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175)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175화(175/269)
175화 얼마 남지 않았다. (2)
열기구가 완성됐다는 말에 지셀의 표정이 환해졌다. 하늘을 나는 기구는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기에 그도 내심 열기구가 완성되기를 기다려 왔던 것이다.
“좋아, 역시 드워프야. 어때? 내 말대로지? 하늘을 나는 기구를 만들 수 있다니까.”
“그렇소! 진짜 영주가 가르쳐 준 걸 토대로 열기구가 완성되었단 말이오! 으하하하!”
갈바릭은 크게 웃었다. 비록 지셀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새로운 기술을 터득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그는 기쁜 마음에 지셀을 향해 칭찬을 마구 쏟아 내었다. 돈도 안 드는데 칭찬 몇 마디 해 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오! 이런 대단한 걸 생각해 낼 줄이야!”
“그러게, 대단하네.”
“좀 더 기뻐하시오! 우리가 대륙 최초로 하늘을 나는 기구를 만들었단 말이오!”
“그래, 그래. 우리가 최초지.”
전생에서 수도 없이 열기구를 봤던 지셀은, 기뻐서 날뛰는 갈바릭에게도 메마른 대답만 흘렸다.
사실 그가 생각하기엔, 개발에 성공하는 건 당연한 결과고 딱히 신기한 점도 없었다.
하지만 갈바릭과 드워프들이 보기엔 전혀 달랐다. 열기구 개발은 정말 역사에 길이 남을 위업이었다.
“드디어 인류가 마법을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하늘을 날게 되었소! 이것은 진정 기술의 승리라 할 수 있단 말이오! 으하하하하!”
현시대에 하늘을 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하늘을 날려면 오직 마나를 이용하여 법칙을 거스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법을 쓰지 않고 순수하게 기술만을 이용해서 하늘에 뜨는 기구를 만들어 냈으니, 기술에 목숨 거는 드워프들이 기뻐할 만했다.
모든 드워프들이 지셀을 보며 환호성을 보냈다.
“역시 영주는 대단하오! 그런 작은 현상까지 놓치지 않는 관찰력이라니!”
“그것보다 그 현상을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발상이 더 대단하오! 그런 사고방식은 보기 드물지!”
“내 다시는 영주의 지식을 의심하지 않겠소! 영주는 천재요! 천재 지식인!”
“도대체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길래 이런 걸 알고 있다는 말이오!”
극찬이 쏟아지자 지셀은 괜히 다른 곳을 보며 볼을 긁었다.
왕국 최고의 의사라는 말을 들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천재 지식인 소리까지 듣기 시작했다.
이러다 묘비에 위대한 학자라고 새겨질 판이었다.
‘아, 이거 좀 민망한데.’
지셀의 전문 분야는 싸움질이고, 다른 건 다 전생에서 주워들은 지식을 끼워 맞춘 것일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는데 분위기를 깰 수는 없었다.
“흠흠, 그냥 우연히 알게 된 거다. 공부는 무슨…….”
“역시! 진정한 천재는 굳이 오래 공부할 필요 없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지 않소!”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그래도 아깝군, 아카데미를 다녔다면 수석이 됐을 게 분명한데! 왕립 아카데미 수석이라고 하면 꽤 높이 평가받지 않소?”
수석이 되긴 했겠지. 공부가 아니라 사고 치는 걸로.
민망해진 지셀은 손을 휘저으며 화제를 돌렸다.
“테스트는 제대로 끝났겠지? 안전 문제는 없나?”
“걱정하지 마시오! 양과 오리, 수탉을 태워서 20분의 비행을 마쳤고 그 뒤에 다시 마법사가 탑승해서 확인했소이다. 안전은 확실하오! 처음 만들었던 게 조금 작은 편이라 시연용은 조금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소이다!”
왜 양과 오리, 수탉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도 타서 확인해 봤다고 하니 어쨌든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거 같았다.
“좋아, 그러면 바로 시연을 시작하지. 모두 모이라고 해.”
소집령이 떨어지자 영지의 가신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넓은 공터에 모인 이들은 다들 기대 섞인 눈빛으로 공터 한가운데 가라앉아 있는 기구를 훔쳐보았다.
이미 드워프가 멋진 걸 만들었다는 소문이 영지 전체에 널리 퍼져 있었다. 하늘에 뭔가가 떠 있으니 소문이 안 나려야 안 날 수가 없었다.
특히 클로드는 잔뜩 흥분해서 침까지 튀기며 지셀에게 물었다.
“영주님! 정말 정찰용으로 만든 거 맞습니까? 드워프들이 그렇게 말하던데요! 맞죠? 수성할 때 저거 쓰면 적군 확인하기 좋을 거 같던데요!”
“어, 그래……. 주로 그런 용도로 쓰긴 하지.”
“크흐흑, 저는 영주님이 마음을 바꾸실 줄 알았다고요! 그렇죠! 병자들을 데리고 싸울 수는 없죠!”
