술의 상처는 의식하지도 못했다.
“으으으윽!”
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신체 내부의 상태를 확인한 지셀이 바로 손을 뗐다.
만약 여기서 더 무리했다가는 로잘린의 상태가 위험해질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원래 목표보다 훨씬 더 적은 부분만 뚫고 멈췄다.
이런 경우가 있을 가능성까지 계산해서 기간을 보름으로 잡았지만 지금 보니 그것도 조금 빠듯해 보였다.
“이번에는 여기까지 하시죠. 잘 참으셨습니다.”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갔지만, 아직 첫날일 뿐이다.
조금 더 속도를 내면 충분히 보름 안에 끝낼 수 있다.
문제는 그녀가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냐는 것.
“저녁에 다시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로잘린은 숨만 헐떡이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벨린다와 웬디가 조심스럽게 제압을 풀자 그녀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고 말았다.
치료가 끝난 거 같자 집사는 다급하게 말했다.
“어서 아가씨를 살펴라.”
사용인들이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대충 정리가 끝나자 지셀은 화장품을 듬뿍 떠서 로잘린의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기 시작했다.
어찌나 많이 바르던지 이 상태면 하루에 한 통씩 쓸 기세였다.
그걸 본 집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저기 너무 많이 바르는 거 아닙니까?”
“이 정도는 발라 줘야 해.”
기절한 듯이 누워 있던 로잘린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건…… 발라봤는데 소용없었어……. 이 돌팔이 새끼야…….”
“몸 안쪽의 기운을 제대로 잡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이 화장품은 치료가 끝날 때까지 피부의 열기를 잡아 줘서 빠르게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효과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지만, 이 정도로 많이 바를 필요는 없었다.
‘부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칠 수 없지.’
지셀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화장품을 매일 이렇게 바르면 상당히 많이 필요할 것이다.
지셀은 로잘린의 치료가 끝나면 치료비를 칼같이 받아 낼 셈이었다.
돈 많은 집이니 화장품 몇 통 값 정도는 별말 없이 낼 거다.
속으로 희희낙락하는 지셀을 보며 로잘린은 이를 갈았다.
화장품을 바르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보름이 아니라 일 년도 발라 줄 수 있었다.
그 고약한 약도 먹어야 한다면 먹을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고통은 정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걸…… 또 한다고?”
“네.”
“보름 내내……?”
“네.”
“꺼져……. 제발…… 그만해…….”
그녀는 움직일 기력도 없어서 눈물만 글썽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런 고통을 어떻게 보름이나 버틴단 말인가!
누가 와서 제발 눈앞의 이 새끼를 죽여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지셀은 못 들은 척 다시 가면을 그녀의 얼굴에 씌워 주고 말했다.
“그럼 저녁때 다시 뵙겠습니다. 다들 아가씨의 방을 잘 지키도록.”
용병들은 로잘린이 방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교대로 문 앞을 지켰다.
집사는 이걸 계속해도 되는지 불안했지만 당장 말리지는 않았다.
집사가 신경을 써 준 덕분에 지셀과 일행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식사 시간에는 최고급 음식만 나왔고, 갈아입으라고 주는 옷은 명품 중의 명품뿐이었다.
일행들이 손만 살짝 들어도 원하는 게 바로 앞에 준비되었다.
그러나 일행들은 천국과도 같은 대접을 받으면서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아아아악!”
바로 로잘린의 고통 때문이었다.
막힌 마나 로드를 뚫어 갈수록 그녀의 비명 소리도 커져만 갔다.
“그만! 제발 그만하라고! 아아악!”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지셀이 아무리 말해도 그녀의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게 치료일 리가 없었다.
“죽여 버릴 거야!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아아아악! 멈춰!”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진짜 죽을 겁니다.”
“필요 없으니까 멈추라고!”
거부와 협박이 이어졌지만 지셀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공격 대상을 바꿨다.
“당장 이딴 약 따위는 그만 가져와. 보름 뒤에 내가 널 죽여 버리기 전에.”
