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165)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165화(165/269)
165화 체질 개선에 들어간다. (4)
수습 기사들의 눈빛을 본 지셀은 내심 만족했다.
눈빛에서 확고한 의지와 열정이 느껴진다. 다들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하는 게 뻔히 보였다.
‘이제 준비가 됐다.’
지셀은 바로 이런 걸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수련은 무척이나 위험했기 때문이다.
열기로 가득 찬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듯 지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대로 된 마나 연공법도 몇 년은 수련해야 마나를 쓸 수 있다고들 하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아주 이해하기 쉽게 알려 주겠다. 두 달이면 다들 마나를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측근들과 달리 이들은 하나하나 지셀이 직접 봐줄 생각이었다.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면 이해도 못 할 테고,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 기간을 급격하게 단축하는 방법은 오직 지셀만이 알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다시 한번 열성적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마나 집속진은 그저 마나를 조금 더 빨리 모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뿐이다.
마나 연공법을 익히고 사용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였다.
적어도 몇 년은 수련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두 달이라니!
믿을 수 없는 얘기를 연거푸 들으니 이게 정말 꿈이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
지셀은 거만하게 팔짱을 낀 채 자신 있게 말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건 내가 직접 개량한 속성 마나 연공법이기 때문이다!”
“…….”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이들도 기본적인 상식은 있다.
마나 연공법은 오랜 세월을 거쳐 부작용을 줄이는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나이도 젊은 영주가 마나 연공법을 자기 멋대로 개량했다고?
아무리 영주의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수습 기사들이 눈치를 보며 불안한 기색을 내보였지만, 지셀은 모른 척하고 말했다.
“자, 그러면 시작해 보자. 나도 오랜만에 하는 거라 처음은 좀 튼튼한 놈이 좋겠는데……. 그렇지, 고든 너부터 나와라.”
가장 먼저 호명된 ‘근육의 고든’이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 저요? 다른 사람부터 먼저 하면 안 될까요?”
“너 저번에 마나 집속진에 너보다 밀알이 먼저 들어가는 게 억울하다며? 이번엔 제일 먼저 들어가게 해 줄게. 빨리 나와.”
고든이 주저하며 나오자 지셀은 그를 위아래로 뜯어보고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육을 이 정도까지 키웠으면 그래도 나름대로 인내심은 있겠지.’
바닥에 앉은 고든의 등에 지셀이 손바닥을 붙였다.
“자, 시작한다. 내가 강제로 마나를 끌어와 네 몸에 각인시킬 테니 마나가 움직이는 길을 잘 기억해라.”
“아, 알겠습니다. 죽거나 폐인이 되거나 그러진 않죠?”
“못 버티면 그럴 수도 있어. 그러면 뭐 어쩔 수 없고.”
“진짜 죽는다고요? 잠깐만요!”
구우우웅!
고든이 도망가기도 전에 지셀의 손을 통해 마나가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끄어어억!”
날카로운 칼날이 몸속을 헤집는 것 같은 고통에 고든이 비명을 질렀다.
배꼽 아래에 뭔가가 뭉치더니 곧 몸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그것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으아아악! 잠깐! 잠깐!”
“마나 아깝게 다 날아가잖아! 입 닫아! 버텨라! 몸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놓치지 말고 기억하란 말이다! 바네사는 잘 버텼는데 넌 왜 벌써 엄살이야!”
“으아악! 못 해요! 난 못해! 아파 죽겠어!”
편법이 괜히 편법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빠르게 결과를 내는 만큼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
몸에다 강제로 마나를 집어넣고 마나 로드를 만들어 내니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미칠 듯한 고통에 고든은 벌떡 일어나 도망가려 했다.
방금 막 생긴 충성도 정신과 함께 날아갈 판이었다.
하지만 그걸 그냥 두고 볼 지셀이 아니다.
덥석!
지셀은 그가 도망가지 못하게 한쪽 팔로 고든의 목을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계속 마나를 집어넣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마나 연공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죽이려고 하는 거 같았다.
“꾸에에엑! 놔 줘! 으거어어억!”
“아, 좀 참으라니까! 일단 마나 로드라도 다 뚫어 놓자!”
근육이 많아서 잘 버틸 줄 알았는데 엄살도 이런 엄살이 없었다.
지셀은 계속 고든의 몸에 마나를 밀어 넣어 강제로 마나 로드를 만들었다.
“케엑! 쿨럭! 켁!”