클로드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삼키며,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 내었다.
갈바릭에게 들은 대로라면 열기구는 수성에 정말 효과적인 물건이었다.
수성할 때 문제가 되는 건 성벽 너머에서 적군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열기구를 이용하면 적 군대의 움직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출정한다던 영주가 이런 걸 만들어 냈다는 말은 즉 마음이 바뀌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혼자 기뻐하는 클로드를 보고 지셀이 혀를 차며 물었다.
“좋냐?”
“아, 당연하죠!”
클로드는 인생의 진리를 하나 깨달았다. 아무리 망나니라도 정성 어린 설득을 이어 가면 다 알아듣는 법이다.
‘우리 영주님이 달라졌어요. 드디어 사람 말을 듣기 시작했어요.’
감격해서 훌쩍이기 시작한 클로드의 옆에서 벨린다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도련님, 저거 정말 떠요? 하늘을 날 수 있어요?”
“그럼, 당연하지. 이미 테스트까지 다 마친 거거든.”
“우와, 그러면 우리 이거 타고 나들이 가요! 나들이! 재미있겠다!”
“그거 좋지, 이거 타면 정말 재미있거든. 그 전에 일단 시연부터 하자고. 자, 시작해라!”
지셀이 신호하자 알포이가 열기구의 공기 주머니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자신에게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시제품을 만들 때 같이 참여한 사람으로서, 열기구에 관심이 쏠리는 건 곧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람 계열 마법으로 빠르게 공기를 채운 그는 공기 주머니가 부풀자 바로 손에서 불을 뿜어 냈다.
공기를 데우는 장치도 있긴 하지만, 더 빠르게 가열하려면 마법을 쓰는 게 나았다.
화르르륵!
마력의 불로 공기가 빠르게 데워지자 주머니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오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알포이가 자랑하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잽싸게 바구니에 올라타 공기 구멍과 연결된 연료통에 불을 붙였다.
열기구가 떠 있는 내내 마법사가 마력을 뿜고 있을 수는 없으니, 건초와 양모, 기름 등을 채워 넣어 태우는 것이다.
긴 줄로 땅에 고정된 열기구는 약 20m 정도 떠오른 뒤 멈췄다. 잠시 침묵하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열기구를 보며 환호했다.
“와! 정말 하늘을 날았다!”
“대단해! 어떻게 저런 물건을 만들 수가 있지?”
“역시 영주님이다! 역시 드워프들이야!”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드워프들은 의기양양해서는 뒷짐을 지며 헛기침을 했고, 지셀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내보였다.
약 십여 분간의 비행을 마친 알포이가 땅에 내려오자마자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줄을 끊고 비행을 할 건데, 타 볼 사람?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서 한 사람만 태워 줄 거야!”
알포이는 특별한 장난감을 가진 어린아이처럼 기고만장한 어조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마법사들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포이는 시험 비행에 성공한 뒤, 절대 저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아주 유치하기 짝이 없는 놈이었다.
사실 마법사가 없어도 열기구를 작동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알포이는 온도를 빠르게 조절하려면 마법사가 타는 게 낫다고 주장하며, 열기구가 뜰 때마다 무조건 한 자리를 차지했다.
놀거리가 없는 페르디움에서 열기구는 몇 안 되는 장난감이었기 때문이다.
“자자, 탈 사람은 빨리 순서 정해! 몇 번이나 비행에 성공했으니 안전은 보장할 수 있다고!”
방금 알포이가 열기구를 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저요, 제가 탈래요!”
“영주님! 제가 먼저 위험한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은 한 사람의 포효에 묻히고 말았다.
“무슨 소리! 차기 펜리스 기사단장인 내가 먼저 타야지! 죽고 싶지 않으면 다 꺼지라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요 며칠 연무장에 처박혀 수련만 하던 카오르였다.
그는 열기구를 보자마자 눈을 빛냈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건 무조건 먼저 타야 한다. 그건 사나이의 신념과도 같은 거였다.
“결투로 해! 결투로 정하자고! 이기는 놈이 먼저 타는 거야!”
카오르의 말에 사람들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저 꼴통이랑은 칼은커녕 말도 섞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모두가 물러난 건 아니었다. 벨린다와 길리언은 바로 무기를 꺼내 카오르에게 다가갔다.
일촉즉발의 순간, 지셀이 혀를 차며 말했다.
“다 태워 줄 테니 싸우지들 마라. 카오르부터 먼저 타.”
저렇게 노골적으로 욕망을 내비치니 그냥 먼저 태우고 치워 버리는 게 나았다.
“크, 역시 영주님이 뭘 아시는구만.”
카오르는 의기양양해서는 열기구에 올라탔다. 다른 사람들은 무척이나 부러워하며 입을 삐죽였다.