약을 준비해 온 사용인들은 로잘린의 협박을 받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브랜포드 후작이 지셀에게 협조하라고 했으니 그의 요청을 거부할 수는 없다.
일을 그만두고 도망가면 후작의 명을 어겼으니 죽는다.
하지만 계속해도 아가씨에게 죽는다.
“살려 주십시오!”
사용인들은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집사가 지셀을 말렸다.
“일단 잠시 멈추시지요. 아가씨께서 이렇게 힘들어하시고 거부를 하시니 후작님과 다시 상의하는 게…….”
지셀이 집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끊었다.
“잠시 멈추자고? 거부? 다시 상의?”
그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지금 이걸 멈출 수 있을 것 같아?”
“그, 그게…….”
“헛소리하지 마. 나는 지금 여기에 내 목숨과 가문까지 걸었어.”
이들을 설득하겠다고 실랑이하며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다들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만도 없었다.
지셀이 사용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약재와 도구들을 모두 이 방으로 가져와라. 앞으로 내가 직접 약을 준비하겠다.”
“직접…… 말씀입니까?”
집사가 민망한 듯 눈치를 봤다.
귀족인 지셀이 그런 허드렛일까지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후작가의 체면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가씨가 이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는데 달리 방법이 없긴 했다.
“으으으…….”
로잘린은 살기 어린 눈으로 지셀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명령이 저놈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일국의 왕자라 할지라도 감히 자신을 이렇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만하라고! 말귀를 못 알아들어? 내가 그만하라고 하잖아!”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필요 없어! 내 얼굴이야! 필요 없다고! 다 꺼져! 어디서 이런 돌팔이를 데리고 와서!”
이런 거추장스러운 실랑이를 받아 줄 지셀이 아니다.
그는 바로 로잘린의 손목을 붙잡았다.
“놔! 놓으라고! 죽여 버릴 거야! 아버지 불러와! 당장 불러오라고!”
그녀는 다시 발버둥을 쳤지만 이미 벨린다와 웬디에게 제압당한 상태라 소용이 없었다.
지셀은 이전에 그랬듯 강제로 약을 먹이고 치료를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피하려고 했던 의지마저도 몸속을 헤집는 통증에 무너졌다.
로잘린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모든 걸 놓아 버렸다.
“커억, 컥!”
그때였다. 로잘린의 입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희번덕거리던 눈동자도 눈꺼풀에 가려졌다.
“아가씨!”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지켜보던 집사가 경악의 비명을 질렀다.
“으으으으윽!”
그녀는 죽음이 엄습해 오는 공포를 느끼고 비명처럼 신음을 흘렸다.
‘더, 더 이상은…….’
그 순간 지셀의 표정도 왈칵 일그러졌다.
‘젠장, 더 하면 죽겠군.’
지셀은 이를 악물고 마나를 조금씩 줄여 나갔다.
그가 실수한 건 아니었다. 그녀의 마나 로드가 뚫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찢어진 것이었다.
가뜩이나 칩거 생활을 오래 하며 체력이 약해진 몸에 충격까지 더해지니 속이 진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예 포기해 버린 탓도 있지.’
그간 로잘린이 치료를 거부하긴 했지만 그건 싫은 걸 피하려는 의지는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고통으로 그런 의지마저도 약해진 탓에 충격을 버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로잘린의 몸과 정신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된 이상 상대방이 죽지 않도록 더 조심스럽게, 천천히 치료해야 한다.
‘위험해. 이러다가는 시간 안에 못 끝내겠는데.’
시간을 잘못 잡은 걸까?
아니다. 시간은 부족하지 않았다.
상태가 기록보다 나빠서?
생각보다 나쁜 건 맞지만 치료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답은 하나.
로잘린의 의지가 문제였다.
치료를 받을 생각이 없으니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보다 더 일찍 포기해 버린다.
로잘린을 붙잡고 있던 벨린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도련님! 멈춰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