계속되는 고통에 고든은 눈이 뒤집히고 입에서 피를 벌컥벌컥 토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셀은 멈추지 않았다. 일단 마나 로드를 만들어야 집속진에서 수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든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정신을 잃었다.
그러고 나서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지셀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그를 풀어주었다.
털썩.
고든은 피거품을 물고 쓰러져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지셀이 해맑게 웃었다.
“휴,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네.”
“…….”
세상 쉬운 일 없다더니 지금이 딱 그랬다.
대기하고 있던 수습 기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들을 보며 지셀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방금까지 넘치던 열정은 다 어디 갔어? 다음 사람 준비해야지?”
수습 기사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뭔가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데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냥 정석대로 익히면 안 되나요? 책으로 주시거나 말로 알려 주시면 저희가 알아서 수련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나름 머리를 짜내 의견을 던졌지만 지셀에게는 택도 없는 말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렇게 해서 언제 익혀? 수련을 몇 년이나 하려고. 아니, 어차피 말로 알려 줘 봐야 너희 대부분은 이해 못 할걸? 그래서 내가 지금 이해하기 쉽게 몸으로 가르쳐 주는 거잖아.”
‘아, 이해하기 쉽다는 게 그런 뜻이었구나.’
수습 기사들은 식은땀만 흘렸다.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고통은 몸과 머리에 확실히 남는 법이니까.
마나 로드를 만드는 것도, 지금처럼 지셀이 강제로 뚫어 버리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하다.
머리로는 알지만, 쓰러져서 피거품을 물고 있는 고든을 보면 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다들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던 그때, 쓰러져 있던 고든의 발작 증세가 더 심해졌다.
“컥, 커억, 쿨럭!”
그는 기절한 상태에서도 괴로워하며 피를 연신 토해 냈다.
강제로 주입한 마나가 몸 안을 엉망으로 만든 탓이었다.
의지력으로 그걸 버티며 흐름을 익혀야 하는데 초장부터 글렀다.
“이놈은 유독 엄살이 심하네. 덩치도 큰 놈이 왜 이렇게 약해?”
혀를 찬 지셀은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사용인들에게 손짓했다.
“어서 벨린다에게 데려가. 준비한 약초들을 먹이고 안정을 취하게 해라. 늦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빨리 가. 아, 벌써 죽었나?”
“알겠습니다. 아직 안 죽었습니다.”
사용인들은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침착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수습 기사들은 확신했다.
영주는 이렇게 될 걸 다 알고 준비까지 끝마쳤다는 것을.
전쟁 때 안 죽게 한다더니 수련을 하다가 죽게 생겼다.
‘아, 어떻게 하지?’
‘하긴 해야 하는데…….’
‘저거 너무 아파 보이는데.’
겁이 난다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어떻게든 버티고 배워야 했다.
그런데 막상 목숨을 걸려고 하니 발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들 주춤거리고 있을 때, 과묵하게 생긴 남자 하나가 성큼 걸어 나왔다.
“저부터 하겠습니다.”
“음, 너는?”
“이번에 새로 합류한 루카스입니다.”
지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른 척했지만 사실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전생의 수하였던 루카스.
한 자루의 창으로 훗날 마스터의 칭호까지 받았던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다.
언제나 팔짱을 끼고 무게를 잡으며 고독을 씹는 걸 좋아하는 남자였다.
그랬던 그가 뒤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비웃었다.
“다들 평소에 잘난 척하더니 별거 없군. 이 정도 고통으로 마나 연공법을 익힐 수 있으면 싸게 먹히는 거지. 이 겁쟁이 새끼들아.”
“이 새끼가…….”
루카스의 도발에, 지셀과 오래 같이했던 용병들이 콧김을 씩씩 내뿜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먼저 나서냐에 따라 주도권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 용병들과 새로 온 자들끼리 매일 티격태격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신참한테 순서도 뺏기고 도발까지 당했다.
열 받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한껏 비웃은 루카스가 지셀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준비됐습니다. 영주님 마음껏 해 보십쇼.”
의연한 태도에 지셀이 미소를 지었다.
‘과연 루카스. 내가 선택한 남자답다.’
지셀은 웃으며 루카스의 등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마자 괴상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흐어어어업! 으아아아아! 끄으으으읍! 허어어어어엇!”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지셀은 한숨을 내쉬었다.
깜빡 잊고 있었다. 자신의 용병단에 정상적인 놈은 거의 없었다는 걸.
그러고 보니, 이놈은 전생에도 생채기 하나만 나도 아프다고 난리를 피우던 놈이었다.