카오르가 타자마자 알포이가 다시 열기구를 띄웠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밧줄을 끊고, 바람을 타고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된 고도에서 몇 분만 있다가 내려오기로 했다.
“우와! 이거 기분 죽이는데!”
열기구가 꽤 높이 떠오르자 카오르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사람들은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열기구를 올려다보며 졸졸 따라갔다. 워낙 신기하다 보니 다들 걷는 게 힘든 줄도 몰랐다.
카오르는 밑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마치 인형처럼 조그맣게 보였다.
‘높이 올라가면 다른 사람을 이렇게 내려다볼 수 있는 거지.’
올라와 보고서야 알았다. 자신에게는 높은 곳이 더 잘 어울린다.
순간 카오르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자신의 번뜩이는 생각을 곧바로 알포이에게 전했다.
“이거 진짜 기분 죽이네. 야, 더 높이 올라가자. 아주 하늘 끝까지 가 보자고.”
“뭐? 더 높이 올라가자고?”
“그래, 더 높이 올라가서 저 개미 같은 놈들을 내려다보자고! 지금은 우리가 하늘의 주인이다!”
“그거 좋은 생각이야. 아니지, 아예 이거 타고 마탑으로 도망갈까?”
똑같은 놈 둘이 만났으니 반대 의견이 나올 리가 없다.
카오르의 말에 동의한 알포이는 온도 조절도 그만두고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카오르의 표정보다도 훨씬 더 거만했다.
‘크으, 이렇게 내려다보니 속이 다 시원하네! 역시 마탑의 후계자는 이런 자리에 있어야지! 나를 올려다봐라! 나를 추앙하란 말이다!’
그렇게 등신 두 명이 히죽대는 동안, 통제를 잃은 열기구는 하염없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열기구의 높이가 너무 높아지자, 열기구를 따라가던 사람들의 얼굴에도 알쏭달쏭해하는 기색이 묻어났다.
그저 높이만 높아진 것이 아니었다. 열기구의 공기 주머니가 강한 바람을 맞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왜 저러지? 너무 흔들리는데?”
“뭔가 문제가 생긴 건가?”
“높이도 좀 위험해 보이는데…….”
웅성거리는 사람들 뒤에서 지셀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왜 저렇게 높이 올라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열기구가 크게 흔들리더니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주머니가 줄어들고 있어!”
“저거 지금 떨어지는 거야?”
“어, 어? 점점 빨라진다!”
처음에는 공기 주머니에 공기가 남아 있어 천천히 떨어졌다.
하지만 떨어지는 물건에는 가속도가 붙는 법.
공기 주머니가 홀쭉해지자, 열기구도 점점 더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가 도와줄 수도 없었다.
열기구가 높이 떠 있어서 잘 보이는 거지, 실제 거리는 꽤 떨어져 있었으니까.
모두가 혼란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알포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살― 려― 줘―!”
뒤이어 카오르의 외침도 들렸다.
“야이―! 시바―! 좆! 됐! 다!”
떨어지는 열기구를 멍하니 바라보던 지셀이 중얼거렸다.
“아, 불량품이었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발명이라는 건 실패 없이 한 번에 완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지셀이 혀를 차는 와중에도 열기구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알포이는 열기구의 바구니를 꽉 잡고 비명을 질렀다.
거지 같은 영지에 와서 노예로 고생만 하다가 죽게 생겼다. 억울하고 분해서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마탑에 있을걸! 그때는 행복했는데!’
하지만 그 생각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죽음의 공포로 머릿속이 하얘졌기 때문이다.
그때 천둥과도 같은 카오르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정신 차려! 이대로 떨어지면 진짜 죽는다고! 이러다가 다 죽어!”
“으아아아! 몰라! 나 무서워!”
알포이는 눈을 감고 바들바들 떨며 연신 소리만 질러 댔다.
마탑에서는 연구만 하고 살았던 데다, 펜리스 영지에 와서도 줄곧 공사장에서만 살았으니 실전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 위기 대응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온 카오르가 그나마 나았다.
카오르는 정신을 차리려고 부러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너 마법사잖아! 하늘을 나는 마법 같은 거 못해? 떨어지기 직전에 잠깐만 뜨면 돼! 그러면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해!”
“어? 뭐?”
살 수 있다는 말에 알포이의 눈빛이 조금이나마 살아났다.
방법이 있다. 3서클 부유 마법 ‘레비테이션’.
중력 마법은 7서클이라 쓸 수 없지만, 3서클 마법은 알포이도 충분히 시전할 수 있었다.
3서클치고는 마력이 과도하게 드는 게 단점인 마법이라 오래 떠 있을 수는 없지만, 낙하 속도를 줄이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이, 있어! 있어! 잠깐은 떠오를 수 있어!”
알포이의 외침에 카오르가 화색을 띠며 말했다.
“좋아, 잘 들어! 우리는 곧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난데없는 자살 선언에, 알포이는 카오르를 미친놈 보듯이 바라보았다.