그런 놈이 또 무게 잡기는 무척이나 좋아해서 더 웃겼지.
지금도 어차피 해야 할 거, 멋있어 보이기라도 하자 싶어 먼저 나섰을 것이다.
루카스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아, 아직 시작 안 했나요?”
“이제 시작이다. 고독한 엄살쟁이 루카스.”
파아악!
“으아아아악!”
몰려오는 고통에 루카스가 소리를 질렀다. 입을 닫고 참아야 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도 고든이 그랬듯 벌떡 일어나 도망가려 했지만, 지셀에게 잡힌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셀은 루카스의 목을 붙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가만히 있어. 저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엄살 부리고 도망갈 거야? 너 쪽팔린 거 싫어하잖아?”
“윽, 으윽!”
그 말에 루카스는 이를 악물었다.
쪽팔린 건 싫다. 언제나 멋져 보이고 싶다.
‘멋지고 폼 나게 살고 싶다아아아!’
그런 일념 하나로 버텼지만, 이 고통은 그렇게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끄에에엑…….”
결국 루카스는 정신을 놓아 버렸다.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 그를 사용인들이 데리고 나갔다.
지셀은 고개를 몇 번 젓더니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다음?”
고든이 쓰러지고 루카스도 쓰러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처음과 조금 달라졌다.
눈치를 보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고 몇 사람이 용기 있게 나섰다.
“이번엔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먼저 나왔습니다.”
대부분 새로 합류한 자들이었다.
이들은 모든 걸 버리고 고향을 떠나왔다. 이제 돌아갈 곳도 없었다.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는 기회에 목마른 자들이라 목숨을 버릴 각오도 되어 있었다.
그러자 자존심이 상한 기존의 용병들도 앞다투어 나섰다.
“아닙니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야! 다들 비켜! 어디 신참이 먼저 나서고 지랄이야! 나부터 한다!”
창피하게 신입들에게 밀릴 순 없다는 일념에서였다.
‘어차피 할 생각이었어! 조금 아플까 봐 망설였을 뿐이지.’
호기롭게 나선 이들을 보며 지셀은 그제야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좋아, 아까보다는 훨씬 낫군.”
앞으로 마주할 적들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목숨 걸고 싸워도 부족할 정도다. 겨우 이 정도에 겁먹고 꺾이면 곤란하다.
자신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울 자들만이 모든 걸 가질 자격이 있었다.
“빠르게 간다. 어떻게든 버텨라.”
“으어어어억!”
“끼에에엑!”
지셀의 손길을 받은 수습 기사들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호기롭게 나서긴 했지만, 호기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그래도 모두가 게거품을 물고 피를 토하며 기절하지는 않았다.
이를 꽉 깨물고 눈을 부릅뜨며 끝까지 버틴 자들도 있었다.
‘흠, 이놈은 그럴 거 같았고. 이놈은 좀 의외인데?’
지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전생의 수하들 중에 몇몇은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런 놈들은 예상대로 잘 버텼다. 하지만 기존 용병들 중에서도 버티는 놈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시작이 좋다. 물론 게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자가 대다수였지만, 정신을 놓지 않은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다.
지셀의 지시에 따르며 버틴 자들도 있었고, 자존심으로 정신만 겨우 붙잡고 있었던 자들도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들은 모두 껍질을 벗고 한 걸음 나아갔다는 점이다.
“으으으으…….”
“죽을 거 같아……. 이제 끝난 건가?”
사방에서 신음이 울려 퍼졌다. 급하게 증원된 사용인들이 쓰러진 이들을 치료실로 옮겼다.
다행히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들것에 실려 가던 한 수습 기사가 버텨 냈다는 자부심과 후련함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지셀에게 물었다.
“이제…… 다 끝난 거죠? 이제 마나 쓸 수 있는 거죠?”
그러자 지셀이 코를 한번 훔치고는 답했다.
“뭔 소리야? 이거 한 번 했다고 어떻게 마나를 써. 오늘은 그냥 살짝 터만 잡은 거야. 길을 제대로 내려면 몇 번은 더 해야지. 집속진에서 수련도 하고 발산하는 법도 배워야 하고.”
분명히 이거 버티면 마나를 쓸 수 있을 거라고는 했지만, 한 번이라고는 말 안 했다.
하지만 수습 기사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이렇게 아프고 죽을지도 모르는 짓을 또 한다고? 아니, 몇 번은 더 해야 한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죽여 줘…….”
눈물을 글썽이던 수습 기사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